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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700화 (1,699/1,826)

§ 나는 될놈이다 1700화

정말로 하늘섬이 추락할 줄이야.

태현은 괜히 마음이 심란해졌다.

또 이 추락에 태현의 책임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었으니까.

‘근데 뭐 그건 그거고.’

태현은 1초도 되지 않아 심란한 마음을 다잡고 공격에 들어갔다.

심란한 건 심란한 거고 일단 굶주린 혼돈부터 잡자!

팟!

‘빠르다!’

태현은 굶주린 혼돈이 보낸 암살자들의 움직임에 놀랐다.

태현이 따라붙기도 전에 거리를 벌리더니 시선을 현혹시키듯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압도적인 빠르기.

레벨만 낮지 태현도 스탯만 보면 어디서 꿀리지 않는 사람.

그런데 이 정도로 속도 자체가 차이가 나다니.

‘민첩 스탯에 얼마나 버프를 받은 거야?’

-쥐새끼들이 찍찍대 봤자다!

그러나 여기 있는 건 태현만이 아니었다.

가레티아는 고함을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옆에 있는 신전 기둥이 그대로 박살 나며 천장이 우르르 무너져내렸다.

암살자들은 기겁하며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이런 미친놈!!

“아니… 저렇게 부숴도 되는 거 맞습니까?”

-어차피 힘을 잃은 신전이다.

가레티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새로 얻은 검의 힘을 저들에게 보여줘라!

“알겠습니다.”

태현은 검을 들고 뛰어들었다.

처음 보는 움직임에 놀라긴 했지만, 원래 태현은 자기보다 강한 상대와 싸운 경험이 더 많았다.

힘 스탯 더 높거나 민첩 스탯 더 높거나 체력 스탯 더 높거나 등등.

남이 자기보다 더 강한 게 있다고 해서 당황한다면 오래 이길 수 없었다.

상대의 강점이 있다면 자신의 강점도 있는 법.

‘깎아서 잡는다.’

무한히 넓은 곳에서 술래잡기를 하면 빠른 상대방을 잡을 수 없겠지만, 지금처럼 이것저것 부서진 잔해가 많은 곳에서는 효율적인 움직임으로 빠른 상대방을 잡는 게 가능했다.

태현은 폭탄을 던져서 암살자들의 움직임을 한 번 꺾은 다음 구석으로 유도했다.

‘마법 날린 다음 덤벼드는 놈 카운터로 검술 넣으면….’

그 순간 퀘스트 창이 떴다.

<고대 신전의 가호-검술 스킬 퀘스트>

고대 신전이 내린 가호가 당신에게 검술 스킬의 길을 알려주려고 한다.

구석에 몰아넣은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런 안전한 방식으로는 검술이 성장하지 않는다.

“???”

[???]

…저들을 풀어준 다음 덤비는 공격을 검술로 상대하라.

위험 속에서 검술은 추가로 성장한다.

보상: ?, ???

‘아니, 장ㄴ…?’

태현은 퀘스트 내용에 할 말을 잃었다.

그러니까 지금 기껏 몰아넣은 적들을 풀어준 다음에 일부러 위험하게 싸우라고?

‘미친 퀘스트 아니야 이거?’

판온 1에서도 가끔 이런 미치광이들이 있었다.

레벨 올릴 만큼 올려서 자극에 무뎌진 랭커들 중에, 일부러 장비 다 벗고 맨몸으로 다니면서 자극을 추구하는 놈들이 있었던 것이다.

보통 제정신이 아닌 놈들이라 엮이면 그 꼴이 좋지 않았다. 오죽하면 대형 길드들도 ‘야 저 미친놈들은 건드리지 마라’하며 피했을까.

지금 퀘스트는 그 미치광이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왜 굳이 다 잡아놓고 불리하게…!

하지만 태현은 적들을 풀어줬다.

보상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카르바노그가 안쓰러운 눈길로 쳐다보았다.]

검술 스킬을 키우기 위해 일부러 위험을 자초하라는 퀘스트도 퀘스트지만, 그걸 또 하란다고 하는 태현도 참….

카카칵-

[아키서스 반격의 검이 성공합니다!]

[아키서스 행운의 기운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아키서스의 첫 번째 공격!]

[연속으로 공격에 성공합니다!]

[치명타가 터집니다!!]

[…]

[…]

[검술 스킬이 오릅니다!]

[추가 보너스로 더욱 오릅니다!]

풀어주자마자 바로 사방에서 덤벼드는 암살자들.

