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749화
미궁의 열여섯 번째 구역에서 파티원들이 작동시킨 마흔네 번째 함정을 해제시켰을 때 태현은 드디어 최고급 기계공학 스킬 9의 경지에 도달했다.
전설 기계공학 스킬까지 고작 레벨 1만 남은 경지.
판온의 어떤 기계공학 대장장이도 태현과 경쟁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제는 더더욱 쐐기가 박힌 셈이었다.
판온 최초이자 유일의 기계공학 대장장이를 향해서!
[최고급 기계공학 9 스킬을 얻었습니다.]
[칭호 <전설 직전의 대장장이>를…]
[칭호…]
[…]
[…]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모든 기계공학 스킬 관련해서 추가…]
[제작법 관련해서 추가…]
[<고대 제국 장난감 비전>이 추가됩니다!]
[<악마의 기계공학 비전>이 추가됩니다!]
[고대 제국의 실전된 기계공학 제작법 중 하나가 랜덤으로 추가됩니다!]
[…]
[…]
[전설에 도전하는 기계공학 대장장이의 탄생이 대륙에 알려집니다.]
[퀘스트가 추가됩니다!]
* * *
<전설에 도전하는 기계공학 대장장이-기계공학 스킬 퀘스트>
고대 제국이 멸망하고 그 맥이 사라졌던 기계공학이 부활했다.
전설의 경지에 도달하는 기계공학 대장장이가 등장했으니, 다른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그 전설의 길에 함께하거나 막아서야 할 것이다!
보상:?, ???
“????”
“뭐야?”
기계공학 스킬을 익힌 건 골짜기의 미친놈들만이 아니었다.
대장장이 중에는 기계공학 스킬을 조금 익힌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자기가 하려는 퀘스트에 필요하거나, 제작에 추가 보너스를 받거나, 혹은 태현의 플레이를 보고 ‘나도 기계공학 좀 해볼까?’ 하고 뛰어든 사람들.
물론 그런 사람들 중에 기계공학을 진지하게 파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머리가 달린 사람이라면 조금만 배워도 기계공학 스킬이 어떤 단점을 갖고 있는지 순식간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최소한 고급 찍기 전에는 제작자를 몇 번이고 죽일 수 있는 광기의 제작 스킬!
대부분은 필요한 만큼만 조금 익혀놓고 잊고 있었지만, 그 익혀놓은 스킬이 이번 퀘스트를 불러왔다.
“누가 기계공학 전설 직전인가?”
“어떤 미친놈이 기계공학을 그렇게까지 찍… 아. 김태현이구나.”
“아무리 그래도 전설 직전까지 기계공학을 찍은 사람이 있을 리가… 아. 김태현이 있군.”
보통 다른 스킬이었다면 이런저런 추측과 토론이 오갔을 것이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었다면 ‘누가 전설 직전인가?’ 하고 온갖 랭커들의 이름이 나오며 한동안 시끄러웠을 테지만….
기계공학 스킬은 달랐다.
김태현이구나!
-김태현이네.
-김태현이 기계공학 스킬 최고급 9까지 찍었다고?? 그게 가능해?
-지금 굶주린 혼돈 퀘스트 깨고 있지 않나? 그거 깨면서 같이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
-기계공학 스킬의 장점은 폭탄 터뜨려서 사람 죽여도 오른다는 점임. 너희들도 기계공학 스킬 배워라.
-아무리 폭탄을 터뜨려도 한계가 있지 그걸로 최고급 단계를 어떻게 올려?
-저 말이 맞다. 내 친구의 친구가 골짜기 출신 기계공학 대장장이인데, 고급부터는 사실상 폭탄 몇 개 터뜨려 봤자 0.01%도 안 오른다고 봐야 함. 이미지와 달리 기계공학 스킬도 제작 스킬이야. 계속 만들어야 해.
-김태현이야 이것저것 만들었으니 저만큼 올렸겠지. 와, 지금 최고급 대장장이도 아직 최고급 9 안 나오지 않았냐?
-8이 최대일걸.
-제작 직업에서 전설 직전까지 온 사람이 없을 텐데 대단하긴 하다.
소식이 퍼지자 판온의 수많은 제작 직업 플레이어들은 감탄했다.
언제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전투 직업이었지만, 제작 직업들에게는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다.
전투 직업이 할 수 없는 것들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
그런 만큼 아직 전투 직업에서도 나오지 않은, 전설 스킬 달성자가 나오기 직전이라는 사실은 매우 기뻤다.
