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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915화 (915/1,826)

§ 나는 될놈이다 915화

‘알겠어. 알겠어.’

카르바노그의 걱정과 달리, 태현은 고민하면서도 우이포아틀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

랭커들은 기본적으로 멀티태스킹의 달인.

그리고 그 랭커들을 패고 큰 태현은 달인 중의 달인쯤 됐다.

손으로는 요리하면서, 케인을 어떻게 갈굴지 고민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직업 퀘스트의 방향을 잡음과 동시에 영지 경영까지 마무리할 정도!

이 정도 고민은 고민도 아니었다.

쉭-

결국 태현은 무기를 바꿨다.

<죽음에 오염된 대만불강검>은 나중에 쓰리라!

[카르바노그가 아끼다가 X된다고 한탄합니다!]

카르바노그는 가슴을 치며 한탄했다.

여유를 부려도 정도가 있지!

그러나 태현은 이미 무기를 바꾼 뒤였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선택이 태현을 도왔다.

-황제의 권능으로!

“어?”

우이포아틀의 손에서 강력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태현의 손에 잡힌 <대만불강검>이 그대로 우이포아틀의 손으로 넘어갔다.

상대의 무기를 그냥 뺏어버리는 사기적인 스킬!

“뭐 이런 치사한 스킬을 갖고 있냐?!”

태현은 기가 막혀서 외쳤다.

태현도 <아키서스의 오염된 토템>이라는 비슷한 권능 스킬을 갖고 있었지만 우이포아틀은 한 수 더 위였다.

-네놈 같은 개잡놈한테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크윽. 반박할 수가 없군!”

우이포아틀은 태현의 반응에 의기양양했다.

무기는 전사의 혼이자 심장 같은 것.

어떤 전사든 그 무기를 뺏으면 전투력이 반쪽이 되는 셈이었다.

아껴둔 권능이 톡톡히….

“후. 어쩔 수 없지.”

태현은 가방에서 바로 다음 대만불강검을 꺼냈다.

내구도가 낮았지만 태현은 대만불강검을 내구도 문제로 망가뜨린 적은 거의 없었다.

어마어마한 행운+미친 듯이 높은 대장장이 기술 스킬+검술 스킬+컨트롤 등등….

사실 태현이 터뜨려 먹은 게 더 많을 것이다.

-????

우이포아틀은 눈을 깜박였다.

저놈 뭐야?

-이… 이 검이….

“뒤져라!”

-이런 미친놈이!

우이포아틀은 얼떨결에 뺏은 검을 휘둘렀다. 태현의 검과 똑같은 검이 빛나며 흩뿌려졌다.

콰직!

[우이포아틀의 무기를 파괴했습니다!]

[폭군 우이포아틀의 무기를 파괴한 건 위대한 업적입니다. 칭호: 황제의 무기를 부러뜨린 자를 얻었습니다!]

[검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힘 스탯이 크게 오릅니다!]

[……]

“…….”

태현은 순간 우이포아틀한테 고맙다고 외칠 뻔했다.

정말….

너는 아낌없이 주는 황제다!

누가 우이포아틀을 폭군이라 했는가! 저렇게 아낌없이 주는 황제가 또 어디 있다고!

원래라면 정상적인 방법으로 절대 깰 수 없는 업적을, 태현의 무기를 뺏어간 덕분에 깰 수 있었다.

-이 개잡놈은 대체 무슨 무기를 쓰는 거냐!!

우이포아틀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외쳤다. 무슨 놈의 검이 한 번 휘두르니까 부서진단 말인가.

-치명타 폭발!

그 사이 태현은 대만불강검을 우이포아틀에게 꽂아 넣었다. 이제까지 쌓였던 치명타 스택이 폭발하며 우이포아틀에게 어마어마한 데미지를 입혔다.

-크아아악!

-아키서스의 세 번째 공격!

기세를 잡은 태현은 멈추지 않았다. 끝내기 위해 갖고 있던 스킬들을 닥치는 대로 퍼부으며 연타를 때려 박았다.

우이포아틀에게 약점이 생기고, 그 약점을 다시 공략당해 추가 효과를 입고….

몰아붙인다.

몰아붙인다!

그 압도적인 기세에 멀리서 간만 보고 있던 랭커들도 깨달았다.

태현이 지금 우이포아틀을 잡을지도 모른다고!

‘정말 잡나?’

‘진짜 잡는다고??’

요새에 온 모든 플레이어들이 확신하고 온 건 아니었다.

느부캇네살의 군대를, 혹은 부활을 막기만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많았다.

하물며 아스비안 제국의 황제인 우이포아틀을 잡는다고?

