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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777화 (1,776/1,826)

§ 나는 될놈이다 1777화

“저… 저거….”

“잡는다고???”

“내버려 둬도… 되는 게 맞나?”

뒤늦게 도착한 굶주린 혼돈 랭커들은 경악했다.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여기 오면서 굶주린 혼돈 랭커들은 솔직히 태현이 먼저 쓰러질 줄 알았다.

아무리 태현이라지만 젝스칼 같은 강력한 보스 NPC와 정면으로 치고받으면서 일대일로 승리할 거라고 어느 누가 생각했겠는가.

젝스칼이 쓰러졌을 때도 많이 놀라긴 했지만, 포르볼리오가 나타난 만큼 태현이 곧바로 쓰러질 줄 알았다.

그런데 태현은 그러지 않았다.

포르볼리오는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태현에게 쓰러졌다.

물론 그 내막에는 일반 플레이어들이 알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필사적인 싸움이 있었지만….

랭커들이 그걸 냉정하게 분석하기에는 결과가 너무 충격적이었다.

“…….”

“지금 쳐야 하지 않나?”

“지금 공격해야 하는 게 맞긴 하지.”

랭커들은 다들 동의했다.

지금 치는 게 맞았다.

젝스칼과 포르볼리오를 쓰러뜨리면서 어마어마한 경험치와 보상을 받긴 했지만, 동시에 각종 스킬들을 크게 소모했을 터.

더군다나 둘에게 당한 데미지나 디버프까지 생각해 보면 지금 공격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주면 빠르게 회복해서 도망칠지도 몰랐다.

그런데….

몸이 움직여지질 않았다.

방금 본 광경이 눈에 강하게 남아서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태현은 천금 같은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

[……]

[전설 검술 스킬을 달성합니다.]

[아키서스의 일곱 번째…]

적을 쓰러뜨리고 아이템을 얻은 것도, 한 번에 레벨이 열 단계 뛴 것도 지금 상황에서는 중요하지 않았다.

심지어 전술 검술 스킬을 얻은 것도 그랬다.

그만큼 태현의 상황도 좋지 않았던 것이다.

[굶주린 혼돈의 저주가 당신의 피부를 파고들고 뼈를 약하게 만듭니다!]

[굶주린 혼돈의 힘이 당신의 피를 마르게 만듭니다.]

[굶주린 혼돈의 속삭임이 당신의 시야를 어지럽게…]

[포르볼리오의 강력한 원혼이 담긴 언령 마법이 당신의 검을 무겁고 무디게…]

[……]

[……]

안 그래도 젝스칼과 치고받느라 아슬아슬하게 다친 상황에서 포르볼리오의 언령 마법까지 몸으로 무식하게 때웠으니 상태가 최악이었다.

‘HP가 4%….’

이제까지 비교적 적은 HP를 최대한 관리해 오며 싸웠던 태현인 만큼 이렇게 몰린 적이 없었다.

게다가 단순히 HP만 깎인 상황이 아니었다.

온갖 강력한 디버프란 디버프는 주렁주렁 다 달고 있었고 장비 쪽에도 타격이 꽤 심각했다.

전설 검술 스킬을 손에 넣었다지만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죽어버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건 회복할 시간이었다.

1분, 아니 1초라도 좋았다.

“…덤벼라.”

태현은 뒤늦게 몰려온 랭커들을 보며 말했다.

원래라면 바로 덤벼들어야 했지만 랭커들은 태현의 말에 더욱 움츠러들었다.

먼저 들어갔다가 어떻게 될지 너무나도 뻔히 느껴졌던 것이다.

“덤비라니까. 뭐하는 거냐?”

HP는 바닥이 나고 상태는 최악이었지만 태현은 내색하지 않았다. 포션도 먹지 않았다.

[언령 마법을 사용합니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저주를 해제합니다!]

[마법 스킬이 낮습니다.]

[신성 스탯이 매우 높습니다!]

[힘을 회복…]

[……]

포션을 사용하는 순간 적들이 이상함을 눈치챌 가능성이 높았다.

[HP가 느리게 회복됩니다.]

[저주, <굶주린 혼돈의 송곳니>가 해제됩니다.]

[공격 속도가 조금 회복됩니다.]

“덤비지 않을 거면 꺼져라.”

