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916화 (916/1,826)

§ 나는 될놈이다 916화

‘논리적이지만 짜증 나는군.’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태현도 성기사들의 말에 동의했다.

느부캇네살은 HP가 깎여나갈 때마다 더더욱 죽음이 기운을 짙게 흩뿌리고 있었다.

지금 적어도 HP가 절반 이상 깎인 상황.

주변은 점점 더 지옥 비슷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땅이 죽음의 기운으로 더욱 강하게 오염됩니다.]

[한동안 이 땅은 언데드들이 자연적으로 발생합니다.]

[이 땅의 언데드들은 더더욱 강해집니다.]

아무것도 없던 <모래의 심장> 사막 지역.

이 지역은 이번 혈투가 끝나면 대대적인 언데드 출몰 지역이 될 게 분명했다.

거대하고 신전 많은 요새도 바로 옆에 있겠다, 언데드 상대하려는 신성 직업 플레이어들에게는 필수적인 명소가 될 예정!

물론 이런 미래까지 지금 태현 일행이 예측할 순 없었다. 지금 일행은 느부캇네살 상대하는 것만으로 바빴다.

‘젠장, 아키서스 권능으로 영역 깔고 장판 깔아도 한계가 있으니….’

태현은 사제들의 각종 버프 받고 온갖 버프로 쿨타임을 최대한 줄여도 한계가 있는데, 느부캇네살은 숨만 쉬어도 장판을 깔아댔다.

차이가 너무 크다!

그 덕분에 지금도 사방에서 언데드들이 새로 생겨나고, 또 강해지고 있었다.

-계속 몰아붙여!

-헉, 헉헉… 마나가 딸리는데….

-너희가 그러고도 마법사 길드야?! 더 써! 쓰다가 죽어!

-잠깐 우리가 미다스 길드인 걸 알고 있었… 커헉헉!

마법사들과 아키서스 포병대들이 계속 미친 듯이 광역기를 퍼붓고 플레이어들과 성기사들이 진형을 짜서 막고 있었지만….

시간은 언데드들의 편!

결국 방법은 하나였다.

느부캇네살이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사이에 전력을 다해서 때려잡는 것.

‘문제는 그게 내가 해야 한다는 거고.’

원래라면 다른 사람을 시키겠는데 이건 시킬 수도 없었다. 태현은 한숨을 쉬며 무기를 잡았다.

“그래. 내가 가야지.”

-오오. 폐하! 믿고 있었습니다!

-폐하가 악명이 높고 왕족도 죽이고 사교 교단을 끌어들이고 뱀파이어 종족도 밑에 넣고 한다는 헛소문이 있었지만 전 그 소문을 믿지 않았습니다!

“…….”

태현은 순간 뜨끔했다.

이러다가 나중에 악명 스탯이 명성 스탯을 넘으면 진짜 믿는 거 아냐?

‘우이포아틀 잡고 언데드들 상대한 거 덕분에 한동안 악명이 명성 따라잡을 일은 없긴 하지만….’

우이포아틀을 잡은 덕분에 명성이 악명의 거의 2배였다.

한동안 따라잡힐 일 없는 스탯 차이!

태현이 검을 뽑아 들고 느부캇네살에게 다가가려 하자 각 교단의 고위 성기사들은 안도했다.

태현에게 악감정이 있는 성기사도 있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아군 쪽에 있을 때 이렇게 믿음직스러운 영웅도 없다는 것!

-폐하! 폐하의 뒤를 따르겠….

“그래서 뭐 해줄 거냐?”

-예?

-네?

-??

“뭐 해줄 거냐고.”

-…….

상상외의 대답에 성기사들은 단체로 할 말을 잃었다.

-폐, 폐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닙니다! 주변을 보십시오!

주변은 지옥 그 자체!

사방에서 언데드들이 버프 받고 달려들고, 그것도 모자라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부활하고….

1초 간격으로 무시무시한 마법과 포격이 날아오는 지옥!

지금 여기서 협상을 거는 게 어딨어!

“성기사들. 잘 들어라.”

-??

“난 내일 대륙이 멸망하더라도 오늘 최선을 다해 뜯어낼 거다.”

-…….

성기사들은 다시 한번 할 말을 잃고 태현을 쳐다보았다.

어쩜 이렇게 성실하실까!

사실 말을 꺼내는 태현도 매우 초조하긴 했다.

이러다가 느부캇네살이 상황을 뒤집으면 태현도 같이 망하는 거니까.

그러나 태현은 믿었다.

이건 먼저 브레이크 밟는 놈이 진다!

-뭘 원하십니까! 폐하! 제발 좀!

