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668화
“저 뒤! 저 뒤에!”
“제 뒤에 뭐라도 있나요? 잘 모르겠는데요?”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
“뒤에 저놈이 쫓아오고 있지 않은가!”
“헉. 그랬군요. 전 몰랐는데. 이렇게 된 이상 같이 싸웁시다!”
“저, 저리 가서 싸우면 안 되나?”
“무슨 섭섭한 소리를. 오송 백작님과 이렇게 싸우게 되다니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나, 나를 지켜라! 모두 나를 지켜!”
오송 백작은 당황해서 기사들을 모두 불러들였다. 앞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던 기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오송 백작 근처로 돌아왔다.
“백작님을 지켜라!”
-기사들의 수호!
[기사들의 수호로 인해 전체 능력치가 크게 향상합니다.]
-신성한 맹세!
[신성한 맹세로 인해 근처로 들어오는 피해를 기사들이 대신 입습니다.]
‘이야. 기사들 대단하군.’
오송 백작을 위해 기사들이 각종 스킬을 사용하자, 태현도 날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하하하! 덤벼봐라, 하찮은 깡통들!
“이놈! 여긴 지나갈 수 없다!”
루콘이 광소를 터뜨리며 덤비자 기사들은 용감하게 맞섰다.
핏빛 회오리를 집어 던지고 강렬한 시선으로 저주를 쏘아 보내는 루콘!
거기에 맞서서 갑옷에 내장된 스킬들을 총동원해가며 덤벼드는 기사들!
빛과 빛이 충돌하고 뿜어져 나오는 장렬하고 장엄한 모습이었다.
기사들이 의외로 버티면서 루콘을 막아내자 태현은 놀랐다. 확실히 기사들은 쓸 만한 NPC였다.
‘영지에서도 키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한 명 한 명 레벨이 기본적으로 250을 넘기는 기사들은 키우기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돈 잡아먹는 하마나 마찬가지!
돈도 돈이었지만 자격도 필요했다. 돈이 있어도 자격이 없으면 만들 수 없었다.
태현이나 길드 동맹 정도나 만들 수 있는 것!
길드 동맹에서는 오스턴 왕국을 다 먹은 다음 오스턴 왕국 기사단을 만들려고 하고 있었지만, 사디크의 난동 때문에 계획이 늦어지고 있었다.
물론 태현은 이 사실을 몰랐지만….
-흐으으….
기사들이 막아내자 루콘의 눈빛에 교활한 빛이 맴돌았다.
-살라비안의 안개화!
[루콘이 살라비안의 안개로 변합니다!]
[일시적으로 공격이 통하지 않습니다.]
[루콘이 안개 속에서 나타나서 공격할 것입니다. 주의하십시오!]
화아앗!
일시적으로 안개로 변해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고 접근하는 사기적인 스킬!
붉은 안개가 백작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누구를 노리는지는 명백했다.
그걸 본 오송 백작은 비명을 질렀다.
“김, 김태현 백작! 날 지켜주게.”
“알겠습니다.”
“일단 도망쳐야 해! 저놈이 오지 못하도록!”
“네네.”
재빨리 말을 타고 도망치려는 오송 백작. 태현은 창을 들었다. 그러고는 휘둘렀다.
오송 백작이 타고 있는 말을 향해서.
히히히히힝!
“?!?!”
바로 넘어지는 오송 백작의 말!
그 순간 루콘이 변한 안개가 빠르게 백작을 덮쳐왔다. 태현은 막을 수 있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다.
촤아악!
[루콘이 오송 백작을 붙잡는 데 성공합니다!]
-흐하하하! 어리석은 놈들. 내가 너희들하고 계속 놀아줄 줄 알았더냐? 기사 놈들하고 김태현 백작 놈은 무기를 버려라! 그렇지 않으면 오송 백작을 죽여 버리겠다!
루콘은 기세가 등등해져서 외쳤다. 한 손으로 오송 백작의 목을 붙잡고, 언제든지 죽여 버릴 수 있다는 듯이 위협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크아아악!
푹찍푹찍!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태현은 달려들어서 호되게 칼을 휘둘렀다. 설마 겁도 없이 달려들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루콘이 당황해서 오송 백작을 휘둘렀다.
-이놈! 내 말을 우습게 본 것이냐. 지금이라도 오송 백작을 죽일 수 있음이다! 살라비안의 연속 흡혈!
오송 백작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루콘이 피를 빨아들이고 있는 탓이었다.
“김태현 백작님! 백작님을 구해야 합니다!”
“도와주십시오!”
