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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93화 (992/1,826)

§ 나는 될놈이다 993화

그래도 대회라고 케인을 배려해 주는 태현!

하지만 덩치는 꽤 좋은 재능이었다.

판온에서 탱커를 하려는 플레이어들은 일부러 덩치가 큰 종족을 노리거나 덩치를 키우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그런 면에서 케인의 키메라 종족 변화는 탱커로서 큰 축복!

-그런데 케인 진짜 흉측하다.

-저런 흉측한 종족은 어디서 구한 거야?

-아니. 내가 보기에 탱커에 딱 알맞은 종족 같은데? 나도 저런 종족 하고 싶다.

-저걸 하고 싶다고? 뭔 팔이 저렇게 주렁주렁 달려 있어! 징그러!

-저게 문어냐 사람이냐?

-대회에 저런 흉물은 내보내지 말아야 하지 않습니까?

-님 그래서 어느 팀 팬?

-상하이 팬더즈 팬이시죠?

-겉모습이야 좀 저래도 성능 하나는 제대로일 거 같은데. 탱커로 딱일 거 같은 종족이야.

보고 있던 사람들에게서도 반응이 딱 나뉘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징그럽다고 반응했지만 좀 아는 사람들은 ‘오우 탱커 좀 할 줄 아는 놈인가?’라고 반응하는 겉모습!

-야. 잠깐만. 저거 그 마계에 있던 왕 호위기사랑 겉모습이 똑같잖아…?

-…그, 그러게?

-그, 그냥 같은 종족 아닐까?

-세상에 팔 여섯 개 달린 놈들이 같이 있을 우연이 어디 있어!

-케인 이 개자식! 플레이어였으면서 NPC인 척을 해?! 난 그런 것도 모르고 아이템 선물했는데! 친밀도 올리려고!

-검술 비전 마스터라며!

-숨겨진 왕자라면서!! 어떤 새끼가 헛소문 퍼뜨린 거야!!

속았다는 걸 깨달은 마계 플레이어들은 단체로 분노해서 항의했다.

물론 대회 뛰고 있는 케인의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어쨌든 이번 라운드는 케인, 네가 핵심이야.”

“…자폭이구나?”

케인은 바로 반응했다.

어딘가 모르게 애처롭고 구슬픈 목소리!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은 눈빛이었다.

“아니거든. 그리고 애초에 자폭해도 이 게임은 부활 되잖아.”

“앗. 그러네.”

케인은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와! 자폭해도 게임 참가가 가능하다니!

이렇게 퍼줘도 되나?

그 모습에 일행은 짠해졌다.

‘자폭한다는 건 달라지지 않았잖아?’

‘그런데 저걸로 기분이 좋아지다니….’

“내가 말한 건 탱커 역할이야. 저쪽 저주들을 막아줘야 하거든.”

‘회피 불가능한 즉시 저주는 까다롭긴 하지만 카운터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태현의 약점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고, 심지어 태현도 잘 알고 있었다.

회피력과 상관없이 시전 즉시 무조건 걸리는 저주들!

하나하나 파괴력은 약했지만 쌓고 쌓다 보면 어느새 눈덩이처럼 커졌다.

레벨이 낮은 탓에 HP/MP 양이 부족한 태현한테는 매우 위협적인 약점이었다.

태현도 그걸 알았기에 ‘저주를 맞기 전에 죽인다’, ‘저주 해제 스킬을 준비한다’, ‘컨트롤로 피한다’ 같은 심플한 방법들로 대처해 왔었다.

‘아. HP가 좀 늘었지.’

거기에 대회 레벨 보정 덕분에 늘어난 HP!

‘뭐 이거 없었어도 됐을 거 같긴 한데….’

1라운드를 압승했기에 태현은 간단하게 갈 생각이었다.

‘<화신의 함성>은 아까 썼으니 <저주 이동> 같은 계열은 최대한 아끼고….’

그 대신 케인의 뒤에 숨는다!

저주고 뭐고 조준 자체가 안 되면 쓸 수가 없을 테니까.

* * *

“셋, 둘, 하나, 달려!”

“!”

-2라운드 시작되었습니다! 김태현 선수! 이번에는 다르게 움직입니다! 케인과 김태현 선수가 앞에서 빠르게 돌진! 그 뒤에 세 선수가 뒤를 잡고 따라오고 있습니다!

-최상윤 선수도 나와서 같이 싸우는 게 낫지 않을까요? 굳이 근접 딜러를 뒤로 뺄 필요가….

-혹시 모를 역습을 대비해서겠죠. 제가 누누이 말했지만 김태현 선수는 매우 머리가 좋은 선수에요! 과격한 짓을 하는 것 같지만 절대 선을 넘지는 않습니다!

해설가의 말에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

-??

-????

그… 그랬나?

-상하이 팬더즈는 거기에 맞서서 대응합니다. 아, 의외로 움직여서 앞으로 나오고 있네요? 전 라운드 때문에 좀 더 본진에서 준비를 할 줄 알았습니다.

