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화 SS등급 헌터(2)
한국으로 돌아 온 김창훈은 인천 국제공항에서 바로 서울에 있는 자신의 부모님의 집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부모님과 함께 하루 시간을 보낸 후 김창훈은 강원도에 있는.
이제는 별장이 아니라 자신의 집이 되어 버린 곳에서 미리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야 했다.
“모두들 일찍 오셨네요. 저도 일찍 출발했다고 생각하는데.”
“늙어서 줄어드는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정력이 대표적이고 그 다음이 바로 잠이다.”
마이클 킴의 말에 옆에 있던 검왕이 말했다.
“그래도 명색이 한국 헌터 협회 협회장이니 어디 가서 그런 저질 농담 하지 마세요. 나라 망신입니다.”
“그래서 여기서 하잖냐.”
그리고 마이클 킴이 김창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거하게 사고 쳤더구나.”
“어디를 가든 제 인기가 좋더군요. 남자들의 인기는 사양하고 싶은데 묘하게 남자들이 절 좋아합니다.”
그 말에 검왕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잘 해결된 거냐?”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그림 리퍼에게 단단히 일러 주고 오기는 했습니다. 만일 협회장과 간부가 만든 세력의 헌터들이 절 건드린다면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고. 그러니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알아서 잘 차단하라고.”
김창훈의 말에 마이클 킴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세상에, 그 양반에게 협박을 했다고? 이거 대단하군!”
“그걸 대단하다고 칭찬할 때입니까? 그 그림 리퍼라고요, 그림 리퍼!”
검왕은 기겁하며 말하지만 마이클 킴은 상관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대단하다고 하는 거지. 다른 누구도 아닌 그 괴물에게 그런 소리를 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크게 웃는 마이클 킴을 뒤로하고 검왕이 김창훈에게 말했다.
“너. 그림 리퍼가 누군지 몰라서 그래?”
“알죠.”
한국에서 저승사자로 유명한 김새현. 그런 그의 선조격이 되는 인물이 바로 그림 리퍼였다. 범죄자에게 절대로 그 어떠한 자비도 없는 인물이다.
초대 국제 헌터 협회 회장이 그런 그를 리퍼의 수장으로 모셔왔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그는 여전히 전 세계를 종횡무진하며 범죄자들을 죽이는 또 다른 범죄자가 되었을 거라고 그림 리퍼 스스로 말하기도 할 정도다.
물론 지금이라고 다른 것은 없다. 그림 리퍼는 여전히 범죄자에게 있어서 단호하게 대처한다. 하지만 예전과 다르게 한 번의 기회를 준다.
항복해라. 얌전히 체포되어라. 이런 한 마디의 말을 하고 약간의 시간을 준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만약 범죄자가 순순히 체포가 안 된다면 그 즉시 사살한다.
어디가 바뀌었냐고 묻는다면 예전에는 그냥 바로 죽였다면 지금은 최소한 한 번 기회를 준다는 점이 바뀐 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사람에게 찍혔다는 것은 검왕의 말대로 절대로 좋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김창훈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림 리퍼. 분명히 아주 대단한 인물이다. 그 많은 범죄자들을 죽이고, 범죄자들 또한 그림 리퍼를 죽이려고 노력하지만 역으로 자신을 미끼로 삼아서 그들을 다 토벌하는 미친 실력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나와 그림 리퍼 사이에는 절대적인 힘의 차이가 있지.’
그림 리퍼의 전력을 다한 공격으로, 김창훈을 죽일 수 없다. 천마반탄강기를 뚫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충격은 줄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충격을 주는 것이 전부다. 그 이상의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김창훈이 당당하게 그림 리퍼를 협박한 것이고, 그림 리퍼 또한 그의 협박을 받아들인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뭐, 나도 그 살벌한 놈에게 한 방 먹인 것은 좋은데. 뒤끝이 좋지 않을 거다.”
다 웃고 난 후에 마이클 킴이 김창훈에게 경고를 하였다. 하지만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죽고 나서 벌어지는 일까지 제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저승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염라대왕님이 조금 무섭기는 하지만 그건 그때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님 앞에 서서 생각하도록 하죠.”
