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화 죽음의 초월자(2)
뒤로 밀려나는 김창훈을 향해서 뻗어오는 회색의 빛. 그것을 본 김창훈은 다시 손을 뻗어 그 회색의 빛을 받아쳤다.
천마군림보의 허공답보를 이용하여 허공을 밞으며 버티고 있는 김창훈은 사신교 교주를 보며 미소 지었다.
“아까의 여유가 사라졌잖아. 느긋하게 하자고, 사신교 교주.”
김창훈의 말대로 아까의 느긋함은 사라졌다. 김창훈이 수호령의 힘을 흡수하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그녀의 얼굴에 여유가 사라졌다.
“죽음은 모두에게 평등하다.”
그 말을 하며 수호령의 팔을 휘두르는 사신교 교주. 자신에게 오는 수호령의 팔을 보며 김창훈은 다시 한번 주먹을 뻗어 수호령의 팔을 받아친다.
수호령의 또 다른 팔이 오지만 이번에는 김창훈도 또 다른 손을 뻗어 그 공격을 막아낸다.
“이대로 하루 종일 해보자고. 누가 더 유리한지에 대해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되겠지. 물론 너나 나나, 이미 그 답을 확실하게 알고 있지만 말이야.”
김창훈은 여유가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결국 자신이 이긴다고 확신했다. 김창훈의 내공 소모는 지금 최소화되고 있었다.
천마무무를 전력을 다해서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천마기를 소모한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지금 천마기를 회복하고 있기에 방금 한 말 그대로.
그는 지금 상태라면 하루 종일이 아니라 며칠 동안 싸우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나 상대는 아니다. 아무리 초월자라고 하나 힘은 무한하지 않았다.
그 증거로 사신교의 교주의 얼굴에서 사라진 미소와 여유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쉽게 쓰러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결국 이긴다.’
뉘헬의 말대로 또 다른 초월자인 폭염룡 베우스티와의 싸움이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베우스티와 싸움에서도 김창훈은 천마강림을 사용해도 승부를 확실하게 결정짓지 못했다.
그렇기에 몇 시간을 더 추가로 싸워야 했고 그 싸움에서 자신이 계속 베우스티의 힘을 흡수하며 싸우는 것으로 인해서 베우스티는 2배로 힘을 소모해야 했다.
그러니 결국 베우스티는 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체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마나가 없으면 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해도 싸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김창훈은 자신의 승리를 자신했다. 사신교 교주가 한 말을 토대로 보자면 그녀는 초월자와 싸운 적이 없다.
그러나 반대로 김창훈은 그 경험이 있다. 그리고 그 경험에서 나오는 차이는 김창훈의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격차를 보여 주고 있었다.
“죽음에 저항하지 마라!”
사신교 교주의 외침과 함께 그녀의 두 손에서 회색의 빛이, 그리고 수호령의 두 주먹이. 4개의 공격이 동시에 김창훈을 향해서 쏘아졌고 그 공격들을 본 김창훈은 침착하게 손을 내밀었다.
“죽음에 저항하는 것은 모든 생명체들의 본능이다! 멍청한 여자야!”
천마무무를 사용하여 전력을 다한 천마대멸겁의 사용. 김창훈의 손에서 어둠이 뻗어나가고 그 어둠과 검은색의 두 손, 회색의 빛이 충돌하며 다시 한번 세계를 뒤흔든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서로 타격을 받지 않았다. 수호령의 수호로 사신교의 교주는 멀쩡했고 김창훈은 힘에서 오히려 그가 앞섰기에 멀쩡한 것이 당연했다.
사신교 교주가 발사한 회색의 빛과 수호령의 두 손에 있는 힘을 흡수하여 그 위력을 일부나마 감소시켰고 그 덕분에 힘의 우위를 점한 것이었다.
“그 잔재주로 어디까지 통할 것 같으냐.”
사신교 교주의 몸에서 회색의 빛이 나기 시작하며 그녀의 손에 뼈로 이루어진 두 자루의 검이 나타나 양손에 각각 하나씩 쥐어졌다.
“잔재주는 여기까지다. 확실하게 사신님의 제물로 바쳐 주겠다, 인간.”
“내가 죽을 때는 내가 정한다. 그 전에는 절대로 죽고 싶지 않아. 그러니 최대한 발버둥 쳐 주지.”
