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SS등급 헌터(3)
국제 헌터 협회에서 사람이 온다는 말을 동생에게 듣고 이틀 후. 그는 자신의 집 대문 앞에 서 있는 사람과 마주했다.
“당신이 온 거군요.”
“여기가 당신 집이군.”
“서울에 있는 집은 부모님에게 드렸거든요. 그보다 의외네요. 기다렸습니까?”
“평소에는 집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왔는데, 타이밍이 안 좋았던 것 같군.”
“예. 마침 집에 식료품과 필수품들이 떨어져서 시장 갔다 왔거든요.”
그 말과 함께 김창훈은 집의 대문을 열며 말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온 겁니까? 프로즌.”
“자세한 이야기는 안에서 하지.”
프로즌의 말에 김창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 후 김창훈은 소파에 프로즌을 앉으라고 한 후 간단하게 커피를 타서 그녀에게 가져다주고 말했다.
“그래서 본론이 뭡니까?”
“내가 온 이유는 2가지다. 하나는 네가 SS등급 헌터로서 공식적으로 인정되었다는 거다.”
“오, 그렇군요.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요.”
“너는 우리들에게 있어 최고의 위험분자가 되었다는 것이지.”
“위험분자란 단어는 좀 그렇군요. 그래서 어쩌겠다는 겁니까? 그 수갑도 저에게는 통하지 않는데 말이죠.”
“그래서 널 감시할 사람을 둘 거다.”
감시라는 말에 김창훈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제가 왜 협회장과 그 간부들과 싸웠는지 잊은 겁니까?”
“아니, 잊지 않았다.”
“그러면 그런 말을 하면 안 될 텐데요.”
“감시는 내가 직접 한다. 너와 이 집에서 같이 살면서 말이지.”
그 말에 김창훈은 인상을 찌푸렸다.
“감시를 이렇게 대놓고 한다고요?”
“원한다면 날 취해도 된다. 그 정도는 나도 각오하지.”
“원하지 않는 여자랑 관계 갖는 취미는 없습니다. 제가 무슨 성범죄자인 줄 아십니까?”
“그것도 상관없다면 여기서 지내도록 하지.”
“그러니까 그걸 제가 반대한다는 겁니다.”
“미안하지만 거절은 거부하지. 그것이 정말로 싫다면 날 죽여라.”
프로즌의 단호한 말에 김창훈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는 네가 가진 힘을 인정한다. 그 힘이면 정말로 많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겠지. 그러나 동시에 너무 위험하다.”
“정말로 그래서 절 감시한다는 겁니까?”
“표면적으로는 그렇지.”
“표면적으로?”
그 말에 프로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의 존재를 불안해하는 이들은 한둘이 아니다. 심지어 어떤 국가에서는 대놓고 너의 힘을 견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 뉴스를 본 기억은 없는데요?”
“조용히 말한 거지. 다른 몇몇 국가들도 그 말에 동의를 했다.”
“중국하고 북한하고 일본이요?”
“유감스럽게도 가장 먼저 이야기를 꺼낸 것도 그 3개의 국가다. 북한은 아직 휴전 중이니까 그렇다고 하지만, 중국하고 일본은 정말로 이 나라를 싫어하더군.”
“우리도 그 두 나라를 싫어하니까 상관없어요. 그보다 그 이유로 절 감시하는 겁니까?”
“안 하려고 해도 그들이 내민 명분이 문제였다. 너는 수갑을 차서 제압되어 있는, 저항할 수 없는 이들을 죽였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너도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다.”
“변명할 생각도 없고요.”
“그래서다. 앞으로 1년이다. 나는 1년 동안 널 지켜보며 널 평가할 거다. 정말로 괜찮은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딱 1년만 같이 있는 겁니까?”
“그래. 아무리 불편해도 참아라. 그나마 이것도 그들을 설득해서 얻어낸 결과다. 만약 이것을 네가 거부한다면 그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데요? 전쟁이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누가 이길지 뻔히 알면서요?”
“물론 네가 승리하겠지. 하지만 그 전쟁의 피해가 너 이외의 다른 모든 이들에게 퍼질 거다.”
프로즌의 말에 김창훈은 입을 닫았다.
