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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76화 (776/1,826)

§ 나는 될놈이다 776화

쿠당탕!

“??”

태현 일행은 갑자기 일어난 소란에 의아해했다.

쟤네 뭐하냐?

“비켜, 이것들아!”

“어디서 감히!”

“그건 우리가 할 소리다!”

플레이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곳에서 싸우는 건, 다른 곳에서 벌이는 싸움과 전혀 달랐다.

움직여서 피하기도 힘들고, 스킬을 공간을 만들기도 힘들고, 공격은 순식간에 수십 번도 넘게 들어오고….

“비키라니까!”

두들겨 맞던 현상금 사냥꾼 중 하나가 광역기 스킬을 사용했다.

-검기 폭발!

플레이어들을 겁줘서 도망치게 만들려는 속셈!

그러나 역효과였다.

[도시 안에서 플레이어를 공격했습니다! 악명이…]

[도시 안에서 플레이어를…]

[경비병들이 당신의 이름을 기억합니다!]

“날 공격했어?!”

“이것들이!”

가만히 싸움 구경하는 플레이어들도 공격을 맞고 분노한 것!

악명이나 도시에서 페널티를 받을까봐 가만히 있던 플레이어들이었지만, 선공을 맞은 이상 참지 않았다.

싸움도 유리해 보이겠다, 나도 끼어야지!

퍼퍼퍼퍼퍽!

“아니, 좀, 비키, 아오! 비키라고! 너희랑, 싸울 생각 없다고!”

“그건 네 생각이고!”

“우린 널 패야겠어!”

플레이어들의 파도를 뚫지 못하고 현상금 사냥꾼들은 하나둘씩 쓰러졌다.

‘사람들 많으니까 한 대 치고 튀어도 괜찮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했던 현상금 사냥꾼들은 이제 도망갈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그것도 만만치 않았다. 워낙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그들을 구해준 건 경비병들이었다.

-모두 정지!

-모두 정지하라!

아스비안 제국 귀족의 특징인 언데드 기사가 경비병들을 이끌고 달려왔다.

그러자 싸우던 플레이어들도 멈칫햇다. 아무래도 도시 안에서는 NPC 눈치가 안 보일 수가 없었다.

현상금 사냥꾼들은 울먹거리며 외쳤다.

“저놈들입니다! 저놈들이 먼저 팼어요!”

“맞습니다! 저희는 그저 순수하게 한 대만 때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몰려들어서 몰매를…!”

그러나 언데드 기사는 그들을 무시하고 태현을 쳐다보며 물었다.

-위대하신 황제 우이포아틀 님에게 인정받은 김태현 전하 아니십니까!

“그렇다. 그리고 저놈들이 날 공격하려고 했다.”

-!!!

언데드 기사의 눈에 일렁이는 푸른색 불꽃이 확 타올랐다.

“아… 아니. 안 쳤어요. 아직.”

-치려고 한 것이 큰 죄다! 저놈들을 잡아라!

“얘네들은 진짜 공격했다고요!”

물귀신 작전!

현상금 사냥꾼들은 혼자 죽을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기사는 냉정했다.

-그럴 수도 있지!

“?!”

-귀족을 건드릴 수도 있는 놈은 미리 좀 공격해도 된다! 모두 다 잡아가라!

신나서 싸우던 플레이어들도 어안이 벙벙해졌다.

먼저 공격했는데 안 잡아가다니!

“와아아!”

“김태현 님. 감사합니다!”

“내가 고맙지.”

태현의 말 한마디에 플레이어들은 감동했다.

이렇게 따뜻하다니!

그걸 본 케인은 어이가 없었다.

“무슨 말 한마디에 저렇게 심장 멈출 듯이 기뻐하는 게 말이 돼?”

“말이 되죠.”

“말이 되는 것 같은데요.”

“심지어 케인 씨도 그러잖습니까.”

“내가 언제 그랬어?!”

“많이 그랬던 것 같은데….”

그러는 사이 플레이어들은 태현에게 질문 공세를 펼쳤다.

언제 볼지 모르는 스타인 것이다.

이럴 때 안 물어보면 언제 던지랴!

“태현 님! 다음 퀘스트는 어디서 깨실 건가요? 구경 가고 싶습니다!”

“김태현! 너 진짜 이세연이랑 사귀냐?”

“태현이 형! 지금 오스턴 왕국에서 전쟁 났는데 갈 생각 있어요?”

태현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은 무시하고, 대답하기 쉬운 질문들만 골라서 대답했다.

“난 지금 오스턴 왕국 가는 중인데….”

“!”

“!!!!”

“!!!!!!!!!”

김태현이 오스턴 왕국으로 간다!

