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살려는 드릴게
랭킹전의 아침이 밝았다.
아카데미 한가운데 위치한 중앙 대연무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문제는 그 인원.
며칠이 더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인사들은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아니, 도리어 줄어든 느낌이랄까?
올해 졸업 예정생들보다 더욱 주목받는 슈퍼 루키.
제노스가 이번 랭킹전에 불참한다는 소식이, 결국 다른 이들의 귀에까지 들어갔기 때문이다.
“김샜네, 젠장.”
“끙… 십이 마탑 사람들은 엊그제 이미 최소 인원만 남기고 모두 복귀했다는군.”
“뭐, 그게 정말인가?”
“그뿐인 줄 아는가? 그중에서도 초월의 마탑 사람들은 그 최소 인원조차 남기지 않았다는데.”
“허? 아무리 제노스 델 카이클이 빠졌다지만, 그래도 눈여겨볼 아이들이 제법 있는 것으로 아는데…….”
“1등이 아니면 관심조차 두지 않겠다는 거지. 괜히 현 마탑을 이끄는 쌍두마차겠나?”
이런 대화들은 관중석 바로 아래쪽에 자리한 생도 대기석에까지 들려왔다.
“칫. 두고 보라지. 오늘이 지나기 전에, 제발 와달라고 사정하도록 만들어줄 테니까.”
입을 삐죽 내민 유리나가 곧 주변을 둘러봤다.
마치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눈까지 희번득 뜬 채.
물론, 그녀가 지목할 상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실비아 스필 세드릭. 미안하지만 내 제물이 되어줘야겠어. 제노스가 없으니, 위에서도 내심 그편을 바라고 있을 테고…….”
“저, 실비아도 이번 랭킹전에 불참한다는데?”
“뭣!?”
순간 바로 옆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유리나가 홱하고 고개를 돌렸다.
예의 말을 건넨 동급생이 흠칫 놀라더니, 이내 멋쩍은 표정으로 계속 말한다.
“명단에 없길래 혹시나 물어봤는데, 방금 주최 측에서 확인해 주더라고.”
“도대체 왜!?”
“음… 일단은 개인 가정사라고 하던데? 나로서도 그 이상은…….”
“안 돼!”
이어지는 동급생의 말에, 결국 울상을 지은 유리나가 제 머리를 쥐어뜯었다.
다시 말하지만, 일반 생도들의 랭킹전은 도전자에 한해서 치러졌다.
반드시 참가해야만 하는 졸업 예정자들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뜻이다.
물론, 여기에도 예외조항은 있었다.
학기 말 성적을 기준으로, 상위 10위권 이내의 생도들은 일 회에 한해 도전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
더불어, 도전자가 다수라면 랭킹이 높은 생도에게 우선권이 있었다.
기껏 찾아온 외부인사들이 허탕만 치지 않도록, 아카데미 차원에서 나름의 배려를 한 것이었다.
이마저도 개인 가정사와 같은 특별한 사유가 있다면, 불참이 가능하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이럴 순 없어. 내 원대한 계획을 이렇게 멋없이 끝내게 될 줄이야!”
“저기… 유리나? 결과적으로 1등과 3등이 나란히 빠지게 되었는데, 2등만 덩그러니 참가하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 일 아니겠어? 이참에 너도 방어전만 치르는 건…….”
상대가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유리나가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하면, 이 많은 사람들이 우릴 뭐라고 생각하겠어?”
“일개 생도인 우리가 그런 것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아니? 전체에 대한 비난은, 결국 나를 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이렇게 된 이상 차선책이다. 4등 나와!”
그 말과 동시에, 상대의 얼굴이 새까맣게 죽었다.
“그, 그러니까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라고. 올해만 날인 것도 아니잖아?”
“네가 왜 난리야? 아, 그러고 보니…….”
일순간 말끝을 흐리던 유리나가 게슴츠레한 눈빛을 지었다.
“내 상대가 바로 너였구나? 우드게이트.”
흠칫.
그녀의 서슬 퍼런 기세에, 우드게이트라 불린 사내아이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사실 명문이라 불리는 테라 아카데미에서,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5위권 이내는 ‘대륙급’ 유망주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 순위 안에 드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마탑에서 보는 시선 또한 달라졌으니까.
실제 5위와 6위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이런 세간의 평에 힘을 더했다.
여기서 문제.
