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734화 (1,733/1,826)

§ 나는 될놈이다 1734화

“굶주린 혼돈을 믿다니!”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HP가 0으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제국 기계공학자의 마검이 추가 효과를 불러옵니다!]

[아키서스의 검법이…]

[…]

“너희들은 대체 왜!”

[치명타가…]

“꼭 그랬어야 했냔 말이다!”

“으아아아악!”

태현은 솜씨 좋게 구박을 하면서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을 공격했다.

“대답해 봐라! 왜 굶주린 혼돈을 믿어서!”

물론 태현은 대답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공격을 피해 데굴데굴 굴렀다.

“젠… 젠장! 다 같이 공격해! 이러니저러니 해도 굶주린 혼돈에게 스킬 받았잖아! 못 싸울 것도 없다고!”

플레이어 한 명이 악을 쓰며 스킬을 사용했다.

-사악한 닻 소환!

촤르륵!

거대한 마력의 사슬이 태현의 몸을 칭칭 휘감고, 바다 속에 생긴 닻이 태현을 끌어당겼다.

한 번 걸리면 그대로 바다 깊숙한 곳으로 처박는 사악한 스킬이었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태현은 무슨 기름을 바른 것처럼 손쉽게 사슬 안에서 빠져나왔다.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어어?”

“이 자식들. 반성은 하지 못하고!”

무저갱에서 반쯤 사기 당한 기분인 태현은 살벌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반성할 줄 아는 삶을 살란 말이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HP가 0으로…]

태현은 또 한 명의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를 로그아웃시켰다.

무슨 폐쇄된 배 갑판 위에서 날뛰는 연쇄살인마 같았다.

쉬쉬쉬쉭!

[선원의 날카로운 조준사격이…]

[회피에 성공합니다!]

“미… 미친놈이 진짜!”

[바다주술사의 바다 괴물이…]

“아키서스의 얼음, 아키서스의 얼음, 아키서스의 얼음!”

쩌저저적!

“!!”

마법을 쓰기도 전에 언령 마법으로 카운터까지.

원래 태현이 강한 랭커란 건 알고 있었지만,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숨이 턱턱 막혀오는 걸 느꼈다.

검만 들고 설치던 놈이 이제는 마법도 자유자재로 쓰면서 전방위로 압박을 가해오는데….

이건 뭐 공격을 해도 맞추기가 힘들고, 기껏 맞춰도 회피력 때문에 빗나가버리고, 마법으로 막으려고 해도 상대가 언령으로 잡아내니 욕이 나올 정도였다.

굶주린 혼돈에게 받은 힘들이 아무런 쓸모가 없게 느껴졌다.

“나… 나는 그만할래! 도망칠 거야!!”

“!!”

갑판에서 어떻게든 도망치며 태현을 피하려던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 중 하나가 울부짖으며 바다로 뛰어들었다.

도저히 버티면서 상대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태현을 상대하느니 차라리 배에서 내려 바다의 미아가 되겠다!

첨벙, 첨벙, 첨벙!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바로 뛰어들었다. 태현은 당황해서 외쳤다.

“뭐하는 거냐! 남아서 싸워야지!”

“미친놈아 너 혼자 잘먹고 잘살아라!”

“돌아와라! 돌아와서 싸워!”

태현이 불러봤자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돌아보지 않고 헤엄쳐서 도망쳤다.

망망대해라 그냥 저렇게 헤엄쳐가며 죽을 확률이 100%인데도!

“…….”

태현은 그 모습을 보고서 머리가 좀 식었다.

‘내가 좀 흥분했군.’

아키서스한테 사기를 당하고 나니 괜히 화가 나서 애꿎은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한테 분노를 푼 것이다.

사실 애꿎은 플레이어는 아니었다. 굶주린 혼돈에 가입하긴 했으니까.

[굶주린 혼돈의 순찰선을 조종합니다!]

[현재 굶주린 혼돈을 믿지 않습니다. 조종에 페널티를…]

[행운 스탯이 매우 높습니다! 보너스…]

[…]

[…]

촤아악!

일단 배의 키를 잡은 태현은 신의 예지 스킬로 방향을 확인해 나가며 앞으로 쭉쭉 밀어나갔다.

행운 스탯이 높은 덕분에 이런 항해 부분에서는 상당히 유리했다.

‘…?’

얼마나 지났을까.

태현은 슬슬 이상함을 느꼈다.

‘너무 아무것도 없는데?’

아무리 넓은 바다라고 해도 계속 돌아다니다 보면 몬스터든 해적이든 다른 선원이든 뭐가 보여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너무 아무것도 없었다.