“넌 강하다. 하지만 결국 넌 혼자지. 여러 국가에서 합심해서 나선다면 그들은 네가 아닌 이 국가를 노릴 거다. 그러면 이 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대한민국으로서는 널 어떻게 할지 뻔하지.”
“죽이지는 못할 테니까 절 추방하겠죠.”
“그래. 그 후에 너는 분명 분노에 차서 자신에게 전쟁을 선포한 국가들을 찾아가 난리를 피울 거고.”
“그렇게 하겠죠.”
“그리고 그 와중에 몇 명이나 죽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들이 정말로 열받아서, 널 죽이지는 못하니 복수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을 공격하면? 그때는?”
“너무 비약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싶지만 우리를 공격할 기회만 노리고 있는 국가들이 있으니 아니라고 말하기도 힘드네요.”
“그러니 불편해도 딱 1년만 참으면 된다. 그러면 더 이상 그들도 뭐라고 말 못 할 테니까. 무엇보다 이 1년 동안 나는 널 도와서 새로운 국제기구 창설을 진행할 거다.”
“그걸 진행하는데 절 돕는다는 건 무슨 말입니까?”
“국제기구는 그냥 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 국제 헌터 협회를 무너트리고 간판을 바꾸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아예 밑에서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그건 알겠는데 그걸 왜 저랑 하는 겁니까?”
“국제 헌터 협회의 협회장이 되고 싶다고 한 사람은 너다.”
“제가 언제요?”
“댓글 조작. 모를 거라고 생각했나?”
그 말에 김창훈은 뜨끔했다.
“그걸 퍼트린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그러니 1년 동안 나랑 있으면서 새로운 국제기구에 대한 이야기를 할 거다. 그리고 나는 그 안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고 그들은 거기에 맞춰서 새로운 국제기구의 준비를 할 거다.”
“누구죠? 그걸 한다는 이들이.”
“국제 헌터 협회에 있는 여러 사람들이지. 그들도 완전히 새로운 곳에서 새 출발 하자는 말에 동의를 했다. 그들이 너를 도울 거다. 그리고 넌 새롭게 창설하는 국제기구에 장이 되는 거지. 이 정도면 네가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는 것이니 나와 지내는 1년도 그렇게 나쁘지 않을 거다. 나를 널 감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국제기구를 위해서 같이 일하는 동료로 생각하면 한결 편할 거다.”
“끄응. 알겠습니다.”
“그리고 원하면 같이 한 침대에서 지내면서 섹-”
“아아, 알겠습니다. 빈 방은 많으니까 아무거나 잡아서 쓰세요.”
김창훈의 말에 프로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그리고 내가 사용할 물품들은 새롭게 다 구매해야 하는데. 언제 외출하나?”
그녀의 말에 김창훈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내일 같이 서울로 가죠. 거기서 사겠습니다.”
“그러지.”
“그리고, 새로운 국제기구 창설에 대한 이야기. 좀 더 자세하게 해 보죠.”
“알겠다.”
그 후 두 사람은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사이에 국제 헌터 협회 본부가 있는 LA에서는 그림 리퍼가 대대적으로 기자들을 모아놓고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었다.
* * *
“이번 사태를 비롯한 국제 헌터 협회 내부에 있는 범죄에 대해서 저희는 철저하게 범죄자들을 추적하여 체포할 것이며 이에 불응하는 이들은 그 자리에서 즉시 사살할 겁니다. 만일 스스로 자수할 경우 그 죄를 경감해 주니 가능한 자수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또한 국제 헌터 협회가 부패의 온상이 되었다는 것에 우리는 국제 헌터 협회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 말에 기자들이 웅성거렸다.
“국제 헌터 협회는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사라질 겁니다. 단순히 이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겁니다. 저와 같은 리퍼들을 포함한 헌터 면허 등등 여러 가지 일들을 이제 각 국가나 새로운 국제기구를 창설하여 처리할 겁니다.”
새로운 국제기구 창설이라는 말에 기자들의 입이 근질근질해졌다. 당장 물어보고 싶은 것이 산더미였으나 아직 질문 시간이 아니기에 질문을 할 수 없었다.