태현은 싸늘하게 말했다.

[카르바노그가 너무 강하게 도발하지 말라고 조마조마해합니다.]

보고 있던 카르바노그는 가슴이 떨려서 차마 제대로 쳐다보지를 못했다.

지금 태현의 상황을 알고 있는 만큼 저 도발이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저러다가 진짜 덤비면 어쩌려고?

“김태현… 이 자식…!”

랭커 중 한 명이 발끈해서 태현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태현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게 최선이다.’

조금의 약함이라도 보여주는 순간 랭커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공격을 시작할 수 있었다.

끝까지 허세를 부려야 한다!

“네가 먼저 공격하지 그러냐?”

긴 침묵 끝에 랭커 중 한 명이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원래 김태현 성격상 바로 칼이 휘둘러지고 랭커들 목이 몇 개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다.

…혹시 김태현도 지금 상태가 안 좋은 것 아닌가?

-김태현 놈이 왜 공격을 안 하지?

-저놈 성격상 바로 공격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태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말했다.

“공격도 스미스 정도 되는 놈이어야 하는 의미가 있지. 너희 같은 놈들을 일일이 공격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나? 다시 말하지만 덤비지 않을 거면 꺼져라. 마지막 기회다. 끝까지 서 있는 놈들은 더 이상 봐주지 않겠다.”

“…!!!”

“!!!!!”

오만하고 난폭한 발언.

하지만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납득할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태현에게는 저런 말을 할 자격이 있었다.

‘공격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저걸 그냥 내버려 둔다고?!’

랭커들은 굴욕과 분노에 떨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눈치만 보고 망설였다.

판온 1에서 태현이 수많은 적들 상대로 압도하고 위압했듯이, 지금 굶주린 혼돈의 랭커들은 태현에게 그대로 짓눌리고 있었던 것이다.

[HP가 회복됩니다!]

[저주가…]

[……]

걸려 있는 저주의 개수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HP가 20%까지 회복되자 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위험하긴 했지만 이 정도면 안전선까지 올라온 셈이었다.

철컥.

태현은 검을 들었다.

눈치만 보고 있던 굶주린 혼돈 랭커들은 깜짝 놀랐다.

“나는 기회를 줬다.”

말과 함께 태현은 달려들었다.

가까이 있던 굶주린 혼돈 랭커가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도륙당했다.

[전설 검술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굶주린 혼돈의 힘으로 인해 검이 느려집니다!]

[포르볼리오의 저주로 인해…]

[……]

[……]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검술 스킬이 크게 차이납니다. 상대의 검술 스킬이 무효화됩니다.]

[갑옷이 파괴됩니다.]

[상대가 쓰러집…]

[……]

[……]

“?????”

분명히 랭커가 검을 휘둘러서 맞받아쳤는데, 태현은 유령처럼 파고들어서 일방적으로 적을 녹여버렸다.

아무리 태현의 컨트롤이 좋다지만 이건 말도 되지 않았다.

굶주린 혼돈의 랭커도 각종 스킬로 방어를 하지 않았던가.

컨트롤만으로 뚫고 들어올 수 없는 영역이었다.

-김태현 전설 검술 스킬 찍었다!! 김태현 전설 검술 스킬 찍었다고!!

-자리에서 물러나!! 지금 당장 튀어!!!

뒤늦게 귓속말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태현이 찍은 전설 검술 스킬로 인해, 판온의 검술 플레이어들에게 메시지창이 날아온 것이다.

* * *

[처음으로 전설 검술 스킬에 도달한 모험가가 등장했습니다.]

[대륙의 모든 검사들이 이 업적에 질투와 찬사를 보낼 것입니다!]

[새로운 전설 검술 스킬에 도달한 모험가로 인해, 비전 검술 스킬에 새 스킬이 추가됩니다!]

[전설 검술 스킬에 도달한 모험가로 인해 대륙에…]

[……]

[……]

-전설 검술 스킬 누가 찍었다고??

-가짜 뉴스 아니야? 지금 최고급 검술 8이 최고인 줄 알았는데?

-최고급 검술 9 찍은 랭커들이 있다고 소문은 들었는데….

-8이겠지. 9 찍었다고 말한 놈들 중에서 자기 스킬 공개한 사람 없잖아.

