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778화 (1,777/1,826)

§ 나는 될놈이다 1778화

“쉴 시간 없어! 더 밟아!!”

“지금 최대로 밟고 있습니다!”

[로켓이 과열되었습니다!]

[운전이 불안정해집니다!]

골짜기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붉게 달아오른 로켓의 모습에 안절부절못했다.

이렇게 되면 언제 통제를 잃고 추락할지 모르는 것이다.

“기다렸다가 수리하고 가는 게 낫지 않….”

“더 밟으라고.”

“…앗. 예.”

이다비가 정색하고 말하자 기계공학 플레이어들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화 안 내던 사람이 화를 내면 더 무서운 법.

이다비가 정색하자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그야말로 얼어붙었다.

파워 워리어 소속 랭커들은 길마를 위로했다.

“괜찮을 겁니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너 아래로 던져줄 테니까 네가 가서 괜찮나 경험해 볼래?”

“…….”

“…….”

랭커들은 조용히 찌그러졌다.

뒤에서 다 같이 탈것 타고 날아오고 있는 원정대 랭커들도 겁먹고 입을 다물었다.

-길마님 제대로 화나셨다.

-그러니까 골드 욕심 좀 그만 내라고 했잖아.

-지금 그거 때문 같아 보이냐??

협곡에서 마법진을 성공적으로 왜곡시킨 후 탈출에 성공한 이다비와 마법사 랭커들.

당연히 태현도 알아서 뚫고 나올 줄 알았는데, 이다비는 뒤늦게 태현이 젝스칼과 일대일로 맞붙게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젝스칼만으로도 걱정되는 상황에서 포르볼리오까지!

굶주린 혼돈의 네임드 중 네임드를 둘이나 혼자 상대한 상황.

게다가 사방에서 적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한시라도 빨리 구하러 가야 한다!

“괜… 괜찮을 거야.”

케인은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다. 그러나 케인의 팔들은 벌벌벌 떨리고 있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최상윤이 속으로 생각했다.

‘위로해 주려는 놈이 저러면 더 불안할 것 같은데.’

“지금 아직 잘 버티고 계십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허세 부리는 거 같다고!”

정수혁의 말에 케인은 답답하다는 듯이 외쳤다.

매도 맞아본 놈이 잘 안다고 태현에게 몇 번 공격 받아본 적 있는 케인은 태현의 패턴을 잘 알았다.

태현의 상태가 멀쩡했다면 모여 있는 놈들에게 굳이 협박을 하지 않고 바로 공격을 시작했을 터.

그렇지 않다는 것 자체가 안 좋은 상황을 의미했다.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지.”

“맞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이런저런 스킬들을 숨겨놓으시잖습니까. 게다가 희한한 퀘스트들도 많이 받고 말입니다.”

둘은 이다비를 달래다가 어느새 케인을 달래고 있었다.

케인이 계속 벌벌벌 떨어서였다.

“그, 그런가? 사실 이렇게 갈 필요 없었나?”

“아니. 그건 아니고.”

“…역시 위험한 거 맞잖아! 네놈들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어휴. 귀찮은 놈.’

최상윤은 케인을 한 대 때리려다가 보는 눈이 많아서 참았다.

지금 판온의 눈이란 눈이 모두 다 이쪽으로 집중되고 있었다.

태현이 혼자 들어가서 굶주린 혼돈의 네임드들을 쓸어버린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잘못 때렸다가는 ‘원정대 내분’ 같은 기사가 전 세계에 올라올 수도….

“태현이가 이런 상황에 한두 번 처한 것도 아니고. 괜찮을 거다. 게다가 여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이다비는 빠져나온 뒤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원정대 랭커들을 데리고 최고 속도로 내달리고 있었다.

파티원들도 상황을 파악한 만큼 전력을 다해서 달리는 중이었다.

오죽하면 골짜기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 ‘속도 좀 늦춰주세요’라고 부탁할 정도일까.

“그… 그렇지? 잠깐. 이렇게 많이 가는 것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란 거 아니야?”

“아오.”

“공격하시면 안 됩니다!”

* * *

[굶주린 혼돈의 퀘스트가 갱신됩니다!]

[아키서스의 후계자를 잡으십시오.]

[굶주린 혼돈의 퀘스트가 갱신됩니다!]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아키서스의 후계자를 잡으십시오!]

[굶주린 혼돈의 모든 하수인들에게 강제적으로 명령이 내려옵니다!]

[아키서스의…]

[……]

“갑시다!”

다들 우왕좌왕하거나 혼란스러워하면서 눈치를 보고 있는 동안에도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스미스와 친위대 랭커들이었다.

