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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99화 (799/1,826)

§ 나는 될놈이다 799화

단순히 갑옷만 있는 게 아닌, 투구, 각반, 벨트, 건틀렛 등등이 갖춰진 세트 아이템!

게다가 놀라운 건 저런 성능인데도 레벨 제한이 없다는 점이었다.

판온은 레벨 제한이 꽤 까다로운 편이라서, 레벨 제한이 없는 아이템은 가격이 몇 배로 뛸 정도였다.

‘근데 이건… 드래곤 허락이 있어야 하니까 더 어려울 수도 있겠군.’

태현이야 블랙 드래곤을 데리고 다니니 상관없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었다.

레벨 제한보다 훨씬 더 어려운 제한!

“나 이거 입어도 되지??”

“그래. 저번에 내가 만들어 준 갑옷은 다시 주고.”

사실 지금 케인이 끼고 있는 장비도 매우 좋은 장비 축에 들어갔다.

무려 아다만티움이 아주 조금 들어간 것!

“어… 어? 화난 거 아니지?”

“뭔 소리야? 줘야지 녹여서 추출한 다음 다시 쓸 거 아니야.”

태현은 뭔 소리를 하냐는 듯이 케인을 쳐다보았다.

다른 금속이면 모를까, 아다만티움은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다시 써야 하는 귀한 금속이었던 것이다.

케인은 매우 아까워 죽겠다는 얼굴로 갑옷을 꺼내 건넸다.

“저는 이 갑옷 그대로 쓸게요.”

“그래.”

이다비는 갑옷을 바꿀 필요가 없었다.

맞는 아이템도 보이지 않는 데다가 태현이 아키서스의 아티팩트 제작으로 만든 덕분에 워낙 효과가 강력했던 것이다.

“저… 저도 만들어주신 거 그대로 쓰고 싶어요.”

“아니. 넌 바꿔야지.”

유지수의 말에 태현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여기 훨씬 더 좋은 장비들이 보이는데!

“괜찮은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바꿔.”

“애써서 만들어주신 건데 바꿀 수가….”

“…….”

유지수의 말을 들은 케인은 멈칫했다.

벌써 신나서 다 갈아입은 케인!

드래곤 갑옷 세트로 맞춰 입고 ‘나 좀 멋있는 듯?’ 하고 있었던 것이다.

“크, 크흠. 그러게. 나도 원래 장비가 더….”

“야. 귀찮게 하지 말고 그냥 얌전히 좋아하고 있어라.”

“응….”

“저놈처럼 신나서 바로 바꿀 것까진 없지만 성능 더 좋은 걸 보고서 안 바꿀 필요도 없지. 게다가 판온 하면서 장비 만드는 게 몇 번인데. 빨리 바꿔.”

태현이 유지수하게 말할수록 점점 주눅드는 건 케인이었다.

‘좀 사양하다 바꿀 거 그랬나?!’

그렇게 일행이 드래곤 레어에서 나온 장비로 갈아타고 있는 사이, 태현도 뭐 챙길 거 없나 어슬렁거렸다.

역시 이럴 때 가장 편리한 건 <신의 예지>!

던전 공략할 때도, 남의 집을 털 때도 유용한 스킬이었다.

[카르바노그가 신의 힘을 그런 곳에 쓰는 건 좀…]

‘뭘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그래?’

말이야 맞는 말!

태현은 신의 예지로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쿵쿵-

“…?”

밑이 비어 있는 바닥 발견!

‘뭘 넣어놓은 거야?’

태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바닥을 부쉈다. 그러자 밑에서 상자가 하나 나왔다.

-위험! 절대 건드리지 말 것!

이라고 쓰여 있는 상자였다.

“…??”

급격히 수상해지는 기분!

학카리아스 정도 되는 드래곤이 <위험! 절대 건드리지 말 것>이라고 써서 붙여놨다고?

대체 뭐길래?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독이라도 되나?

[카르바노그가 학카리아스의 보물 아니냐고 의심합니다.]

학카리아스 정도 되는 드래곤이라면 쪼잔하게 이런 짓도 할 수 있었다.

보물을 지키기 위해 위험하다는 거짓말 정도야!

‘아니. 중요한 보물이면 분명 갖고 다녔겠지. 위험한 건 맞는 것 같은데….’

위험해서 갖고 다니긴 싫고, 그렇다고 보물 창고에 같이 내팽개쳐 두기에는 찜찜한 그런 게 뭘까?

‘폭탄인가?’

[…….]

‘아니. 폭탄 말고 딱히 안 떠오른단 말이야.’

태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상자를 열었다. 카르바노그가 질겁했지만 태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위험하다면 신의 예지가 경고했을 것!

일단 위험하더라도 상자를 여는 건 괜찮을 가능성이 컸다.