‘이 자식들 어디에 와 있었던 거지?’

태현은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을 쫓아낸 걸 살짝 후회했다.

다 듣고 나서 두들겨 패도 됐었는데!

[허기가 빠르게 차오릅니다.]

[굶주린 혼돈의 바다가…]

[…]

-태현 님. 지금 바다에서는 허기나 목마름이 빠르게 차오를 거예요.

태현이 연락하자 이다비가 바로 설명해 줬다.

굶주린 혼돈이 바다까지 손을 뻗기 시작하자, 여려가지 변화가 생겨났던 것이다.

단순히 굶주린 혼돈의 전투선이 돌아다니면서 선원들을 납치하고 물에 빠뜨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바다 자체에 오염도가 생기고, 굶주린 혼돈을 믿지 않는 자들은 항해 자체가 어려워지게 만든 것이다.

-그렇군.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다를 향해 컵을 뻗었다.

[<아키서스의 권능 요리>를 시전합니다!]

[바닷물이 <소금 커피>로 바뀝니다!]

태현은 커피를 홀짝이며 망망대해의 수평선을 쳐다보았다.

커피를 마시면서 바다 위의 풍경을 구경하니 갑자기 여유가 돌아왔다.

‘흠. 나는 판온을 너무 미친놈처럼 했던 걸지도 모르겠어.’

사실 태현처럼 독하게 판온을 하는 사람들은 소수였고, 대부분은 여유와 낭만을 즐기며 가족들과 행복한 판온을 했다.

어쩌면 이게 진짜 판온일지도?

[카르바노그가 뭐 잘못 마셨냐고 당황해합니다.]

“걱정하지 마라. 카르바노그. 그냥 휴식을 취했을 뿐이니까.”

목을 축이고 나자 허기를 때워야 할 시간이 찾아왔다. 태현은 배 위에 있는 나무조각을 손으로 잡고 음식으로 바꿨다.

약간 짠맛이 나긴 했지만 제법 먹을 만한 육포였다.

‘그나저나 바다가 이 꼴이 났으면 낚시꾼부터 선원들은 다 힘들겠군. 대륙 위는 도망치기나 쉽지 바다는 바닷물에서 도망치기도 힘들겠고….’

[굶주린 혼돈의 전투선이 나타납니다!]

“드디어!”

태현은 검을 붙잡았다.

요즘 하도 강화를 한 덕분에, 어지간한 상대는 이제 피하는 대신 바로 씹어 먹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번에는 바로 죽이지 말고 무조건 정보를 캐내야지.’

태현은 상대를 붙잡으면 뭐부터 물어볼지 가슴설렜다.

“야, 이 멍청한 놈들아! 대체 어디 가서 뭘 헤매고 있었던 거야!!!”

아직 거리가 멀었지만, 전투선 위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성질이 급했는지 방방 뛰며 외쳤다.

태현은 머뭇거렸다.

‘흠. 좀 더 지켜볼까?’

괜히 대답을 했다가는 이상한 걸 들킬 수 있었다. 태현은 침묵하면서 접근했다.

상대가 배를 돌릴 수도 있었으니까.

“대답 안 해?! 미친놈들아! 대답해! 아주 정신이 나갔지!!”

“…….”

‘튀지 마라. 튀지 마라.’

“야! 대답하라고! 어?”

슬슬 가까워져오자 굶주린 혼돈 쪽에서도 뭔가 이상함을 느낀 모양이었다.

태현은 넙죽 엎드렸다.

이럴 때 언제나 좋은 건 죽은 척이었다.

“…?”

“뭐야 저거?”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순찰선 위의 상황에 당황했다.

갑판 위에 아무것도 없고 웬 시체 하나만 있었던 것이다.

“가서 확인해 봐라.”

뉴욕 라이온즈 소속, 퍼소프는 턱 끝으로 명령을 내렸다.

지금 뉴욕 라이온즈는 상당히 어수선했다.

원래라면 에랑스 왕국 점령으로 대승을 거둔 만큼, 굶주린 혼돈 코인을 탄 뉴욕 라이온즈도 축포를 터뜨려야 했지만….

하필이면 선수들을 이끌어야 할 스미스는 차원 실종이 되어버렸고, 주전력이 거기에 집중이 되어 있는 만큼 남은 선수들은 따로 놀 수밖에 없었다.

퍼소프도 그런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짜증 나는군.’

