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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728화 (728/1,826)

§ 나는 될놈이다 728화

유행이란 어떻게 생기는가?

바로 대답하기는 어려운 문제였다.

숙련된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도 ‘으음 그건 좀 어렵군요’ 하며 고민하게 만드는 질문!

그래도 유행에 몇 가지 필수적으로 있어야 하는 거라면, 유행을 먼저 일으키는 사람과 그 유행을 따라가는 사람들. 마지막으로 그 유행 자체의 재미였다.

그리고 이 해안가 근처에는 이 모든 요소가 갖춰져 있었다.

-음음. 그거 하러 가지 않을래?

-그래. 그거 하러 가자.

처음에는 알음알음 한두 파티 정도 몰래 하던 플레이어들이….

-너… 혹시 산적질 해봤냐?

-헉. 너도?!

점점 대담해지더니….

-처음 뵙겠습니다. 혹시 산적질하러 가지 않으실래요?

-안 될 거 없죠. 좋아요!

이제는 대놓고!

한 번 유행이 불자, 벡텔 시 플레이어들은 아주 대놓고 삼삼오오 모여서 주변으로 산적질을 하러 가고 있었다.

“길드 동맹 놈들이 잡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다는데?”

“에이. 이렇게 인원이 많은데 어떻게 잡아?”

혼자 하면 무섭지만 같이 하면 무섭지 않아!

하도 많은 사람이 같이 하니 겁을 내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길드가 척살령을 내리는 것도 한둘이지 이 인원을 어떻게 다 내리겠냐!

게다가 지금 길드 동맹은 즉위식을 올리고 수도 근처부터 정리하고 있어서 이 북쪽의 해안가까지 신경을 쓸 정신이 없었다.

긴 내전으로 인해 피폐해진 상황.

거기에 남부 쪽은 김태산 길드가 역병 지대로 만들어버리고 서부 에랑스 왕국 국경 쪽은 사디크의 화신이 나타나서 개박살을 내버렸다.

어디부터 건드려야 할지 알 수 없는 총체적 난국!

정말 길드 동맹이 덩치가 크고 막대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어서 아직 버티고 있는 것이었지, 다른 길드였다면 왕국을 포기했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현재 오스턴 왕국은 독이 든 성배였다.

군사력을 제외한 나머지 영지 스탯들이 거의 바닥!

치안이 개판이니, 구 왕가를 따르는 반군들부터 시작해서 온갖 NPC들이 나타나 맞불을 놓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길드 동맹의 능력으로도 한 가지씩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수도 근처부터 정리에 들어간다. 수도 근처 퀘스트들부터 집중해서 깨서 스탯을 회복시키고 그 다음 영지를 정리해. 북쪽에 엘프들이 왔다고? 랭커들을 보내서 처리하라고 해.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물론 그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신나게 흩어져서 산적질을 해댔다.

심지어 게시판에는 이런 글도 올라올 정도였다.

<님아어리워워파: 현재 산적질하기 가장 좋은 장소는 어디인지 정리해 봤습니다>

-산적 플레이어분들. 요즘 먹고 살기 힘드시죠? 악명 조금만 높여도 병사들과 용병이 쫓아오고, 같은 플레이어들은 공적치 포인트랑 현상금 좀 타겠다고 우릴 쫓아오고. 산적질 하기 보통 힘든 게 아닙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서로 도와주고 정보를 공유해야 합니다. 여러분. 이 불경기에 힘을 냅시다.

지금 제가 추천하고 싶은 곳은 오스턴 왕국입니다.

왜 오스턴 왕국이냐고요? 다른 왕국보다 훨씬 더 처벌이 엄하지 않냐고요?

여러분. 그게 허점입니다. 거기에 속으면 안 돼요. 길드 동맹이 산적질하다 걸리면 척살령을 내린다고 했지만 이게 얼마나 가능하겠습니까? 요즘 걔네들 엄청 바쁩니다.

게다가 오스턴 왕국은 치안이 낮아서 다른 곳보다 산적질하기 훨씬 쉬워요. 처벌에 속으면 안 됩니다, 여러분. 안 걸리면 그만이에요!

지금 다들 꺼리고 있을 때가 기회입니다. 경쟁자 많아지면 먹을 거 줄어드는 거 아시죠? 빨리 와서 한탕 하고 튀세요!

오스턴 왕국이 현재 맛집이라고 광고하는 글!

거기에 헛소문까지 돌기 시작했다.

<님아현태김: 길드 동맹에서 국왕을 위한 검을 만들어서 옮기고 있다는데…>

지금 오스턴 왕국에서 국왕을 위한 검을 만들어서 옮기고 있다네요. 그거 먹으면 대박 아닌가요? 호고곡. 이거 괜히 말했나? 혼자만 알고 있을 걸….

