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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행운은 만렙이다-16화 (16/200)

< 던전 공략 >

진 훈은 강한 충격파를 느끼고 쫓아왔다. 검술 훈련장이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강력한 전투의 향을?

마침 바로 근처에 있었기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이한성과 세르게이.

검술로 따지면 이 아카데미에서 최고.

그 말은 전 세계 후보생 중에서도 손에 꼽힌다는 말이다.

쏴아아!

쾅!

검이 흩날린다.

수십의 잔상은 절삭된 마력의 파편을 만들어 냈으며 그들의 움직임에 수많은 후보생이 감탄을 흘렸다.

진 훈은 또렷한 눈동자로 직시했다.

대단하다.

빠르고 정교하며 치명적이다.

‘저 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건 가능하다.

‘하지만 저걸 이길 수 있을까?’

모르겠다.

손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세르게이는 검의 대가. 그와 맞서는 한성은 그보다 몇 수는 위처럼 보인다. 육체적 능력이 확연히 떨어지면서도 말이다.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기술로 피지컬을 압도하는 건 가능하다.

그런데 어떻게 저 정도 육체 능력일 수가 있는 걸까.

훈련 시간에 비례해 육체적 능력이 상승하는 건 비교적 상식적이다. 그런데 저 정도의 기술을 연마하는 동안 육체적 상승이 저 정도에 불과하다는 건······.

‘검을 쥔 지 얼마 안 됐다는 거고.’

그렇다는 건, 그가 천재라는 뜻이다.

저 검성의 아들 세르게이. 그리고 몸을 쓰는 것으론 그 누구보다 천재라고 불렸던 자신마저 뛰어넘는 불세출의 천재.

이한성은 그런 사람이었다.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천재인지는 모르겠지만.’

붙어보고 싶었다.

싸우고 겨루고 지면서 다시 도전하고 싶었다.

진 훈은 손이 터질 듯 주먹을 세게 쥐었다.

툭. 도르르.

그때 세르게이의 검이 다시 부러졌다.

“하아. 또 졌네.”

“좋은 승부였어. 상당히 많이 고쳤는데?”

한성은 차오르는 숨을 깊게 내뱉었다. 정말 쓰러질 뻔했다. 세르게이는 천재였고 자신의 약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고쳤다.

정말 이곳에 있는 주인공급은 다들 사기 캐릭터였다.

“한성아!”

이한성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응? 진 훈?”

“응! 나랑······.”

“······응?”

“대련하자!”

또랑또랑한 목소리. 초롱초롱한 눈동자. 터질 듯 쥐고 있는 주먹. 그리고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바다와 같은 마력과 태산 같은 기세.

한성은 정말 쌀 뻔했다.

요즘 일진이 왜 이러냐.

성시연부터 진 훈까지.

한성은 여기서도 빠르게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잠수 탈 필요성이 있었다.

*  *  *

수업과 훈련이 계속되었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주말이 되었다.

한성은 얜 샤를과 성시연을 데리고 도서관에 들어왔다.

많은 이들이 공부하며 은은한 열기를 뿜어댔지만, 한성은 거침없이 걸었다. 워낙 넓은 도서관이라 한참을 걸으니 인적이 서서히 사라졌다.

그러다 요즘엔 아무도 찾지 않는 ‘고서(古書)’가 모인 곳에 도착했다. 한성이 몇 가지 책을 깊게 누르고 마법진을 하나 만들었다.

그러자 그곳에 포탈 하나가 생성되었다.

“일단 들어가기 전에.”

둘에게 [대상 개화]를 사용하기로 했다.

한성은 한 명씩 불렀다.

- 특수 능력 [대상 개화]를 메인 캐릭터 ‘성시연’에게 사용합니다.

- 가장 빠르게 개화 가능한 능력 [사고 가속]이 선택됩니다.

- 개화가 촉진됩니다. 일정한 훈련 동반 시, 촉진은 가속될 것입니다.

작업이 끝나자 한성의 손에서 기이한 힘이 빠져나가 성시연의 머리로 스며들었다. 성시연은 움찔 떨더니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문구를 본 모양인지 표정이 묘했다.

