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화 또 다시 사신교(2)
사신교에서 만든 것이 거의 100% 확실한 죽음의 기운들을 흡수해 나아가며 김창훈과 뉘헬은 천천히 나아갔다. 급하게 나아가지 않았다.
죽음의 기운의 양은 적지만 그 힘은 매우 강력했기에 이곳에 어떤 자들이 있을지 모르는 이상,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생명의 기척이라고는 눈꼽만큼도 느껴지지 않는군.”
김창훈의 말에 뉘헬은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한쪽 무릎을 꿇고 대지에 손을 얹은 뒤에 눈을 감았다. 그리고 탐색 마법을 사용하여 주변을 살핀 뉘헬은 감고 있던 눈을 뜨며 말했다.
“심각해. 땅 속에 벌레 한 마리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말 그대로 이 영역에 모든 ‘생명’이라는 것이 사라진 것 같군.”
“영역 안의 모든 생명이 소멸했다라…….”
김창훈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위를 살펴봤다.
“사신교에 대해서 나는 나쁘게 생각하고 있긴 했지만 심각하게는 생각하지 않았어. 그런데 아무래도 내 생각을 바꾸어야 할 것 같아.”
“심각한 놈들이라고?”
“그래. 당장 어떻게 해서라도 이놈들은 치워야 해. 그렇게 죽음을 좋아하니 그렇게 좋아하는 죽음을 선사해서 놈들이 모시는 사신에게 보내주어야지.”
그렇게 말하며 김창훈은 뉘헬을 바라보고 말했다.
“이번 일에 대해서는 진리의 탐구자 측의 전력도 빌리고 싶군.”
“물론이다. 우리도 이 정도로 일이 심각한 상황에서 손을 놓을 생각이 없다. 이곳의 모습은 제대로 내가 그분들에게 전달할 생각이다. 우리 세계의 있는 모든 이들에게도 함께.”
“그래.”
그리고 김창훈이 다시 뉘헬과 함께 검은색 안개를 향해서 나아가려고 할 때, 검은색 안개에서 무언가 튀어나와 김창훈을 향해서 쏘아졌고.
김창훈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무언가를 바라보며 손으로 그것을 잡아냈다. 김창훈의 손에 들린 것은 1m 정도 되는 투창용 창이었다.
“함정인가? 아니면 언데드 몬스터인가.”
김창훈은 그렇게 말하며 검은색 안개를 향해 말했다.
“넌 뭐냐?”
그 말에 검은색 안개 속에서 한 괴인이 나타났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네놈이구나. 이곳에 있던 우리 교도들을 죽인 자가.”
그 사람이 한 말에 김창훈은 담담히 그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분명 겉모습은 사람인데, 생명의 기운은 없다. 마치 그냥 좀비 한 마리를 보는 기분이야. 언데드치고는 아주 뛰어난 상태인걸?”
“큭. 언데드라니. 우리를 그딴 저급한 것으로 취급하지 마라. 우리는 사신의 힘을 온전히 이어받은 진정한 사제다.”
“오호. 사제라. 그래서?”
“네놈에게 사신님의 위대함을 보여 주마.”
그리고 사제란 자가 손을 뻗자 김창훈의 손에 있던 검은색의 창이 연기로 변하며 사제의 옆으로 흘러가더니, 사제의 손에서 다시 검은색의 창으로 바뀌었다.
“신기한 무기네.”
“무기가 아니라 사신께서 주신 권능의 일부다. 어리석은 놈. 너는 지금부터 그 권능의 일부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김창훈의 주변에 검은색 연기들이 피어오르더니 그 연기들이 일제히 검은색의 창이 되어 김창훈을 향해서 쏘아졌다. 김창훈은 그 검은색의 창들을 바라만 보고 있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위로 점프한 후에 그대로 허공을 박차며 사제란 자를 향해서 돌진했다.
“어딜!”
사제의 뒤에 있던 검은색의 안개들이 사제의 손짓에 김창훈과 사제의 사이에 나타나더니 그대로 굳으며 검은색의 벽이 되었다. 김창훈은 천마파천장을 사용하여 그 검은색의 벽을 파괴하였다.
폭음과 함께 부서진 검은색의 벽. 이에 사제는 조금 놀란 얼굴을 하였으나 당황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천마파천장을 사용하며 생긴 김창훈의 빈틈을 노려 공격들을 감행하였으나.