오스턴 왕국 어딘가에 숨겨놓은 보물이 움직이고 있다!

지금 산적질을 하고 있는 플레이어들도,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플레이어들도, 다른 곳에 있는 산적 플레이어들도 움직이게 만드는 소문이었다.

* * *

“아직도 일을 하고 있나?”

“예! 오크들을 쓰러뜨리기 위해 공성 병기를 더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겔렌델의 엘프 기사단 내 평판이 크게 오릅니다.]

[거짓말이 들킬 경우 기사단 내 평판이 크게 하락합니다.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태현은 공성 병기를 만들고 있는 게 아니었다.

공성 병기 하나 만들어놓고 엘프들 재료를 빌려서 자기 만들고 싶은 걸 만드는 중!

[겔렌델의 허가를 받아 엘프 원정대의 창고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거짓말이 들킬 경우…]

태현은 오랜만에 본격적인 대장장이 기술을 펼치고 있었다.

현재 만드는 아이템은 크게 세 가지.

하나는 <카르바노그의 단검>.

다른 하나는 <악마의 영혼이 갇혀 있는 사슬갑옷>.

둘 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에게 들려줄 비장의 무기였다.

‘잘 먹힐지 모르겠네.’

솔직히 만드는 태현도 이 두 장비가 얼마나 효과적일지 정확히 감이 오지 않았다.

일단 재료가 남의 재료고, 만들면 대장장이 기술 스킬도 오르니까 하는 것!

‘검에 폭탄을 쓰면 꽤 데미지를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랭커들은 귀찮은 수단 많이 갖고 있으니.’

온갖 권능 스킬들을 모은 태현이 할 소리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랭커는 괜히 랭커가 아니었다.

보통 비장의 수단 한두 개 정도는 갖고 있어도 놀랍지 않은 것이다.

땅, 땅, 땅-

태현은 빠르게 망치를 휘둘렀다. <악마의 영혼이 갇혀 있는 사슬갑옷>은 그런 스탯인 주제에 재료도 많이 따지는 편이었다.

여기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지!

[엘프 원정대의 창고를 함부로 사용했습니다. 들킬 경우…]

[……]

[……]

‘좋아. 100개 맞췄군. 그러면 이제 <아키서스의 선물>을 써볼까.’

마지막으로 만들고 있는 아이템은 <아키서스의 선물>을 사용한 장비!

<아키서스의 선물>

아키서스의 사악한 의도가 담긴 선물을 제작할 수 있습니다.

이 선물의 숨겨진 스탯은 아키서스의 화신만이 볼 수 있습니다.

*결과물의 속성은 랜덤입니다.

‘이걸 만들어서 길드 동맹한테 주고 싶은데….’

태현은 고민했다.

아키서스의 선물을 써서 만드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렇지만 이걸 어떻게 착용시킨다?

그냥 일반 길드원이 착용해서는 가성비가 안 맞았다. 최소한 간부 이상, 랭커가 착용을 해야 했다.

문제는 어떻게 랭커가 착용하게 만드느냐!

랭커 정도 되면 보통 화려한 장비 세트를 갖고 있었고 이유가 없으면 잘 바꾸지 않았다.

‘그냥 만들어서 뿌리면 이걸 주운 길드원 놈이 냉큼 착용할 거고….’

뭔가 확실하게 전달될 만한 수단이 필요했다.

* * *

-남작 앨콧이다.

-…어쩌라고?

-아, 아니. 그냥 그렇다고.

앨콧은 움츠러들었다. 그냥 남작 작위를 받은 걸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원래 다른 사람한테라면 자랑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 알고 있을 텐데 뭐하러 자랑하나! 조용히 하고 있는 게 더 품위 있어 보이지!

그렇지만 상대는 태현!

앨콧은 그냥…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이 정도 되는 놈이라고!

-앨콧. 부탁할 게 있다.

-내 영지에서 뭐 필요한 거 있나?

아주 미묘하게 거만해진 앨콧의 목소리!

-교단 건물을 설치하고 싶다면… 흠흠. 못 해줄 것도 없지.

-아니. 별생각 없는데.

-부탁하기만 하면….

-아니. 별생각 없다고. 지금도 충분한데 남작령 정도에 설치할 필요는….

-…부탁하면 해준다고!!

-왜 성질이냐?

-아, 아니. 성질이 아니라. 그냥 그렇다는 거지. 네가 뭔가 놓치고 있다 이 말이야.

-뭐 어쨌든 알겠고. 왜 불렀냐면….

태현은 깔끔하게 무시하고 넘어갔다. 작위로 따지면 국왕 자리를 갖고 있는 태현이 앨콧을 부러워할 리 없었다.

