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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791화 (1,790/1,826)

§ 나는 될놈이다 1791화

오래전부터 아스비안 제국을 지키며 활약해 온 귀족 전사대.

이들은 다른 왕국의 기사단에 버금가는 고급 인력이었다.

그런 이들을 왜 다른 곳에 보냈던가?

‘아스비안 제국 황제 부활했을 때 그놈 편을 들 가능성이 높아서 보내버렸었지.’

태현이 괜히 아키서스의 권능을 찾아오라고 보냈던 게 아니었다.

폭군 황제, 용사냥꾼 우이포아틀이 부활했을 때 놈의 편을 들 가능성이 높아서 보내버린 것이었다.

‘일단 우이포아틀이 죽은 지 한참 지나서 다행이긴 한데….’

태현은 멀리서 나팔을 울리면서 다가오는 귀족 전사대의 모습에 살짝 불안해졌다.

황제 우이포아틀이 죽은 지 꽤 되긴 했지만, 완전히 안전한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 우이포아틀을 보내버린 게 태현 아니었던가.

재수 없을 경우 ‘저놈이 우이포아틀을 죽였다!’라고 반응할지도….

-저기 제국의 진정한 계승자가 계신다!

“!”

태현은 아스비안 귀족 전사대 사이에 어디서 많이 본 얼굴들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건 바로 고대 제국의 죄수들이었다.

-제국의 진정한 계승자께서 굶주린 혼돈과 맞서 싸우고 계신다!

[아스비안 제국 귀족 전사대가 돌격을 준비합니다!]

[고대 제국의 죄수들이…]

[……]

[……]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 이들은 모여서 굶주린 혼돈에게 공격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귀족 전사대의 귀환-고대 제국 계승>

아스비안 제국을 지키는 귀족 전사대는 굶주린 혼돈과 맞서 싸우는 당신을 위해 귀환했다.

귀족 전사대들에게 당신의 진정한 강함을 증명해라!

그리 한다면 귀족 전사대들은 당신을 고대 제국의 계승자로 인정할 것이다.

보상: ?, ????

<고대 제국 죄수들의 귀환-…>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기회는 기회다!’

대체 저놈들이 어쩌다가 저렇게 만나서 같이 온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카르바노그 손이라도 빌려야 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서 기쁜 건 사실이었다.

“귀족 전사대! 굶주린 혼돈을 견제해다오!”

[화술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아스비안 제국 귀족 전사대가 당신의 태도에 불만을 가집니다!]

[설득에 실패합니다!]

“?!”

-제국의 계승자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진정한 제국의 계승자는 부탁하지 않는다!

“…야! 귀족 전사대 놈들아! 굶주린 혼돈 견제해라!”

[화술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아스비안 제국 귀족 전사대가 당신의 명령을 기꺼이 수행합니다!]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돌격! 돌격!!

“…….”

목숨을 걸고 돌격하는 아스비안 제국 귀족 전사대의 모습에, 태현은 할 말이 많았지만 꾹 참았다.

일단은 아군이었으니까!

“굶주린 혼돈의 발이 묶였어. 다시 공격해!”

이세연은 후방에서 나타난 원군을 기회로 삼아 언데드 대군단을 전진시켰다.

그와 동시에 니팅거스를 포함한 원정대의 강력한 전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를 따르라!

[드래곤 리치, 니팅거스가 브레스를 시전합니다!]

[레드 드래곤, 불불이가…]

[……]

[……]

원정대 쪽에 있던 전력들이 차례대로 튀어나오면서 공격을 퍼붓자,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원정대 플레이어들은 하늘을 가르고 내리꽂히는 드래곤의 브레스에 경탄했다.

이런 전력까지 있었을 줄이야!

-아키서스의 키메라들을 풀어라!

-굶주린 혼돈의 발을 더 묶어!

아키서스 교단의 성기사들은 키메라들과 훈련된 악마들을 풀었다.

원정대 플레이어들은 협곡을 질주하는 키메라와 악마들의 모습에 황당해했다.

저런 놈들까지 써먹을 줄이야!

[승리의 함성이 터져 나옵니다!]

“!”

검을 휘두르던 태현은 메시지창에 고개를 들었다.

후방에서 또 새로운 아군이 나타나고 있었다.

‘설마 고대 제국의….’

황자가 말했던 제국의 전력들이 이제야 도착한 것일까?

[고대 제국 전사의 후예들이 전장에 도착합니다!]

[공격 속도가 크게…]

[……]

‘…아니잖아.’

고대 제국이 들어가서 순간 기대했지만, 저 고대 제국 전사의 후예들은 제국의 전력들이 아니었다.

저번에 태현이 만나서 퀘스트를 깬 NPC들일 뿐.