“너희들이 빚을 진 거다? 성기사단장들. 너희들이 모시는 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해라. 빚을 졌다고.”

-알겠습니다! 폐하!

-폐하에게 커다란 빚을 졌으니 제발! 지금 느부캇네살을 쳐야 합니다!

[파이토스 교단의 성기사단장이 당신에게 은혜를 빚졌습니다!]

[데메르 교단의…]

[……]

“나도 안다. 가자. 용용아.”

태현은 용용이의 등 위에 타고 느부캇네살에게 돌진했다. 그 용맹한 모습에 성기사들은 다시 한번 감동하고 뒤를 쫓았다.

태현이 가면 그들도 간다!

일제히 돌진하는 그 모습은 장엄해서 주변 플레이어들의 시선을 일제히 빼앗았다.

멋있다!

물론 플레이어들은 이 돌격의 숨겨진 뒷사정은 알지 못했다.

* * *

[죽음의 영역에 들어왔습니다!]

[현재 느부캇네살이 뿜어내는 죽음의 영역은 5단계입니다.]

[회피에 성공…]

[회피에 성공…]

[신성 권능 스킬로 저항에 성공합니다!]

‘윽.’

태현은 메시지창을 보며 돌진했다.

느부캇네살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공격해야 한다!

태현은 한 손에는 검, 다른 한 손에는 폭탄을 꺼내 들었다.

축복받은 순은을 녹여 담은, 이다비가 보면 ‘아앗! 그런 걸 폭탄으로 쓰면 벌 받아요!’라고 말릴 폭탄이었다.

-드래곤 폭탄!

[랜덤으로 스탯이 감소됩니다!]

‘행운 걸려라!’

[행운이…]

‘휴.’

[아키서스의 화신이면서 행운 스탯 너무 싫어하는 거 아니냐고 합니다.]

‘네가 행운만 6천 넘겨봐라.’

[<축복 받은 성스러운 은폭탄>에 <드래곤 폭탄> 스킬을 성공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일시적으로 드래곤의 힘이 깃듭니다.]

‘찌르고 터뜨린다!’

현재 태현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딜!

태현은 그 딜을 느부캇네살한테 먹여 줄 생각이었다. 느부캇네살이 뿜어내는 죽음의 기운이 더 강해지기야 하겠지만 어쩌겠는가.

더 내버려 두는 것보단 나았다.

“어?”

태현은 순간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뒤에서 따라오던 성기사들이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왜 그러십….

느부캇네살이 푸른 안광을 빛내며 태현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

-…….

회복했구나!

‘젠장. 협상하지 말고 그냥 잡으러 갈걸!’

[카르바노그가 후회하지 말자고 외칩니다!]

태현이 성기사들과 떠드는 사이 어떻게든 정신을 차린 느부캇네살!

느부캇네살이 손가락이 펴지며 조준하자 태현은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피했다.

-크아아아악!

그러자 뒤에서 따라오던 성기사 한 명이 비명을 지르며 말 위에서 떨어졌다.

이 성기사도 레벨이 400은 넘는데 느부캇네살의 저주 한 번에 그대로 쓰러진 것이다.

[느부캇네살은 죽음의 반신. 생명의 그릇이 깨어져 죽음의 힘이 더 퍼져나갈수록 강해질 거라고 카르바노그가 말해줍니다!]

‘그래. 그래 보인다!’

HP가 낮아질수록 강해지는 보스 몬스터는 처음이 아니었다. 이런다고 달라질 것도 없었다.

-내 육체를 조금 부쉈다고 의기양양한 것 같구나. 화신이여. 하지만 나는 죽음의 신. 육신을 잃을수록 더욱 강해진다! 네 동맹자도 잃었는데 어떻게 할 생각이냐.

“뭔 동맹자? 아….”

느부캇네살은 두들겨 맞느라 태현이 우이포아틀을 잡은 걸 못 본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장단을 맞춰줘야지!

“내 동맹이 죽었어도 난 포기하지 않는다!”

-어리석군. 그렇다면 죽어라.

느부캇네살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서 있었지만, 그 모습에서는 빈틈 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느부캇네살이 공간에 저주를 펼칩니다!]

[이동 속도가 내려갑니다!]

[이동 속도가…]

[<흑색 영혼의 장막>이 생깁니다.]

[<고대 제국의 마도 방패>가 생깁니다.]

[<위대한…>]

“!”

느부캇네살이 한 번 흐름을 찾고 주변에 마법을 계속해서 깔기 시작하자, 태현 일행은 뚫지 못하고 발이 그대로 묶였다.

그걸로도 모자라 주변에 검은색 방어막이 다시 펼쳐지기 시작하자 태현의 마음이 초조해졌다.