김창훈이 다시 한번 허공을 박차고 이동하며 사제의 공격들을 피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사제의 머리 위로 떨어지며 천마뇌절각을 다리에 사용하여 이동용이 아닌.
공격용으로써 사용하여 그대로 사제의 몸을 머리부터 발까지 반으로 갈라 버릴 생각을 한 김창훈이었지만, 사제는 다시 한번 죽음의 기운으로 이루어진 검은색 안개를 자신의 앞에 모아서 벽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벽과 김창훈의 다리가 충돌하자 폭음과 함께 그 여파로 주변에 큰 후폭풍이 생겼다. 김창훈은 살짝 놀라며 자신의 발을 막고 있는 ‘벽’을 바라보았다.
“이건 좀 놀랍군. 내 공격을 막아냈다고?”
“네놈이 강하다고 하나, 사신님의 힘과 그 권능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그저 하나의 필멸자에 불과하다! 죽음을 받아들여라! 필멸자여!!!”
김창훈의 발을 막고 있던 검은색의 벽이 다시 검은색의 안개가 되어서 흩어지며 동시에 김창훈의 몸을 감싸려고 하자, 김창훈은 급하게 허공을 박차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그런 자신을 쫒아 오는 안개를 본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런 식으로 사용한다 이건가.”
그리고 양손에 천마파천장을 사용하여 동시에 두 손을 뻗었다. 김창훈을 쫒아 오던 안개는 벽이 되어서 천마파천장의 힘을 버티려고 했으나, 버티지 못하고 파괴되었고 그 틈에 김창훈은 순식간에 사제를 향해서 돌진하였다.
그러나 그의 주변에 있는 안개들이 일제히 거대한 가시가 되어서 더 이상 김창훈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였는데, 그렇다고 김창훈의 발걸음을 막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 있게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며 자신을 감싼 가시들과 충돌했다. 하지만 가시들은 부서졌으나 김창훈의 몸에는 그 어떠한 상처도 생기지 않았다.
김창훈의 몸을 보호하는 천마반탄강기가 가시들로부터 김창훈의 몸을 지키며 역으로 가시들을 파괴한 것이었다. 동시에 사제는 살짝 당황했는데, 그런 사제를 보며 김창훈이 손을 뻗었다.
천마뇌절각, 천마파천장, 천마대멸겁. 이 3가지 초식을 융합한 일격. 그 일격은 검은색의 안개를 소멸시키며 나아가 사제를 덮쳤다.
“후우. 조금 쓸 만했지만 뭐, 딱 거기까지지.”
사제를 처리하고 이제 남은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려고 할 때, 검은색의 안개가 창이 되어서 김창훈의 몸을 찔렀다. 물론 그의 몸을 보호하는 천마반탄강기에 의해서 그것은 실패했다.
하지만 안개로 흩어졌어야 할 기운이 다시 창이 되었다는 사실에 김창훈은 자신의 공격이 작렬한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머리는 일부만 남았지만, 나머지 몸의 부위들이 빠르게 재생하고 있는 사제가 있었다.
“흐흐흐. 강하군. 아주 강해. 이 정도면 대사제님과도 싸울 수 있겠군. 하지만 이것이 너의 한계다.”
그 말에 김창훈은 담담히 사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나만 물어보자. 어떻게 안 죽은 거야?”
“어리석기는. 그래서 네가 필멸자라고 불리는 거다. 우리는 사신님의 축복과 그 힘을 온몸으로 받아들여 불멸의 존재가 되었다. 죽음의 기운이 가득한 우리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 말에 김창훈이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고 있을 때, 뉘헬이 말했다.
“죽음의 기운이 가득하다. 이는 곧, 저들은 이미 죽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지금 김창훈. 그대가 하려고 하는 것은 이미 죽은 존재를 다시 죽이려고 하는 것이지.”
“언데드들은 잘만 죽였는데?
“죽인 것이 아니라 파괴하고 소멸시킨 것이지. 그리고 그것들은 어떤 특수한 힘으로 움직이기에 그 원인을 제거하면 저절로 힘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마법사가 만든 언데드들은 마법사를 죽이면 단순한 시체가 되어 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지.”
“그러면 이놈은?”
