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994화 (993/1,826)

§ 나는 될놈이다 994화

-올킬! 또 올킬입니다! 김태현 선수! 리그에서 신기록을 세웁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경기 중 이렇게 압도적인 경기는 없을 겁니다!

-정말 눈이 호강하는 경기였습니다. 이 경기를 지금 본 팀 KL의 팬들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해설가들의 흥분한 목소리.

맞는 말이었다.

지금 팀 KL의 팬들은 행복해서 죽기 직전이었으니까!

-나는 행복합니다! 팀 KL의 팬이라 행복합니다!

-리그 시작하기 전에 팀 KL은 리그 힘들 거라고 말했던 X문가 놈 어디 있냐! 나와서 사과해라!

-설레발 심하네. 지금 딱 한 경기 했거든?

-응~ 한 경기하면 각 나와~

-응~ 여러 경기해도 똑같아~ 김태현이 다 죽여~

-상하이 팬더즈가 약해서 그렇게 된 거거든? 팀 잘 만나서 그런 거지.

보고 있던 팬들은 ‘팀 Kl이 강해서 가능했던 경기다!’와 ‘아니다! 상하이 팬더즈가 약해서 그런 거다! 거품이야!’로 나뉘어서 싸웠다.

사실 다른 팀 팬들도 알고 있었다.

아무리 상하이 팬더즈가 약하다 하더라도 선수 혼자서 올킬하는 이런 미친 경기가 나올 수는 없다는 것을!

오로지 팀 KL의 태현이기에 가능한 경기였다.

어느 누가 혼자 적진에 뛰어들어 다 썰어버리겠는가.

하지만 원래 잘나가는 남의 팀 선수만큼 꼴보기 싫은 것도 없었다.

전 세계의 다른 팀 팬들은 어떻게든 팀 KL의 약점을 늘어놓으며 제발 그렇게 되기를 빌었다.

-팀 KL 로스터도 약함.

-팀 KL 그거 김태현 원맨팀 아니냐?

-팀 KL 김태현만 없으면 무너질 팀임.

-제발 김태현 한 번만 로그아웃해서 대회 불참해 줘라. 구체적으로 보스턴 타이거즈하고 경기할 때! 그러면 평생 팬한다!

-김태현 판온 1 때부터 팬이었는데 이 정도 팬서비스는 해줘야 하지 않냐? 제발 ST 파이브하고 경기할 때는 불참좀….

-아니 김태현 그만 좀 띄워주라니까? 상하이 팬더즈라서 거품 낀 거야!

-그럼 넌 혼자서 상대 선수 다섯 명을 썰 수 있다 이거냐?

-판알못 티 팍팍 내죠? 야. 앞으로는 글 쓸 때 앞에 자기 레벨 달고 쓰자.

-(146)혼자서 다섯 명도 못 잡으면 앞으로 말하지 말자.

-레벨 말고 자기가 미는 팀 이름도 앞에 써야 하지 않냐?

-(팀 KL, 146)맞는 말이다.

-(팀 KL, 82)앞으로는 자기 팀 이름을 앞에 달고 다니자.

-(상하이 팬더즈)…….

-(팀 KL)앗.

-(팀 KL)우리가… 미안해….

판온 리그의 첫 번째 경기는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대대적으로 성공했다.

팬들은 평소 개인 방송에서 보던 랭커들이 선수로 뛰는 걸 보며 행복해하고 때로는 아쉬워했다.

판온 측이 정확히 노리던 결과!

-판타지 온라인 2 투기장 리그, 기록적인 대흥행… 신기록 세워.

-참가한 게임단들 행복한 비명. 비싼 투자가 전혀 아쉽지 않은 선견지명!

-참가 실패한 게임단들, 2부 리그 참가 문의 속출….

-투기장 리그의 신성, 김태현. 판온의 스타로 군림!

-김태현, 압도적인 스탯… 소규모 게임단의 저력 증명.

향후 이십 년간 E스포츠 프로 리그를 지배하겠다는 말이 나오는 게 이해가 될 정도로 열렬한 반응이었다.

참가하지 못한 게임단들은 2부 리그에서부터라도 시작하려고 문의를 시작했고, 모기업이 있는 대형 게임단들 중에서 참가하지 못한 게임단은 담당자가 사표를 써야 할 정도!

그리고 그 화제의 선봉에 서 있는 건 태현이었다.

판온을 하지 않던 사람들도 ‘김태현이 누구길래 저렇게 뉴스에 나오지?’ 하고 관심을 가질 정도의 분위기!

플레이, 캐릭터, 스타일….

이 모든 것들은 다른 랭커들이 따라갈 수 없는 유니크함이었다.

이미 태현은 판온의 간판이나 다름없는 스타!