그건 꿈도 꾸지 않았다. 아무리 판온 랭커들이 빠르게 보스 몬스터들을 잡아나간다 해도, 우이포아틀은 그 격이 달랐으니까.

그런데 지금 태현이 잡아나가고 있었다.

-김태현! 김태현! 김태현!

-처음부터 믿고 있었다!

중계하는 방송은 터지기 직전!

눈치를 보던 랭커들도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모든 자리에서 태현 혼자만이 지극히 냉정했다.

태현은 우이포아틀을 패고 패면서도 상대를 하나하나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직감이 외쳤다.

위험하다고!

“빠져!”

태현의 외침에 광신도처럼 덤벼들던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멈칫하고 물러섰다.

어마어마한 카리스마!

그러나 욕심부리고 달려들던 랭커들은 당연히 듣지 않았다.

태현이 경험치를 독점하려고 한다고 의심한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곧바로 닥쳤다.

-진노의 부름!

정신없이 두들겨 맞던 우이포아틀은 발악하듯이 스킬을 사용했다.

-아키서스의 돌격!

공격 권능 스킬의 응용!

태현은 점멸하듯이 거리를 벌렸다.

우이포아틀의 주변 땅이 무너져 내리며 랭커들을 쓸어버렸다.

방어고 회피고 뭐고 그냥 무시하고 땅 밑으로 보내버리는 무지막지한 스킬!

랭커들은 비명을 지르며 탈출하려고 했지만, 스킬이 탈출을 방해했다.

얕본 대가를 톡톡히 치른 것이다.

우이포아틀은 헉헉대며 창으로 몸을 지지했다. 플레이어들을 한 수백 명을 보낸 것 같았는데….

아직도 주변에 우글거렸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된 건가?

저놈!

저 아키서스의 화신 놈과 엮인 게 모든 실수의 시작이었다!

-죽어라!!

우이포아틀은 마지막 돌격을 시도했다. 목표는 당연히 태현이었다.

물론 태현은 맞아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반격의 원!

우이포아틀의 창이 튕겨 나가고 그대로 가슴팍을 찍었다. 태현은 두 손으로 검을 잡고 우이포아틀의 목을 노렸다.

-말도 안 된다! 이건 말도 안 돼!

-아키서스의 첫 번째 공격!

-네놈 같은 개잡놈이 이 우이포아틀을….

-치명타 폭발!

굉음과 함께, 우이포아틀의 몸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영원한 폭군, 우이포아틀의 목을 베고 아스비안 제국에 안식을 찾아왔습니다!]

[대륙의 모든 드래곤들이 이 업적에 당신에게 경의를 표할 것입니다!]

[칭호: 황제 살해자를 얻었습니다.]

황제 살해자: 이 넓은 대륙에서 어떤 존재가 황제를 죽일 수 있을까요? 오직 당신뿐입니다.

마검 <황제 살해자> 제작 가능, <황제 살해자> 장비 가능.

[<황제 살해자> 퀘스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퀘스트는 거부할 수 없습니다.]

[아스비안 제국의 황제, 우이포아틀이 죽자 그 휘하 언데드 귀족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아스비안 제국의 새 황제는 우이포아틀의 오른팔 이세연입니다.]

“…….”

[……]

태현과 카르바노그의 얼굴이 동시에 썩어 들어갔다.

‘아차…!’

생각해 보니 우이포아틀 죽으면 그 다음 권력자는 이세연이었어!

[아스비안 제국의 반 우이포아틀 세력들의 친밀도가 크게 오릅니다.]

[아스비안 제국의 비밀결사들이 당신을 새로운 지도자로 추구합니다!]

‘앗.’

[…!]

태현은 멈칫했다.

이거 이세연하고 싸우라고 등 밀어주는 건가?

‘아니… 굳이 뭐 이세연하고 지금 싸울 필요는 없겠지.’

우이포아틀 때면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했겠지만, 이세연과는 꼭 싸울 필요는 없었다.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고 잘 지낼 수 있지 않겠는가.

[???]

‘뭐 왜 뭐.’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

우이포아틀의 악명이 어지간히 높았는지 아이템이 좌르륵 들어왔다.

‘창 들어왔고 옷 들어왔고… 목걸이 들어왔다! 됐어!’

태현은 그 짧은 사이에 아이템 들어온 걸 다 확인했다.

중요한 건 전부 챙겼다!

[우이포아틀을 잡는 데에 공헌도가 낮습니다.]

[얻는 경험치가 매우 줄어듭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경험치가 매우 줄었는데도 한 번에 5업!

만약 단독으로 때려잡았다면 레벨 업을 얼마나 했을지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5업이라니, 처음 아닌가? 한 번에 이렇게 많이 레벨업 한 건….’