태현은 날아오는 공격을 정신없이 쳐내고 반격했다.

[흐릿한 혼돈의 단검이 갑옷을 뛰어넘고 파고듭니다!]

[대미지가 쌓입니다. 스탯에 페널티를…]

[…]

하지만 당연히 불리하게 싸우는 만큼 대미지도 들어왔다.

아키서스 교단을 상대하는 만큼 암살자들은 완벽하게 대비를 하고 들어온 상태.

단검이 마치 안개처럼 흐려지더니 갑옷과 회피력을 무시하고 확정 대미지를 찔러 넣었다.

‘HP 계산을… 거리 벌리고 회복한 다음 다시 싸우면….’

태현이 갖고 있는 스킬들과 아이템으로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 궁리하는 그때, 또 퀘스트 창이 떴다.

<고대 신전의 가호-검술 스킬 퀘스트>

고대 신전이 내린 가호가 당신에게 검술 스킬의 길을 알려주려고 한다.

안전하게 피해서 회복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런 안전한 방식으로는 검술이 성장하지 않는다.

“…….”

[……]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슬슬 퀘스트 창에 진심으로 정색하기 시작했다.

* * *

치열한 일진일퇴.

왕관 평원에서 대집결한 양측 세력의 전투는 얼핏 보면 조용한 듯하면서도 치열했다.

워낙 규모가 거대해서, 전면전을 벌이지 않으면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서로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서 이곳저곳에서 찌르고 있었던 것이다.

“돌격! 괴수들이 길을 뚫었다! 이쪽으로 돌파해!”

거대한 코뿔소를 연상시키는 굶주린 혼돈의 괴수들이 지축을 뒤흔들며 전진하면….

“길 뚫렸답니다!”

“대기하고 있던 언데드 군단들 전부 집합!”

“악마 공작 에슬라가 향하고 있습니다!”

원정대 플레이어들은 대기시켜 놨던 전력을 투입해서 막아냈다.

서로 장군을 부르고 부르는 것 같은 공방의 연속.

굶주린 혼돈 쪽 플레이어들은 솔직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원정대가 진짜 대단하긴 하다!’

여기 왕관 평원에 모일 때만 해도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나름 승리를 자신했었다.

물론 굶주린 혼돈이 몇 번 굴욕적인 실패를 겪긴 했지만, 그건 고양이가 쥐에게 물린 정도였다.

근본적인 체급 차이가 사라지진 않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섣불리 정면 승부라니.

게다가 에랑스 국왕의 상태까지 생각해 본다면 이건 누가 봐도 승리를 자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 원정대 플레이어들의 저력이 어마어마했다.

초보자들은 물론이고 랭커들까지 자기 안위를 생각하지 않고 똘똘 뭉친 데다가, 온갖 NPC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유명한 아키서스 포병대는 물론이고 웬 악마 공작들까지 와서 날뛰는 걸 보면 ‘이건 반칙 아니야!?’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그럼 난관에도 불구하고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여유로웠다.

지금 상황에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에랑스 왕가의 핏줄-굶주린 혼돈 퀘스트>

굶주린 혼돈이 이미 말했듯이, 이 평원에 모인 하찮은 모험가 열 명보다 귀족 한 명이 더 중요한 목표다.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정예 전사들과 함께 에랑스 왕가의 핏줄을 가져와라!

절대로 이 평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한다!

보상: ?, ???

굶주린 혼돈은 원정대 플레이어들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원하는 건 딱 하나.

에랑스 왕가의 핏줄이었다.

숨어 있던 에랑스 국왕이 나온 김에 확실하게 짓밟아버리고 왕관을 손에 넣겠다!

그런 만큼 플레이어들한테도 전부 에랑스 왕국 관련 퀘스트만 나오고 있었다.

[국왕을 잡을 경우 추가 보너스를…]

[기사단장을 잡을 경우 추가 보너스를…]

[…]

[…]

플레이어들도 당연히 이런 걸 좋아했다.

에랑스 왕국 NPC들이라고 하면 가장 비싼 장비들로 무장하고 있을 것 아닌가.

“원정대 놈들이 막으려고 할까?”

“못 막지. 이건 알고도 못 막아.”

지금 굶주린 혼돈이 보낸 정예 NPC들이 점점 진영에 모이고 있는 상황.

적들도 눈치를 챌 수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적들의 진영은 에랑스 왕국군이 가운데에 위치하고 좌우를 원정대 플레이어들이 맡고 있는 상황.

