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589화
“장샨 너 이 자식!”
“??”
장샨은 왜 그러냐는 듯이 길드 동맹 랭커들을 쳐다보았다.
길드 동맹 랭커들은 배신감과 충격으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네, 네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무슨 소리십니까?”
“김태현의 말을 들을 줄이야!”
“어…? 여러분들도 같이 하고 있잖습니까?”
“…….”
장샨의 말에 길드 동맹 랭커들은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
어라?
“아, 아니. 우리는 이번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복수를 하기 위해 김태현과 손을 잡은 거고… 혹시 장샨 너도 그런 거니?”
길드 동맹 랭커들은 혹시나 싶었다.
생각해 보니 장샨 같은 간부가 배신할 리가 없는 것이다.
아마 장샨도 이번 상황 때문에 김태현한테 어쩔 수 없이 협조하는 게 분명했다.
“그건 아닙니다. 전 예전부터 김태현 선수 편이었는데요.”
“…….”
“…….”
길드 동맹 랭커들은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믿을 수 없어졌다.
장샨까지 배신자였다면…??
“네, 네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길드 동맹이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골짜기에 첩자로 보낸 다음에 아무 지원도 안 해주고 김태현 정보 못 알아내면 죽을 줄 알라고 협박한 것처럼요?”
“…….”
“…….”
팩트로 묵직하게 두들겨 패는 장샨의 말에 랭커들은 할 말을 잃었다.
랭커들이야 길드 동맹에서도 대접을 받지만, 일개 길드원들은 길드 동맹에서도 딱히 잘 대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태현이 옆에서 말했다.
“더 말해봤자 니들 무덤만 파게 될 거 같은데.”
“…그, 그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랭커들은 마구간 안으로 들어갔다. 왠지 모르게 그들의 어깨는 축 늘어져 있었다.
[<왕가의 황금 그리핀> 우리를 엽니다!]
[<왕가의 황금 그리핀>이 달아나기 시작합니다!]
“골짜기로 가렴! 다른 곳으로 가지 말고!”
“…어, 잠깐, 아니, 꼭 골짜기여야 하나?”
길드 동맹 랭커들은 머뭇거렸다.
일단 급한 만큼 꺼내긴 했는데 생각해 보니 저걸 골짜기로 보내는 게 어마어마하게 아까웠던 것이다.
저 황금 그리핀을 기르기 위해 길드 동맹이 얼마나 고생을 했던가.
마법사 수십 명을 불러서 잠자리를 조절하고, 식사 한 끼 때마다 온갖 호화 재료를 산더미처럼 갖다 바치고….
길드 동맹 재정이 아무리 넉넉해도 힘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걸 그냥 김태현한테 넘겨야 한다니…!
“우리 사이에 있었던 원한은 알지만 지금은 힘을 합쳐 스미스와 싸워야 하는 때잖나.”
태현은 그걸 눈치채고 말했다.
물론 딱히 힘을 합치고 싶은 생각은 없고 그냥 황금 그리핀을 공짜로 먹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살다 보면 이런 행운도 오는군.’
[카르바노그가 너무나도 아름답다고 좋아합니다!]
“크윽… 어쩔 수 없지.”
길드 동맹 랭커들은 포기했다. 이미 김태현과 같이 온 이상 이건 반쯤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여러분.”
“넌 닥쳐 장샨 이 자식아!”
* * *
“그리핀이 날뛰고 있습니다! 성문 밖으로 도망쳤어요!”
“뭐라고? 도시에 그리핀이 있었어??”
“몇몇 간부한테 물어보니까 그런 걸 기르고 있었다고….”
“그걸 왜 지금 말해!”
고메즈는 벌컥 화를 냈다. 고메즈는 항복한 길드 동맹 간부, 쑤이융을 노려보았다.
“너 이 새끼… 알고 있었지?”
“아… 아니야! 정말 잊고 있었어. 여기 아레네 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 한두 개가 아니잖아! 다른 건 다 말했는데 그것만 일부러 말 안 했겠어?”
“아까도 마도병기 위치를 몰랐다고 했었지.”
“그건 쑤닝이 의심이 많아서 그래!”
쑤이융은 쑤닝의 먼 친척이었고, 덕분에 간부 자리에 앉을 수 있긴 했지만, 쑤닝의 의심도 만만치 않았다.
간부들끼리라도 모두 다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던 것이다.
김태현한테 하도 얻어맞은 덕분에 성장한 것!
“믿어줘. 고메즈! 나는 진심으로 협조하고 있다! 나는 화이트 나이트의 간부가 되고 싶어!”