싸울까, 말까를 고민하던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도 스미스의 등장에 침을 꼴깍 삼켰다.

‘드디어 제대로 붙는구나!’

말만 무성했던 태현과 스미스의 대결.

1차전은 태현의 승리였고, 2차전은 스미스의 판정승이었다(적어도 스미스 친위대는 그렇게 주장했다).

만약 이번에 3차전이 열린다면 정말 서로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김태현 놈은 무슨 배짱인지 단독으로 돌입해서 젝스칼과 포르볼리오를 갈아버리면서 ‘붙어보자’를 시전하고 있었고….

스미스는 스미스대로 굶주린 혼돈의 퀘스트가 이렇게 나오는 상황에서 절대로 물러설 리 없을 것 아닌가.

“스미스가 이길 수 있을 것 같냐?”

“글… 글쎄….”

랭커들도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원래라면 스미스가 이겼을 거라고 강하게 말했을 것이다.

굶주린 혼돈에 가입해서 가장 많은 성장을 한 게 바로 스미스였으니까.

여러 사기적인 스킬들을 혼자서 독점하고, 각종 경험치와 퀘스트를 몰아 받은 만큼 랭커들 중 가장 레벨이 높은 게 아닌가 하는 추측까지 있었다.

차원 실종으로 잠시 퀘스트가 막히긴 했지만, 거기서도 굶주린 혼돈의 퀘스트를 추가로 깨고 돌아온 만큼 오히려 더 강해졌다고 봐야 했다.

…겉모습은 꽤 많이 이상해졌지만!

하지만 거기에 맞서는 태현도 보통은 아니었다.

왕국을 불태운지 얼마나 됐다고 나타나서 젝스칼과 포르볼리오를 썰어버리고 기어코 전설 검술 스킬을 찍지 않았던가.

아무리 태현이라지만, 검술 관련 직업도 아닌 랭커가 전설 검술 스킬을 달성했다는 건 충격적이었다.

[굶주린 혼돈이 명령합니다.]

[참가하라고…]

[……]

‘아. 더럽게 뭐라고 하네.’

랭커들은 굶주린 혼돈의 메시지 창을 무시했다.

공적치 포인트 좀 깎이거나 저주 조금 받는 정도로 그들을 움직이게 만들 수는 없었다.

조금 더 간을 보고….

[굶주린 혼돈이 분노합니다.]

그러나 랭커들은 착각하고 있었다.

플레이어들에게 서로 죽이라고 명령을 내렸을 때부터, 굶주린 혼돈의 인내심은 바닥나 있었던 것이다.

[굶주린 혼돈이 힘을 흡수하기 시작합니다!]

[HP가 빠르게 감소합니다!]

[저항에 실패합니다!]

“!??”

“뭐… 뭐?!”

퀘스트 조금 미적거렸다고 바로 로그아웃을 시켜버리는 살벌한 페널티에 랭커들은 경악했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움직이십시오!]

* * *

‘스미스다!’

포위망을 뚫고 길을 만들어내던 태현은 멀리서 달려오는 적들을 보고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편하게 가진 못하는군.’

[카르바노그가 주의하라고 말합니다!]

[굶주린 혼돈의 힘이 내리꽂힙니다!]

멀리서 스미스가 거대한 무기를 휘두르자 하늘에서 굶주린 혼돈의 힘이 태현을 노리고 쏟아져 내려왔다.

태현은 빠르게 피하면서 쫓아들어오는 공격을 검으로 잘라냈다.

[전설 검술 스킬로 인해 반격의 검에 추가 보너스를…]

[굶주린 혼돈의 힘을 그대로 돌려보냅니다!]

꽝!

스미스는 네 개의 팔로 든 방패를 휘둘러 가볍게 반격을 막아낸 다음 태현을 향해 돌진했다.

저번 일로 어지간히 화가 나있었는지 이번에는 인사도 없었다.

‘시간 안 끌겠다 이거군.’

하긴 태현이 스미스여도 대화를 하진 않았을 것이다.

말을 할 때마다 말려드는데….

달려드는 스미스를 향해 태현은 검을 들었다.

지금처럼 몸이 엉망진창인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건 전설 검술 스킬밖에 없었다.

-아키서스의 다섯 번째 공격!

[아키서스의 마검이 검에 깃듭니다!]

[검이 당신을…]

[전설 검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마검이 당신에게 굴종합니다!]

태현이 들고 있는 검에서 요사스러운 소리와 함께 주변이 뒤흔들렸다.

마검의 힘이 공기를 찢어발기며 달려드는 스미스를 타격했다.