“진짜 되네.”

성시연과 얜 샤를은 [1차 각성]을 한 캐릭터이기에 문제 될 게 없었다.

한성은 얜 샤를까지 [대상 개화]를 마쳤다.

“이거 기분이 상당히 묘하네.”

“······나에게 이런 잠재력이 있었다니.”

성시연은 재미있다는 표정이었고, 얜 샤를은 놀랍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며 기쁜 것 같기도 했다.

또한, 둘의 한성을 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

특히 얜 샤를은 눈빛에 신뢰가 담기기 시작한 게 아주 좋은 징조였다.

“자, 들어가자.”

셋은 어렵지 않게 포탈을 통했다.

한성은 마력을 끌어올려 [빛 구슬]을 만들었다.

번쩍.

긴 통로, 오래전 상하수도로 쓰려다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 벙커로 바뀌었고 아카데미가 올라오면서 폐쇄된 곳. 그러다 마력 간섭으로 도서관 안쪽에 입구가 생성되었다.

“잘 따라와. 샤를은 전격 소환 준비하고, 성시연은 주변을 잘 살펴줘.”

“응. 알겠어.”

“어려울 건 없지.”

얜 샤를은 잔뜩 긴장한 표정이고 성시연은 하품을 할 것 같은 표정이다.

한성은 카메라를 띄웠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통로를 등지고 다리를 겹쳐 일자로 만든 후에, 양팔을 가볍게 들었다. 그래, 이 포즈다. 카메라를 내려 한성이 내려다보는 느낌. 폭발하는 자신감!

손가락의 디테일이 아주 중요하다. 간질거리는 듯, 너무 무르지 않고 날카롭게!

지금이다.

찰칵

- 완벽한 구도입니다.

“섬네일 이름은······, ‘한국 영웅 아카데미, 비밀의 방’”

- 그것보다, ‘이한성 후보생, 히든 던전을 폭파하다.’ 어떠십니까.

“오, 어그로 괜찮겠는데?”

한성과 헤일렌의 대화에 성시연과 얜 샤를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이거 히든 던전인데 튜브에 올려도 돼?”

“상관없을 거야. 보상은 우리가 다 가질 테니까.”

“그렇다면야.”

순간, 얜 샤를은 한성의 매니지먼트에 들어가기로 한 게 잘한 걸까, 후회할 뻔했다.

“일단 모여봐.”

한성은 이 던전 구성에 대해 잘 안다.

하지만 그걸 설명할 순 없다.

‘변수가 있을 가능성도 크고.’

싱글 게임이지만, 게임이니만큼 특정 알고리즘이 있고 플레이할 때마다 조금씩 변동이 있기 마련이다.

바로 지금처럼.

- 히든 던전 [포쉘의 은신처(D등급)]에 입장하였습니다.

- 입장한 후보생의 전력이 압도적입니다!

- 메인 캐릭터의 입장이 확인되었습니다.

- 히든 던전의 등급이 상승합니다!

- 긴급 퀘스트 발동!

- [포쉘의 은신처(D등급)]이 [각성한 포쉘의 은신처(C등급)]로 변경됩니다.

- 기이한 [운]이 발동됩니다.

- 던전 난이도 상승에 비례해 보상의 등급도 상승합니다!

‘하······ 이래야 세상의 끝 답지.’

이 게임이 괜히 난이도 극악이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다. 툭하면 저렇게 플레이어와 메인 캐릭터를 죽이려 한다.

그래서 말이 많지만, 그 덕에 인기가 있기도 했다.

“애들아. 긴장 좀 해야겠다.”

“응?”

“입장한 전력에 비례해 난이도가 변경되는 모양이야.”

으으으으.

먼 곳에서 소름 끼치는 신음이 들려온다.

쏴아아아.

차가운 살기, 억눌린 분노, 혼란스러운 마력.

“온다.”

한성의 경고에 얜 샤를이 양손에 전격을 소환했고 성시연은 어둠에 스며들었다.

한성은 발을 굴렀다.

쿵.