물론 리그에 참가한 다른 게임단들과 선수들은 ‘아 김태현 ㅅㅂ놈 저건 진짜 대체 어떻게 잡아야 하냐’며 머리를 싸매고 있었지만….

* * *

-죽을 것 같습니다!

-저런… 그렇게 일이 힘드시다니. 알겠습니다. 다른 에이전트 분을 알아보겠….

-아닙니다! 농담! 농담한 겁니다!

빈센트는 기겁해서 외쳤다.

팀 KL 선수들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빈센트.

사실 빈센트 같은 일류 중의 일류 에이전트가 팀 KL 선수들 전원을 맡을 이유가 없긴 했다.

맡은 이유는 오로지 하나. 태현 때문이었다.

태현을 본 순간 ‘이 선수는 향후 판온에서 대체 불가능한 선수가 될 거다!’라고 판단했던 것!

그리고 지금 빈센트는 자기가 내렸던 예측이 현실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일이 그렇게 많이 몰리나요?

-정말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다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번역하고 분류하는 데만 해도 시간이 걸려요.

판온의 유명 플레이어들이 광고에 나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당연히 팀 KL도 리그 시작 전부터 광고가 꽤 들어왔었고.

물론 태현이 그런 부분에서 설렁설렁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기에, 태현은 처음부터 못을 박고 시작했다.

-괜히 케인 같은 선수들 집중 못하고 시간 날릴 수 있으니 광고는 기본적으로 판온 영상 재활용한 광고 위주로만 받겠습니다. 기업 이미지는 당연히 생각해 주시고, 방송 같은 직접 출연은 최대한 피하겠습니다.

광고 찍을 시간에 게임을 더 하자!

그것만으로도 팀 KL 선수들의 수입은 넘쳐났다.

무엇보다 팀 KL은 게임단이 수입을 떼어 가지 않는 팀!

다른 선수들이 듣는다면 깜짝 놀랄 구조였다.

어쨌든 이제까지는 이렇게 간단하게, 추가로 시간을 잡아먹지 않는 광고들만 해왔었는데….

리그 첫 경기가 끝나자마자 미친 듯이 연락이 날아 들어오기 시작했다.

단순히 광고뿐만이 아니라 방송 출연부터 인터뷰, 그리고 다른 게임단에서 시즌 이후 이적 문의까지.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뉴욕 라이온즈에서는 ‘일억 달러보다 더 불렀어야 했다’며 한탄 중이었으니까.

게임단 하나에 일억 달러.

시설부터 운영진까지 갖고 있는 다른 대형 게임단이었다면 싼 가격이었지만, 팀 KL처럼 있는 건 선수밖에 없는 소규모 게임단에게는 넘치도록 비싼 가격이었다.

말이 게임단 인수지, 태현 한 명을 노린 제안이었으니까.

그때에서도 뉴욕 라이온즈 측에서는 ‘아무리 그래도 일억 달러는 너무 나갔다, 선수 한 명에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 우리는 안 그렇게 해도 우승할 수 있다’며 반발이 꽤 심했던 걸로 알았다.

그리고 지금 그 여론은 쑥 들어갔다.

‘가장 비싼 선수가 실제로는 가장 싼 선수이다’란 격언에 정확히 들어맞는 상황!

-지금 저 선수를 막을 수 있습니까? 감독. 솔직히 말해보십시오. 뉴욕 라이온즈의 전력으로 가능하겠습니까?

-…해봐야 알겠지만, 우리가 불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뉴욕 라이온즈는 전통적인 컨텐더 팀(우승에 도전하는 강팀)이었다. 판온 이전부터 그랬다.

어마어마한 자금과 지원을 받는 대신 그만한 성적을 내야 한다!

그걸 알고 있는 뉴욕 라이온즈는 랭커들을 모으고, 시작 전부터 유성 게임단이나 팀 KL 같은 두각을 드러낼 것 같은 팀들을 조사해 오며 공략을 준비해 왔던 건데….

팀 KL의 첫 경기는 분석팀과 감독, 코치진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상상 그 이상!

저게 진짜 같은 선수란 말인가?

어디서 보스 몬스터 위장시켜서 데리고 온 거 아냐?

시즌 계획을 모두 흐트러뜨리는 충격이었다. 덕분에 빈센트의 핸드폰도 불이 난 것처럼 연락이 왔다.

-이적 생각은 딱히 없습니다. 저희 인원 중에서… 있을 수도 있지만 그건 잘 모르겠고요.

이적하고 싶어할 놈들이 있나?

이다비가 그러면 좀 충격이겠지만 나머지는 뭐 가고 싶으면 가라고 해도 될 것 같은데….

-광고나 방송 연락이 그렇게 많이 온다니, 정리해서 보내주시면 선수들하고 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계속 안 나갈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예! 잘 생각하셨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빈센트의 목소리는 꽃이 피기라도 한 것처럼 화사해졌다. 그걸 들은 태현은 살짝 미안해졌다.