쿠르르릉!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검술 스킬이 높습니다. 상대의 방어를 뚫고 약점에…]

[……]

[……]

[굶주린 혼돈의 일격이 당신을 공격합니다!]

-아키서스의 상급 비전 방어, 황제 살해자의 분노!

태현은 지금 사용 가능한 장비의 스킬들을 총동원해서 공격을 막고 거리를 벌렸다.

스미스는 자기 HP가 쭉쭉 깎이는 상황에서도 기어코 태현을 맞받아치려고 했다.

평소라면 태현이 먼저 뚫었겠지만 지금 상황은 좋지 않았다.

‘젠장. 시간이….’

HP부터 시작해서 각종 스킬들의 쿨타임과 덕지덕지 붙은 디버프들이 이렇게 성가시게 느껴진 것도 처음이었다.

[굶주린 혼돈의 저주로 인해 아이템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굶주린 혼돈의 힘으로 인해 아이템 사용시 페널티가…]

[굶주린 혼돈…]

[……]

“조심하십시오!”

스미스 친위대원들이 태현의 공격을 몸으로 막았다.

아무리 스미스가 각종 버프로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태현의 공격은 지나치게 살벌했다.

방금도 자칫했다가는 스미스의 방어와 회복을 뚫고 먼저 쓰러뜨릴 뻔한 것이다.

“일대일로 붙는 걸 못 봤군.”

태현은 빈정거렸다.

딱히 진심을 담아서 하는 말은 아니었고 그냥 상대방을 좀 더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태현이야 필요하면 언제든지 여럿이서 공격할 수 있는 사람이었지만 판온 랭커들 중에서 은근히 저런 걸 신경 쓰는 사람들이 있었다.

“…!”

친위대 랭커들도 그랬는지 표정이 변했다. 스미스를 존경하는 만큼 더 굴욕적이었을 것이다.

“반드시 잡는다!”

“흔들리지 마십시오!”

친위대 랭커들이 먼저 덤벼들자 오히려 태현에게는 시간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스미스가 몇 대 맞든 짐승처럼 돌진하는 게 지금 상황에서 가장 위협적이었던 것이다.

‘시간을 번다!’

태현은 친위대 랭커 한 명을 검술 스킬로 요리하면서 시간을 끌었다.

아군이 공격을 퍼붓고 있는 동안에는 스미스도 쉽게 움직이지 못할 테니까.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갑옷이 완전히 파괴됩니다!]

[무기가…]

‘무슨 이런 놈이!’

랭커는 한 번 맞았다고 박살이 나버리는 장비에 황당해했다.

전설 검술 스킬을 찍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안 그래도 살벌한 폭딜을 뽑아내는 걸로 유명하던 태현이 전설 검술 스킬까지 달성하자 정말 몇 대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그 때였다.

“안… 안 돼!”

“!”

랭커 중 한 명의 외침에 태현은 고개를 들었다.

‘설마 원정대가 도와주러 온 건가?!’

태현은 당연히 원정대 랭커들이 지원을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다비가 분명 데리고 와 줄 것이다!

…그러나 눈앞의 상황은 태현의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굶주린 혼돈이 더 이상 참지 못합니다.]

[당신을 삼킵니다.]

[굶주린 혼돈이 더 이상 참지 못합니다.]

[……]

“…뭐, 뭔???”

“이게 무슨 짓이십니까??”

스미스와 친위대 랭커들은 기겁했다.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이 하나둘씩 검고 시커먼 차원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굶주린 혼돈의 기운이 더욱더 강력해집니다.]

[차원을 뚫고 굶주린 혼돈이 직접 강림을 시도합니다.]

[굶주린 혼돈이 더 이상 참지 못합니다.]

[당신을 삼킵니다.]

우드득!

스미스가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제가 잡겠습니다!”

너는 날 실망시켰다. 느려터진 놈 같으니. 네놈은 잡을 수 없다. 비켜라!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신다면….”

굶주린 혼돈은 매우 불합리한 상사였다.

스미스가 바로 태현을 쓰러뜨리지 못하자 본색을 드러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줬다면 정말로 잡을 수 있었을 텐데!

[굶주린 혼돈이 당신을 삼킵니다!]

[저항을 시도합니다!]

[저항에 실패…]

[……]

“태현 님!!! 도와드리러 왔어요!!”

“스미스, 이 자식! 떨어져라! 당당하게 일대일로 붙… 어, 스미스 저놈 뭐야?!”

케인은 허공에 먹히기 시작하는 스미스의 모습에 경악했다.

저것도 굶주린 혼돈의 힘 중 하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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