그 말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순식간에 플레이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정, 정말로?”

“블랙 드래곤 학카리아스가 나왔는데??”

“김태현이잖아! 잡을 생각인 거지!”

“와, 그걸 잡을 수가 있어?! 어떻게?!”

“김태현 직업 보면 드래곤과 관련되어 있다는 게 학계의 정설….”

태현이 플레이어들에게 강렬하게 인상을 남긴 퀘스트들!

그중에는 각각 용용이와 흑흑이를 불러 브레스를 갈겨버린 퀘스트들이 있었다.

이것 때문에 아직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김태현 직업은 드래곤과 관련된 직업이 분명하다!’란 가설이 유행했다.

그렇지 않으면 꼬마 용 두 마리를 데리고 다니는 게 설명이 안 된다!

-김태현은 그 전설 직업인 <전설의 드래곤 나이트>일지도 몰라!

-아니. 그런 것치고는 너무 스킬이 잡다하지 않나?

태현의 직업을 맞히기 힘들게 만드는 것. 그것은 태현의 잡다한 스킬들이었다.

도저히 뭔 직업인지 알 수 없는 직업!

-야. 봐라. 여기 영상을 보면 이 꼬마 블랙 드래곤이 사디크 스킬을 쓰잖아. 사디크 관련된 블랙 드래곤인 거지. 김태현은 그냥 아키서스 교단을 믿는 거지, 아키서스 교단 관련 직업은 아닐 거야. 아키서스 교단 관련 직업인데 어떻게 이걸 데리고 다녀!

-오오…!

-확실히…!

충격받은 플레이어들 앞에서, 태현은 쐐기를 박았다.

“나뿐만이 아니다!”

“…?”

“스미스도 간다!”

“!!!”

“이세연도 간다!”

“!!!!!!!!!!!!”

친절하게 다른 둘의 이름도 팔아주는 태현이었다.

* * *

학카리아스가 나왔을 때, 길드 동맹은 승리를 자신했다.

블랙 드래곤을 본 순간 오스턴 왕국의 모든 놈들은 고개를 숙이고 도망칠 것이다!

공포란 건 강력한 법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길드 동맹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이번에는 김태산과 아저씨들도 단단히 이를 갈고 있었던 것이다.

-오스턴 왕국에서 밀려난 원한을 잊을쏘냐!

-우리 영지가 역병으로 오염되었다!

-그건 아저씨들이….

-닥쳐!

쉽게 물러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애초에 김태산은 오스턴 왕국으로 오면서 이 정도 상황은 각오하고 있었다.

길드 동맹의 랭커가 몇 명인데 그들보다 강한 플레이어가 없겠는가.

다만 블랙 드래곤인 게 예상 밖이었을 뿐.

김태산은 곧바로 대응했다.

-정면 대결은 포기한다. 게릴라로 간다. 전부 흩어져서 움직이자!

모여서 성이나 도시를 공략하는 게 아닌, 흩어져서 작은 요새나 마을 턴다!

학카리아스가 강해봤자 혼자였다.

그리고 김태산 생각에, 그렇게 강한 드래곤이 일일이 돌아다니며 소탕까지 뛰어줄 것 같지는 않았다.

‘피하면서 약탈만 해도 남는 장사다.’

-형님. 저희 길드원하고 오크 부족들은 아직 멀쩡하긴 한데, 다른 플레이어들이 겁을 먹은 것 같습니다.

지금 오스턴 왕국에서 날뛰는 건 김태산과 오크 부족만 있는 게 아니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플레이어들이 절반은 넘었다.

산적, 길드 동맹 원한, 경험치, 스킬 보상 등등을 목적으로 찾아온 다목적 플레이어들!

이들은 학카리아스 소식을 듣고 ‘어…? 슬슬 튀어야 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태산은 이것도 간단하게 대응했다.

-현상금 걸어!

골드는 사람을 움직인다!

요새 하나 공격하면 골드, 마을 하나 공격하면 골드, 길드 동맹 길드원 공격하면 골드….

-어마어마하게 나올 텐데요?

-상관없다!

-여기 아말란 요새는 학카리아스 나타난 곳과 가까워서 다들 안 가려고 합니다.

-따블로 걸어!

-그래도 좀….

-그러면 따따블로 걸어!

-!

* * *

“아니 이 자식은 진짜!”

이세연은 날아가는 도중 분통을 터뜨렸다.

게시판에 난리가 나고, 길드원들이 호들갑을 떨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태현이 못을 박은 모양이었다.

물론 이세연이든 스미스든, 워낙 눈에 띄고 유명한 플레이어였으니 오스턴 왕국에 가면 금세 소문이 날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소문이 퍼지는 것과, 태현이 이렇게 ‘얘네도 간다!’라고 말하는 건 이야기가 다르지 않은가!