그렇다면, 그 최상위권 생도들 사이에는 실력 차가 없느냐?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노스 정도를 제외하면 5위권 이내는 거의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즉, 상호 간의 상성에 따라 그날의 승부가 판가름 난다는 것이었는데…….
“우드게이트. 어디 실력 좀 늘었나 볼까? 내가 캠프파이어 안 한 지도 제법 되었거든.”
“히이이익!”
그런 측면에서 2등인 유리나와 4등인 우드게이트의 상성은 ‘최악’이었다.
같은 자연계열이었지만, 속박의 마법사를 꿈꾸는 이답게 우드게이트는 나무나 줄기와 관련된 마법들을 주력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때마침, 장내에 마나가 담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럼, 금년의 랭킹전을 시작하겠습니다. 대전은 상위권부터 내림차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니, 해당되는 생도들은 미리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또한 외부인사들이 괜한 시간 낭비하는 일을 방지하고자 아카데미 측에서 배려한 것이었지만, 우드게이트에게 이런 사실은 전혀 중요치 않았다.
“으아아악! 올해는 꿀 좀 빠나 싶었더니!”
그저, 자신에게 때아닌 시련을 내린 몹쓸 신만을 원망할 뿐.
***
화르르르륵!
중앙 대연무장에, 한바탕 화염의 폭풍우가 휘몰아쳤다.
그 중심에 선 인물.
뭇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유리나가 위풍도 당당하게 제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후아, 개운해라.”
그런 그녀의 앞에는 정체 모를 숯덩이(?)가 모락모락 김까지 내며 널브러져 있었다.
“그래도 제법이었어, 우드게이트.”
“끄으으으… 너, 왜 이렇게까지 나를…….”
“어머, 무슨 말을 그렇게 섭섭하게 하니? 옆에 좀 봐. 5등이랑 6등도 자기들끼리 서로 치고 박고 싸우고 있잖아? 이게 당연한 거라구.”
“우, 웃기는 소리. 아르벤과 크로커가 사이가 안 좋다는 사실은 생도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콱!
“사내들이 왜 이리 혀들이 긴지 몰라.”
“끅…….”
유리나의 발바닥에 깔린 우드게이트가 그대로 땅에 입을 박았다.
예상보다 선전한 그였지만, 결국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빨리 내려가 줘야겠지? 다음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고.”
그리 말한 유리나가 힐끗 옆을 돌아봤다.
대연무장은 둘로 나눠져 있었고, 그사이 아르벤과 크로커의 싸움도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한데, 그 기세가 사뭇 심상치 않았다.
하기야 말은 그리했지만, 유리나가 알기로도 저 둘은 무척이나 사이가 좋지 않았으니.
“근데 저 둘 다음은 분명…?”
“얼른 그 숯덩이 데리고 사라져. 방해되니까.”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녀 또래의 사내아이가 훌쩍 뛰어 올랐다.
7위에 랭크된 녀석.
스네이크 그린 아이작이었다.
“의왼데? 네가 먼저 나서서 도전권을 행사할 줄이야.”
“무슨 뜻이지?”
“확실하지 않은 승부에 목숨 거는 성격, 아니잖아?”
“미리 말하지만, 너와 싸우자고 올라온 건 아니다.”
“헤에. 그건 좀 아쉽네? 네 도전이라면 두 번도 싸워줄 의향이 있었는데. 그렇다고, 이겨야 본전인 싸움을 네가 하지도 않을 것 같은데?”
순간 스네이크가 비릿하게 미소 지었다.
“목적이 확실하다면 못해줄 것도 없지.”
“목적…?”
“아카데미 서열 7위 스네이크 그린 아이작. 도전권을 행사하겠습니다.”
멍하니 반문하는 유리나를 일별한 스네이크가 재차 외친다.
“저는 같은 7년차 생도인, 세타 쿤 이그니스를 랭킹전 상대로 지목하는 바입니다.”
“어…?”
이어지는 그의 말에 유리나가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건 다른 생도들도 마찬가지였는지, 곧 주변의 웅성거림이 커져만 갔다.
“세타 쿤 이그니스라면… 그 꼴등 말하는 거야?”
“맞는 것 같아. 곧 퇴학 예정인 낙제생.”
“굳이 왜…? 잘해야 본전이잖아. 저런 애를 상대로 이겨봐야, 득 될 게 전혀 없을 텐데…….”