“살아있을 때는 문제없다는 거구나.”
“저보다 더 강한 각성자가 나타날 수 있죠. 당장 몬스터들 중에서는 제가 어떻게 하지 못하는 몬스터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나름 수련에 수련을 더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냐. 그러면 열심히 해라. 아, 그리고 남은 S등급 던전에서는 아직 보스 몬스터를 찾지 못했다. 찾으면 바로 연락할 테니 오도록 해라. 이 땅에 있는 S등급 던전들. 다 없애야지.”
“물론입니다.”
그 말에 마이클 킴은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려서 공간이동 마법을 사용해서 사라졌다. 그리고 검왕은 김창훈을 보며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안에 술 있나?”
“물론이죠.”
“그러면 그 술이나 마시며 이야기하지. 솔직히 나도 도대체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하니까.”
그 말에 김창훈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선배님에게 무용담을 들려주는 날이 다 오네요.”
김창훈의 말에 검왕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다. 너에게 무용담을 듣는 것은 좀 더 시간이 흐른 후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네.”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그러면 들어오시죠.”
그리고 김창훈과 검왕은 그의 집에 들어갔고. 이날 하루 종일 김창훈은 자신이 미국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하였고 검왕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즐거워하였다.
* * *
“일이 좀 커진 것 같아서 걱정이군.”
“그렇게 걱정할 것 없지 않습니까? 회장님. 형은 이미 정당방위 판결이 났는걸요?”
“나도 그러면 좋겠는데.”
그렇게 말하며 대한 그룹의 회장은 김창훈의 동생이자 그의 매니저인 김창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국제 헌터 협회에서 연락이 왔네.”
“거기서요?”
“그래. 조만간 사람을 한 명 보낸다고 하더군. 자세한 것은 그 사람과 이야기하라고 하였어.”
“그런 이야기를 왜 우리 회사에…….”
“그가 우리 회사 소속이니까 그러겠지. 무엇보다 그들도 직접 만나는 것은 조금 부담스러웠던 것 같아. 하긴 나라도 그렇겠어. 직접 눈앞에서 20명의 S등급 헌터들을 망설임 없이 죽이는 것을 봤는데 누가 겁먹지 않을까.”
그 말에 김창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제 형이기는 하지만 좀 살벌하기는 하죠. 저도 종종 무섭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자네는 그나마 친동생이니까 그 정도로 끝나는 거야. 나는 마주치기도 겁나는군.”
“에이. 너무 오버하시는 거죠, 그건. 그보다 이 말을 형한테 전달하면 되는 건가요? 회장님.”
“그래. 그리고 여전히 CF나 같은 건 절대로 안 한다고 하나?”
“예. 아마 제가 보기에는 평생 하지 않을걸요?”
“미국에서 자주 기자 회견을 열고 인터뷰도 하고 방송에도 좀 나와서 조금 바뀐 줄 알았거늘.”
“에이. 그건 잠깐 나온 거죠. 당시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꾸려고 했던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다시는 그런 일 없을걸요? 이번과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에는 말이죠.”
“그렇군.”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말은 꺼내 보겠습니다.”
“그래 주면 나야 고맙지.”
“저도 월급 받는 사람이니 월급 값을 해야죠.”
“하하. 그건 그렇지. 그러면 앞으로도 열심히 일해 주기르 바라네, 김창수 사원.”
“물론입니다, 회장님. 그러면 나가보겠습니다.”
그리고 김창수는 대한 그룹 회장이 머무는 회장실에서 나와 바로 자신의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 왜?
“형. 국제 헌터 협회에서 사람이 파견된다고 해.”
- 협회에서?
“어.”
- 나한테?
“그러면 나한테 보내겠어? 당연히 형한테 보내는 거지.”
- 흠. 그들이 왜 그러지? 난 충분히 할 것 다 한 것 같은데. 설마 이제 와서 날 체포해 가겠다는 건가?