고메즈는 경멸하듯이 쑤이융을 쳐다보았다. 도시를 얻기 위해서 약속을 하긴 했지만, 고메즈 같은 랭커한테 쑤이융 같은 간부는 경멸스럽기 그지없었다.
‘실력도 없고 인맥으로 간부에 오른 쓰레기 주제에 무슨….’
“치워버려. 이 자식 말은 믿을 수가 없어.”
“고메즈!! 이러지 마! 난 네 팬이야! 사인도 받았어!”
이렇게 된 이상 간부들 말만 믿을 수가 없게 됐다. 고메즈는 혀를 차며 명령을 내렸다.
“도시 봉쇄를 강화시킨다!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현재 자리에서 아예 움직이지 말라고 해. 움직이는 놈은 수상한 꿍꿍이가 있는 걸로 간주하고 공격해 버려.”
“반… 반발이 만만찮을 텐데?”
“지들이 하던 짓이잖아?”
“그건 그렇긴 해.”
옆에 있던 다른 길드원들은 빠르게 납득했다.
생각해 보니 길드 동맹이 하던 짓이었던 것이다.
* * *
-도시의 모험가 분들에게 알립니다! 현재 자리에서 이동하지 마십시오! 현재 자리에서 이동하지 마십시오!
“너무하잖아! 가만히 서서 뭘 하라고!”
“구경이라도 하란 거냐!”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당연히 화를 냈다.
물론 새로 들어온 화이트 나이트 길드원들이 그걸 이해해 줄 리 없었다.
“네놈들이 몰래 길드 동맹의 전력을 빼돌리고 있다는 거 알고 있어! 꼼짝도 하지 마!”
“우리가 미쳤다고 그런 짓을 해?! 우리가 그렇게 길드 동맹에 충성심이 있게 보이냐?!”
“…어쨌든 가만히 있어!”
도시 곳곳에 강화된 통제 명령.
덕분에 태현 일행은 움직임이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나름 이것저것 빼돌리긴 했지만 역시….
“이거, 중앙 탑에 갈 수 있나?”
“무리일 것 같군.”
길드 동맹 랭커들은 벌써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경계가 삼엄해도 너무 삼엄했던 것이다.
지금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아레네 시의 중앙 탑에는 각종 중요 NPC들이 갇혀 있다고 했다.
아레네 시 수비대장, 아레네 시 기병대장, 아레네 시 궁수대장, 아레네 시 백호기사단장, 아레네 시 마탑 대마도사 등등등.
이런 전력들을 빼내면 도시에 있는 각종 NPC들을 동원 가능하긴 했지만….
…문제는 그걸 상대방도 잘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설득하든 협박을 하든 무조건 도망치지 못하게 가둔 다음 철통 방어 중!
랭커들은 물론이고 굶주린 혼돈에게 빌린 강력한 하수인도 경계에 포함되어 있었다.
슬쩍 가까이 다가갔던 길드 동맹 랭커들은 경계에 혀를 내두르며 물러섰다.
저건 도저히 뚫을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패기 없는 놈들. 너희 길드도 못 뚫어? 여기 김태현 선수께서는 남의 왕국을 자기 안방 다니듯 주름잡고 다니셨는데!”
“…….”
골짜기 랭커들이 하는 말에 길드 동맹 랭커들은 울컥했다.
‘이 새끼들아 그 남의 왕국이 우리 왕국이잖아….’
“진정해라. 화이트 나이트 쪽에서도 저렇게 나오는데 어떻게 방법이 없겠지. 그나저나 일을 정말 잘하긴 하는데.”
화이트 나이트도 생긴 지 그렇게 오래 된 길드가 아니었다. 게다가 만드는 과정에서 싸움이 꽤 잦았다.
길드 동맹도 그런 과정 때문에 만들고 나서도 계속 내분이 나고 싸움이 나지 않았던가.
그런데 화이트 나이트는 그런 잡음이 거의 없었다.
‘뉴욕 라이온즈 같은 대형 게임단들이 여럿 참가해서 그렇겠지.’
미국 쪽 대형 게임단 소속 랭커들은 판온에서 최상위권 랭커들이었다.
그런 랭커들이 우르르 몰려왔으니 스미스한테 반발하려고 해도 반발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대형 게임단은 일처리도 프로였다.
아레네 시 같은 거대한 도시를 점령했는데도 빈틈 하나 없이 착착착 일처리를 해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저 중앙 탑, 왠지 낯이 익은데.”
“그야 우리 길드 동맹의 가장 유명한 건축물이니까 그렇지.”
길드 동맹 랭커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태현을 쳐다보았다.