“득만 안 되면 다행이게? 외부인사들도 많은데, 약한 애 괴롭힌다고 대번에 이미지만 안 좋아질걸?”
그 말대로라는 듯, 한쪽에 위치한 아카데미 관계자들의 표정이 점차 일그러져 갔다.
그리고, 그때서야 먼젓번의 일을 떠올린 유라나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너… 아직도 ‘그날’ 일을 앙심 품고 있는 거니?”
“이게 그 녀석이 원하던 바다만.”
“속이 참 좁네. 차라리 너를 상대로 지목할 걸 그랬어. 내 선에서 적당히 밟아놨으면, 이렇게까지 설치지는 못했을 텐데…….”
“입 조심해라, 유리나 벤 아리에나. 참아주는 것도 여기까지니까.”
“…….”
잠시 침묵을 지키던 유리나가 곧 묘한 표정을 지었다.
“…잘된 걸지도.”
“뭐?”
워낙 작은 목소리였기 때문인지, 스네이크가 곧장 반문했다.
“아니. 혼잣말이야. 그보다, 네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관중들의 궁금증은 풀어주고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안 그래도 그럴 작정이었으니, 너는 이만 빠져라.”
“네네, 방해꾼은 이만 사라져 드리죠.”
유리나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연무장을 내려가자, 그제야 스네이크가 주변을 둘러봤다.
“의문이 많으실 것으로 압니다.”
“스네이크 그린 아이작.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네 도전권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유는 스스로 잘 알고 있을 테지?”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 특별한 사유가 있기에, 제 도전권을 무를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사유가 있다…?”
관계자 석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스네이크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간다.
“이미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세타 쿤 이그니스는 단순한 낙제생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 왕국의 자랑. 존경하는 대 대지의 마법사 아즈문 사트리노 학장님의 추천을 받은, 그 잠재력이 너무나도 뛰어난 생도입니다.”
“크흠, 그건…….”
“바로 그분이 단언하셨습니다. 만약 이번 랭킹전에서 세타 쿤 이그니스가 눈에 보일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스스로 그에 대한 책임을 지시겠노라고.”
“……!”
그 말과 동시에, 사람들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연무장 위는 기본적으로 소리 증폭 마법이 깔려 있기에, 스네이크의 목소리는 관중석 구석구석까지 전해지고 있었다.
“저, 저 말이 사실이야?”
“어차피 퇴학은 기정사실인 것 아니었나? 학장님이 구태여 왜 그런 말씀을…?”
가만히 사태를 예의주시하던 유리나가 인상을 찡그렸다.
“하여튼 저 간신배 집안은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물론 이리 말해도 속내는 달랐다.
스네이크 그린 아이작은 꿈에도 알지 못할 테니까.
화제의 주인공은 더 이상 제가 알고 있던, 쥐뿔도 없는 낙제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난 김에 가서 격려라도 해줄까?”
다시 말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같은 아카데미 ‘친구’ 차원에서 하려는 격려였다.
며칠 전에 목격했던, 그 믿기지 않는 모습을 봐서가 절대로 아니라.
***
“하아, 하아, 하아.”
한참이나 격한 숨을 몰아쉰 내가 이윽고 전방을 주시했다.
언젠가부터, 나를 똑 닮은 분신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최초 그것이 있던 자리에는, 학장 할아버지만이 가만히 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방금 네 모습이 무엇인 줄 아느냐?”
“아니요. 저는 잘…….”
“나는 짐작 가는 바가 있다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모습은 숨기는 게 좋겠다.”
“네? 이게 남들이 말하는 각성 단계가 아닌가요? 기껏 힘을 얻게 되었는데 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반문하는 나를 향해, 학장 할아버지가 한숨을 내쉬었다.
“또 네 그 얼굴 변형 마법이 풀렸지 않느냐?”
“아…….”
손을 들어 한차례 얼굴을 매만진 내가 곧 머리를 긁적였다.
“전혀 몰랐네요.”
“새로운 힘에 너무 심취한 결과다. 좋지 않은 현상이지.”
“그래서, 제가 각성한 이 힘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음…….”
이어지는 내 물음에도, 한차례 침음을 삼킨 학장 할아버지는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용혈(龍血)의 마법사.”
“용혈의 마법사…?”