“그건 나도 모르지. 어찌 되었든 오면 알지? 잘 대해야 한다.”
- 내가 머무는 곳으로 바로 온다고 했어?
“아니. 아마 회사로 올 것 같은데.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 참고하도록 할게.
그렇게 말하고 김창훈이 통화를 종료하고 김창수는 자신의 일터로 향했다.
“오늘도 신나게 전화 돌려야겠네.”
미국의 사건 이후로 김창훈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이 뜻은 곧, 김창훈과 어떻게든 접촉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더욱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의 매니저인 김창수가 더욱 바빠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좋아. 힘내자! 나!”
* * *
“국제 헌터 협회라.”
그렇게 중얼거리며 김창훈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연락이 늦었다고 생각이 드는군.”
“그보다는 당신이 너무 빨리 온 것 아닙니까? 그림 리퍼.”
그 말에 조용히 커피를 마시고 있던 그림 리퍼가 컵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그리고 또 하나 말하자면 나는 그 일로 온 것이 아니야. 내가 온 것은 상당히 개인적인 목적으로 온 거지.”
“개인적인 목적이요? 한창 바쁠 텐데요, 지금.”
“그렇기는 하지. 그동안 처리하지 못하고 있던 범죄자들을 대대적으로 토벌하고 있으니까. 뒤가 구린 놈들은 알아서 자수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도망치는 놈들도 있어. 그 때문에 우리들의 일은 더 늘어났지.”
“그래도 좋은 일이죠. 범죄자들을 합법적으로 재판에 올릴 기회가 생겼으니까요.”
“죽여도 좋고.”
“합법적으로 말이죠.”
그 말에 그림 리퍼는 잠시 웃었다. 그 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
“내가 온 목적은 간단하네. 자네의 생각이 알고 싶어서야.”
“제 생각이요?”
“그래. 화려하게 국제 헌터 협회를 뒤집어서 범죄자들을 처리할 수 있게 해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그 쓰레기 같은 놈들을 다 죽인 것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고.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야.”
“그 이후라…….”
“본디 지키는 것이 빼앗는 것보다 더 어려운 법이야. 지금 국제 헌터 협회는 그 허물만 남아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야. 일부, 아니, 대다수의 헌터들이 자신들에게 걸린 제약에 반발하고 있어.”
“그렇겠죠. 누구도 자신의 위치를 일일이 신고하며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 제도가 있기에 헌터들의 범죄율이 떨어진 것은 명백한 사실이야. 나는 그 제도를 없앨 생각이 없어.”
“그건 저도 동의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뭡니까?”
“어떤 이들은 자네가 아예 새로운 국제 헌터 협회의 협회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하는 이들이 있더군. 나이는 어리지만 그만큼 과감하고 결단력이 있으니 지금의 휘청거리는 국제 헌터 협회를 다시 바로잡기에는 제대로 된 적임자라고.”
“호오. 그래서 저보고 협회장을 하라고 하는 겁니까?”
“아니. 그럴 수는 없지.”
그 말에 김창훈은 살짝 김이 빠졌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러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새로운 국제기구를 하나 만들 생각이 없나?”
“새로운 국제기구요?”
“그래. 국제 헌터 협회는 이미 썩을 대로 썩었어. 사람들이 더 이상 이들을 신뢰하지 않아. 그런 의미에서 기존의 것을 부수고 새롭게 만들자는 의견들이 많더군. 자네가 그 새로운 국제기구의 수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온 거야.”
그 말에 김창훈이 침을 삼키며 말했다.
“진심입니까?”
“그래. 단지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 다른 이들의 생각은 아니야. 당장은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일단 그 일부터 다 정리한 후에 진지하게 논의를 해야겠지. 그때가 되면 나는 너의 손을 들어 줄 거다. 그러니 생각이 있다면 진지하게 고민해 보도록. 그 말을 하고 싶어서 온 것이니까.”
그리고 그림 리퍼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 그리고 커피는 잘 먹었네.”
그 말과 함께 그림 리퍼가 그림자와 함께 사라지자 김창훈이 웃으며 말했다.
“계획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