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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748화 (1,747/1,826)

§ 나는 될놈이다 1748화

사실 랭커들이 미궁에서 함정을 작동시키는 건 생각보다 태현에게 이득이 많았다.

태현은 사디크 권능부터 시작해서 기계공학 스킬이 워낙 높아서, 손해를 보는 일이 거의 없는 것이다.

그에 비해 한번 함정이 작동되면 그걸 보고 구조 파악하느라 기계공학 스킬이 오르고, 함정이 끝났을 때 장치 해제하고 뜯어 가면 그걸로 또 기계공학 스킬이 오르고….

이 사디크의 미궁은 어떻게 보면 기계공학 스킬을 올리기 위한 훈련소나 마찬가지였다.

“김태현. 아무래도 우리가 좀….”

“내가 도적인데… 이것도 못 하다니….”

펭귄팬더나 차우차우 같은 랭커들이 기가 죽은 모습을 보이는 건 드문 일이었다.

특히 도적 랭커들 같은 경우에는 더더욱 그랬다.

언제나 던전을 가장 앞장서서 달려나가며 빠른 속도로 함정을 파악하고 지도를 만드는 게 도적 직업의 자부심 아닌가.

그런데 하라는 함정 파악은 못 하고 하는 것마다 쾅쾅 터지고 있으니 랭커로서 자존심이 꺾일 수밖에 없었다.

김태현은 또 얼마나 어이가 없겠는가.

기껏 아키서스 교단에 가입시켜서 데리고 왔는데 이런 실수만 하다니.

어쩌면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원시의 섬 몬스터들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아니다.”

“??”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는 법이야.”

태현은 자상하게 랭커들을 토닥였다.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다.

‘함정 좀 더 작동시켜 봐라!’

랭커들이 함정을 작동시킬 때마다 기계공학 스킬이 짭짤하게 오르고 있는 만큼 말리고 싶지 않았다.

태현은 랭커들을 좀 더 부추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기가 죽으면 앞으로 함정들을 작동시키지 못할 테니….

“케인도 실수를 많이 한다. 하지만 케인이 실수를 했다고 내가 혼을 냈다면 지금의 케인이 있을까?”

‘보통 같은 선수는 혼을 낸다고 표현하지는 않지 않나?’

랭커 한 명이 속으로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이 케인을 혼낸다는 표현을 너무 위화감 없이 받아들이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김태현이라면 케인을 혼낼 수도 있지!

“혼을 내지 않고 오히려 밀어줬기에 지금의 케인이 있는 거다.”

물론 케인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케인이 없는 자리였기에 랭커들은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구나!

‘어떻게 케인 같은 놈이 세계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되었나 했는데….’

‘저런 리더십 덕분이었군.’

믿음과 신뢰의 리더십 덕분에 그 케인 같은 놈도 저렇게 성장한 것이다.

랭커들은 괜히 감동했다.

채찍질이 아니라 믿음으로 저런 성과를 만들어내다니.

“우리 게임단도 네 지금 말을 들어봐야 하는데. 김태현.”

“오늘 들었던 이야기를 꼭 전해주겠어.”

선수 출신 랭커들은 감동받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태현은 멈칫했다.

사실 경기 생각해 보면 혼나면서 배워야 하는 놈들이 있긴 한데….

‘내 게임단 아니니까.’

“그래. 말해줘도 좋다.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건 채찍질이 아니라 믿음이야.”

랭커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주눅 들지 말고 가라! 난 너희들을 믿는다!”

“김태현…!”

랭커들은 처음으로 한 파티가 된 것 같은 단결감을 느꼈다.

굶주린 혼돈 퀘스트를 깰 때는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고 반복했었지만, 지금 처음으로 한마음 한뜻으로 묶인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파티 플레이의 기분!

“가자!”

[금속 분해 함정이 가동됩니다!]

[갑옷이 분해됩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낮아서 완전히 파악하지 못합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오오.’

물론 랭커들의 기분이 바뀌었다고 작동될 함정이 작동 안 되지는 않았다.

태현은 쏠쏠한 함정에 감탄하며 열심히 스킬을 올렸다.

“이봐! 지금 이게 뭐 하는 거야! 너 때문에 내 갑옷이…!”

“진정해! 김태현이 말했잖아. 서로를 욕하는 것보다….”

“그… 그렇군.”

랭커들은 자기들끼리 책임을 놓고 싸우려다가 정신을 차렸다. 태현은 신기해했다.