기사들도 달려와서 태현을 향해 외쳤다.
그러나 태현은 무시하고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루콘이 앞에 내민 오송 백작을 향해!
-이런 미친놈!!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루콘은 무심코 오송 백작을 뒤로 치워버렸다. 그 탓에 루콘이 데미지를 입었다.
-미친놈… 정말 오송 백작이 죽어도 괜찮다는 거냐!
“…악과는 타협하지 않는다!”
“!”
“!!”
-!!!
태현은 가슴 아픈 얼굴로 다시 말했다.
“오송 백작님도 이걸 원하실 거다. 자신의 목숨 때문에 이 원정을 실패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목숨을 잃더라도 이 원정을 성공시키는 게 백작님의 뜻이다! 백작님도 그렇게 말했었다!”
-읍읍읍!
루콘에게 붙잡힌 오송 백작은 필사적으로 눈빛 신호를 보냈지만 태현은 무시했다.
루콘이 입을 막은 덕분에 몇 배는 편해진 사기!
“들어라! 기사들아! 오송 백작님의 마지막 뜻을 존중해야 한다! 저 사악한 뱀파이어를 쓰러뜨리고 백작님의 원수를 갚자!”
아직 안 죽었지만 벌써부터 죽은 사람 취급하는 태현!
[기사단이 당신의 연설에 감동합니다.]
[화술 스킬이…]
[오송 백작이 당신에게 커다란 원한을…]
‘뭐 어차피 죽을 놈인데!’
태현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한술 더 떴다.
-독소 장착! 폭탄 투척!
독과 폭탄.
둘 다 재수 없으면 아군도 휘말리는 공격이었다.
그렇지만 신경쓰지 않고 공격하는 태현!
콰콰쾅! 콰콰쾅! 콰쾅!
[폭발로 인해 루콘이 커다란 데미지를 입습니다.]
[루콘이 독에 중독됩니다.]
[루콘이 독에 중독됩니다.]
[루콘의 스킬이 폭발로 인해 취소됩니다.]
-이, 미, 친, 놈, 이!
폭발 속에서 루콘이 이를 갈며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태현은 무시했다.
[오송 백작을 쓰러뜨렸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질 경우 악명이 크게 오를 수 있습니다.]
‘응?’
기대하지 않았던 레벨 업까지!
다행히 기사들은 오송 백작이 폭발로 죽은 걸 모르는 모양이었다.
슈우우-
폭발이 걷히자 루콘은 오송 백작을 옆으로 집어 던졌다. 죽어서 더 이상 인질의 의미가 없는 것이다.
“저, 저! 오송 백작님을 기어코 죽이다니! 저 천벌 받을 뱀파이어 놈!”
“…!!!”
태현의 말에 기사들은 분노했다. 인질로 잡고서 정말로 죽이다니!
“백작님의 원수를 갚자!”
“백작님의 원수를 갚자!!!”
-무슨 개같은… 저놈이 죽….
“죽어라!”
태현은 루콘이 더 이상 말하지 못하도록 덤벼들었다.
루콘이 시도하는 근접 공격은 태현에게 모조리 막혔다.
피하고 튕겨내고 카운터를 넣고….
퍽! 퍼퍼퍽! 퍼퍼퍼퍼퍽!
한 대 때리려고 할 때마다 몇 대씩 얻어맞자 루콘도 더 이상 태현과 근접전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나마 위협적인 건 눈을 통한 저주와 광역기 정도!
그러나 태현은 깔끔하게 해결했다.
‘눈 안 보면 그만이지!’
루콘의 발만 보고 때리는 태현! 상대를 때릴 때마다 느껴지는 감촉으로 상대가 어디 있는지 짐작하고 움직이는 기막힌 묘기였다.
[믿을 수 없는 기막힌 묘기를 보이는 데 성공합니다. 민첩이 오릅니다.]
[검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당하는 루콘은 기가 막혀서 죽을 지경이었다. 한 가지만 당해도 기가 막힐 일인데 연속종합세트로 당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광역기를….’
-기사의 분노!!
분노한 건 루콘만이 아니었다. 분노한 기사들도 틈을 주지 않았다.
[분노한 기사들이 <기사의 분노>를 사용합니다. 기사들의 HP가 전원 급격하게 하락합니다.]
“전원 죽어도 좋다! 절대 저놈을 보내주지 마라!”
‘!’
태현은 당황했다.
오송 백작이 죽은 다음 저 기사들을 은근슬쩍 자기 밑에 넣어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려고 하다니!
‘안 돼!’
-아키서스의 축복!
