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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29화 (729/1,826)

§ 나는 될놈이다 729화

‘앨콧…! 내가 널 오해했다. 중국인이 아니라고 널 믿지 않았었는데…!’

랭커니까 그나마 대접을 받았던 거지, 기본적으로 쑤닝과 그의 측근들은 외국인들을 잘 믿어주지 않았다.

겉으로는 챙겨주는 척해도 속으로는 따돌리는 태도!

길드 동맹 소속 랭커들이 그걸 모를 리 없었다. 그걸 알았기에 대부분 다 자기 이득을 우선시했다.

안 그래도 이기적으로 플레이하는 랭커들에게 이유를 준 셈!

-어차피 서로 이용하는데 내가 뭐하러 길드에 헌신하냐?

랭커들 사이에서는 이런 태도가 보통이었는데….

그 앨콧이 달라진 것이다.

그 개인적이고 싸가지 없고 성격 더럽고 오만하고 재수 없고 길드 내에서 온갖 악플이 달리던….

-너 왜 아무 말이 없냐?

-네, 네!? 감, 감동하고 있었습니다.

간부는 흠칫하며 대답했다. 속으로 욕하던 게 들킨 건 아니겠지?

‘앞으로 위에 보고해서 앨콧을 더 지원해야겠어.’

길드 동맹의 정책은 당근과 채찍.

앨콧처럼 잘 따라주는 랭커는 당근을 줘야 할 필요가 있었다.

다른 랭커들에게 ‘봐라. 우리에게 충성하면 이렇게 보답이 온다’라고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앨콧 님. 제가 앨콧 님을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

‘들켰나!?’

앨콧은 순간 당황했다.

-앨콧 님만큼 길드를 신경 쓰고 있으신 분은 없는데!

-그… 그렇지.

-앞으로 앨콧 님을 음해하는 놈이 나오면 제가 꼭 오늘 일을 말해주겠습니다.

-아, 아니 꼭 그럴 필요는 없지만.

-아닙니다! 꼭 말해주겠습니다!

‘이 자식 뭐 잘못 먹었나?’

앨콧은 찜찜해졌다. 간부 놈이 이상하게 친절하게 굴었던 것이다.

원래 이러던 놈이 아닌데!

게다가 지금 사정을 아는 앨콧의 입장 상, 이렇게 말해주겠다는 게 별로 좋게 들리진 않았다.

그냥 잊어주면 안 되냐?

* * *

“그런데 태현 님.”

“응?”

“이게 그렇게 크게 효과가 있을까요?”

“글쎄… 사실 나도 대장장이 기술 스킬, 신성 스탯 오르니까 하는 거지. 원래 이런 건 크게 기대를 하고 하면 안 돼.”

태현은 이다비의 질문에 대답하며 손을 움직였다.

“판온 1 때도 그랬지만 이런 밑 작업은 열 개 해서 하나 정도 효과를 보거든. 그 정도면 충분하지.”

열 번 준비해서 한 번 성공하면 충분하다!

실제로 판온 1에서 ‘김태현 저놈은 미래를 보냐? 대체 어떻게 저것까지 준비한 거냐?’, ‘김태현 저 자식 맵핵쓰는 거 아냐!?’ 이런 반응들이 나온 이유는 이래서였다.

이 함정을 피한다고? 그러면 걸릴 때까지 함정을 파주마!

“아이템 설명창에 스탯이 안 나오긴 하지만, 랭커들이라면 착용하고 나서 바로 눈치챌 거 같기도 하단 말이지. 실제로 난 아이템 성능 달라지면 바로 눈치챌 거 같고.”

옆에 있던 케인과 정수혁이 미묘한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너만 그래 미친놈아….’

‘그걸 누가 눈치챕니까?’

가상현실게임에서 착용하고 있는 장비가 보여지는 스탯과 실제 스탯이 다르다는 걸 눈치챌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들키기 전에 써먹을 기회가 오면 좋겠어. 마이너스 스탯도 스탯이지만, 거기에 심어놓은 스킬들이 크거든. 사실 그걸 가장 크게 기대하고 있어.”

예를 들어 <아키서스의 찬란한 황금 갑옷>에는 숨겨진 패시브 스킬로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갑옷의 아주 작은 부분.

그 부분을 공격하면 착용자가 입는 데미지가 미친 듯이 뛰었다.

대놓고 엿 먹이기 위해 넣은 스킬!

<아키서스의 휘황찬란한 마법 팔찌>는 마법 속도와 MP 회복을 올려주는, 마법사 계열 플레이어들이라면 눈에 불을 켤 만한 장비였지만….

사실 착용하면 물리 방어력이 내려가고 단검에 입는 데미지가 올라가며, 불운 관련 페널티가 미친 듯이 올라갔다.

아키서스의 저주나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에 당하면 지옥 같은 스킬 실패의 맛을 보게 될 것!

케인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이 장비를 갖고 길드 동맹 애들이 싸우게 할 줄 알았는데.”