그렇게 다시 충돌하는 두 사람. 김창훈은 사신교의 교주와 싸우면서도, 주변의 모든 것이 파괴된 와중에도, 홀로 꼿꼿하게 버티고 있는 거대한 뼈로 이루어진 탑을 보며 말했다.
“저 탑을 부수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 말에 사신교 교주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감히! 신물에 눈을 들이는 것이냐! 이 이교도가!!!!”
사신교의 교주의 지금까지 없었던 강렬한 반응에 김창훈은 살짝 미소 지었다. 저걸 이용하면 좀 더 자신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천마만상!”
수천 개의 천마강기로 이루어진 창이 김창훈의 주변에 나타났고 그 창이 사신교의 교주가 아닌 그녀가 지키려고 하는 뼈로 이루어진 탑을 향해서 쏘아진다.
그것을 본 사신교의 교주가 급히 몸을 돌려서 천마만상의 창들이 향하는 곳으로 이동하더니 자신의 두 검을 휘두르며 동시에 수호령의 힘을 최대로 발휘하여 뼈로 이루어진 탑을 지키기 위해서 모든 힘을 다 사용하였다.
그 모습을 본 김창훈은 미소와 함께 천마기를 압축하기 시작하였다. 천마만상으로 인해서 만들어진 수천 개의 창들을 모두 방어하던 사신교 교주가 크게 분노하며 김창훈을 바라보았다.
“죽음이란 축복을 경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넌 영원히 고통 받을 것이다!”
그 외침에 김창훈은 피식 웃어 보이며 말했다.
“말했지만 난 안 죽어. 똥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도 모르냐.”
자신이 가진 천마기의 반을 압축하여 한 점에 모은 김창훈은 미소와 함께 천마무무를 사용한다.
“이것도 막아라.”
천마대멸겁에 다른 천마신공의 모든 초식들의 힘을 하나로 합친 후에 사용한다. 김창훈의 손에서 뿜어진 거대한 어둠이 뼈로 이루어진 거대한 탑을 향해서 쏘아지자 사신교의 교주가 다시 한번 수호령의 모든 힘을 사용하며 그 어둠을 막아냈다.
그것을 보며 김창훈은 조용히 자신의 최후의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을 준비했다.
- 사용하는군.
“상대가 상대입니다. 사용하지 않고 끝내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하겠죠. 개인적으로는 사용하지 않고 끝냈으면 했지만요.”
더욱 강해진 천마기의 반을 소모하여 압축한 일격. 그 일격 속에서도 사신교의 교주는 죽지 않았다. 그녀를 보호하는 수호령의 힘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그녀는 멀쩡했고 그녀가 지키려고 하던 뼈로 이루어진 탑 또한 멀쩡했다.
“천마강림.”
김창훈이 가진 최후의 무기. 그것이 발현되자 김창훈의 몸 안에서 천마기들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하며 그 힘이 계속 압축되고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다.
그 상태로 김창훈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곧바로 사신교의 교주를 향해서 돌진했다. 천마강림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 지금의 너라면 5분 정도 유지 가능할 거다.
천마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순식간에 도달한 사신교의 교주 앞에서 손을 뻗는다. 사신교의 교주가 이에 반응하며 수호령의 손이 사신교의 교주를 지키기 위해서 나타났다.
그리고 그 손과 김창훈의 손이 충돌하자 지금까지와 다르게 수호령의 손이 뒤로 밀려났고 그 충격을 받은 사신교 교주 또한 뒤로 밀려났다.
사신교 교주가 놀라며 김창훈을 바라볼 때, 김창훈은 그에 대응하지 않고 계속 공격을 이어갔다. 천마무무를 여전히 사용한 상태로 천마파천장과 천마붕산권을 하나로 담아서 사용한다.
천마강림을 사용한 상태에서 2개의 초식을 하나로 합쳐서 사용하는 것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제대로 될지도 몰랐고 그 위력도 몰랐다.
그러나 다행히 초식의 융합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막대한 천마기가 요동치며 그의 손에 뭉쳤고 그 손에서 뭉친 천마기가 김창훈의 주먹을 통해서 방출된다.
“바보 같은!”
사신교 교주의 외침에 김창훈은 미소 지었다. 수호령의 손은 김창훈의 주먹을 막았다. 하지만 그 대가로 수호령의 손이 파괴된 것이다.
천마강림을 사용한 상태에서 2개의 초식을 합쳐서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위력을 가지는지 보여 주는 예라고 봐도 무방했다.
