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166화 (1,165/1,826)

§ 나는 될놈이다 1166화

갑자기 분위기가 차가워…지진 않았다.

왜냐하면 태현의 명성이 있었으니까.

먼저 온 플레이어들은 금세 기운을 되찾았다.

“그래도 김태현 선수가 있으니 곧 나갈 수 있겠죠?!”

“글쎄, 이거 신성 영역이 얼마나 강할지 몰라서 잘 모르겠….”

“곧 나갈 수 있을 겁니다!”

“맞아요!”

뒤에 있던 일행들이 재빨리 말을 대신했다.

태현에게 맡겼다가는 사람들 울겠다!

“상황이나 좀 설명해 주시죠.”

태현은 자리에 있는 플레이어들한테 상황을 물었다.

다들 비슷한 식으로 끌려온 것 같았다.

토벌하다가, 불리해진 이데르고 교단이 대마법을 시전하자 역병 지대로 이동!

적극적으로 활동하기에는 너무 위험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김태현 선수면 충분히 괴수들 잡고 나갈 수 있지 않나요?”

“맞아요. 영상 봤는데 진짜 대단하더라고요!”

“흠….”

물론 지금 태현이 이끄는 공격대의 전력은, 어느 정도 괴수들과 만나도 정면 힘싸움으로 압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태현은 방심하지 않았다.

여기는 이데르고의 신성 영역.

분명 무언가가 있으리라.

[이데르고의 괴수를 쓰러뜨렸습니다!]

[이데르고의 괴수가 역병을 뿜어냅니다.]

[역병 지수가 올라갑니다!]

[역병 지수가 올라갈수록 역병 지대의 몬스터들은 강해지고, 모험가들은 약해집니다!]

[민첩 약화의 역병이 적용됩니다!]

[민첩에 디버프를 받습니다!]

[HP 약화의 역병이 적용됩니다!]

[HP에 디버프를 받습니다.]

“!!!”

“뭐, 뭐야?!”

누군가 괴수 몇 마리를 잡자 바로 뜨는 메시지창!

“…야, 이거….”

“장난 아닌데…?”

레벨 높은 플레이어들은 메시지창의 뜻을 깨닫고 경악했다.

몬스터 한 마리 잡을 때마다 다른 몬스터들이 더 강해지고, 잡은 사람들에게는 디버프가 들어가는 구조!

이런 형태의 던전은 몇 번 있었지만 이 정도로 대규모에 강력한 건 경험한 적이 없었다.

“일단 모여라! 괴수 괜히 건드리지 말고 이동하자.”

“김, 김태현. 어떻게 하지? 소수 정예로 빠르게 몇 마리 잡고 나가야 하나?”

“역병 지대의 적들을 전부 처치해야 하니 그건 무리지. 게다가 잡을 때마다 디버프가 들어가. 몇십 마리 잡고 나면 도저히 싸울 상태가 아닐 거다.”

“그러면…?”

“…….”

태현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

그때 마침 사디크 교단이 끌고 다니는 거대 괴수가 눈에 들어왔다.

* * *

“아니… 이건 좀….”

사디크 교단 사제들은 태현 뒤를 쫓아오면서 종알댔다.

아무리 생각해도 좀…!

태현이 내놓은 계획은 간단했다.

-플레이어가 잡으면 플레이어한테 디버프가 들어가니, 괴수가 잡게 하자.

-아니 저희 괴수는 괜찮고요!?

-너희 괴수는 이데르고 교단 괴수잖아. 역병에 영향을 안 받을 것 같은데.

-아니 사디크 교단 괴수입니다!

-그래 뭐 출신이 어쨌든 간에… 겉모습을 보라고. 훌륭한 이데르고 교단 괴수인데.

태현의 말은 사실이었다.

목에 찬 불꽃 목걸이만 없으면 어딜 봐도 이데르고 교단 괴수!

[카르바노그도 납득합니다!]

“한 마리로는 무리겠군. 사디크 교단. 다른 괴수를 더 찾자.”

“예???”

“이데르고 교단 놈들 하는 짓을 보면 다른 교단 마수나 신수들도 더 있을 거 아냐.”

이데르고 교단의 특기.

남의 교단이 기르는 마수나 신수를 훔쳐 와서 자기네 교단 괴수로 써먹는 것!

[카르바노그가 혹시 카르바노그 교단의 마수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두근거립니다.]

‘…이데르고 교단이 아무리 손이 궁해도 토끼 괴수를 보낼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런 놈들을 더 찾아서 정화시키는 거지. 사디크의 이름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겠어?”

“그… 그건 정말….”

“정말?”

“…아름다운 계획입니다…!”

사디크 교단 사제들은 태현의 말에 흠뻑 빠졌다.

기껏 건진 괴수 한 마리를 싸움에 투입하자는 말은 거부감이 들었지만, 괴수를 더 늘릴 수 있다면?