“에이, 그거까진 무리지. 걔네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렇게 싸우겠냐. 이런 장비를 어떻게 나눌지 정도는 정해놨겠지.”

* * *

“이 갑옷은 내 거다! 저번에 사디크의 화신 토벌 퀘스트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나다! 그런데도 막타를 뺏겼다는 이유만으로 영지도 놓치고 보상도 놓쳤다. 난 이걸 받을 정당할 이유가 있어!”

“헛소리하지 마! 여기서 중갑 스킬이 가장 높은 게 누구냐? 바로 나다! 그러면 이걸 잘 쓸 수 있는 사람도 나지!”

“개소리 좀 작작하십시오. 이게 무슨 중갑 전용 갑옷도 아니고, 페널티 하나 없는데!”

간부는 지끈지끈 아파져 오는 머리를 붙잡았다.

서로 욕설과 고함을 퍼붓는 랭커들!

각자 자기 일로 바빠 잘 안 모이던 랭커들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우르르 모여 있었다.

‘이 인간들 저번에 필요할 때 불렀을 때는 오지도 않더니만… 눈빛 봐라.’

탐욕으로 이글거리는 눈빛!

어디서 새어 나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키서스의 강력한 장비가 손에 들어왔다는 소문이 퍼져나간 게 분명했다.

랭커들 중에 태현을 욕하고 헐뜯는 랭커들은 많아도, 태현의 실력을 부정하는 랭커는 없었다.

오히려 태현의 실력을 인정하고 그 비결을 훔치려고 하는 게 그들!

그런 상황에서 아키서스 장비가 나왔다니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앨콧 반이라도 본을 받으라고 하고 싶다.’

길드를 위해 이 장비들을 전부 바친 앨콧!

그와 비교하면 이 랭커들은 정말….

“이 팔찌는 딱 나를 위한 아이템 아닌가?”

“당신 마법사도 아니잖아!”

“마법사만 MP 필요하냐?! 나도 필요해!”

“깃발 꽂을까?”

“깃발 꽂자고 하면 누가 무서워할 줄 아냐? 꽂아!”

말싸움의 끝은 역시 진짜 싸움!

“김태현한테 진 새끼가 입은 살아서!”

“뭐, 뭐?! 너 말 다 했어!? 그런 너는 김태현 별거 아니라던 놈이 김태현 관련 장비는 왜 탐내는데?”

“김… 김태현 관련 장비라서 탐내는 거 아니거든? 옵션 좋아서 그러는 거거든?”

“모두 그만하십시오!”

간부는 크게 외쳤다.

“장비는 엄밀한 기준에 따라 나눠드릴 겁니다.”

“그 엄밀한 기준이 뭔데? 설마 길마하고 친하다거나….”

외국인 랭커들은 의심쩍은 눈빛을 보냈다. 길드 동맹의 은근한 차별 대우는 이미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아는 간부는 움찔했다.

“아닙니다. 아주 공정한 방식입니다.”

“그래서 그게 뭐냐고.”

“일단 <아키서스 죽음의 물약>은 지금 이 자리에서, 주사위를 굴려서 가장 높게 나온 분에게 드리겠습니다.”

원래 마음 같아서는 전부 다 조건을 걸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랭커들이 폭발할 것 같았다.

적당히 달래줘야 한다!

“으음….”

“음….”

<아키서스 죽음의 물약>은 마시는 순간 온갖 상태 이상을 벗어나고 HP를 회복시키는, 엄청나게 강력한 포션이었지만 이 자리에서는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

다른 쟁쟁한 아이템들이 있었기 때문!

“뭐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다른 건?”

“다른 장비들은 현재 길드 동맹 퀘스트에서 활약을 해주시는 분들에게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길드 랭커들이 대번에 한숨을 푹푹 쉬었다. 몇 명은 대놓고 불만이라는 듯이 툴툴댔다.

“또?”

“우리 지금 퀘스트하느라 바쁜데.”

“기껏 해줘도 고마워하지도 않는데 우리가 나서야 해?”

간부는 불평을 무시하고 외쳤다.

“<아키서스의 휘황찬란한 마법 팔찌>는 지금 북쪽 벡텔 시를 습격한 엘프 놈들을 처리해 주는 분들에게 드리겠습니다.”

“뭐? 거긴 맥필이 갔잖아?”

“맞아. 맥필이 갔는데.”

간부는 살짝 놀랐다. 랭커들이 다른 랭커한테 양보를 할 줄이야?

그것도 먼저 갔다는 이유만으로!

“맥필이 먼저 갔으면 공평한 싸움이 아니잖아?”

물론 그럴 리 없었다.

“이제까지 쌓은 맥필 공적치 포인트는 무효로 하지?”

“먼저 가서 준비하고 있던 것도 있으니까 마이너스로 시작하자.”

맥필이 들으면 분노해서 도끼로 머리를 찍어버릴 소리를 하는 랭커들!

간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안 됩니다. 그리고 지금 맥필 님 혼자서는 진행이 안 되니 공적치 포인트도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겁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불평하던 랭커들이 잠잠해졌다. 간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잠깐만.”