-아까와는 맵이 다르기 때문이겠죠. 어디서 접근하든 어지간하면 먼저 볼 수 있습니다. 시야를 강화하고 있네요! 움직이면서 차근차근 소환과 버프를 걸고 있습니다.

-1라운드와는 크게 다르지 않은 전략입니다! 과연 이 전략이 어떤 결과로 나오게 될지… 아, 케인 선수와 김태현 선수가 속도를 올립니다! 발견했어요! 서로 발견했어요!

-상하이 팬더즈 선수들 깜짝 놀랍니다! 아, 괜찮아요! 아직 거리가 충분히 멀거든요! 아무리 김태현 선수라도 이 거리에서는 못 패요!

-1라운드에서 그렇게 당했으니 저렇게 겁먹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아앗! 지금 타오 첸 선수 스킬 잘못 걸었어요! 지금 뭐하는 건가요!

깜짝 놀라는 바람에 스킬 순서도 착각해 버린 상하이 팬더즈 선수들!

그나마 다행인 건 거리가 상당히 멀다는 점이었다.

황야의 시야가 워낙 좋아서 상대를 멀리서부터 볼 수 있었다.

“케인 놈이다!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어!”

“준, 준비해!”

원래 그들의 전략은 케인 봉쇄로 시작하는 전략이었다. 당황스러웠지만 훈련으로 익숙했기에 손발은 그대로 움직였다.

“케인 놈 접근하게 두지 마! 폭발할지도 몰라!”

“알고 있어!”

자폭의 공포!

케인이 자폭할 수도 있다는 건 상대 선수들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근접해서 싸울 수 없게 만드는 것!

사실 <살아 움직이는 폭탄>은 쓰는 조건부터 폭발하는 타이밍까지 꽤나 까다로운 스킬이었지만, 그걸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으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가시 덩굴의 주박! 못 박힌 시체!

-폭풍 강타! 원소 비전의 주문서!

‘와. 미친.’

케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사정거리에 닿자마자 미친듯이 스킬과 아이템을 난사해대는 다섯 명의 랭커들!

사방에서 날아드는 스킬들이 땅을 진동시키고 공기를 떨리게 만들었다.

탱커라면 언제나 보는 풍경이었지만, 압박감은 몇 배였다.

1:1만 되어도 몸이 굳고 긴장이 되는데 다섯 명 상대로 이렇게 뛰어들고 있으니 미친듯이 몸이 떨렸다.

‘김태현 저놈은 대체 어떻게 다섯 명이 있는 곳에 뛰어든 거야?’

[<가시 덩굴의 주박>이 이동 속도를 느리게…]

[<못 박힌 시체>가 이동 속도를 느리게…]

[<폭풍 강타>를 막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데미지가 크게 감소합니다!]

[<원소 비전>을…]

상하이 팬더즈의 목표는 간단했다.

케인의 발을 묶어서 봉인한다.

만약 묶지 못한다면 두들겨서 잡는다!

봉인하면 대박이었지만 잡기만 해도 충분했다. 덕분에 온갖 파괴력 넘치는 스킬들이 케인 위를 두드렸다.

“아 저 새끼 왜 이렇게 방어가 튼튼해?!”

“팔 여섯 개는 사기 아니냐?!”

상하이 팬더즈 선수들은 불평했다.

태현보다는 훨씬 상대하기 수월했지만 케인도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단단했던 것이다.

빠르게 잡고 김태현 대비하고 싶은데 케인 때문에 시간이 끌리다니!

‘김태현 이 자식은 뭘 노리는 거지?’

‘케인만 달랑 보낼 리는 없는데… 은신해서 뒤로 도는 건 아니지?’

‘은신 스킬을 썼으면 내가 못 잡아낼 리는 없는데.’

압도하고 있는 상하이 팬더즈 쪽이 오히려 불안해하는 상황.

그래도 아직 다들 침착했다.

‘케인은 잡겠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김태현! 슬슬 위험해! 아오! 맵은 왜 이렇게 그지같이 걸려가지고! 나만 운 없어! 진짜 나만 운 없어!”

“다 들리니까 조용히 해 인마.”

선수로서 품격 같은 건 하나도 없이 울부짖는 케인!

물론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빵 터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해설가들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큭큭거렸다.

-아… 케인 선수가… 크흠.

-뭐 저럴 수 있죠! 이게 판온은 직접 움직이는 거다 보니까 몇 배로 힘들거든요! 불평이 나오는 것도…!

거리가 중간 정도로 접어들자, 태현은 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아키서스의 축복!

태현이 가진 권능 중 사기적인 걸로는 손에 꼽히는 권능 스킬!

케인에게 행운이 공유되자, 방패 위로 날아오던 스킬들이 쫙쫙 빗겨나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상하이 팬더즈 선수들은 대경실색!