너는 남작이냐? 나는 왕이다!

앨콧도 그걸 깨닫고 시무룩해졌다.

-내가 이런 저주 장비를 만들어서 너희 길드 내의 고렙 이상에게 뿌릴 생각인데 협조해라.

-뭐, 뭐? 지금 나보고 길드원들을 배신하는 짓을 하라는 거냐? 아무리 나한테는 해가 없더라도?

-응.

-어쩔 수 없지. 알겠다.

빠르게 납득하는 앨콧!

‘어차피 내가 당하는 거 아니니까!’

생각해 보면 다른 경쟁자들이 엿 먹는 건 더 좋을 수도 있었다. 안 그래도 지금 앨콧이 길드 동맹 내 이름값이 더 높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유일한 에랑스 왕국 작위 보유자!

-그렇지만 설마 그냥 내가 뿌리라는 건 아니겠지?

앨콧은 걱정되는 목소리로 물었다. 다른 건 몰라도 자기 피해 입는 건 안 된다!

-걱정 마라. 다 생각해놓은 방법이 있으니까 너한테 피해는 안 갈 거다.

태현이 생각한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앨콧이 잘 아는 플레이어가 던전 하나를 공략했는데, 아니?! 나온 보상 아이템 중 뭔가 비범해 보이는 아이템이 있잖아! 앨콧 님한테 바쳐야겠어!

-…같은 식으로 너한테 흘러온 걸, 네가 친절하게 길드 동맹에게 보고해 준 거지.

앨콧은 듣고서 생각한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았다.

-근데 나하고 아는 사이면 누구? 안 짜놓으면 나중에 위험할 텐데.

-이미 너도 알고 길드 동맹도 아는 사람이 있잖냐.

-…?

-덩샤오핑이란 가명을 쓸 때가 왔군.

-?!

케인과 같이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이란 가명을 지은 덕분에, 길드 동맹한테 길드 가입 제안까지 받았던 둘!

그 이름은 아직도 쓸모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 * *

-잠깐 보고할 게 있는데.

-뭡니까, 앨콧 님?

-아는 플레이어가 던전을 공략했는데, 아키서스 관련 장비가 나와서 말이야. 너희들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말했다.

-!!!

간부는 깜짝 놀랐다.

아키서스라면 그 김태현과 관련된 교단의 신!

그 아키서스의 장비라면 절대 그냥 넘길 수 없는 장비가 아니었다.

-자세히 말해주십시오!

-이게 나온 장비들인데, <하급 강철 사슬 갑옷>, <쇠락한 전사의…>.

-아, 아니. 나온 장비들 전부 말씀해 주실 필요는 없고. 아키서스 관련 장비만 말씀해 주십시오.

-<아키서스의 휘황찬란한 마법 팔찌>, <아키서스의…>.

듣기만 해도 가슴 두근거리는 단어!

간부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건 대박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어, 어느 분이 그런 걸? 얼마에 파신다고 합니까?

-아. 파는 게 아니라 그냥 바친다는데.

-예??? 뭐라고요? 말도 안 됩니다! 그게 무슨….

-나하고 친하거든. 우리 길드도 좋게 보고. 자기보다는 내가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주는 거라는데?

-대체 어느 분이시길래?

-말해줘도 넌 모를걸? 그, 덩샤오핑이란 플레이어인데….

-아! 그분! 압니다. 전에 이름 들었어요.

-!?

앨콧은 기겁했다. 아니 뭔 잠깐 댄 이름이 이렇게까지 알려져 있어?

-그 마오쩌둥이란 분과 같이 다니던 분 아니십니까? 이야. 그때도 그랬는데 그분 정말 마음에 드는군요. 저희 길드에 가입하라고 권해보시죠.

-그랬는데 길드에는 가입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고.

-저런. 길드 생활을 안 좋아하시다니. 어쩔 수 없지요.

간부의 목소리는 상냥하게 바뀌어있었다.

원래라면 ‘지가 뭔데 우리 길드 제안을 거절해?’라는 반응이 나왔겠지만, 워낙 이미지가 좋아서 반대의 반응이 나왔다.

그래! 너 정도라면 이해해 줄 수 있지!

-언제든지 저희 길드의 문은 열려 있다고 전해주십시오.

-그… 그래.

‘김태현이라면 다른 뜻으로 이해할 거 같은데….’

길드 동맹의 문은 열려 있으니 와서 털어달라는 뜻인가?

앨콧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어쨌든… 내가 착용하기에는 원하는 옵션도 다르고, 지금 착용하고 있는 장비도 있고 해서 그냥 보고했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쓰는 게 나을 것 같군.

간부는 감동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그 이기적인 앨콧이 작위를 얻더니 사람이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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