달칵-

<위험! 정말로 절대 건드리지 말 것!>

“…….”

태현은 무시하고 다시 열었다.

[아키서스의 권능이 새겨진 양피지를 얻었습니다!]

[아키서스의 권능을 얻습니다!]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명성이…]

[……]

[……]

[아키서스의 권능, <아키서스의 돌격>을 얻었습니다.]

“???????”

[???????]

너무 뜬금없는 권능!

‘뭐야?’

태현도, 카르바노그도 황당했다.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빛이 뿜어지자 일행도 당황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직업 퀘스트가 갑자기 깨지네.”

“??”

“????”

학카리아스 이 놈이 왜 아키서스 권능을 갖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잠깐. 이 자식 아키서스 권능을 이런 취급을 하고 있냐?’

아무리 아키서스 소문이 안 좋아도 그렇지 권능 스킬을 상자에 넣고 꽁꽁 묻어놔?

[아키서스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아키서스의 돌격>

아키서스의 사악한 힘으로 공간을 무시하고 빠르게 돌진해 상대를 공격합니다!

*이 스킬의 데미지는 관련 버프를 받지 않습니다.

*이 스킬의 데미지는 악명의 영향을 받습니다.

*상대를 쓰러뜨릴 경우 쿨타임이 초기화됩니다.

“…….”

[…….]

이제 슬슬 본색을 숨길 생각도 하지 않는 아키서스!

설마 설마 했는데 드디어 악명 스탯으로 데미지가 결정되는 스킬이 나왔다.

악신 교단에서나 볼 수 있는 스킬!

그래도 스킬 자체는 괜찮았다.

빠르게 거리를 좁히는 이동 스킬.

도적이나 암살자 직업이 아니라 이런 스킬이 부족한 태현에게는 꼭 필요한 스킬이었다.

아직도 장비에 달려 있는 이동 스킬을 쓰고 있을 정도였으니.

‘악명 스탯만 아니라면 말이지….’

다 좋은데 뭔가 찜찜해!

농담 삼아서 ‘아키서스 이거 악신 아니냐?’라고 하고 다니긴 했었는데, 이제 슬슬 ‘이 자식 이거 진짜 악신 아냐?’ 하고 의심이 갈 수준!

하긴 이제까지 한 짓들만 봐도….

‘행운의 일격 버프를 못 넣는다는 건 아깝지만 악명 스탯만으로도 충분하긴 하지.’

태현의 폭딜은 언제나 행운의 일격을 뿌리에 두고 시작했다.

그렇지만 악명 스탯도 못지않게 높은 상황.

버프가 없더라도 충분히 쓸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쓰러뜨릴 경우 쿨타임 초기화는 상당히 좋은 옵션이었다.

태현처럼 여럿 상대할 일 많은 플레이어에게는 더더욱!

* * *

골렘들의 인해전술!

연합 파티는 골렘이 이렇게 무서운 몬스터인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골렘은 원래 느리고 둔한 몬스터.

HP가 높고 방어력이 높긴 했지만 공략하는 방법만 알면 그렇게 까다로운 몬스터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앞뒤 아래위 양옆에서 계속 골렘이 들이닥친다면?

난이도 조절이고 뭐고 상관하지 않고 계속 몰려오는 골렘들!

덕분에 연합 파티는 한 줌만이 남은 채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헉, 헉….”

앨콧은 혼이 반쯤 나간 얼굴이었다.

무슨 놈의 골렘이 이렇게 많단 말인가!

주변을 둘러보니 각 파티에서 한둘 정도만 살아남았을 정도로 치열한 싸움이었다.

“어. 김태산은 없네. 죽었나?”

원래 다른 파티가 죽은 일에 안심하면 안 됐지만, 앨콧은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

‘아차. 내가 왜 이러지?’

“앨콧 님.”

“…?”

간신히 살아남은 토바가 앨콧에게 다가오더니 말을 걸었다.

“제 생각에 그 김태산이란 친구는 스파이 같습니다.”

“뭐? 스파이? 누가 보낸?!”

“길드 동맹이 보낸 거 아닐까요?”

“??”

앨콧은 토바를 미친놈 보듯이 쳐다보았다.

얘는 내가 어디 길드 소속인지 모르나?

“왜, 왜 그런 눈으로?”

“야. 얘가 길드 동맹 소속이잖아. 그런데 왜 길드 동맹 스파이를 보내겠어?”

“아….”

크로포드가 설명해 주자 토바는 민망해했다. 그러나 앨콧은 고민했다.

길드 동맹이라면 왠지 모르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요즘 자기들끼리 싸우고 내분 일어난다고 하니까… 날 의심해서 스파이를 보내도 이상할 건 없지. 날 견제하려고!’

앨콧을 싫어하는 길드원들은 많았다.

