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038화 (1,037/1,826)

§ 나는 될놈이다 1038화

화산이 커지다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화산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더욱더 강렬해진 것 같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태현은 그 말에 무심코 고개를 돌려 저 멀리 화산을 쳐다보았다.

카프 화산지대 중앙에 자리 잡은 거대한 화산!

주변에는 강 대신 용암이 흐르고, 각종 화염 몬스터들이 나오는 곳이긴 했지만, 플레이어들 중 누구도 이 화산이 터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건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니까!

하지만 현실에서 갑자기 화산이 터지듯, 판온에서도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태현은 갑자기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괜찮겠지?’

[카르바노그가 화산의 기운이 올라왔다고 바로 터지는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왜 그러세요?”

“카르바노그가 화산의 기운이 강해졌다고 하는데.”

“…!”

이다비는 깜짝 놀랐다.

화산 폭발!

판온은 조심해야 할 것이 많고 많았지만, 그중 하나가 저런 자연재해였다.

저런 거에 휘말려서 죽으면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는 것!

“화산 폭발이면 상당히 위험한데요? 폭풍 같은 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그렇겠지? 일단 미리 말해둬야겠다. 그런데 왜 이렇게 숫자가 늘었지?”

“…아마 인기 때문에….”

태현과 이다비는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리 봐도 아까보다 몇 배는 더 많아진 플레이어들 숫자!

그들 중 몇몇은 태현이 시선을 던지자 갑자기 열심히 하는 척을 했다.

-아니! 저기 불꽃도마뱀이! 우리가 가서 잡자!

-저걸 잡으면 불사조의 단서가 나올지도 몰라!

“…….”

너무 티 나잖아!

어쨌든 태현은 플레이어들에게 경고를 하기로 했다.

“모두 주목!”

최고급 전술 스킬 덕분에 <화신의 함성>으로 사람들을 부를 수도 있었지만, 굳이 그런 스킬까지 쓸 필요 없었다.

화술 스킬도 최고급이니까!

[최고급 화술 스킬로 인해 함성이 멀리까지…]

[……]

“??”

“뭐야? 무슨 일이야?”

“지금 화산이 위험하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걱정되는 사람은 지금 물러서는 걸 추천하지.”

태현의 말에 플레이어들은 ‘헉! 화산이라니!’ 하며 허겁지겁 도망치지…

…않았다.

그야 여기 모인 플레이어들은 기본적으로 레벨 200을 넘긴 고렙 플레이어들이었으니까!

그들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에이, 뭘 그런 걸 가지고.”

“김태현 은근히 걱정이 많은데?”

“하긴 방송 보니까 걱정을 많이 할 수밖에 없겠더라. 케인 때문이겠지?”

“하여간 케인 놈 때문에.”

“케인 때문에 김태현 걱정이 많아졌다고요?”

“그럼. 판온 1 때는 훨씬 더 쿨한 놈이었지. 케인 보니까 같이 다니면 사람이 변할 수밖에 없겠더라.”

“…….”

갑자기 불려와서 맞는 케인!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아니, 괜한 걱정이 아니라 진지하게 화산이 폭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라는 건데.”

“화산이 폭발해 봤자 뭐 갑자기 터지는 것도 아니고, 우리 실력으로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어.”

“맞는 말이다. 괜찮아! 우릴 믿어!”

[카르바노그가 쟤네들 재수없다고 말합니다.]

‘나 도와주러 온 놈들이니까 그런 말은 하지 말자.’

어쨌든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방이 물러서길 원하지 않는다는데 억지로 물러서게 할 생각은 없었다.

“뭐, 알고 있으면 됐다. 주의해서 움직이라고.”

“하하하. 물론이지! 우린 케인하고 달라!”

“맞아! 우리가 케인보다 몇 배는 낫다고!”

‘…케인이 슬슬 불쌍해지는데….’

태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빠진 플레이어들은 거의 없었다.

그들은 카프 화산지대를 거침없이 누비며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목표는 불사조!

“저기 날아다니는 놈 뭐야!? 불사조 아냐?!”

“아니야! 다른 몬스터다.”

“으악! 전방에 용암악어! 전방에 용암악어! 포션 사용해! 포션!”

“미친놈들아! 왜 그걸 여기까지 끌고 오는 거야! 너희 선에서 처리해야지!”

하도 플레이어들이 많다 보니, 서로 몬스터들을 끌고 오고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다.

태현은 그런 난장판 사이를 피하지 않고 돌파했다.

“이다비. 준비됐지?”

“네.”

딜러 하나에 힐러 하나라는 어이없을 정도로 부족한 구성이었지만, 그게 태현 일행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골골이가 이다비 앞에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탱킹을 하고, 용용이와 흑흑이가 원거리 딜러 역할을 맡아 폭격!

