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684화 (684/1,826)

§ 나는 될놈이다 684화

화염 사냥개를 다루는 데에는 요령이 필요했다.

타거나 만질 때에도 불꽃이 없는 곳을 건드려야 했던 것!

“가자. 시간 없다.”

“어? 아탈리 왕국은 남쪽 아냐?”

“바로 아탈리 왕국으로 가면 안 되지. 들킨다니까.”

“그러고 보니 너 아까 내 이름 부르지 않았냐?”

“네가 마수를 부리는 탓에 나도 좀 당황했어. 걱정 마. 들은 놈 없으니까.”

사방에서 마수가 덮치고 한 놈은 마수를 부리는데 태현이 말한 걸 들을 정도로 귀가 좋은 놈은 없었다.

“그러면 어디로 가는데?”

“우리는… 일단 우르크로 간다.”

오스턴에서 남쪽이 아탈리, 동쪽이 우르크.

우르크로 간 다음 배를 타고 아탈리 왕국으로!

간단하고 깔끔한 계획이었다.

“우르크는 우리 편인 아저씨들도 있고 하니 거기서 변장 풀어도 의심받을 일이 적지. 게다가 마수 풀어주기도 편하잖아.”

“으흑흑. 자기는 드래곤 데리고 다니면서…!”

“설명해 줬잖아!”

* * *

“뭐? 그런 짓을 했다고?”

오크 오두막을 짓다가 태현의 말을 듣고 아무도 없는 동굴로 달려온 김태산은 설명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얼마나 벌렸다고? 정말 그만큼 벌렸어??”

“아아. 이게 바로 산적질이란 겁니다.”

“그런…!”

김태산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최강지존무쌍 길드는 언제나 현질로 인해 골드가 부족할 일이 없었다.

덕분에 태현처럼 저렇게 ‘없으면 약탈해 오자!’란 발상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끄럽다! 영지 관리하느라 나란 사람이!’

김태산은 가슴을 쳤다. 그런 모습을 보고 태현은 상냥하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아버지.”

“?”

“지금부터라도 산적질을 하시면 되잖습니까!”

“…! 그래!”

“요즘 우르크 관리하느라 스트레스가 많으실 텐데, 아저씨들 데리고 가시면 아주 좋아하실 겁니다.”

김태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다들 좋아할 게 눈에 보였다.

“산적질 할 때 요령을 몇 개 알려드리겠습니다. 일단 복면을 만들고… 미리미리 창고를 준비해 둬야 하며… 퇴로나 그런 것도 필요한데….”

어느새 다른 오크 아저씨들까지 찾아와서 듣기 시작했다.

실전 압축형 산적 강의!

“김태현 선생님! 비싼 목표를 찾는 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김태현 선생님! 몇 명이 한 조로 다니는 게 좋습니까!”

뜨거운 열기가 넘치는 강의실!

옆에서 듣고 있던 김태산은 갑자기 의문이 들어 물었다.

“그런데 태현아. 쟤네들은 뭐냐?”

이글이글-

열기를 뿜어내며 기다리고 있는 사디크의 마수들!

어찌나 존재감이 강렬한지 어두운 동굴을 환하게 빛내고 있었다.

“아, 지금 쟤네들을 데리고 가면 너무 눈에 띄어서 들킬 것 같아서요. 잠깐 여기 두고 싶은데. 괜찮나요? 우르크는 넓고 마수들 풀어둘 곳은 많으니까.”

“확실히 여기는 마수 하나 생겨나도 이상하지 않긴 하지.”

중앙 대륙에서 가장 거친 자연의 땅, 우르크!

여기서 지내는 플레이어들은 이 주변 자연과 맞설 각오가 되어 있어야 했다.

마을에 있으면 <대형 몬스터가 나타났습니다. 오크들과 같이 잡으러 가십시오>란 퀘스트가 수십 개도 넘게 뜨는 곳.

그만큼 넓고 미지의 장소가 많았다.

“두고 가. 우리가 잘 보살펴줄게.”

“그런데 저 마수가 여기 있는 거 들키면 우리가 오해받는 거 아닌가?”

“뭐 어때. 이미 사이 안 좋은 놈들인데. 어차피 우리 싫어하는데 이유 하나 더 만들어준 셈 치자고.”

길드 동맹에게 오스턴 왕국에서 밀려난 원한을 아직도 품고 있는 오크 아저씨들!

태연해 보였지만 그 굴욕은 어디 가지 않았다.

“그런데….”

“태현아.”

“?”

“쟤네는 먹으면 안 되는 거지? 아주 튼실해 보이는데….”

-케에엑!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케인과 화염 사냥개가 동시에 화를 냈다.

“아니, 그냥 물어본 거야. 꼭 먹는다는 게 아니라~”

아저씨들은 황급히 변명했지만 케인의 눈빛은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변해 있었다.

“야. 저 사람들 진짜 믿어도 되는 거냐? 나중에 왔을 때 없어지기라도 하면….”