스미스가 대단한 건 알고 있었지만, 실종된 지금에도 스미스를 게임단 자체적으로 밀어주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차라리 다른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밀어주는 게 낫지 않겠는가!

스미스한테 집중하느라 지금 퍼소프 같은 선수는 퀘스트를 깨는데도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서쪽의 하수인들-굶주린 혼돈 퀘스트>

중앙 대륙과 그 외 다른 대륙들, 그리고 연결된 바다 모두 굶주린 혼돈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하지만 굶주린 혼돈은 아직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서쪽의 대해를 쥐잡듯이 뒤져 남아 있는 자들을 모두 복속시켜라!

이 과제를 해낸다면 굶주린 혼돈의 총애는 당신에게 떨어지리라.

보상: ?, ???

서쪽의 드넓은 대양을 돌며 각종 부족들과 하수인들을 굶주린 혼돈 밑으로 복종시키는 퀘스트.

지루한 퀘스트였지만 보상이 너무 대단했기에 퍼소프는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삽질만을 반복하니 회의감이 들었다.

괜히 했나?

순찰선 몰고 나간 놈들은 뭘 하고 있는지 제대로 찾아오기는커녕 사람 숫자도 줄어 있고….

설마 지들끼리 싸우다가 빠진 거라면 정말 용서하기 힘들었다.

“퍼소프 님!”

“뭐지?”

“잠깐 이쪽으로 와주시겠습니까?”

“…뭔데?”

“빨리요! 퍼소프 님이 직접 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순찰선 위로 올라간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이 퍼소프를 부르자, 퍼소프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하나같이 다 도움이 안 되는 놈들이다!

‘내가 올라만 가면, 뉴욕 라이온즈를 탈퇴하는 한이 있더라도 따로 논다.’

퍼소프는 한숨을 쉬며 순찰선 위로 올라갔다.

“죄송합니다.”

“됐다.”

“아니… 그게 아니라요.”

“?”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이 사과하자 퍼소프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시체가 벌떡 일어났다.

* * *

순찰선 위에 올라온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처음에는 태현을 알아보지 못했다.

얼굴을 확인하려고 어깨를 붙잡고 드는 순간 태현과 눈이 마주쳤다.

“…하, 하하. 김태현으로 변장한 거야? 너 정말 유우머 감각이 뛰어난 친구구나?”

“다른 사람들은 어딨어??”

“큰소리 내면 죽여버린다. 여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부활하는 곳 찾아서 죽여버린다. 게임 접을 때까지 죽여버린다.”

“…….”

“…….”

태현이 낮은 목소리로 하는 협박에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바지에 오줌을 지릴 뻔했다.

“이해했으면 눈 깜박여라.”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눈을 깜박였다. 만난지 3초도 안 됐는데 태현은 굶주린 혼돈 플레이들을 완전히 장악했다.

“저 위에 있는 놈이 랭커 같은데 맞나?”

“예….”

“불러.”

“어떻게요?”

“알아서. 못 부르면 너희들 죽이고 부활하는 곳 찾아가서 죽여버린다. 불러.”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벌벌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송은 다 거짓말이었다.

저런 미친놈을 어떻게 그렇게 선량하게 포장했단 말인가!

‘방송사 고소해 버린다!’

“퍼소프 님! 잠깐 이쪽으로 와주시겠습니까? 빨리요! 퍼소프 님이 직접 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죽기 직전의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태현의 생각보다 잘 불렀다.

퍼소프는 무방비한 상태로 태현 앞까지 왔다. 태현은 바로 일어섰다.

“?!”

-아키서스의 세 번째 공격.

[치명타가 터집니다!]

[행운 스탯을 소모해 강력한 일격을 날립니다!

[적중시킨 부위가 새로운 약점이 됩니다!]

-아키서스의 네 번째 공격.

[행운 스탯을 소모해 무조건…]

“잠….”

태현은 상대방의 말을 듣지 않고 묵묵히 검을 휘둘러 공격을 꽂아 넣었다. 순식간에 검광이 번뜩이고 오러가 폭발하면서 퍼소프의 HP가 쭉쭉 깎이기 시작했다.

굶주린 혼돈에게 보호 받고 있는 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출혈 상태에 빠집니다!]

[치명타가…]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HP가 너무 빠르게 줄어듭니다!]

[…]

태현은 거기서 끝내지 않고 언령 마법까지 퍼부었다. 퍼소프는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 정도면 됐겠지.’

태현은 상대의 HP를 적당히 깎아놨다 싶자 공격을 멈췄다.

[HP가 0이 되어 로그아웃을…]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 스탯이 오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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