[고대 제국 전사장이 당신을 돕기 위해…]

-제국의 계승자를 도와라!

-제국의 이름을 위하여!

그런 태현의 실망과 별개로 고대 제국 전사들은 정말 열심히 싸웠다.

아스비안 제국의 귀족 전사대들과 합류해서 밀어붙이자 굶주린 혼돈도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이들부터 먼저 처리하려고 했다.

협곡 입구에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다.

[제국의 대마법이 시전됩니다!]

“!”

태현은 또 한바탕 싸우다가 고개를 들었다.

설마?

[카르바노그가 아닐 것 같다고 중얼거립니다.]

[카프 산맥의 다크 엘프들이 굶주린 혼돈을 공격하기 위해 참전합니다!]

[카프 산맥의 드워프들이 굶주린 혼돈을 공격하기 위해 참전합니다!]

“…….”

너희는 진짜 왜 왔냐??

태현은 황당해했다.

아스비안 제국 귀족 전사대는 일단 태현과 같은 편일 때가 있었고, 고대 제국 전사들은 근본을 따지면 태현과 같은 편이었으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남부 대륙 카프 산맥의 다크 엘프들과 드워프들은 태현과 반대편에서 싸웠던 놈들 아닌가.

굶주린 혼돈 섬기던 놈들이 왜 갑자기?

-우리를 속인 굶주린 혼돈에게 원한을 갚겠다!

-놈을 쓰러뜨려라!!

“어, 어떻게 할까요?”

“…일단 같은 편이니까 같이 싸우자고.”

태현은 황당했지만 일단 내버려 두기로 했다.

일단은 같은 편이었으니까!

그 이후로도 추가적으로 등장하는 지원군들은 계속해서 나타났다.

싸움이 길어지면서 대륙 곳곳에서 도움이 찾아온 것이다.

[흩어져 있던 성기사들이 집결합니다!]

[파이토스 교단의 성기사들이…]

[에랑스 왕국이 멸망하고 사라졌던 기사단이 다시 나타납니다!]

[당신을 돕기 위해…]

“그래그래. 잘 왔다! 저쪽으로 가라!”

처음에는 깜짝 놀라고 기뻐했던 태현도 이제 슬슬 심드렁해졌다.

나타났냐?

그래 그러면 저기 옆에 가서 싸워!

이제 여기서 조금만 더 나타나면 줄을 세우고 번호표를 뽑아야 할 것 같았다.

[카르바노그가 조심하라고 말합니다!]

■■■■■■■!!!!

굶주린 혼돈이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태현이 타고 있는 거대 토끼 동상을 노렸다.

하도 사방에서 적들이 성가시게 구니, 우두머리 같아 보이는 태현을 먼저 끝장내려는 속셈이었다.

[고대 제국의 지하 토끼 동상이 크게 파손됩니다!]

[내구도가…]

[기계공학 스킬이 높습니다! 동상이 계속해서 움직입니다!]

콱!

굶주린 혼돈의 촉수가 토끼 동상을 관통했지만 태현은 오히려 이걸 기회로 삼았다.

“놈을 잡았다! 공격해!”

촉수를 붙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더욱더 딜을 쑤셔박기 시작한 것이다.

굶주린 혼돈은 토끼 동상째로 삼켜버리기 위해 접근했지만, 오히려 이렇게 접근하면 토끼 동상의 모든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장착된 폭탄이…]

[기계공학 스킬이 매우 높…]

[……]

[……]

동상에 장착되어 있던 폭탄들이 아낌없이 폭발하고 추가 데미지를 넣었다.

화려한 폭발에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거지! 이거지!!!”

“이걸 위해서….”

“나중에 떠들고 재장전해라!”

“예!”

[굶주린 혼돈의 체력이 절반 밑으로 떨어집니다!]

[굶주린 혼돈이 처음으로 공포를 느낍니다!]

이만한 공격을 두들겨 맞았는데도 고작 HP를 절반 깎았다는 게 공포스러웠지만, 원정대 플레이어들 중 어느 누구도 물러서진 않았다.

대신 더욱더 몰아붙였다. 메시지창이 오히려 희망을 준 것이다.

‘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충분히…!’

[굶주린 혼돈이 더욱더 포악해집니다!]

[굶주린 혼돈이 스스로를 잡아먹습니다.]

[체력이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굶주린 혼돈이 더욱더 강해집니다!]

“…!”

“!!!”

“피해!!!”

태현은 플레이어들에게 다급히 외쳤다. 공격을 퍼붓던 플레이어들도 일제히 거리를 벌렸다.

굶주린 혼돈이 순식간에 토끼 동상을 휘감더니 도망치지 못하게 칭칭 감았다.