“다시 말하지만 죽는 건 내가 아니라 너다.”
그리고 김창훈은 다시 공격을 이어갔다. 이번에도 사신교 교주를 지키는 수호령의 손이 나섰지만 남아 있던 손 하나도 김창훈이 파괴시켰다.
두 손을 잃자 수호령은 직접 몸을 움직여서 검은색의 그림자와 회색의 두 눈뿐인 몸으로 김창훈을 향해서 돌격했는데, 그것 또한 김창훈의 주먹에 박살 나며 그림자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사신님의 수호령이!!!”
경악하는 사신교의 교주를 보며 김창훈은 말없이 발을 뻗는다. 사신교의 교주는 자신을 부수기 위해서 다가오는 김창훈의 발을 보며 이를 악물고 자신의 손에 들린 뼈로 이루어진 검 두 자루를 교차로 움직였다.
김창훈의 발을 막으려고 한 것이었고 이것은 최고의 악수가 되어서 돌아왔다. 천마뇌절각, 그리고 천마파천장의 힘이 하나로 합쳐진 김창훈의 발차기는 사신교 교주가 막을 수 있는 수준의 힘이 아니었다.
뼈로 이루어진 두 검이 완전히 부서지고 나아가 사신교 교주의 몸에 김창훈의 발에 충돌하며 그대로 사라진다. 어떠한 소리도 없이, 허공에서 김창훈의 발이 만들어낸 검은색의 선에 따라서 사라진다.
이에 김창훈은 미소를 지었다. 이것으로 완벽하게 마무리를 지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때.
- 강하구나, 인간이여.
그의 머릿속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김창훈은 긴장하며 주위를 살펴봤다. 그때, 사신교 교주가 신물이라고 불리는 뼈로 이루어진 거대한 탑이 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 내 교도들이 많이 죽었다. 그 원한, 갚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지.
뼈로 이루어진 거대한 탑에서 회색의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자 그것을 본 김창훈은 본능적으로 저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피할 수 있다는 그림이 떠오르지 않았다.
- 죽음을 맞이해라.
그리고 회색의 연기가 김창훈을 향해서 쏘아지자 김창훈이 전력을 다해서 저항을 하려고 할 때.
- 살고 싶다면 몸의 통제권을 넘겨라.
천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김창훈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몸이 멋대로 움직였다. 그의 몸에 있던 천마기가 모두 소모되며 김창훈이 주먹을 쥐고 그대로 주먹을 뻗자 회색의 연기가 그 주먹에서 뿜어지는 어둠과 충돌하며 사라진다.
“애들 싸움에 끼어들다니. 미쳤군, 사신.”
- 천마, 아직도 살아 있구나.
“죽을 일이 없더라고. 그보다 주제 넘어. 그 자세는 뭐야? 설마 진짜 죽음을 다스리는 신이라고 해서 안 죽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신도 죽어. 그것을 내가 몸소 체험했지. 내가 직접 죽였으니까.”
- 그 오만함. 어디까지 갈지 지켜보겠다.
그리고 뼈로 이루어진 거대한 탑이 가루가 되어서 사라지기 시작하자 곧 김창훈은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았다.
“도대체 방금 그건 뭡니까.”
김창훈은 덜덜 떨리는 자신의 두 손을 보며 말했다. 일순간이지만 그는 죽는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절대적인 힘이었다.
- 신을 너무 자극하면 안 된다는 거다. 네가 그 인간들을 다 죽였으니 그 인간들이 모시는 신이 열받아서 널 죽이려고 했던 거지. 그걸 내가 막아 준 거고. 그보다 어때? ‘죽음’을 직접 경험한 소감은. 끝내주지?
“끝내주기는 무엇이 끝내줍니까. 인생이 끝날 뻔했는데요.”
- 흐하하하! 그래도 살아남았잖아? 그러니 끝내주는 거야! 뭐,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닐 거다. 내가 무리하게 네 몸을 썼으니까. 당분간은 쭉 요양하라고. 제대로 된 전투는 당분간 무리다.
“끄응. 그보다 방금 그 주먹은 뭡니까?”
- 언젠가 네가 천마신공 12레벨에 도달하면 사용할 수 있는 거다. 그보다 그만 돌아가라. 여기 더 있어 봐야 좋을 것 없다.
그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멀리서 뉘헬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