사디크의 시대가 온다!

이번에는 정말로 올지도 모른다!!

“어, 그런데 다른 교단 괴수면 어떡합니까?”

“뭐 돌려줄 수도 없고 우리가 쓰자고.”

“그러네요!”

교단 사제들은 빠르게 납득했다.

역시 악신 교단은 이야기가 편해!

* * *

“미친 이데르고 교단 놈들!”

“몬스터 잡지 마! 잡으면 위험해!”

“덤벼드는데 어떻게 안 잡냐!”

에랑스 왕국에서만 끌려온 건 아니었다.

오스턴 왕국에서도 왔다!

“길… 길드 동맹!”

“미… 미다스 길드!”

앙숙인 이들도 만나는 역병 지대!

당연했다.

이번 이데르고 교단은 몬스터 웨이브와 달리 훨씬 더 위협적이었던 것이다.

각 길드들이 토벌대 조직해서 뛰어다닐 정도였으니….

“맥필. 살아 있었군.”

“흥. 리우쑹 너도.”

야만전사 맥필, 얼음 마법 전문 랭커 리우쑹. 둘 다 서로 얼굴을 아는 사이였다.

애초에 미다스 길드의 절반 넘는 인원이 길드 동맹에서 쪼개져 나왔으니 당연한 일!

“여기서 싸우자는 거냐?”

“나야 아쉬울 거 없지! 싸웠을 때 네가 이긴 적이 있었었나?”

“네가 기억에서 다 지운 거겠지! 내가 대부분 다 이겼어!”

“저, 여러분들. 지금 싸울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뒤에 있던 길드원들은 조마조마해서 랭커들을 말리려고 했다.

안 그래도 지금 서로 디버프 덕지덕지 달고 있는데 여기서 싸우면 뭐가 남는단 말인가.

“힘을 합치시면….”

“합치긴 뭘 합쳐! 미쳤냐! 너 첩자지?”

“뭔 첩자입니까! 당연한 소리 하는 건데!”

길드 동맹에서만 이런 대화를 하는 게 아니었다. 미다스 길드에서도 비슷한 소리가 나왔다.

“저희 지금 마법사들만 너무 많아서 근접 탱킹할 사람 부족한데 힘을 합치시면….”

“쟤네를 가까이 두라고?! 너 첩자냐!? 쟤네가 얼마나 비열하고 더러운 놈들인데!”

‘그럼 거기서 나온 당신은 뭔데….’

결국 두 길드 파티의 협상은 깨졌다.

“가까이 다가오지 마라!”

“흥. 우리가 할 소리다!”

그들의 대화가 막 끝날 때, 태현이 사디크 교단 NPC들과 함께 자리에 도착했다.

거대 괴수를 끌고서!

“이데르고 교단이다!!”

“전, 전투 준비! 전투 준비!”

“잠깐만! 이데르고 교단이 아닌 것 같은데?”

“뭔 개소리야?! 저기 역병 괴수잖아!”

“근데 저기 위에 김태현이 있잖아!”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헉. 김태현이잖아?”

“…….”

“…….”

너무 놀라운 걸 봐서 그런지 플레이어들은 순간 멍해졌다. 누군가 한 명이 열었다.

“근데 김태현이면 더 전투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닌…?”

“?!?!”

“그.. 그렇… 아니지! 휴전했잖아!”

“휴… 진짜 위험할 뻔했네.”

길드원들은 휴전에 감사했다.

여기서 김태현하고 싸울 뻔했네!

태현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너희도 여기 갇혔냐?”

“우… 우리는 깨러 온 거다.”

“맞아. 이데르고 교단의 비밀을 찾아 여기 들어온 거지.”

“그래?”

[카르바노그가 개소리 같다고 말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무리 봐도 허세 같아!

그러나 상대가 그렇게 말한다면 받아주는 것도 예의.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그 신비를 깨러 온 놈들. 이데르고 교단 공략하려고 하는데 좀 도와주지 그러냐?”

태현이 이끌고 온 공략대 플레이어들은 최대한 아낄 생각이었다.

이 역병 지대는 싸우면 싸울수록 디버프가 걸리는 구조니까!

하지만 여기 길드 동맹이나 미다스 길드원들은 달랐다.

‘부려먹어도 전혀 미안하지 않지.’

귀중한 인재들!

“싫다!”

“거절한다.”

‘앗. 속마음을 들켰나?’

태현은 움찔했다. 그런 사악한 속마음을 갖고 있다는 걸 눈치챘을까?

그러나 그런 건 아니었다.

“길드 동맹으로서의 자존심이 있다. 너하고 손잡을 생각은 없어!”

“미다스 길드는 혼자서 이 던전을 깰 수 있다. 남의 도움은 필요 없지.”