‘저 자식들 되게 귀가 얇네.’

태현 입장에서야 안 싸우고 함정 진행해 주니 고맙긴 하지만….

[추적 폭탄 함정이 가동됩니다!]

[폭탄이 당신을 추적해서 달려오기 시작합니다!]

* * *

“스미스를 포기하면 안 되나?”

“큰일 날 소리를. 저기 스미스 친위대들이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아직도 모르겠어?”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은 스미스 친위대들과 함께 차원의 외진 곳을 헤매고 있었다.

[잊혀진 외부 차원에 입장합니다.]

[굶주린 혼돈도, 신들도 존재를 알지 못하는 비뚤어지고 뒤틀린 공간의 틈새입니다! 주의하십시오!]

[잊혀진 몬스터들이 뛰쳐나올 수 있습니다!]

스미스가 차원 추방을 당한 다음부터, 뉴욕 라이온즈는 전력을 다해 스미스를 귀환시키려고 하고 있었다.

수많은 랭커들을 데리고 있는 데다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뉴욕 라이온즈가 아직까지 스미스를 귀환시키지 못했다는 건 어떻게 보면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게다가 스미스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충성스러운 길드원들까지 데리고 있지 않은가.

그만큼 스미스가 외지고 특이한 곳으로 날아갔기 때문이었다.

신들과 굶주린 혼돈도 그 위치를 전부 파악하지 못하는, 대륙 밖의 뒤틀린 공간 중 하나!

스미스가 아무리 주변 풍경을 전달을 해줘도 거기까지 찾아갈 방법이 없었다.

결국 방법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뒤틀린 공간을 하나하나 다 뒤져서 스미스가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물론 여기에 참가된 플레이어들, 특히 선수들은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뉴욕 라이온즈에 입단한 건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는데.”

“네 말이 맞아. 저스틴. 매킨리는 노골적으로 스미스를 편애한다니까.”

“차라리 퍼소프를 따라서 원시의 섬 퀘스트를 깰 걸 그랬군.”

“그렇게 잘난 놈이라면 왜 스스로의 힘으로 나오지 못하는 건데?”

[잊혀진 몬스터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메시지창에 투덜거리던 선수들은 이를 갈며 무기를 들었다.

이제 슬슬 이 싸움도 지겨웠다.

정말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온갖 몬스터들이 나오는 곳이라 피로도가 극심했던 것이다.

[악마 공작, 모스락의 그림자가 나타납니다.]

[악마들이 모스락의 그림자와 함께 덤벼듭니다!]

“!!!”

오랜만에 나타난 거물에,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은 경악했다.

악마 공작이라니!

“…잠깐. 저거 저번에 죽은 놈이잖아.”

악마 공작 모스락.

굶주린 혼돈과 용맹하게 맞서 싸우다가 쓰러진 악마 공작이었다.

그런 만큼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 쪽에서는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내 목숨을 돌려다오, 아키서스! 내 목숨을 돌려달란 말이다!

[모스락의 그림자가 발광합니다!]

“미친놈이 왜 아키서스를 우리한테 탓하는 거야!”

“막아!”

[모스락의 그림자가 절망의 파동을 시전합니다!]

[모든 스탯이….]

[악마들의 숫자가 늘어납니다!]

[악마들이 모스락의 힘으로 인해 강화됩니다!]

[……]

[……]

저스틴은 창을 들고 달려드는 악마를 쓰러뜨렸다. 그러나 순식간에 다른 악마들이 저스틴에게 덤벼들어 데미지를 입혔다.

“탱커들, 제대로 일 안 해? 어그로 튄다!”

“저스틴, 스킬이 안 먹혀!”

강한 적이 나타나자 싸움은 난전으로 바뀌었다.

파티 진형을 짜고서 싸우려고 해도 악마들은 호락호락 봐주지 않았다. 선수들은 온갖 데미지를 입어가며 싸워야 했다.

“힐러가 죽는다!”

“그라임스, 막아! 어떻게든 막아!”

“네가 해봐! 난 지금 도저히 발을 못 빼!”

구출대의 목적은 스미스를 찾아서 데려오는 거였지 이 외진 차원을 정복하는 게 아니었다.

힐러 한두 명만 파티에서 잘려 나가도 타격이 컸다.

[악마 공작, 푸르네우스의 그림자가 나타납니다.]

[폭주한 얼음 악마들이 푸르네우스의 그림자와 함께 덤벼듭니다!]