“레, 레벨이 한 번에 이십 넘게 올랐어!”

“난 한 대 쳤는데…!”

“…….”

태현은 주먹을 꾹 쥐었다.

빡치면 안 돼!

‘그나저나 <황제 살해자> 퀘스트가 뭔지 궁금한데.’

[카르바노그가 거부할 수 없다는 게 불길하다고 말합니다.]

‘…아, 아니야. 아직 확정 아니야.’

그러나 태현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느끼고 있었다.

보통 거부할 수 없는 퀘스트는 사람 엿 먹이는 퀘스트가 많다는 걸!

* * *

느부캇네살은 정말 대단한 보스 몬스터였다.

각 교단의 성기사단과 고위 사제단들의 합동 공격!

보통 언데드 보스 몬스터는 이것만 해도 녹아내렸다. 레벨이 400, 500 넘는 NPC들이 다굴을 놓는데 버티는 언데드 몬스터가 이상한 거였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태현이 끌고 온 마탑 마법사들에, 고렙 마법사 파티. 아키서스 포병대에 핏빛 군도의 뱀파이어 전사들까지.

이렇게 나열해 보니 정말 왕국 하나 정도는 찜 쪄 먹을 수준!

이 전력을 불완전한 몸으로 혼자서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아슬아슬한 균형은 번 무너지자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우이포아틀을 상대하느라 생겨난 빈틈!

그 빈틈을 타고 원정대가 공격을 시작하자 반격하지 못하고 수비에 들어가야 했다.

-신의 이름으로! 돌격!

-이번 기회에 저 악마를 끝장내야 한다!

“응?”

[아키서스의 화신 말하는 거 아니라고 카르바노그가 지적합니다.]

‘아차. 습관이 되어서.’

태현은 안심했다. 남들이 욕하면 일단 ‘내 이야긴가?’부터 하게 되는 슬픈 습관!

“태현 님! 와서 도와주십시오!”

“알겠어. 간다!”

플레이어들은 태현을 애타게 불렀다. 느부캇네살은 방어에 들어갔어도, 느부캇네살의 언데드 대군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들을 막는 건 플레이어들의 몫!

‘화염 회오리 아직 멀리 있네.’

태현은 안도했다. 화염 회오리는 쏠쏠하게 제 몫을 해주고 있었다. 저 멀리서 언데드들을 쓸어버리고 있지 않은가.

이대로라면 소환한 값은 충분히 했다!

“내가 왔다! 8번 파티는 왼쪽으로! 12번 파티는 뒤로 빠져! 방어선 구축하고 느부캇네살을 팬다!”

태현은 전술 스킬을 사용해 흐트러진 플레이어들의 진형을 다잡았다.

몰려오는 언데드 파도를 상대로 버티려면 진형이 중요했다.

일시적으로 흐트러졌던 진형이 빠르게 회복됐다. 사이를 파고들던 언데드들이 감히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느부캇네살이 가진 생명의 그릇이 또 한 번 깨어져 나갑니다.]

[죽음의 기운이 강해집니다!]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태현은 급하게 장판을 깔았다. 느부캇네살이 몸에서 뿜어내는 죽음의 기운이 장난이 아니었던 것이다.

닿기만 해도 플레이어들을 쓸어버릴 것 같은 압박감!

다행히 판단이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재수 없게 신성 영역 밖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닿는 순간 비명을 지르며 로그아웃당했다.

“미, 미친!”

“대체 뭔 스킬이야 저거?”

닿는 순간 HP를 퍼센트로 깎아버리는 사기 스킬!

느부캇네살을 몰아붙이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던 플레이어들은 침을 삼키며 다시 긴장했다.

상대는 이제까지 나왔던 보스 몬스터 중 가장 강력한 보스 몬스터.

아차하는 순간 죽을 수 있었다.

-후퇴하라! 후퇴!

-주문이 전부 깨졌다!

계속해서 돌격하던 성기사들도 후퇴했다. 느부캇네살 주변에 퍼진 죽음의 기운이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도록 지독해진 것이다.

-폐하! 느부캇네살에게 회복할 시간을 주면 안 됩니다!

-저 지독한 죽음의 기운을 뚫고 돌격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나보고 저기 들어가란 거냐?”

-아, 아니. 꼭 그런 건 아니지만….

-폐하의 능력이… 저기에서도 영향을 안 받는….

성기사들은 우물쭈물했다.

사실 태현 말고 저기 들어가서 멀쩡한 사람이 없었으니, 들어가 달라고 하려고 온 거 맞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렇다고 하면 느부캇네살한테 죽기 전에 태현한테 죽을 거 같다!

방금 우이포아틀을 패고 온 태현의 몸에서는 위압감이 흘러넘쳤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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