“그 정도로 양심 없는 사람들은 아니니까 괜찮겠지. 그보다 아저씨들. 저런 마수들 갖고 싶으십니까?”

“!”

“물론이지!”

아저씨들은 눈빛을 빛냈다.

저번에 태현이 언데드를 부리는 걸 보고 부러워서 언데드를 하나씩 데리고 온 그들이었다.

물론 아직도 거의 친해지지 못한 상황!

사실 돈만 내면 온갖 희귀한 펫들을 경매장에서 살 수 있었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크고 희귀하고 멋있는 게 좋다고! 여기에서 파는 건 영혼이 없어!

“잘됐습니다. 어떻게 하냐면….”

마수 산란장을 찾아서 괴식 요리로 듬뿍 먹이를 주면 된다!

그 비결을 들은 오크 아저씨들의 눈빛이 소년처럼 반짝였다.

“나도… 나도 키우러 갈 거야!”

“모두 산적 복장 꺼내라! 가자!”

“그런 여러분들에게 여기, 길드 동맹으로 위장할 수 있는 장비 세트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려고 하는데요….”

“…….”

“가족 할인도 있습니다.”

“정말?!”

* * *

[데브엘과 에드안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해냈습니다.]

[영지에 수많은 재료가 추가됩니다.]

[백성들이 기뻐합니다.]

“다녀왔습니다. 태현 님. 재료는 저기 있습니다!”

에드안은 흐뭇한 얼굴로 창고를 가리켰다. 데브엘은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정말로 오송 백작님이 시키신 명령이 맞습니까?

-아니. 이제 돌아가도 좋다.

-네? 아니, 오송 백작님이 내린 명령이란 걸 확인시켜 주신다고….

-그런 적 없는데? 돌아가라.

-이, 이건 절대 용서할 수 없습니다! 위에 보고하면….

-너 지금 내 위에 누가 있는지 아는 거냐! 나는 그 영웅 김태현 백작님을 모시고 있다!

아무리 봐도… 이건 강탈 아닌가?

“저, 에드안 님.”

“왜 그러지, 데브엘?”

“이건… 강탈 아닙니까?”

“어허.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정의로운 강탈이잖아.”

“…강탈은 강탈인 것 같은데….”

“쉿. 때로는 악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말아야 하는 법이야. 날 보라고. 내가 왕관을 훔치지 않았으면 저 사악한 살라비안 교단을 물리칠 수 있었겠나?”

“그 이야기 벌써 백 번째십니다.”

“그것밖에 안 했어? 더 해야겠네.”

“…….”

데브엘은 슬금슬금 물러섰다. 그리고 태현에게 다가섰다.

“김태현 백작님. 그런데 그 대단한 요리사분은 언제 만날 수 있는 겁니까?”

“아. 데리고 왔으니까 만나게 해줄게.”

태현은 스타우를 소개시켜 주었다. 우르크에서 신나게 <괴식 요리>를 전파하다가 태현의 손에 붙잡혀서 잠시 영지로 귀국하게 된 스타우!

-아니, 정말 뛰어난 인간 요리사가 있는데 네 소문을 들으니까 그렇게 만나고 싶어 하더라고.

-정말인가?!

“어… 고블린… 아닙니까?”

“그게 어때서? 헉, 설마 데브엘. 자네는 종족차별주의자인가? 실망이군.”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종족 최고 요리사…. 어… 그게 고블린? 그, 그러니까. 제가 고블린을 싫어하는 건 아닌데….”

[데브엘이 혼란 상태에 빠집니다.]

그 틈을 타 태현은 재빨리 말했다.

“이런, 혼란스러운 것 같군. 그러면 굳이 만날 필요 없겠는데. 가서 쉬도록.”

“아닙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었는데 뭔가 배우고 싶습니다!”

“아니. 굳이 배울….”

“배우고 싶습니다!”

“…….”

그 말을 들은 스타우는 멋쩍은 표정으로 코밑을 쓱 훔치더니 말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니 어쩔 수 없군. 내 비기, <괴식 요리>에 대해 조금 알려주도록 하지.”

“…….”

태현은 순간 불길함을 느꼈다.

* * *

“이건 경매장에 올리고… 대충 다 된 거 같지?”

“네. 이 정도면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태현은 이다비와 머리를 맞대고 즉위식 이벤트의 견적을 뽑아보고 있었다.

“좋아. 이제 쓴다?”

아탈리 왕국의 왕관:

내구력 ∞/∞, 마법 방어력 700.

스킬 <왕국 추방> 사용 가능, 스킬 <국왕의 현상금> 사용 가능, 스킬 <국왕의>….

아탈리 왕가를 상징하는 아름다운 왕관이다. 한때 살라비안의 힘이 깃들어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정화된 상태다.

-착용하는 순간 즉위식 퀘스트 시작.

[왕관을 착용하였습니다.]

[즉위식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국왕 폐하 만세!-아탈리 왕국 즉위식 퀘스트>

아탈리 왕국의 비극을 딛고 새로운 왕이 나타나려고 한다.