가능하면 최대한 신성 권능 스킬을 아끼려고 했던 태현이었다.
신성 권능 스킬은 비장의 한 수.
하나하나가 강력했지만 쿨타임이 길어서 함부로 쓸 수는 없었다.
그래서 아끼려고 한 것이었지만….
기사단을 죽일 수는 없다!
[아키서스의 축복이 시전됩니다.]
[화신이 이끄는 모든 이들에게 행운이 공유됩니다.]
기사들은 물론이고 근처에 플레이어들 전부에게 행운이 공유되었다.
덕분에 루콘의 공격은 그대로 무산되었다.
-이렇게 끝날 수는…!
-치명타 폭발! 칼날 폭파!
드드드드드득!
기회를 잡은 태현은 루콘에게 공격을 찔러 넣었다. 대만불강검이 터져 나가면서 루콘에게 막대한 데미지를 입혔다.
살라비안 교단의 특성 때문에 막대한 HP과 각종 성가신 스킬들을 갖고 있는 루콘이었지만, 손발을 묶고 계속 두들겨 맞기만 한다면 오래 버틸 수 없었다.
태현은 그 성가신 갈르두도 레이드해낸 사람이었다. 스킬을 봉인하고 손발을 묶으면 루콘은 갈르두보다 한 단계 아래의 보스 몬스터였다.
[타락한 뱀파이어, 흡혈백작 루콘이 영원한 잠에 빠져듭니다!]
[경험치가 크게 오릅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오오…!’
현재 레벨은 108. 아직 살라비안 교단의 일원들이 많이 남았다는 걸 생각해 봤을 때, 더 레벨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신성이 크게 오릅니다!]
[살라비안 교단의 권능 스킬, <살라비안의 안개화>를 얻었습니다.]
<살라비안의 안개화>
살라비안의 힘을 빌려 몸을 붉은 안개로 바꿉니다. 안개 상태에서는 대부분의 스킬이 봉인되며 특정 스킬만이 가능합니다.
레벨 업뿐만이 아니라 보너스까지!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태현은 쓰러진 루콘을 내버려 두고 오송 백작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통곡했다.
“아이고, 백작님! 이렇게 가시다니! 저와 함께 왕국의 미래를 걱정하셨잖습니까! 이렇게 먼저 가버리시면 저는 어떻게 합니까!”
그러면서 태현은 손은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애도는 애도고 아이템은 아이템.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질 경우 악명이…]
기사들은 같이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
“크흑. 김태현 백작님. 감사합니다.”
“오송 백작님께서도 감사하실 겁니다. 백작님께서 원수를 갚아주셨잖습니까.”
“백작님이야말로 살라비안 교단을 끝장낼 영웅이십니다!”
“아니야. 나는 자격이 없어. 오송 백작님을 지키지도 못했는데.”
태현은 일부러 약한 척을 했다. 그러자 기사들이 펄쩍 뛰었다.
“아닙니다! 백작님 말고 그 누가 있겠습니까!”
“후… 그러면 날 도와서 살라비안 교단을 쓰러뜨리겠는가?”
“네! 물론입니다!”
“내 밑으로 들어와서?”
“예!”
[오송 백작 기사단을 영지에 영입하는 데 성공합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오송 백작의 영지에서 추후 이 문제로 항의가 들어올 수 있습니다.]
[기사단이 영지에 들어왔습니다. 기사단은 명예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할 경우 불만을 보이며, 영지를 떠날 수도 있습니다.]
‘음. 저건 좀 걱정되는데.’
기사들이 과연 영지를 보고 제대로 만족을 해줄까?
태현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그건 나중 일.
지금 중요한 건 새로 넣은 기사단을 잘 써먹는 일이었다.
나중에 떠나게 되더라도 최대한 알뜰하게 써먹으리라!
“살라비안 교단을 쓰러뜨릴 때까지 백작님 밑에서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그래. 살라비안 교단을 쓰러뜨릴 때까지!”
태현은 말하면서 생각했다.
살라비안 교단을 쓰러뜨릴 때까지라고 했으니, 저걸 핑계로 쓰면 계속 연장이 가능한 거 아닐까?
“김태현! 내가 왔어! 고대 뱀파이어였던 루콘의 약점은 바로 이 단검! 뱀파이어의 피를… 어? 잡, 잡았어?”
뒤늦게 뱀파이어들을 이끌고 달려온 에반젤린!
“…….”
태현과 기사들이 빤히 쳐다보자 에반젤린은 얼굴을 붉혔다.
“나… 나도 최대한 빨리 온 거라고! 여기 얼마나 적들이 많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