“뭐야?! 뭔 스킬을 쓴 거야?!”

“김태현이 뒤에 있다! 케인 놈 덩치가 커서 가려져 있었어!”

태현은 케인의 등을 툭 쳤다. 케인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있는 스킬을 전부 사용해서 접근하라는 뜻!

케인은 각종 스킬을 쓴 후 황소처럼 돌진하기 시작했다. <아키서스의 축복>이 걸린 짧은 시간 동안 남은 거리를 완전히 좁힐 생각이었다.

이 때 상하이 팬더즈의 주장, 리 차우는 이번 게임에서 가장 예리한 판단을 내렸다.

궁지에 몰리자 나오는 생존본능 덕분이었다.

“김태현 비슷한 버프라면 김태현 상대할 때처럼 하면 돼! 공격 스킬 다 멈추고 저주 스킬만 때려 박아! 놈은 김태현만큼 빠르지 않으니까 맞다 보면 멈춘다! 시간 지나면 저 상태도 풀릴 거야!”

“오… 오케이!”

주장의 지시 덕분에 선수들은 빠르게 스킬을 바꿔 저주를 난사하기 시작했다.

의기양양해하던 케인은 상대방이 발 빠르게 대응하자 기겁했다.

“쟤, 쟤네 안 당황하는데?!”

“당연하지. 저것도 대응 못 하면 그게 랭커냐? 앞에 보고 달려!”

태현의 반응에 케인은 안도했다.

아, 김태현은 다 계획이 있나 보구나!

[이동 속도가…]

[움직임이…]

[시야가…]

[<아키서스의 노예>의 스킬로 저항에 성공합니다!]

[추가 이동 속도를 얻습니다!]

[……]

날아오는 저주 수십 개를 맞으면서도 묵묵하게 돌진하는 케인의 모습은 어딘가 장엄하기까지 했다.

보는 사람들을 가슴 뛰게 만드는 장면!

-케인! 케인! 케인!

-난 널 믿고 있었다! 팔이 여섯 개면 좀 어떠냐! 문어도 맛만 있는데!

-제발 탱커라면 케인 응원합시다!

순식간에 뒤집히는 여론!

아까까지는 ‘엌ㅋㅋㅋ 케인 지금 우냐?’ 하던 사람들이 케인을 응원하고 있었다.

한 걸음만 더!

한 걸음만 더!

‘…안 움직인다!’

케인은 가슴이 덜컥했다.

이제 진짜 발이 안 움직이는데 어쩌냐?!

“김, 김태현….”

“안 움직이냐? 그러면 사슬 써. 고생했다. 나머지는 내가 할 테니까.”

태현의 말에 케인은 마음이 덜컥 놓였다.

역시 주장이다!

주장은 뭔가 좀 달라!

-노예의 쇠사슬!

촤르르륵!

날아오는 스킬에 깜짝 놀란 탱커가 순간적으로 몸을 돌렸다.

원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미친 실수!

상대가 상대인 덕분에 긴장한 탓이었다.

그 때문에 뒤에 있던….

사제, 타오 첸이 맞아 끌려갔다.

“아, 안 돼! 미친놈아!”

“으아아악!”

케인의 발이 멈춰서 안도하고 있던 상하이 팬더즈 선수들은 창백해진 얼굴로 펄쩍 뛰었다.

케인이 잡기 전에 빼내야 한다!

-아키서스의 제물!

그 순간 케인이 빛나더니 그대로 번쩍하고 사라졌다.

순간 상하이 팬더즈 선수들은 케인이 순간이동 한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걸 생각하기도 전에, 케인 뒤에 있던 태현이 그대로 달려오는 타오 첸에게 덤벼들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퍼퍼퍼퍼퍼퍼퍼퍽!

찢는 듯한 비명과 함께, 타오 첸은 미친 듯한 폭딜을 그대로 맞고 녹아내렸다.

‘사제를 잡고 시작하다니. 운이 좋군. 탱커가 잡힐 줄 알았는데.’

태현은 타오 첸을 끝장내버리고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키서스의 제물>로 인해 버프를…]

[<승자의 영광>버프를…]

<아키서스의 제물>, <아키서스의 축복> 모두 쿨타임이 있는 권능 스킬.

지금 쓰면 3라운드에서는 쓸 수 없었다.

‘상관없다.’

어차피 3라운드까지 갈 생각도 없었으니까.

이번 라운드에서 끝나면 쿨타임은 상관없다!

태현은 처음부터 케인을 희생시킬 각오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 팀의 저주가 집중되면 케인 스펙으로는 벗어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덕분에….

‘버프에, 저주는 하나도 없고, 아주… 최상이군.’

최상의 상태로 상대와 바로 붙어서 싸울 수 있게 되었다.

태현은 웃었다.

그 웃음을 본 상하이 팬더즈 선수들은 덜컥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2라운드도 팀 KL의 압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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