새로운 왕에게 필요한 건 품위와 권위!

어떤 즉위식을 펼치느냐에 따라 그 왕의 명성이 결정될 것이다.

보상: ?, ???, 실패할 경우 수도 주민들의 충성도 하락, 치안 하락, 다른 귀족들의 충성도 하락.

‘…뭐 주는 거 없이 페널티만 많군.’

[명성이 매우 높습니다! 즉위식 페널티를 받지 않습니다!]

[칭호: 카테란드 바다의…]

[칭호: 위대한…]

[……]

[칭호들로 인해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즉위식이 더 널리 퍼집니다.]

이제까지 태현이 깨온 퀘스트들과 업적으로 인한 보너스!

덕분에 더 널리, 더 크게 소식이 퍼져나갈 수 있게 되었다.

* * *

“마수가 너무 많습니다!”

“걱정 마라. 곧 지원군이 온다! 지금 가능한 길드원들을 전부 불렀으니까!”

한편 길드 동맹은 스타X래프트를 하는 기분을 맛보고 있었다.

사방에서 몰려드는 사디크의 괴수들!

사디크의 은신처라는 게 괜한 말이 아니었는지, 정말 미친 듯이 괴수들이 몰려나왔다.

처음에는 그냥 파티로 상대하던 길드 동맹도 ‘야, 이건 안 되겠다’ 싶어 온갖 장비를 갖고 왔다.

은신처에 요새를 건설하고 끈기와 물량 싸움으로 전환!

피바다를 만들면서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는 길드 동맹이었다.

“앨콧! 저기 마수 좀 잡아줘! 저놈이 자꾸 불을 쏘아댄다!”

“알겠어, 간….”

[아탈리 왕국 수도 모라 시에서 김태현 백작이 즉위식을 갖습니다. 참석한다면 명예가 높아질 것입니다.]

“…쿨럭, 쿨럭!”

“왜 그래?!”

“아, 아니. 아무것도….”

앨콧은 갑자기 뜬 메시지창을 보고 사레가 들렸다.

“그러고 보니 그 마오쩌둥 님은 아직도 접속 못 하셨나? 우리 때문에 죽었는데 사과라도 하고 싶군.”

“아… 아니. 괜찮아. 자기랑 안 맞는다고 생각해서 다른 퀘스트부터 깨겠대.”

“앨콧. 그러지 말고 잘 설득해 봐. 우리 길드로 끌어들이라고. 그런 정신을 갖고 있는 플레이어라면 우리 길드원이 될 자격이 있어.”

길드 동맹 간부는 정말로 케인, 아니 마오쩌둥이 마음에 들었는지 연신 권해댔다.

보통 오만하게 콧대를 높이는 놈이었는데, 저런 태도를 보여주다니.

케인에 관해 전해 들은 사실들이 정말로 마음에 든 게 분명했다.

“알… 알겠어. 설득해 볼게.”

“그래, 그래. 내가 특별히 밀어준다는 말도 전해… 아니, 뭐?! 김태현 이 새끼가 즉위식을 한다고?!”

“쿨럭, 쿨럭!”

앨콧은 다시 사레가 들렸다.

* * *

말 그대로 구름떼처럼 사람들이 몰렸다. 모라 시 안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찼고 성벽 밖 평야에도 사람들이 가득했다.

꼭 태현의 팬이 아니더라도 판온에서 처음 열리는 즉위식 이벤트를 보러 온 사람들도 많았다.

두근두근!

“야, 아까 효과 받았지? 진행하면 또 추가로 보너스 주려나?”

“난 음식 기대하고 있다. 이거 먹으려고 어제부터 아무 음식도 안 먹었어.”

모라 시 4 수비대장이자, 너무 출세해버린 길드 동맹 첩자인 장샨은 속으로 생각했다.

‘길드 동맹 놈들은 계산도 못하나? 김태현이 이미 있는 영지 하나도 감당하기 힘든 상태일 거라고 호언장담하더니….’

김태현도 한동안 즉위식은 열지 못할 거라고 길드 동맹 내부에서 떠들어댔던 것이다.

-졸속이다! 분명 졸속으로 할 게 분명해!

-김태현 그놈답게 사기 칠 거야!

길드 동맹에서 저주가 빗발치고 있었지만, 즉위식은 멀쩡해 보였다. 사기 같아 보이진 않았다.

‘그럴 것 같진 않아 보이는데.’

준비된 장식부터 시작해서 음식까지, 전부 다 골드 좀 많이 들었다 싶은 모습이었다.

‘그보다 나 아직도 길드에서 안 쫓겨난 건가?’

자기 위 상관한테 욕을 퍼부었는데도 아직 쫓겨나지 않은 상태!

‘헉. 설마 그 인간 자기가 욕먹은 거 위에 보고 안 했나?!’

그제야 장샨은 깨달았다. 자기 상관이 얼마나 쪼잔한 인간인지를! 욕먹기 싫어서 실패를 숨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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