“물론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릴 것이며, 여러 가지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진행할 것입니다. 보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그리고 보다 더 나은 헌터들의 권익을 위해서라도 지금의 국제 헌터 협회는 사라지는 것이 옳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마지막으로 새로운 SS등급을 창설할 겁니다. 그리고 그 SS등급 면허를 받을 최초의 주인공은 이미 여러분들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창훈의 강력한 반발로 무효가 되었던 SS등급이 창설되었다는 그림 리퍼의 말에 카메라들의 셔터 소리는 더욱 높아진다.
“동시에 김창훈 헌터가 가진 힘의 위험성을 여러 국가에서 건의를 하였습니다. 이에 우리는 리퍼 프로즌을 김창훈 헌터의 집으로 보내서 그를 1년 동안 밀착 감시를 할 겁니다.”
밀착 감시라는 말에 기자들은 놀라며 그림 리퍼를 바라보았다. 김창훈이 왜 국제 헌터 협회와 싸움을 시작했는지 생각하면 이는 엄청난 일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사실을 김창훈 헌터에게 승인을 받았습니다. 딱 1년이라는 부분과 사람들이 불안해한다는 부분에서 김창훈 헌터는 1년간 자신을 희생한다는 생각으로 이 모든 조건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기에 이 시간 이후로 김창훈 헌터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말씀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한 인간이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기 위해서 1년간 자신의 모든 자유를 포기하고 인권적인 모독이 될 수 있는 것을 승인한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림 리퍼는 자신의 손에 들린 연설문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기자분들의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기자들이 손을 들었고 그렇게 최초의 SS등급 헌터의 등장과 국제 헌터 협회의 해체, 그리고 새로운 국제기구의 창설에 대한 이야기가 전 세계에 퍼지기 시작했다.
* * *
다음 날 아침. 프로즌을 조수석에 태우고 운전하던 김창훈은 차 안에 있는 라디오를 통해서 뉴스를 들으며 말했다.
“진짜 제대로 질렀네요.”
“물론입니다. 애초에 그럴 계획이었으니까요.”
“국제 헌터 협회가 사라진다…….”
회귀 전에는 없었던 일이다. 이들의 부패가 세상에 공개되어도 간부진과 협회장이 바뀌었을 뿐, 국제 헌터 협회는 그대로 있었는데. 지금은 그 국제 헌터 협회가 사라진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겠네요.”
“각오한 일입니다.”
“국제 헌터 협회가 하던 일들이 많은데 그걸 어떻게 나누어야 할지 고민도 많겠네요.”
“헌터 면허 같은 경우는 계속 새로운 국제기구의 임무가 될 겁니다. 전 세계에서 통용되도록 만들어야 하기에 이 부분은 어쩔 수 없습니다. 괜히 각 국가마다 다른 기준을 만들게 된다면 헌터들의 실력이 들쭉날쭉해질 테니까요.”
“그렇겠죠.”
“그 이외에도 지금 국제 헌터 협회가 하는 여러 가지 기능들 중 최대한 다른 곳에 넘길 수 있는 일들은 넘길 생각입니다. 너무 과도한 권한이 모여서 생긴 부패가 어떤 것인지 모두 봤으니 그걸 최소화할 생각입니다.”
“그것도 좋죠. 어제 대략적으로 이야기한 그대로 해 보자고요.”
그렇게 말하며 김창훈은 천천히 차를 세웠다.
“내리세요.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주차장에서 내렸다. 둘이 도착한 곳은 어느 백화점의 지하주차장이었다.
“여기서 물건들 필요한 거 다 구매하도록 하죠.”
“예. 그러죠.”
그렇게 두 사람은 위층으로 올라서 프로즌이 1년간 지내면서 필요한 물건들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이 두 사람의 동행은 화제가 되었다.
감시당하는 사람과 감시하는 사람이라고는 하나, 세계 최초의 SS등급 헌터인 20대 초반의 남성과 S등급 헌터인 20대 중반의 아름다운 미녀의 동행은 관심거리가 안 될 수가 없었으니 당연했다.
백화점 직원들이 놀라거나 수군거리기는 했지만, 그것들을 무시하며 두 사람은 익숙하다는 듯이 쇼핑을 하였고 필요한 물건을 다 구매한 두 사람은 다시 강원도로 향했다. 인터넷에 어떤 폭탄이 터졌는지 모른 상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