-그래서 누가 찍은 건데? 설마 스미스가 찍은 거 아니지??

-지금 김태현이 굶주린 혼돈 쪽 보스 몬스터 일대일로 들어가서 죽이고 있는데, 김태현이 찍은 거 아니야?

-김태현은 신성 직업인데 전설 검술을 어떻게 찍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태현이 검술 스킬을 주로 사용하곤 했지만, 태현의 직업이 아키서스 교단 관련 신성 직업이라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검술 스킬뿐만 아니라 제작, 마법 등 다양하게 쓰는 만큼 검술 주력이 아닌 건 확실했던 것이다.

검술 스킬을 키우는데 버프를 받는 직업도 힘든데, 그런 직업이 아닌데 전설 검술 스킬을 찍는다는 건….

하지만 태현이 싸우는 걸 직접 목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논리와 상관없이 이상한 확신이 들었다.

저렇게 싸워서 잡았는데 전설 검술 스킬을 찍지 못할 리가 없다!

-김태현이 찍은 거라니까?

-일대일로 굶주린 혼돈 네임드 두 마리 동시에 잡았으면 전설 검술 스킬 찍고도 남지! 지금 저기 레벨이 몇인지나 알아?

-아무리 김태현이 대단해도 그렇지 전설 검술 스킬은 아니지. 우연의 일치라니까.

사람들이 계속 떠드는 그 순간 태현이 움직였다.

그리고 굶주린 혼돈 랭커 하나를 그냥 도륙해 버렸다.

-…….

-전설 검술 스킬 김태현 맞다!!!

-김태현 맞다고 했잖아!!

-어, 어떻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른 검사 랭커들도 못 찍었는데?

-검사 랭커들이 김태현만큼 플레이를 안 했으니까 그렇겠지. 일대일로 네임드 보스하고 붙었냐?

별다른 스킬이나 아이템 사용 없이 그냥 평타로 랭커 하나를 녹여버리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전설 검술 스킬밖에 없었다.

-계속 움직인다!!

-전문가인 내가 봤을 때 도망치는 것보다 그냥 김태현 공격하는 게 더 가능성 높음. 지금 김태현도 상태 안 좋을 거임.

-미친놈인가?

-네가 가서 싸워봐라!

보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듯이, 현장에 있는 랭커들 사이에도 빠르게 공포가 번졌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다들 거리를 벌렸다.

‘됐다.’

태현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랭커 한 명의 등판을 정확히 쪼갰다.

“도와줘! 도와….”

다른 랭커들은 동료가 잡혔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당황하거나 놀라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안심했다.

‘고맙다!’

‘덕분에 우리는….’

“이런 개….”

-굶주린 혼돈의 기사들이여, 모여라! 아키서스의 후계자가 감히 잠입하고 주인님의 진영으로 들어왔다!

[퀘스트가 추가됩니다!]

[굶주린 혼돈의 기사들이 몰려옵니다!]

[……]

[……]

굶주린 혼돈의 기사들이 네임드 보스의 복수를 하기 위해 차례대로 몰려들며 포위망을 만들기 시작했다.

랭커들과 달리 협박으로 빠져나갈 수 없는 상대.

‘차라리 다행이다.’

[HP가 회복됩니다.]

[저주가…!]

태현은 멈추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굶주린 혼돈의 기사들이 전설 검술 스킬을 버티지 못하고 쪼개졌다.

아직 상태가 완전치 못했지만 이렇게라도 회복할 시간을 벌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었다.

불평할 시간에 검을 한 번 더 휘두른다!

[굶주린 혼돈의 저주가 풀립니다!]

[아키서스의 권능이 시전 가능해집니다!]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이…]

평원 주변으로 수없이 몰려들기 시작하는 기사들 상대로 태현은 칼춤을 추며 뚫고 나갔다.

랭커들은 이미 박살 나거나 도망친 지 오래였고 남아 있는 NPC들은 사자 앞의 양 떼처럼 쓸려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갓 회복한 상태에서 다시 공격을 맞은 탓에 태현의 상황은 결코 좋지 않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압도적 그 자체였다.

-…….

-…이, 이거 못 막는 거 아닌가?

-저렇게 해도 못 막으면 누가 어떻게 막냐?

-전성기 때 길드 동맹이 돌아와도 다 쓸려나갈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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