바닥에서 가공되어 올라오는 마력이 푸른 빛을 냈다. 마치 중력이 거꾸로 변한 것처럼 물방울 형상으로 올라오더니 차례로 세 개의 마법진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정보 열람]을 사용할 것도 없이 너무나 잘 아는 몬스터. 한성은 익숙하게 공략을 진행했다.

첫 번째, 음파 차단.

끼야아아아아!

스펙터의 비명은 치명적이다. 일반인은 고막이 찢겨 눈코입에서 출혈이 일 테고, 영웅이어도 한동안 소리를 듣지 못하고 균형을 잃을 정도.

하지만 한성에 의해 허무하게 막혔다.

보통 플레이어는 알고도 하지 못하는 플레이다. 하지만 한성은 고이다 못해 썩은 지 오래다.

두 번째, 워터 스프레이.

두웅. 푸쉬이이이이!

커다란 물방울이 올라오더니 순식간에 수증기로 변해 스펙터가 날아오는 곳을 가득 채웠다.

“샤를!”

샤를이 손에 든 강렬한 전격이 방사됐다.

파지지직!

번쩍! 콰아아앙!

전격은 ‘유령’으로 분류되는 몬스터의 약점이자, 단순한 속성 마법이 아닌 [이능]. 거기에 한성의 보조는 대량의 스펙터를 태워버리기 적합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세 번째, 속성 부여.

“샤를! 한 번 더!”

샤를의 전격을 한성의 검과 성시연의 무기에 부여한다.

한성과 성시연은 스펙터 무리에 뛰어들었다.

파지직.

샤를에 의해 소환된 전격은 스펙터에게 아주 효율적이었다.

“한 마리는 두자, 쓸 곳이 있어.”

한성과 성시연이 활약하자 스펙터의 수는 급격히 줄었다.

한 마리는 쓸 곳이 있어 남겨두고, 죽은 자리에 떨어진 마력석을 회수했다.

“와! 엄청 많아!”

“이게 몰이 사냥인가.”

D등급 마력석에 불과하지만, 마력 중심의 몬스터였기에 농도가 꽤 좋았다.

“자, 이 스펙터 잡고 있어 봐.”

한성은 샤를과 성시연에게 말했다. 그리곤 시스템 상점에서 급하게 구매한 [속성 봉인석]을 꺼냈다.

스펙터를 죽이지 않고 속성만 추출하는 것. 7가지의 마법이 필요했고 한성이 직접 발현하는데도 12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끼야아. 비명을 지르면서 반항했지만, 성시연이 전격이 담긴 단검으로 쿡쿡 찌르며 반쯤 죽여놔서 어렵지 않게 완성할 수 있었다.

“후, 됐다.”

- [속성 봉인석]에 스펙터를 봉인하였습니다.

- [하급 어둠 속성석]이 만들어졌습니다.

새로운 컨텐츠의 일부이자, 돈벌이였다.

“이거 뭐야?”

성시연이 물었다.

아직 모르는 게 당연했다.

[속성 봉인석]은 마법 기업에 가면 연구용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몬스터의 속성을 뽑아 속성석을 만드는 기술은 3년 후에나 등장하기 때문이다.

한성은 으쓱하곤 카메라를 끌어와 설명을 시작했다.

시간만 있다면 논문을 작성해 기고하는 방법도 있지만, 관련자들 사이에서나 유명해지는 방법이다. 게다가 그 지루하고 복잡한 일로 몇 주나 소비할 순 없었다.

물론, 공개하기 전에 만들어 놓은 건 경매에 올려 팔아먹고, 마법진과 회로의 구성은 특허 신청을 할 예정이다.

“자, 이건 속성석. 이건 스펙터 한 마리.”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게. 그러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가공된 마력으로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해 준다.

‘어둠’ 속성은 성시연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

한성은 성시연이 허리에 찬 단검 두 개를 가리켰다.

“하나만 빌려줄래?”

“응? 이거?”

“내가 재미있는 거 보여줄게. 같이 던전 클리어하는 기념으로 주는 선물이기도 하고.”

살인 병기라 불리는 성시연이지만, 속엔 ‘소녀소녀’한 감성도 품고 있다. 물론, 그게 정상적인 감성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한성은 건네받은 단검을 살폈다.