[토끼 동상의 움직임이 완전히 봉쇄됩니다!]

[힘 스탯의 차이가 심합니다! 저항에 실패…]

[카르바노그가 안 된다고 애타게 외칩니다!]

‘늦었다!’

태현은 토끼 동상을 포기해야 할 때가 왔다는 걸 깨달았다.

어차피 굶주린 혼돈과 싸우면서 계속해서 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싸우다 보면 부서지게 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까지 고마웠다.’

[고대 제국의 토끼 동상이 자폭합니다!]

[카르바노그가 고마웠다고 인사합니다!]

태현은 토끼 동상을 터뜨리고 뛰어내렸다.

굶주린 혼돈과 가까이 붙은 토끼 동상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주변을 날려버렸다.

[폭발이…!]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굶주린 혼돈이 울부짖습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크게 증가합니다!]

[최고급 기계공학 스킬이 전설 기계공학 스킬로 변합니다.]

[모든 기계공학 관련 스킬에 추가 보너스가 들어갑니다.]

[모든 기계공학 관련 아이템에…]

[……]

[굶주린 혼돈이 장막을 펼치고 차원을 분리시킵니다.]

[휘말립니다!]

“!”

거리를 벌린 다른 원정대 플레이어들과 달리, 태현과 몇몇 랭커들은 피할 틈도 없이 그대로 휘말려서 끌려갔다.

협곡 가운데에 시커먼 반원형 구체가 생기고 태현이 그 안에 들어가자 원정대 플레이어들은 대결실색했다.

“구해!!!”

“뭐하냐, 기계공학 대장장이 놈들아! 폭탄이라도 날려!”

“뭐든 좋으니까 꺼내서 날리라고!”

평소에 그렇게 듣고 싶었던 말을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기쁘지 않았다.

어떤 폭탄을 날려도 장막이 뚫리지 않았던 것이다.

[폭발이 사그라듭니다!]

[장막이…]

“더 강한 걸 갖고 와!”

“안 먹힙니다!”

“이… 이런 굴욕이…! 더 강한 걸 만들었어야 했는데!”

“너무 안일했습니다…!”

[고대 제국의 깃발이 휘날립니다!]

[고대 제국의 은둔자 군단이 나타납니다!]

[굶주린 혼돈을 상대하기 위해, 대륙의 저편으로 사라졌던 고대 제국의 전력이 돌아옵니다!]

-대륙의 모험가들이 싸우고 있습니다.

-참으로 기특하다. 제국은 사라졌지만, 저렇게 모험가들이 싸우고 있는 한 제국은 사라진 게 아니다! 제국의 계승자여, 들으라! 우리 옛 사람들이 굶주린 혼돈과 싸우기 위해 왔….

“아, 지금 대사 읊을 때입니까!?”

“빨리 공격 안 해요!? 지금 늦게 와서 김태현은 갇혔는데!!”

“왜 이렇게 늦게 오는 건데! 사이 안 좋은 다크 엘프들도 당신들보다는 빨리 왔어!”

-?!?!

뒤늦게 나타난 고대 제국의 숨겨진 전력들은 모험가들의 매서운 반응에 당황했다.

어… 어라?

감동해 줄 줄 알았는데??

* * *

“오히려 좋아. 보스 몬스터의 발악일 뿐이야!”

언데드 군단을 지휘하다가 같이 휘말려 들어온 이세연은 랭커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외쳤다.

“이런 스킬을 썼다는 것 자체가 거의 잡았다는 거니까!”

‘맞는 말이긴 한데.’

태현은 캄캄해진 천장과 벽을 보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보스 몬스터들이 HP 많이 깎이면 숨겨놓은 스킬을 꺼내고 발악을 하듯이, 굶주린 혼돈도 비슷한 걸 하고 있었다.

문제는 굶주린 혼돈의 발악은 차원이 다르다는 점!

기껏 기계공학 스킬을 전설 찍었는데 쓸 기회도 없이 여기 끌려오자 태현의 마음은 복잡해졌다.

‘지금 폭발 괜히 했다가 아군한테 피해가 갈 수도… 케인이 있으면 편할 텐데.’

“김태현.”

“?”

이세연이 속삭이자 태현은 고개를 돌렸다.

“스킬 쓸 거 있으면 눈치 보지 말고 써. 지금 그럴 때 아니니까.”

이세연은 태현의 생각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판온에는 아군이 있을 때 쓰기 껄끄러운 스킬들이 몇 개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아군이 좀 죽더라도….

“폭발 같은 것도 되나?”

“역시 그거야?”

“안 되면….”

“아니야! 아니야! 써!”

이세연은 황급히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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