“네?”

“근데 저 갑옷은?”

가장 많은 랭커들이 탐을 내던 저 갑옷!

겉모습부터 시작해서 성능까지 탐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갖고 싶다!

“저… 저 갑옷은 일단 길드에서 보관을….”

“…….”

“…….”

랭커들의 눈빛이 대번에 날카로워졌다.

“뭐? 뭔 보관? 왜 저건 퀘스트를 말 안 해주지?”

“아, 아니. 아직 퀘스트가 없어서….”

“없긴 뭐가 없어. 길드 동맹 관련된 퀘스트가 얼마나 많은데.”

랭커들은 이미 눈치를 챘다.

“설마 쑤닝이 그냥 먹는 건 아니지? 아무리 길마라도 그렇지.”

“앨콧이 쑤닝 가지라고 바친 게 아닐 텐데? 길드를 위해 바친 거잖아? 이래도 돼?”

간부가 쩔쩔매자 쑤닝과 친한 중국계 랭커가 나섰다.

“쑤닝이 갖는다고 확정도 아닌데 왜 그래?”

“뭐? 그러면 쑤닝이 안 갖는 거지? 확답해라. 나중에 쑤닝이 착용하고 있는 거 보면 네가 책임진다 이거지?”

“내가 왜 책임을 져? 이 새끼. 너 전부터 말하는 게 길드에 불만이 넘쳐 보이는데 불만이 있으면 나가!”

“뭐? 길드 연합 때 빌빌거리던 놈들이 하도 빌어서 와줬더니 이제 와서 나가라고? 말 다 했냐?”

다시 터지는 불화!

태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불화가 터지고 있었다.

* * *

“그 있잖아. 옛날이야기 중에 황금 사과 하나 던졌더니 전쟁 난 이야기.”

케인은 포기하지 않았다.

길드 동맹이 이걸로 분열되지 않을까?

“그건 옛날이야기잖아. 케인. 현실은 그런 것과 달라.”

“그런가?”

“저… 우리 시이바 교단은 언제 지으러….”

“어허. 고르수크. 좀 기다려.”

“…….”

“내가 너하고 이야기를 안 하려는 건 아닌데, 여기 엘프들 봤지? 너 잘못 들키면 내가 어떻게 지켜줄 수가 없다.”

“…….”

고르수크는 시무룩해져서 물러났다.

태현은 흐뭇하게 쳐다보았다.

노린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고르수크가 점점 더 초조하고 안달을 내고 있었다.

좋은 징조였다.

[고르수크가 매우 초조해하고 있습니다.]

[교단을 지을 때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최고급 화술 스킬이 알려주는 상황!

이대로면 고르수크를 더 탈탈 털어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흠. 공성 병기도 그래도 좀 만들어줬고, 길드 동맹 쪽 병력도 두들겨 맞고 후퇴했고… 이제 괜찮으려나? 슬슬 빠져도….’

겔렌델이 미친 엘프긴 했지만 바보는 아니었다.

오크를 잡으러 가더라도 먼저 공격을 받으면 알아서 잘 싸울 것이다.

‘여기가 공격받지 않을 리는 없으니까.’

지금 이 벡텔 시는 무법자들의 도시였다.

도시 자체가 무법이라는 게 아니었다. 도시 자체는 겔렌델의 지휘 아래에 멀쩡하게 굴러갔다.

그냥 오스턴 왕국 전역에서 날뛰고 있는 산적들이 쉬고 싶거나 아이템을 보충해야 하면 벡텔 시로 올라왔다.

오스턴 왕국 내 유일하게 안전한 장소!

산적들은 화기애애하게 내가 많이 털었니, 네가 많이 털었니 떠들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때때로는 파티를 맺었다.

얼마 전까지는 악명이 10도 안 되었던 플레이어들의 놀라운 변화!

[벡텔 시에 일시적으로 많은 골드가 들어왔습니다. 도시 분위기에 보너스가 들어갑니다!]

[도시에 있는 플레이어들 전부에게…]

[……]

[도시 입구에 <약탈의 동상>이 만들어졌습니다. 모든 약탈에 보너스가 들어갑니다.]

플레이어 중 몇 명은 다른 산적 플레이어들을 위해 조각상까지 만들었다.

약탈한 아이템들을 녹여 만든 동상!

성능보다는 길드 동맹의 뒷목을 잡게 하는 효과가 더 컸다.

태현은 알아서 굴러가는 무법자들의 도시를 보며 코밑을 쓱 훔쳤다.

훌륭하다. 너희들은 이제 알아서 잘할 수 있을 거다!

‘이제 그러면 떠날….’

“야! 길드 동맹에서 랭커들이 왔다는데?!”

“뭐? 하나도 아니고? 어떻게 뭉쳐서 왔지?”

“그, 그러게? 역시 장비 좀 뿌렸다고 지들끼리 싸우진 않나 보다.”

“생각보다 길드 동맹이 단합이 잘 되나 보군….”

심각하게 중얼거리는 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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