따라 중얼거리는 나를 보며, 학장 할아버지가 계속 말한다.
“나도 자세히는 모른다. 다만 그 역사를 돌이켜 보자면….”
“……?”
“그 옛날, 드래곤은 유희를 하던 중에도 이종족과 짝을 맺고, 심지어 자식까지 낳기도 했다. 지금은 드래곤이라는 종족 자체가 자취를 감추었지만, 그 당시에는 하프 드래곤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었지.”
“하프 드래곤이라니, 너무 허무맹랑한 얘기네요.”
“확실히 실제한 일이다. 인간의 몸을 가졌으면서, 인간이 아닌 초월적인 힘을 지닌 존재들. 그런 이들이, 방금의 너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지.”
“그게 사실이라면 대단한 것 아닌가요? 당장 이 힘을 드러내기만 하면…….”
내가 채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학장 할아버지가 고개를 저었다.
얼굴 위로는, 마치 철없는 손자라도 보는 듯한 표정을 한가득 지은 채.
“마지막 용혈의 마법사라는 이가 죽은 지도 벌써 수천 년이 지났다. 나도 오랜 고서에서나 봤기에 알 수나 있었던 거지. 현실이 이러할 진데, 네가 그 힘을 세상에 드러내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겠느냐?”
“그야…….”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당장 왕국에서 네 몸으로 인체 실험을 하려고 들 게다. 마탑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을 마친 학장 할아버지가 힐끗 필드 외부를 향해 곁눈질했다.
“저 아이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을 테지?”
“예? 아…….”
그 말대로, 유리나가 몽롱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데, 착각일까?
그 시선이 온통 얼굴 쪽으로 쏠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너무 실망하지는 말거라. 만약 네 선조 중에서 하프 드래곤. 그러니까 용혈의 마법사가 있는 거라면…….”
“……?”
“굳이 그 모습을 드러낼 필요도 없다. 용혈의 마법사가 가진 진정한 힘은, 강인한 육체가 아니라 드래곤과 같은 마법적 재능에 있는 거니까.”
“평소에 공부를 안 해서 그런지, 도통 이해를 못 하겠네요.”
“쉽게 얘기하자면 말이다.”
운을 뗀 학장 할아버지가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일단 재능을 각성한 상태라면, 너는 이제 그 어떤 마법도 사용할 수 있을 거라는 얘기다. 용혈의 마법사에게 주력이니 하는 개념은 무의미하다고 알고 있으니까.”
“……!”
마침내 상념에서 벗어난 내가 눈앞의 연무장을 바라봤다.
그곳에서, 오만한 표정으로 이쪽을 내려다보는 예의 재수 없는 녀석.
“학장님이 인정한 재능. 나는 기대가 크다, 세타 쿤 이그니스.”
“…저 혼자 정의의 사도라도 된 양, 진심으로 토악질 나오겠네.”
“…훗. 그 입만큼이나 실력도 있을지…….”
소리 증폭마법을 의식했는지, 스네이크가 곧장 연무장 아래로 내려섰다.
“한 가지만 물어보자.”
“유언인가?”
“대답해 줄 거면 그리 생각해도 좋고.”
“크크크. 좋아, 해봐라.”
앞으로 그려질 미래에 벌써부터 흥이라도 오르는지, 스네이크가 웃으며 턱짓했다.
“그냥. 왜 그렇게까지 학장 할아버지를 적대하는지 궁금해서.”
“일개 낙제생이 정치에도 관심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이유가 중요해? 네 입으로 알려주겠다며.”
“글쎄, 대답해 준다고 한 기억은 없는데.”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 양아치 자식.”
“큭큭큭. 왜, 나를 꺾고 협박이라도 해보지 그러나?”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
“뭐? 크하하하하!”
한바탕 폭소를 터뜨린 스네이크가 이내 연무장 위를 가리켰다.
“아주 좋아. 기대하지. 시간 끌 것도 없잖아? 바로 올라오라고.”
“그 전에, 하나만 미리 얘기할게. 내가 익숙하지도 않고 감정도 많이 상해서, 힘 조절이 조금 안 될 수도 있거든?”
“뭐라?”
진심으로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상대를 향해 나는 씨익, 하고 미소 지었다.
“혹시나 과하다 싶으면 납작 엎드려 빌라고.”
“미친…….”
“혹시 알아? 그럼 내가, 살려는 드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