태현이 ‘아 안 나가요 안 나가’를 시전하는 덕분에 연락을 받아야 하는 빈센트만 미친듯이 고생을 한 것이다.

-김태현 선수가 지금 리그에만 집중을 하고 싶어한다고….

-아니, 퀘스트는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리그 연습 경기는 왜 안 하냐고요? 비공개로 할 수도 있지요.

-리그 집중한다는 선수가 마계는 왜 갔냐니… 하하. 그게 다 전략인 겁니다. 마계에서 얻을 스킬이… 진짜입니다! 진짜!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끝!

당당하게 ‘김태현 선수가 고려 중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평소 인맥들에게 매번 거절만 해왔었는데 드디어!

* * *

[김태현 님이 입장했습니다.]

[김태산 님이 입장했습니다.]

[정윤희 님이 입장했습니다.]

-아들아.

-후 뭘 또 이런 걸 다… 축하하셔도 좋습니다.

-…….

가족 단톡방 너머에서 느껴지는 거만함의 기운에, 김태산은 울컥했다.

하려던 칭찬도 사라지는 기분!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걸?

-네가 나가고서 연락도 뜸하게 하니까 한 번 만들어봤다.

-앗. 죄송합니다.

-그래! 죄송한 줄 알아야지!

-죄송할 것까지야. 아들 열심히 살고 있는 거 아니까 됐다.

-…….

정윤희의 말에 김태산은 뻘쭘해졌다.

아니 그렇게 하면 내가 뭐가 돼?

-첫 경기 봤다. 태현아. 규칙을 잘 모르는데도 재밌더구나.

-네? 그걸 봤다고요?

태현은 어이없어했다.

아버지…!

말리셨어야죠!

태현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내가 첫 경기에서 무슨 소리를 했더라?

끝나고 인터뷰 할 때 이상한 소리 안 했지?

‘죽어, 죽어 같은 소리를 하면서 휘둘렀나?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난 그 덩치 큰 친구가 좋더라.

-예? 아. 케인이요?

-그래. 그런데 그 친구만 맞으니까 좀 마음이 아프더라.

-아, 아니. 탱커는 원래 맞는 게 역할….

-맞, 맞아. 그 친구는 원래 맞는 게 역할이라고.

김태산도 당황해서 태현을 거들었다.

아내도 판온에 흥미가 생기면 좋겠다 싶어서 같이 경기를 구경한 건데, 예상외의 반응이 돌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해설자들이 그 친구가 희생해서 버프가 걸렸다고 하던데 그것도 좀 마음이 아팠고.

-그건 나도 좀 마음이 아팠….

-…….

재빨리 말을 얹는 김태산의 모습에 태현은 뒷목을 잡았다.

저 저 저…!

-태현이 저 녀석이 좀 악랄하긴 하지? 상대 팀 선수들이 겁먹어서 바들바들 떨더라. 이게 적당히 해도 되는데 혼자 저렇게 무시무시하게 하니까….

-그건 잘한 거지. 적 팀인데. 적은 더 확실히 밟아야 해. 그래야 다음에 만났을 때도 기가 죽어서 함부로 덤비지 못하지.

-…….

-맞다. 태현아. 2라운드에서는 왜 적 팀 앞에 함정을 안 깐 거니? 설마 불쌍해서 그런 건 아니지?

-윤, 윤희야?!

정윤희는 빠르게 판온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 * *

“저기 창 들고 있는 놈이 콰드로다! 쫓아!”

“크윽!”

콰드로는 창을 집어넣고 다른 플레이어들이 있는 곳으로 끼어들려고 했다.

“저기 녹색 투구 끼고 있는 놈이 콰드로다! 놓치지 마!”

어떤 놈이 추적 스킬을 썼는지 요리 튀고 저리 튀어도 귀신 같이 잡아냈다.

“아오!”

콰드로는 투구까지 갈아 끼웠다.

“저기 못생긴 놈이 콰드로다! 놓치지 마!”

“누가 못생… 아차!”

“잡아!”

세계수 랭커들은 태현이 사라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암살자들과 현상금 사냥꾼들이 덤벼들 거라고 예상했다.

그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훨씬 더 빨리, 훨씬 더 많이 찾아온 적들!

‘죽… 죽겠다!’

열 명 이상의 플레이어와 상대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알지 못할 것이다.

이게 얼마나 사람의 피를 말리는 일인지를!

사방에서 살기와 압박감이 쏟아지고 온갖 스킬들이 날아오는데 멀쩡하게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캉! 도와줘!”

“미친놈아! 나는 왜 부르는 거야!”

도망치던 다른 랭커들이 기겁해서 욕을 했다.

죽을 거면 혼자 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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