길드 동맹의 소개가 나올 때면 맨날 저 아름다운 탑이 한 번씩 나오는 만큼 낯이 익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니, 김태현은 직접 여기 와서 낯이 익은 거 아니냐?”
옆에서 듣고 있던 길드 동맹 랭커가 설마 싶어서 물었다.
이 자식….
설마 저번에 와서 난리친 거 때문에 낯이 익은 건 아니지?
“아.”
태현은 드디어 기억이 났다.
저 중앙 탑에….
‘날개 악마들이 있었잖아.’
[…카르바노그가 경악합니다!!]
* * *
옛날 옛적, 태현이 길드 동맹과 한창 싸울 무렵….
그때 태현은 지금보다 더 약하고 전력도 부족했다.
어쩌겠는가.
할 수 있는 건 길드 동맹 영지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부수고 PK하고 날뛸 수밖에.
그중 하나가 바로 아레네 시에 몰래 들어가서 폭탄협박을 한 것이었다.
-내 일행을 보내주지 않으면 아레네 시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리겠다!
-크윽…! 미친 한국인 놈!
-아직까지 전쟁하고 있는 놈들이라 그런지 협박이 무시무시해!
곳곳에 설치된 폭탄들.
결국 길드 동맹은 눈물을 흘리며 태현과 협상에 나섰다.
안전을 보장받고 태현은 유유히 아레네 시를 떠나….
…기 전, 중앙 탑에 이것저것 설치를 좀 해놓고 갔다.
대륙을 한 번 시끄럽게 만들었던 역병 폭탄도 놓고, 역병 폭탄을 관리할 날개 악마들도 놓고!
사실 그때 태현은 이걸 꽤 금세 쓰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 정도로 길드 동맹하고 사이가 안 좋았으니까.
그런데 길드 동맹이 알아서 쪼개지더니 자기들 상황이 안 좋아져서 의외로 화해를 하게 됐다.
불쌍한 날개 악마들은 저 탑에서 계속 폭탄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살짝 미안하군.’
옆에 있던 길드 동맹 랭커들은 태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아니, 알았다면 뒤집어졌을 것이다.
아레네 시의 중앙탑에 무슨 개짓거리를 해놨단 말인가!
“생각해 보니 방법이 있다.”
“!”
“말… 말도 안 돼!”
길드 동맹 랭커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이 상황에서 방법이 있다고?
길드 동맹 랭커들도 지금 방법이 없어서 포기한 상황인데??
“설, 설마? 또 첩자야??”
“그… 그건 말도 안 되지만 정말 가능할지도….”
“아니야 미친놈들아.”
태현은 어이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무슨 가는 곳마다 첩자를 심어둔단 말인가.
“화이트 나이트가 생긴지 얼마나 됐다고 첩자가 있겠냐?”
‘니가 해놓은 일들을 양심이 있으면 돌아봐 자식아…!’
길드 동맹 랭커들은 속으로 외쳤다.
그들은 지금 김태현 때문에 세상 모든 걸 믿지 못하게 된 것이다.
“어쨌든 중앙 탑에 있는 인질들은 내가 빼돌리겠다. 하지만 그냥 빼돌리면 너무 쉽게 들킬 거야. 어느 정도 소란이 필요해. 길드 동맹 길드원들한테 같이 싸워달라고 할 수 있겠어?”
태현의 질문에 골짜기 랭커들은 코웃음을 쳤다.
“김태현 선수. 말도 안 됩니다.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사랑이 뭔지 우정이 뭔지 알겠습니까?”
“솔직히 골짜기 소속이 아닌 놈들이 충성심이 뭔지 알겠냐?”
“…시끄럽다! 네놈들만 사이좋은 게 아니란 말이다. 우리 길드도 단합력만 놓고 보면 절대 뒤지지 않는다!”
길드 동맹 랭커는 분노해서 외쳤다.
비록 배신자에 첩자에 탈주자까지 나오고 있었지만, 랭커는 믿고 있었다.
길드 동맹 길드원들 중에서는 분명 자신과 같은 뜻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야. 우리 길드가 무슨 단합력이 있어. 공포와 협박과 탐욕만 있지.
-김태현 앞에서 허세부리면 어떡해 미친놈아. 바로 들킬 텐데.
-니가 말한 거다? 실패하면 니가 책임지는 거 알지?
-…….
다른 랭커들이 귓속말로 보내는 말에, 말을 꺼낸 랭커는 깊은 분노를 느꼈다.
당장 여기 있는 랭커들 사이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단합력!
‘길드가 이러니까 망했지 이 새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