…그게 기계공학이라는 건 좀 당황스럽긴 했지만….
-야. 기계공학이 어떻게 가장 먼저 나올 수가 있냐? 이게 말이 되냐?
-퀘스트 잘못 나온 거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대장장이나 재봉이 먼저 나와야지….
-김태현이 미친놈이라서 그런 듯.
-김태현이 재봉 팠으면 재봉 먼저 나왔을 텐데 하필이면 골짜기 미친놈들 만나서 이렇게 됐다.
-골짜기 미친놈들 때문에 김태현이 기계공학 스킬 배운 거야? 반대로 알고 있었는데?
-이거 전설 퀘스트에 참가할 사람 있나? 궁금하긴 한데.
-굶주린 혼돈 쪽에서 방해 들어올 거 같다.
-무조건 방해하지. 제작 스킬이라도 전설 나오면 어마어마할 텐데.
-기계공학 전설 찍으면 어떤 거 가능해짐?
-전설 폭탄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다른 건?
-어… 더 커다란 전설 폭탄?
-….
-…기계공학은 폭탄밖에 없냐?
* * *
“김… 김태현! 최고급 9를 찍었다고?!”
“그래.”
태현의 말에 랭커들은 자기 일도 아닌데 자기 일처럼 감동했다.
전설 스킬 찍는 사람이 언제 나올까 했는데, 이렇게 나오게 될 줄이야.
“근데 아쉽게 기계공학….”
“닥쳐. 멍청한 놈아.”
랭커 한 명이 중얼거리려는 걸 다른 사람들이 다급히 말렸다.
물론 그들도 ‘김태현이 전설 스킬 찍는 건 좋은데 왜 검술도 마법도 아니라 하필 기계공학이래’라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었다.
전설 검술 스킬?
생각만 해도 전율이 흐르는, 판온의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히든카드였다.
레벨 차이가 얼마나 나고 직업, 장비 차이가 얼마나 나든 간에 그 차이를 대번에 뒤집어버리는 사기적인 경지!
그 정도 무게감이 전설이란 단어에 있었다.
전설 마법 스킬도 비슷했다.
최고급만 찍어도 손가락으로 산을 부수고 바다를 뒤집는데 전설을 찍으면 그 경지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지 않겠는가.
근데 전설 기계공학 스킬은….
음….
뭐지?
‘엄청나게 센 폭탄을 만드나?’
‘지금도 폭탄이 센 거 같은데.’
‘대륙을 쪼개버리는 폭탄? 대륙을 침몰시켜 버리는 폭탄?’
‘그건… 만들면 안 되지 않나?’
랭커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전설 기계공학 스킬은 들어도 잘 모르겠다!
전설이니까 뭔가 대단할 것 같긴 한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단할지는 잘 상상이 안 갔던 것이다.
차라리 전설 검술 스킬이면 좋았을 텐데….
‘이 자식들 은근히 기분 나쁘군.’
태현이 랭커들의 그런 속마음을 모를 리 없었다. 너무 잘 읽혔다.
그리고 공감이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반박하기 힘들어서 더 기분이 나쁜 것 같기도….’
태현도 지금 전설 기계공학 스킬을 찍으면 정확히 뭐가 달라질지 감이 오지 않았다.
전설 검술 스킬이야 저번에 한 번 아키서스의 룰렛으로 뽑아서 스미스를 썰어봤으니 대충 감이 왔고, 전설 마법 스킬도 비슷하게 견적을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전설 기계공학 스킬은….
‘제작법이라도 뭐 열리나? 성능이 엄청나게 좋아지나? 잘 모르겠군.’
태현 같은 사람도 감이 잘 오지 않았으니 애매하긴 했다.
<고대제국의 비행도시-최고급 기계공학 퀘스트>
전설적인 기계공학 대장장이의 경지를 눈앞에 둔 당신.
당신은 고대 제국의 실전되었던 비전 제작법을 깨달았다.
멍청한 사람들은 헛소문이라 생각하고 믿지 않았지만 고대 제국 시절에는 정말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도시들이 존재했다.
믿지 않는 사람들을 믿게 만드는 방법은 하나뿐.
비행도시를 완성시켜라!
보상:?, ???
[현재 하늘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비행도시를 완성시키는 데에 있어서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현재 기계성을 갖고 있습니다!]
[비행도시를 완성시키는 데에 있어서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개조해서 추가할 경우 보너스…]
[…]
[…]
“!”
태현은 놀랐지만, 금세 침착할 수 있었다.
퀘스트를 하면서 몇 번 들었던 이름이었던 것이다.