저게 다시 생기면 진짜 골치 아파진다!

‘젠장. 변수… 변수가….’

태현의 머리가 필사적으로 돌아갔다. 우이포아틀을 잡지 말았어야 했나?

우이포아틀이 있을 땐 몰랐는데, 없어지자 정말 허전했다.

혼자서 느부캇네살의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며, 각종 저주를 뚫고 계속 데미지를 입혔던 위대한 영웅!

[이제 와서 찾아봤자 뭐하냐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화신이여. 신들도 대륙을 다 떠난 지금.

[카르바노그가 자기가 남아 있다고 항의합니다.]

-무엇하러 있지도 않은 신들을 섬기나. 하지만 나는 다르다. 스스로 신이 된 존재! 마지막으로 제안하겠다. 나를 섬겨라.

느부캇네살이 저러는 걸 보니, 태현의 행동이 인상 깊긴 했던 모양이었다.

[카르바노그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떤 신이 태현 같은 화신을 안 탐내겠냐고 말합니다.]

100원 주고 빵 사오라고 하면 빵하고 음료수까지 사온 다음 200원을 남겨오는 화신이 바로 태현!

그 능력은 모든 신들이 탐을 낼 수밖에 없었다.

“…거절한다!”

태현은 외쳤다.

-신에 대한 충성심이 기특하군.

“뭔 헛소리냐? 이제까지 고생한 게 아까워서인데.”

-…….

“네가 반신 노릇하는 거 보니,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내가 하면 했지! 뭐하러 네 밑에 들어가냐!”

진심 100%!

느부캇네살을 보니 확신이 들었다.

신 그거 개나 소나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리고 스카우트를 할 거면 그럴듯한 제안을 해야지, 그걸 스카우트라고 하는 거냐? 그런 제안은 케인도 안 넘어간다.”

뭔 놈의 스카우트가 ‘내 밑으로 들어와라! 물론 죽어야 한다!’로 시작한단 말인가.

-할 말은 다 했나. 화신.

느부캇네살은 화도 내지 않고 태현을 내려다보았다.

완전히 깔보는 태도!

마음만 먹으면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그래. 그리고 한 가지 더.”

-?

“앞으로 시간 끄는 놈을 만나면 조심해라!”

태현은 말과 함께 각종 버프를 켜 저주를 튕겨내고 전속력으로 거리를 벌렸다.

뒤로!

느부캇네살의 뒤에서 거대한 화염 회오리가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성공했다!’

[카르바노그가 정말 당신 같은 화신은 없을 거라고 감탄합니다!]

느부캇네살이 마법을 까는 도중, 저 뒤에서 화염 회오리가 다가오는 걸 보고 시간을 끌다니!

-폐하! 폐하는 이걸 예측하시고….

[성기사단 내 당신의 평판이 미친 듯이 오릅니다!]

[전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

“물론 다 처음부터 예측하고 있었던 거였지.”

-그런… 너무 대단하십니다!

-그런데 폐하, 저 화염 회오리는 어디까지 오는 겁니까?

“…….”

태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뒤로 후퇴할 뿐.

-폐하? 폐하??

“너희들도 빨리 튀어!”

* * *

[화염 회오리가 느부캇네살의 생명의 그릇을 불태워버립니다!]

[느부캇네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죽음의 기운이 정화됩니다!]

불타는 화염 기둥이 검은색 기운을 태워버리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느부캇네살도 설마 뒤에서 이런 공격을 맞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했다.

-크아아… 크아아아악!

주변에 깔려 있던 마법들이 다 취소되고 죽음의 기운이 타들어 갔다.

대신 좀 많이 뜨거워졌지만 차라리 이게 나았다.

“느부캇네살!”

태현은 <드래곤 폭탄>을 들고 덤벼들었다. 화염 회오리가 무섭다고 해도 태현이 만든 스킬.

태현은 버틸 수 있었다.

-허어억! 갑옷이 녹아내린다!

-이런 미친… 회오리가 이쪽으로 온다! 불길이…!

다른 플레이어들은 아니었지만!

결국 다른 플레이어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야 했다. 느부캇네살 근처에 남은 건 태현 혼자뿐.

“받아라!”

-안….

꽈과광!

치명타와 각종 메시지창은 우르르 떴지만 잡았다는 메시지창은 나오지 않았다.

상관없었다.

어차피 끝까지 갈 생각이었으니까!

느부캇네살의 몸통에 아까 만든 약점이 보였다. 태현은 화염 속을 뚫고 그 약점을 정확하게 찔렀다.

-아키서스의 네 번째 공격!

짜릿한 손맛이 느껴졌다.

상대를 잡았다는 확신이 들 때 느껴지는 손맛!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