[잘 벼려진 흑색 단검(희귀)]

설명 : 무광의 흑색을 띠는 ‘묵철’로 만들어진 단단한 단검. 장인의 솜씨가 좋아 별다른 마법을 걸지도 않았음에도 능력치 상승 옵션이 부여되어있다.

- 민첩 상승 : 3

흑연의 차녀가 사용하기엔 많이 평범한 단검이었다.

한성은 마법진 몇 개를 동시에 띄웠다. 더블 캐스팅이었지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속성 부여’에 집중했다.

“보통은 마력석 가루가 섞인 잉크를 이용해 마법진을 그리고, 보석류 촉매를 이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마력을 이렇게 컨트롤 할 ‘재능’이 있다면, 그런 것은 필요가 없죠.”

아주 편하고 자연스러운 허세.

그렇게 속성석은 순식간에 녹아 단검에 스며들었다.

[잘 벼려진 흑색 단검(희귀)]

설명 : 무광의 흑색을 띠는 ‘묵철’로 만들어진 단단한 단검. 순도 높은 ‘하급 어둠 속성’이 부여되었다. 어둠 속성이 ‘묵철’과 상성이 굉장히 좋다.

- 민첩 상승 : 4

- 어둠 속성력 : 5

- 내구도 : +5%

- 어둠 저항력 : +3%

아쉽게도 등급이 오르는 일은 없었지만, 성시연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검을 찾기 힘들 정도의 무기가 나왔다.

플레이어가 아닌 이상, [1차 각성]을 했다고 해서 ‘감정’을 거치지 않고 확실한 아이템 정보를 알 순 없다. 하지만 오래 쓰던 단검이기에 손에 쥔 순간 많은 게 변했다는 건 바로 체감할 거다.

“와, 대박. 미쳤는데?”

성시연이 단검을 쥐고 몇 번 휘두르며 외쳤다. 아마 확연한 차이가 있을 거다. 특히 ‘그림자 타기’를 사용할 때면 날아다니는 기분까지 들겠지.

- 메인 캐릭터 ‘성시연’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문구다.

호감도는 한 번에 확 오를 때만 표시된다.

한성은 슬쩍 성시연의 호감도를 확인했다.

- ‘성시연’의 ‘이한성’에 대한 호감도.

- 신뢰도 : 65

- 호감도 : 76

- 애정도 : 74

‘엥?’

원래 남자는 ‘우정도’, 여자는 ‘애정도’로 표시된다. 동성애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애정도와 호감도가 70이상이라는 건······.

‘나에게 이성적인 감정이 있다는 건데?’

말이 안 된다. 몇 번이나 봤다고.

게다가 한성의 매력은 겨우 4 정도. 일반인 중에서도 아주아주 하위인 거다. 누군가 말하지 않았는가 ‘3초를 못 쳐다보겠어!’라고.

물론, 그 사람이 오버한 것도 있다.

그래도 정상적인 여자라면 한성을 남자로 보긴 힘들다.

[매력]이라는 건 ‘외모’를 비롯해 모든 인간적인 ‘매력’을 통틀어 보여주는 수치니까.

‘······성시연이 정상 하고는 거리가 멀긴 하지만.’

도대체 어디에서 매력을 느꼈던 걸까.

한성은 혹시나 해서 얜 샤를의 호감도를 열었다.

-‘얜 샤를’의 ‘이한성’에 대한 호감도.

- 신뢰도 : 68

- 호감도 : 31

- 애정도 : 22

이거다. 이게 평범한 보통 여성의 시야이지 않을까.

‘근데 22는 너무 하잖아.’

40 이상, 60 이하의 호감도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거라면, 31의 호감도는 지나가는 강아지를 볼 때 느끼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것도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말이다.

애정도 22라는 수치.

만약 이한성이 아카데미 반 단체 메시지로 ‘공개 고백’ 공격을 한다면, 얜 샤를은 바로 휴학해버릴 정도의 수치인 거다.

다른 말로 ‘수치플’이라고도 한다.

‘사람 한 명 매장하는 게 이렇게 쉬울 줄이야.’

< 던전 공략 >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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