고대 제국의 비행도시.
제국 기계공학의 정수이자 실전된 비전!
‘전설 직전 제작법인 만큼 당연히 나올 수 있다.’
<고대제국의 자율골렘-최고급 기계공학 퀘스트>
전설적인 기계공학 대장장이의 경지를 눈앞에 둔 당신.
당신은 고대 제국의 실전되었던 비전 제작법을 깨달았다.
멍청한 사람들은 헛소문이라 생각하고 믿지 않았지만 고대 제국 시절에는 정말로 영혼을 가진 골렘이 존재했다.
믿지 않는 사람들을 믿게 만드는 방법은 하나뿐.
영혼을 가진 골렘, 자율골렘을 완성시켜라!
보상:?, ???
<고대제국의 마력기계열차-최고급 기계공학 퀘스트>
…
…
‘역시 이것도 나오는군.’
한 번 놀란 태현은 이번에는 놀라지 않았다.
영혼을 가져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골렘과 제국을 빠르게 연결하는 마력열차까지.
모두 다 기계공학 기술의 정수라고 할 수 있었다.
고대 제국 시절에는 존재했던 최첨단의 기술들!
<고대제국의 지하 토끼 동상-최고급 기계공학 퀘스트>
전설적인 기계공학 대장장이의 경지를 눈앞에 둔 당신.
당신은 고대 제국의 실전되었던 비전 제작법을 깨달았다.
멍청한 사람들은 헛소문이라 생각하고 믿지 않았지만 고대 제국 시절에는 정말로 도시를 지키는 토끼 동상이 존재했다.
평소에는 무해한 모습으로 지하에 숨겨져 있다가, 위기가 닥치면 나타나는 지하 토끼 동상은 몇몇 영주들만 알고 있던 제국의 방패였다.
믿지 않는 사람들을 믿게 만드는 방법은 하나뿐.
고대제국의 지하 토끼 동상을 완성시켜라!
보상:?, ???
“….”
[카르바노그가 이제야 자신이 했던 말이 증명된다고 뿌듯해합니다!]
태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게….
같은 퀘스트에 낄 급은 아닌 것 같은데…!
* * *
최고급 기계공학 스킬 9에 도착한 것에 대한 기쁨과 별개로 태현 일행 앞에는 아직도 미궁이 남아 있었다.
랭커들은 대부분 너덜너덜해져 있었지만 놀랍게도 매우 의욕적이었다.
“하루 종일이라도 할 수 있다!”
“김태현, 이제 함정을 피하는 요령이 생긴 것 같다!”
“음. 그렇군. 넌 뒤로 와라.”
“??”
태현은 함정을 피하는 요령을 깨달은 것 같은 놈은 뒤로 빼버렸다.
함정을 더 작동시켜도 모자랄 판에 감히!
얼마나 더 뚫었을까.
드디어 기다리던 메시지 창이 일행을 반겼다.
[미궁 심층부에 도착합니다.]
[외곽의 장치들이 모조리 정지합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사디크의 축복이…]
[화염 저항이 크게 오릅니다!]
[체력 스탯이 크게…]
[…]
[…]
심층부를 감싸고 있던 거대한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타오르고 있는 작은 검은색 불꽃이 보였다.
그리고 그 불꽃 뒤에 앉아 있는 거대한 화염의 괴수까지.
“…들어가는 순간 공격하는 거겠지?”
랭커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안의 괴수를 쳐다보았다.
깬 던전이 몇 개인데 당연히 짐작할 수 있었다.
심층부 문 안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저 괴수가 불꽃 수호자로서 플레이어들을 맞이하리라.
“김태현? 어떻게 할까? 지금 들어가? 아니면 조금 더 준비하고 들어가?”
“나하고 다른 도적 랭커들만 들어가서 탐색해 보고 올까?”
“위험한 생각이야.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놈이 일어날 수 있어.”
“하지만 놈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데다가….”
랭커들은 자기들끼리 의욕적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원래 파티플레이에서 서로 보상을 더 가져가기 위해 견제하고 경쟁하던 랭커들이었지만, 오랜만에 진정한 협력을 느끼고 있었다.
지독한 미궁의 함정을 돌파하면서 서로를 동료라고 느끼게 된 것이다.
탕탕탕탕-
그러는 사이 태현은 미궁의 벽을 망치로 두드리고 있었다.
“김태현, 뭐 하고 있냐?”
“아. 위치도 확인했으니까 슬슬 미궁 무너뜨려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군. …잠깐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