-아키서스의 황금 기부, 아키서스의 정신 파괴! 아키서스의 매수!

길목에 있는 몬스터들 중 치울 수 있는 건 마법을 걸어 치우고, 나머지는 바로 제압을 걸어 묶었다.

그러면 나머지는 태현의 몫!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치명타가…]

[검술 스킬이…]

‘대단하다!’

‘둘이서 돌파하는데도 속도가 무슨….’

주변에 있던 파티들은 혀를 내둘렀다. 과연 김태현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단 두 명이서 돌파를 시도하는데도 시원하게 길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다비의 지원은 랭커들이라면 다 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태현의 딜은 그 차원이 달랐다.

딱딱한 몬스터들의 갑옷을 뚫고 그대로 녹여 버린다!

-…야. 저걸 보고도 겁이 안 나냐?

-괜, 괜찮다니까. 그렇게 상대 가려서 언제 출세할 건데? 그리고 말했잖아. 꼭 김태현한테 데미지 넣을 필요 없이 김태현 퀘스트만 스틸해도 된다고.

방송 제목은 <그 김태현을 꺾었다!>로 시작해야지!

“같, 같이 가!”

“멈추지 말고 움직여!”

홀린 것처럼 태현과 이다비가 지나가는 걸 보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뒤를 쫓기 시작했다.

길이 만들어졌으면 따라가야지!

* * *

“다행히 <신의 예지> 스킬이 이제 좀 잘 써지는데.”

태현이 가진 스킬들 중 손꼽히는 사기 스킬이 <신의 예지>였다.

얼핏 보면 수수해 보이지만 제작부터 전투, 퀘스트 진행까지 많은 도움을 주는 게 바로 이 스킬!

그러나 <신의 예지>도 무적은 아니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써봤자 큰 효과를 보기 힘든 것이다.

카프 화산지대에 도착하기 전에는 <신의 예지>를 써도 사방팔방으로 길이 보였다. 이러면 MP만 소모하는 무용지물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화산지대로 들어오자 길이 선명하게 잡히기 시작했다.

‘세 갈래. 전부 다 화산 정상 분화구 쪽이긴 한데 약간씩 다르긴 하군.’

하나는 직선으로 가파른 절벽을 타고 올라가는 루트.

다른 하나는 오른쪽으로 빙 돌아가는 루트.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왼쪽의 동굴을 향해 나 있었다.

“동굴 안쪽이 이어져 있나? 그런데 동굴은….”

“동굴은 좀….”

“그렇지? 나도 그래.”

고대 거인 때문에 생긴 동굴 트라우마!

솔직히 한동안 동굴은 조금 피하고 싶긴 했다.

‘절벽 루트를 택할까? 어차피 날아다니는 몬스터들이 많다고 해봤자 뚫고 가는 건 가능할 거 같은데.’

온갖 화산 비행 몬스터들이 살벌하게 날아다니고 있었지만, 태현은 각종 권능으로 뚫고 갈 자신 정도는 있었다.

쿠르르르르르릉-

그 순간 천지가 뒤집히는 것 같은 거대한 소리가 주변에서 울려 퍼졌다.

땅이 우는 것 같은 소리!

[<화산의 첫 번째 울음>이 카프 화산지대에 울려 퍼집니다!]

[카프 화산지대의 모든 몬스터들이 <화산의 힘> 버프를 받습니다!]

[주의하십시오!]

오랜만에 뜨는 주의하라는 메시지창! 태현과 이다비는 바로 긴장을 굳혔다.

가장 피를 본 건 싸우고 있던 플레이어들이었다.

“다 잡았… 뭐, 뭐, 뭐야 이거!?”

[공격이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갑니다!]

[왼쪽 손이 마비 상태에…]

[……]

갑자기 미쳐 날뛰는 몬스터들!

아무리 화산지대의 몬스터들이 강하다 하더라도, 파티 플레이라면 한두 마리 정도는 무난히 잡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화산의 힘> 버프가 들어가자, 모든 몬스터들이 뭐라도 잘못 먹은 것처럼 미쳐 날뛰기 시작!

“밀린다! 좀 도와줘!”

“지금 우리도 누굴 도와줄 때가 아니야!”

잘 오르고 있다가 순식간에 도망치는 파티들이 속출했다.

태현은 그걸 보고 혀를 찼다.

‘내버려 둬도 알아서 잘 할 줄 알았는데.’

뭐가 케인보다 낫다는 거냐!

케인보다 못하구만!

[카르바노그가 동의합니다!]

“도와주실 건가요?”