-이세연 씨?

“?”

귓속말이 날아오자 이세연은 의아해했다. 누구더라?

-길드 동맹에서 나왔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길드 동맹 간부는 은근히 압박하듯이 말했다.

아니라고 말해라!

취소할 기회를 준다!

물론 이세연은 남이 하지 말라고 압박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사람이었다.

태현은 부정하지만 둘의 성격은 참 비슷!

-사실 맞는데?

-뭐… 뭐라고요! 지금 그게 사실입니까?

-왜. 내가 오스턴 왕국 가면 안 돼?

-지금 저희와 싸우시겠다는 겁니까?

-그렇다면?

-이세연 씨. 잘 생각해 보십시오. 김태현은 이세연 씨의 적입니다. 지금 김태현이 잘되면 누가 손해를 보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김태현이 학카리아스한테 죽기라도 하면 이세연 씨는 대회에서도 손쉽게 이길 수 있을 겁니다.

이세연의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개소리하지 마.

-…네?

-개소리하지 말라니까? 누가 그렇게 이기고 싶대? 이게 가만히 들어주니까 누구를 호구로 아나… 너 나 마주치면 죽을 줄 알아.

이세연은 그렇게 말하고 귓속말을 차단했다.

안 그래도 어차피 싸우려고 했는데, 상대가 짜증 나는 말만 골라 하는 덕분에 더 거칠게 싸우게 됐다.

이걸로 완전히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상황!

‘으. 좀 침착하게 할걸. 김태현 때문에….’

* * *

길드 동맹 간부들은 초조하게 물었다.

“이세연이 뭐라고 하냐?”

“선, 선전포고하는데요.”

“뭐라고!”

“아니, 이세연 입장에서도 손해 볼 거 없는 제안이었는데!”

길드 동맹 간부들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번 해 있을 대회에서 이세연과 김태현은 분명히 라이벌이었다.

김태현이 혹시 죽기라도 해서 페널티를 받으면, 이세연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유리해지는 셈!

그런데 왜 거절하지?

“역시 사귀는 거 아닐까요?”

“그럴듯해…!”

이세연이 알면 두 번 죽일 소리를 하고 있었다.

“스미스한테는 연락 왔냐?”

“어… 죄송하다는데요.”

“휴. 다행이군.”

그래도 스미스는 막았다!

스미스도 온다는 건 헛소문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말은 언제나 끝까지 들어봐야 아는 법이었다.

“죄송한데 이번만 싸울 테니까 오해는 하지 말아달라고….”

“그게 뭐가 죄송이야!!”

* * *

“…배에 못 탄다고?”

“배를 다섯 척이나 태워먹었어요.”

태현은 아다만티움 거인 골렘을 쳐다보았다. 골렘은 시선을 피했다.

“저걸 어떻게 태워가지?”

“얼리자.”

태현은 간단하게 해결책을 내놨다.

-쿠오오오!

골렘은 기겁했다. 얼린다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죽으면요?”

“죽으면 아다만티움이… 아차. 괜찮아. 안 죽어. 쟤 HP가 몇인데.”

-쿠오….

골렘은 의심의 눈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일단 추워 보이니까 몸 위에 사디크의 화염을 새겨줄게.”

-쿠오, 쿠오.

골렘은 화염 룬을 새기고 화염을 몸에 쐬자 기분 좋은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틈을 타 태현이 말했다.

“이 정도면 얼어도 될 거 같지 않아?”

-쿠오오오!

명백한 거절!

“귀찮은 녀석 같으니. 지금 출발해야 하는데… 둘 중 하나를 골라라.”

-?

“헤엄쳐 갈래? 얼어서 갈래?”

-…….

* * *

촤아아아악!

“…저놈도 참 대단한 놈이야.”

태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배 앞을 쳐다보았다.

골렘은 지금 배에 몸을 묶고 헤엄쳐 나아가고 있었다.

얼어서 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바닷물이 낫다!

태현이 걸어준 사디크의 화염 룬 덕분에 바닷물 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모양이었다.

솔직히 태현은 그냥 얼어서 갈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골렘은 진짜 얼음이 싫은 모양이었다.

치이이이익!

골렘이 지나갈 때마다 바닷물이 바로 끓어올라 증기로 변했다.

[아다만티움 골렘이 계속해서 뿜어낸 증기로 인해 안개가 생깁니다!]

[아다만티움 골렘의 마력으로 안개가 마법의 안개로 변합니다!]

“가지가지 한다. 가지가지해.”

주변의 시야가 확 가려졌지만, 태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주변은 강력한 몬스터도 안 나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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