“…아. 그렇군.”

태현은 케인을 불렀다.

-왜?

-저기 가서 괴수 몇 마리만 몰아와라.

-오케이.

케인은 ‘왜?’나 ‘왜 나야?’ 같은 질문을 하지 않았다.

물어봤자 별 의미가 없었으니까!

케인은 호다닥 달려가고, 태현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혼자서 깰 수 있으면 알아서 해보고….”

태현은 그대로 물러났다.

‘어? 정말 그냥 물러나나?’

‘몇 마디 더 할 줄 알았는데….’

태현이 그냥 물러서자 오히려 길드원들이 놀랐다.

반은 놀랍고 반은 아쉬운 마음!

‘아. 김태현하고 같이 할 걸 그랬나? 김태현이 싸우는 거 하나는 되게 잘 하는데….’

‘디버프도 걔가 더 많이 받지 않을까?’

“대단하십니다. 리우쑹 님! 김태현이 그냥 물러서다니! 역시 김태현도 리우쑹 님은 상대하기 꺼려진 게 분명합니다!”

“맥필 님밖에 없습니다! 김태현이 투기장에서만 그렇게 날뛰지, 레벨 제한 없이 싸우는 판온에서는 맥필 님을 잡을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게 분명합니다.”

양쪽 길드 사람들은 신나게 아부를 늘어놓았다. 아부하는데 돈 드는 거 아니었으니까.

무엇보다 솔직히, 그 김태현이 딱 물러서는 게 좀 멋있긴 했던 것이다.

와! 우리 파티장님 김태현도 물러서게 하신다!

“그, 그런가? 하긴. 김태현이 아무리 재빨라도 나 같은 마법사는 상대하기 까다롭긴 하겠지. 광역기로 장판 깔면 들어오질 못하니까.”

“맞습니다! 발이 느려지면 그냥 훅 가는 거 아닙니까! 회피가 아무리 좋아도 리우쑹 님 마법이면 한 방이죠!”

맥필은 옆에서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런 양심 없는 새끼….’

그도 지금 아부를 듣고 있긴 했지만 저 정도는 아니다!

김태현이 마법사가 까다롭긴 뭐가 까다로워!

아침으로 딜러와 탱커를 잡은 다음 디저트로 마법사를 처리할 놈인데….

쿵쿵쿵쿵쿵-

“?”

지축을 울리는 소리.

길드원들은 전원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옆의 지평선에서 다섯 마리나 되는 거대 괴수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이데르고 교단의 역병 괴수들이 돌진합니다!]

[역병 가호의 돌진을…]

“뭐… 뭐… 뭐야!??!”

기껏해야 한두 마리씩 나타나던 수준이었는데 갑자기 대형 괴수가 다섯 마리 돌진해 오는 상황.

그냥 잡는 건 문제가 아니었지만 후폭풍이 걱정이었다.

‘저걸 잡으면 디버프가 대체…?’

‘안 그래도 강한 놈이라 더 위험할 것 같은데!’

“피해! 길드 동맹 놈들이 잡게 냅둬!”

“…저 새끼가!? 야! 미다스 길드가 잡게 냅둬라! 비켜서!”

그러나 그런 다툼은 할 필요가 없었다.

앞에서 달리고 있던 케인이 사이좋게 그들한테 달려갔으니까.

“너희들 잡기 좋게 괴수 데리고 왔다! 길드 동맹 파이팅!!”

케인은 목청 터져라 외친 다음 방향을 틀었다.

“미다스 길드! 너희를 믿는다! 힘내라!”

세 마리 두 마리 딱딱 배송해 주는 철저한 서비스!

그 서비스를 깨달은 길드원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동했다.

“저 개자식이 미쳤나!??!”

“야 너 이리 안 와?! 이리 안 와!?!?”

“네가 김태현이야!?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뒤에서 메아리치는 길드원들의 외침을 들으며, 케인은 무사히 도망쳤다.

다행히 괴수들도 케인보다는 수십 명이 넘는 길드원들에 관심이 많은 모양!

[몬스터를 끌어다가 다른 적들에게 떠넘겼습니다!]

[칭호, 아키서스의 초급 사기꾼을 얻었습니다!]

[아키서스의 노예로서 훌륭한 업적을 세웠습니다.]

[권능 스킬, <노예의 필사적인 질주> 스킬을 얻었습니다!]

<노예의 필사적인 질주>

신성력 스탯을 소모해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려 나갑니다. 신성한 힘으로 보호받습니다.

도주 스킬로는 사기적인 성능을 가진 스킬!

그러나 케인은 떨떠름했다.

‘…나 탱커인데….’

탱킹 스킬이나 공격 스킬 같은 거나 좀 주지 뭐 이런 걸…?

카르바노그가 들었다면 ‘줘도 불평하는 놈’이라고 구박했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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