그리고 그 상황에서 일직선으로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갑자기 중앙이 밀린다고 도우러 갔다가는 자기 앞에 있는 적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원정대 플레이어들도 에랑스 왕국을 돕고 싶겠지만, 자기들 전력까지 다 희생해가면서 도울 수는 없을 것 아닌가.

무조건 중앙을 돌파해서 국왕의 목을 잘라 올 자신이 있었다.

“하늘섬 낙하!! 하늘섬 낙하!!!!”

“뭔 개소리야? 미쳤어?”

“하늘섬이 낙하한대!!!!”

“???”

* * *

<하늘섬 낙하 지역, 에랑스 왕국으로 밝혀져…!>

<엄밀한 수학적 계산 끝에 거의 확실해진 낙하 위치…>

<하늘섬 대피 요령>

<에랑스 왕국의 어딘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

<굶주린 혼돈의 도 넘는 파괴. 플레이어들이 과연 가입하는 게 옳은가?>

….

….

하늘섬이 추락 시작한 순간부터 플레이어들은 대체 이 하늘섬이 어디로 추락할지 계산하기 시작했다.

바다라면 차라리 나았다.

만약 땅 위일 경우 그 지역은 일단 망했다고 봐야 했다.

저런 거대한 땅덩어리가 떨어지는데 멀쩡할 리가 없지 않은가!

“굶주린 혼돈 미친놈아! 아무리 하늘섬이 말을 안 들어도 그렇지 떨어뜨리는 놈이 어디 있어!”

“이 새끼 진짜 미친 거 아니냐?!”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도 격분했다.

플레이어들은 세계 멸망을 위해서 굶주린 혼돈에 가입한 게 아니었다.

쉽고 빠르게 강해진다니까 그걸 믿고 가입했고, 굶주린 혼돈이 승리하고 나면 그 밑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대륙 다스릴 수 있겠다 싶어서 가입한 것이었다.

근데 이 꼴을 보니 다스릴 대륙이 남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친놈이 뭘 떨어뜨리는 거야!

“아직 굶주린 혼돈이 했다는 걸로 확정된 게 아니잖아.”

“그럼 미친놈아! 누가 하는데! 누가 했겠냐!”

평원에서 대기하고 있던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도 자기들끼리 다퉜다.

다른 플레이어들과 달리,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은 굶주린 혼돈이 욕을 먹을수록 같이 먹는 것이다.

프로 선수의 굴레!

“혹시 김태현이 한 거 아니야?”

“야… 제정신이냐?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아무리 그래도 그걸 누가 믿겠냐?”

“하, 하긴.”

어떻게든 우겨볼까 했던 선수들은 정신을 차렸다.

저건 너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하필이면 다른 곳에 떨어지지 왜 에랑스 왕국에….”

“아깝긴 한데 어쩌겠어. 마음의 준비들 하라고.”

“아…! 젠장…! 내가 눈독 들인 도시가 몇 개인데…!!”

“진짜 수도는 부수지 마라. 나 거기 궁전 가지려고 내가….”

선수들은 가슴을 치며 한탄했다.

하늘섬이 떨어지면 얼마나 많은 도시나 성들이 박살 날까.

그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눈물이 나왔다.

-전투 준비.

[굶주린 혼돈의 나팔이 신호를 보냅니다!]

[에랑스 왕가의 핏줄을 절멸시키십시오!!]

[…]

[…]

“시작이다!”

“지금 이럴 때 시작하고 싶나?”

플레이어들은 투덜거렸지만 굶주린 혼돈의 지휘관들은 플레이어들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통치할 성이 날아가든 도시가 날아가든 해야 할 일은 해야 하는 것이다.

뿌우우우우우우-

“돌격 개시!”

“가자!”

곳곳에서 설치된 문이 열리더니, 굶주린 혼돈의 기사들이 창을 들고 달려 나왔다.

이제까지와의 공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우리도 가자!”

굶주린 혼돈 쪽 플레이어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 뒤에 따라붙었다.

자신감이 없던 플레이어들도 이 웅장한 광경을 보면 자신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 규모의 정예들이 공격을 하는데 어떻게 지겠는가!

지려고 해도 질 수가 없었다.

‘무조건 남는 싸움이다.’

‘참가만 해도 이득이고 뭐라도 하나 성공시키면….’

동료들과 같이 달려가던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는 문득 하늘을 쳐다보았다.

‘어라? 하늘에 저런 게 있었나?’

뭔가 점 같은 게 좀 커진 것 같은데….

멀리서 날아다니는 비행 몬스터인가?

‘별것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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