-네놈들은 아키서스의 수하가 분명하구나!

“아니다! 아니란 말이다!”

[화술 스킬이 낮습니다.]

[굶주린 혼돈을 섬기고 있습니다. 악마 공작들을 불쾌하게 만듭니다.]

[설득에 실패합니다!]

[……]

[……]

그러거나 말거나 악마 공작들은 가차 없었다.

점점 늘어나는 공작들의 모습에,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처음에는 당연히 잡을 수 있고 피해가 얼마나 나오냐만 고민했었는데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이거….

설마…?

‘전멸하나?’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그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파티 진형.

점점 늘어나는 적.

올 리 없는 지원.

…이걸 모두 합치면 전멸이었다.

정말 이만한 랭커들이, 굶주린 혼돈의 힘까지 빌려서 강화됐는데, 전멸이라고??

‘말도 안 돼! 그럴 리가 없다!’

[악마 공작, 푸르네우스의 그림자가 굶주린 혼돈의 힘을 차단합니다!]

-아키서스 네 이놈!!!!

[악마 공작, 모스락의 그림자가 굶주린 혼돈의 갑주를 파괴합니다!]

-굶주린 혼돈의 힘까지 빌려! 네놈은 쓰레기 같은 놈이다!

악마 공작들은 굶주린 혼돈과 싸우다가 존재가 소멸해서 그런지, 굶주린 혼돈과 기막히게 잘 싸웠다.

선수들은 울고 싶어졌다.

아키서스한테 화가 났으면 아키서스한테 가서 따지지 왜 그들한테 이런단 말인가.

물론 굶주린 혼돈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긴 했지만….

쾅!!!!

그 순간 모스락의 그림자가 날아갔다. 뒤에서 날아온 거대한 공격이 모스락의 그림자를 날려 버린 것이다.

온몸을 칠흑의 갑주로 물들인 거인 전사가 무기를 휘두르며 악마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선수들은 환호했다.

“굶주린 혼돈 만세!!”

“난 처음부터 믿고 있었지!”

“이렇게 지원 보내주실 거면 진작 좀 보내주시지 그랬습니까! 물론 믿고 있었습니다! 불평하는 건 아닙니다!”

거인 전사의 전투력은 플레이어들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아무리 그림자라지만 악마 공작 둘을 상대로 박살 내는 그 살벌한 전투력에 선수들은 군단장이 왔나 생각했다.

그런데 저런 군단장은 본 적이 없는데?

‘누구지? 우리가 몰랐던 권속인가?’

‘잘 보여야 하는데. 친밀도를 어떻게 올린다….’

악마 공작들의 그림자를 쓸어내고, 거인 전사는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잘 찾아와서 기쁩니다. 오랫동안 헤매느라 힘들었는데.”

“…….”

“…….”

“…스스스스미스?”

“스스스스미스가 아니라 스미스입니다.”

선수들은 경악했다.

판온의 종족 선택 폭이 넓다지만 지금 스미스는 아무리 봐도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어디 이상한 세력의 보스 몬스터 같은 생김새!

아무리 키메라 종족으로 갈아타고 굶주린 혼돈의 스킬을 이것저것 받았다지만 저렇게까지 괴물처럼 변해야 하나?

“너 지금 모습이 어떤지 알아?”

“아주 강해 보이지 않습니까?”

“그… 렇긴 한데 너무….”

“흉….”

말하려던 선수들은 멈칫했다.

스미스가 빤히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스미스가 김태현처럼 말 한마디 잘못한다고 목을 날려 버리는 놈은 아니었다. 오히려 성격은 판온 선수들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예의 바른 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좀 예전 일이고 굶주린 혼돈 퀘스트를 시작한 다음부터 스미스의 성격이 좀….

‘조용해지고 무서워졌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지금 얼굴도 변해가지고 알아보질 못하겠다.’

“흉?”

“흉흉한 기운을 뿜어낼 정도로 강해 보인다고 말하려고 했지.”

“잘 어울린다, 스미스!”

오기 전까지 욕을 했던 선수들은 급히 태도를 바꿨다.

태현이 돌아오면 방금까지 누워서 뒹굴거리던 케인이 번쩍 뛰어올라서 청소기 돌리는 시늉을 하듯이, 선수들도 스미스를 직접 보자 생각이 바뀐 것이다.

…솔직하게 무섭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 *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최고급 기계공학 8에서 최고급 기계공학 9로 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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