그렇지만 요즘 앨콧은 전형적인 상승세.

저번에 사디크 화신 막타를 치는 덕분에 영지까지 받지 않았던가!

그런 상황에서 만약 앨콧이 레어까지 성공적으로 턴다면?

앨콧의 위치는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오를지 몰랐다. 그걸 생각한다면 이렇게 견제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이런 비열한 놈들!’

앨콧의 의심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만약 스파이라면 정말 사악한 수법이었다. 하필이면 이름도 김태산으로 짓다니.

앨콧을 겁주려는 것 아닌가!

“용서하지 않겠다!”

“야. 넌 저 소리를 믿는다고?”

“길드 동맹 놈들은 충분히 가능해!”

수군수군-

남은 연합 파티원들은 앨콧의 말을 듣고 수군거렸다.

길드 동맹이 저런 곳이었어?

크로포드는 앨콧의 옆구리를 찔렀지만 앨콧은 눈치채지 못하고 떠들었다.

“이 자식들 내가 얼마나 해줬는데….”

“야. 됐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부터 생각해.”

일행은 간신히 골렘 군세를 뚫고 통로 구석에 들어온 상태였다.

앞으로 갈 것이냐, 말 것이냐?

“으… 난 빠져나가야겠다.”

앨콧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학카리아스를 너무 만만하게 봤다!

학카리아스가 죽었어도, 플레이어들은 아직 학카리아스 레어를 털만한 수준이 아니었던 것이다.

‘김태현 이 자식은 대체 학카리아스를 어떻게 잡은 거야?’

이럴수록 더욱 커지는 궁금증!

학카리아스 없는 레어도 이 수준인데 대체 김태현은?

“앨콧! 진짜로 빠져나간다고?”

“여기까지 왔잖아!”

“그럼 각자 알아서 하자. 이쯤 됐으면 연합 파티도 의미가 없고.”

10명도 안 남은 상황!

연합 파티는 정말 이름만 남은 상황이었다.

“으음….”

“끙….”

플레이어들은 갈등하는 표정이었다.

여기까지 온 게 정말 아깝고 억울했지만, 더 갔다가는 정말 죽을 것 같았던 것이다.

갈등 그 자체!

거기에 크로포드가 못을 박았다.

“야. 다 좋은데, 나올 때 생각해라. 지금도 나가는 게 위험한데 더 들어가면 얼마나 힘들겠냐?”

“…!!”

그랬다.

생각해 보니 여기는 나갈 때도 고생!

힐러 대부분이 사라진 지금 나가는 것도 원한다고 나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앨콧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난 그럼 이만.”

“앨콧. 설마 혼자 은신 써서 튀려는 건 아니지?”

크로포드가 앨콧의 팔을 붙잡았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 말을 듣고 의심하는 눈빛을 보냈다.

“아니야! 너희들이 더 들어가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한 말이지!”

“난 돌아갈 거니까 같이 가자고.”

“저희도 같이 가겠습니다!”

“맞아. 우리 같이 가자.”

남은 플레이어들은 뜨거운 눈빛을 보냈다.

너 혼자 보내진 않겠다!

이렇게 된 이상 남은 플레이어들끼리 뭉쳐서 같이 가는 게 살아남을 확률이 높았다.

‘젠장. 물귀신 같은 놈들.’

앨콧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하긴, 지금 남은 직업들 중 도적이나 암살자 계열은 그밖에 없었다.

즉 은신으로 몰래 빠져나갈 수 있는 것도 그밖에 없다는 것!

그걸 그냥 보고 있을 사람은 없었다.

어지간하면 힘으로 뚫어보기라도 하겠는데, 그 골렘 군세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라 그런지 대부분 랭커나 준 랭커 수준이었다.

쿵쿵쿵-

“헉. 골렘 또 온다!”

“미친… 여기도 오는 거였어?”

“그놈들 동료 부르는 거 같으니까 오자마자 공격해야 해.”

“내가 선공하마. 공격하는 순간 다 같이 뛰어들어.”

앨콧은 은신 스킬을 준비했다. 그러자 다른 플레이어들이 말했다.

“앨콧…!”

“걱정 마라. 이건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

앨콧은 사뭇 비장했다. 그러나 다른 플레이어들은 아니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은신하고 튀는 거 아니지?”

“…….”

“야. 그걸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면 어떡해?”

“진짜 튈까봐 그렇지.”

“이런 개….”

그렇게 떠드는 사이 골렘이 다가오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선공 기회는 놓쳤다!

이렇게 된 이상 싸워야 할….

“너희 뭐하냐? 아직도 안 갔어?”

“???”

다가온 골렘 위에는 김태산과 그 일행들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드래곤도….

앨콧은 눈을 깜박였다.

저걸 어디서 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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