“그래야지. 내버려 둬서 좋을 게 없으니까.”

일단은 태현의 퀘스트를 도우러 온 플레이어들이었다. 숫자가 줄어서 좋을 게 없는 것이다.

“오토바이 타고 이동하자!”

“네!”

비행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끄는 게 신경이 쓰였지만 지금 그 정도는 감수해야 했다.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막대한 힘을 소모해 아키서스의 이름으로 영역을 선포합니다!]

[영역 안에서는 아키서스의 법칙이 적용됩니다.]

파아앗!

태현을 중심으로 거대한 흰색 원이 퍼져나갔다.

그 안에 있는 몬스터들은 전부 다 막대한 불운의 효과를 받았다.

[용암악어가 <용암 쐐기> 스킬을 실패하고 타격을…]

[화염 갈매기가 <고속돌진> 스킬을 실패하고 타격을…]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은 강력한 광범위 저주 스킬이라고 봐도 좋았다.

어지간한 적이 아니라면 이런 불운의 연쇄에 버티기 힘들었다.

“김… 김태현! 구하러 와준 거야?!”

“니들이 케인보다 낫다고?”

“…….”

“…….”

플레이어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최고급 전술 스킬로 인해 이동 속도가…]

[후퇴가….]

[……]

재수 없는 몇몇은 그대로 로그아웃을 당했지만, 태현이 신성 영역을 깔아준 덕분에 대부분의 파티가 뒤로 물러설 수 있었다.

그들은 혼이 반쯤 빠져나간 얼굴로 외쳤다.

“갑자기 몬스터들이 미쳤나!? 왜 저래?!”

“이대로면 공략이고 뭐고 불가능한데….”

하나하나가 보스 몬스터 정도로 강해진 수준.

모인 플레이어들 대부분이 겁을 먹은 것 같았다.

‘으음. 확실히 좀 그렇긴 하군.’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민했다.

‘화산지대의 몬스터들 숫자가 너무 많아. 게다가 <화산의 첫 번째 울음>이면 두 번째, 세 번째도 있다는 거고….’

회피만 믿고 혼자 들어가기에는 꽤 위험한 상황.

지금이야 다 회피가 뜨더라도 나중에 회피 불가능한 공격을 하는 몬스터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골치가 아파졌다.

최선의 방법은 이 플레이어들을 활용하는 것!

‘역시 숫자만 보면 플레이어들을 끌고 대규모 전투를 벌여야 해.’

아키서스 포병대나 기사단, 아니면 왕국 성기사단은 끌고 왔어야 했나?

태현은 새삼 데리고 다니던 NPC들이 얼마나 강한 놈들이었는지 깨달았다.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은 전원 고렙 이상이었는데도 뚫기가 힘든 것이다.

‘최고급 전술 스킬로 능력 극대화시키고 외곽부터 하나씩 깎아 들어가면… 너무 느린데. 그러다가 <화산의 두 번째 울음>이 터지기라도 하면….’

태현이 머리를 굴리는 사이 플레이어 한 명이 손을 들더니 나섰다.

“김태현!”

“?”

“날 폭탄으로 써다오!”

“???”

뭐지?

미친놈인가?

[카르바노그가 세상이 미쳐가는 게 틀림없다고 경악합니다!]

* * *

“떼어내 줘! 떼 달라니까! 으아악! 너희 왜 보고만 있어!”

“올리는데 어떻게 건드리냐! 잘 했어!”

너덜너덜해진 케인은 갑판 위에 데굴데굴 굴렀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이 재빨리 달려들어 세이렌을 떨어뜨려 놨다.

세이렌을 정말 잡은 것이다!

“찍어! 찍고 있지?”

“당연하죠!”

“와, 세이렌을 진짜 잡다니! 판온하면서 처음 보는데?”

스태프들뿐만 아니라 다른 배 위에 있던 플레이어들도 대흥분!

저게 저렇게 잡을 수가 있는 거였구나!

“대단한 놈 같으니…!”

“저, 저게 대단한 건가? 그냥 두들겨 맞기만 한 것 같은데?”

“바닷속에서 세이렌 공격 그대로 맞으면서 버틸 수 있는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봐! 진짜 대단한 거야. 케인 저 녀석… 진짜 세계 최고 탱커란 말이 과장된 게 아니었어!”

타고난 맞는 재능!

개척단 플레이어들은 케인의 끝없는 맷집에 새삼스럽게 감탄했다.

팀 KL 탱커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세이렌의 공격을 버텨내는 데 성공합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

[체력이…]

[칭호 <타고난 미끼의 재능>을 얻었…]

“…….”

케인은 화를 낼 기운도 없어서 갑판 위에 그대로 쭉 엎드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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