“스스로의 힘으로 완전히 죽어서 스스로의 의지로 움직이는 언데드라고 하면 되겠군. 우리들도 가능성만 논했지 설마 정말로 저런 것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뉘헬의 말에 김창훈이 다시 사제를 바라보자 그는 완전히 자신의 온몸을 재생했을 뿐만 아니라 입고 있던 검은색의 옷도 완전히 재생하였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흐흐흐. 그래. 그 말대로다. 나는 이미 죽어 있다. 사신님의 품에 있는 것이지. 그런데 죽은 존재를 어떻게 다시 죽일 생각이지? 어쭙잖은 그런 언데드로 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나는 온전히 살아 있는 몸에서 죽음의 축복을 받아 죽은 몸이 된 것이지. 내 영혼은 언제나 내 의지로 살아 있다. 육체란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너희들과 나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말이다.”
사제의 말에 김창훈은 담담히 말했다.
“잘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쉽게 죽일 수 없다 이거로군.”
“멍청하기는 쉽게 죽일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나는 죽어 있기 때문에 날 죽일 수 없다는 거다.”
사제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건 어디 한번 해보자고. 그 전에 먼저.”
천마기공이 운용되며 주변에 있던 죽음의 기운들이 김창훈의 몸에 흡수되기 시작하자 그것을 본 사제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감히 죽음의 힘을 받아들이겠다는 건가? 네놈 따위가?”
“그 죽음의 힘이라는 것이 내 몸보신하기에 딱 좋은 힘이라서 말이야. 그러면 다시 계속 해볼까? 사제.”
그리고 김창훈은 다시 천마뇌절각을 사용하여 순식간에 사제를 향해서 돌진했다. 사제는 자신의 코앞에 나타난 김창훈을 향해 검은색의 안개를 조종하여 거대한 창 수십 개를 만들어서 발사하였지만, 전부 김창훈의 몸에 닿지 못했다.
“어디까지 버티나 한번 보자고.”
다시 한번 천마파천장이 사용되자, 미처 방어하지 못한 사제의 온몸에 천마파천장이 적중되었다. 사제의 몸은 거의 가루가 될 정도로 파괴가 되었다.
그럼에도 사제의 몸은 빠르게 재생하고 있었다.
“흐하하하! 이해를 못 했구나! 어리석은 필멸자여! 나는 죽지 않는다! 나는 불멸의 존재이다!”
김창훈은 웃으며 말하는 사제를 침착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 멍청하기는. 자신의 약점을 너무 대놓고 보여 주잖아.
그때 천마의 목소리가 김창훈에게 들려왔다. 그리고 김창훈은 그런 천마의 말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 죽음의 기운을 사망에 뿌려 두어서 뭘 하나 싶었는데 이런 용도로 써먹는가 보군. 이놈들 얍삽하구만. 내가 가장 싫어하는 자들이다.
천마의 말에 김창훈은 완전히 몸을 재생한 사제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사제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오오! 이것이야말로 사신님의 축복! 그 축복이야말로 불멸! 사신님의 축복으로 인해서 나는 죽음을 뛰어넘었다! 나야말로 불멸의 존재이다!”
그 외침에 김창훈은 가만히 사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글쎄. 불멸이라고 말하는 것치고는 너무 약한데.”
“뭐라고?”
“너. 죽음의 기운으로 부활하고 있잖아.”
사제의 몸이 파괴될 때, 죽음의 기운이 모여 사제의 몸을 형성한다. 그것을 2번이나 본 김창훈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불멸은 얼어 죽을 불멸. 그냥 죽음의 기운으로 자신의 몸을 계속 재생하는 것에 불과하면서. 뭐, 지역 한정 불멸이라고 하면 인정하지.”
김창훈의 몸에 흡수되는 죽음의 기운이 점점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김창훈이 작정하고 죽음의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죽음의 기운을 모두 흡수한 후에도 과연 네가 재생할 수 있을지 기대하지. 불멸이라며? 그러면 그 후에도 제대로 부활해 보라고.”
“건방진!!!!”
사제는 그렇게 외치며 아직 남아 있는 죽음의 기운들을 움직여 김창훈을 공격하였고 김창훈은 그 공격을 천마파천장으로 모두 파괴한 후에 다시 한번 천마대멸겁으로 사제의 몸을 가루로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재생하는 사제를 보며 김창훈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기대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