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482화
케인은 울고 싶었지만 참았다.
지금 울면 끝이다!
여기서 책임을 질 사람은 그밖에 없었으니까!
‘크흑흑흑…….’
다른 사람들은 케인의 속마음도 모르고 ‘와! 김태현!’ 하면서 좋아하고 있었다.
“헉!”
“왜 그래?”
바허 친구가 갑자기 당황하자 다들 바허 친구를 쳐다보았다.
“나, 나 지금 생방송 켜놓고 있는데…….”
“…….”
“……이 자식이 진짜! 너 저번에도 그랬잖아!”
바허는 울컥해서 친구의 멱살을 잡았다.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데 이걸 생방송으로 중계한단 말인가!
“맞아! 나도 이걸 중계하고 싶었…… 아니, 이게 아니지. 지금 얼마나 아슬아슬한 상황인지 몰라! 길드 동맹 놈들이 당연히 찾아보겠지!”
“미, 미안……! 태현 님한테는 말하지 말아주라!”
“으음…….”
바허는 친구의 애절한 부탁에 갈등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래도 친구 아닌가!
태현이 다른 건 몰라도 저런 실수에는 냉정했다.
저번에도 저 친구는 저런 실수를 했다가 마법사인데 탱커 자리에 서게 되지 않았던가.
그러나 바허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응? 이미 보고했는데?”
“네?!”
파워 워리어 길드원 중 한 명이 잽싸게 이다비한테 보고를 했던 것!
“그, 그걸 말하면 어떡해요?!”
“이놈이 저 혼자 생방송으로 꿀 빨고서 나한테 화내는 거 봐. 야, 뭐든지 혼자 먹으면 탈 나는 법이야. 오늘 일로 교훈을 얻었겠지? 네가 혼자 생방송만 안 했으면 우리도 조금 고민을 했겠지만…… 넌 혼자 먹었으니 대가를 치러야 해!”
“맞아. 그리고 여기 눈이 몇 개인데 그런 걸 숨겨? 들켰다가는 연대 책임이라고!”
“그, 그런……!”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태현의 성격을 그나마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오늘도 케인이 또 케인했냐?
-말도 마. 케인은 왜 그렇게 케인한지 모르겠어. 괜히 케인해서 더 케인당한다니까.
이미 수많은 사례를 보고 들은 그들!
괜히 엮이기 전에 바로 이다비에게 보고를 올린 것이었다.
바허 친구는 애절한 눈길로 쳐다보았지만 이미 끝난 일.
* * *
“이번에 새로 온 그 바하-바허-바흐 사람들 있잖아요.”
“바흐란 사람은 없었던 것 같은데? 있었나?”
“어쨌든 그 사람 중 한 명이 눈치 없이 생방송 켜고 있었다는데요. 덕분에 성안의 상황이 좀 알려졌을 거 같아요. 어떡하죠?”
“알 게 뭐야. 난 이미 밖으로 나왔는데. 내가 이럴 줄 알고 탈출 계획을 공유 안 했지.”
“그런 말을 당당한 얼굴로 하지 마세요…….”
쓰레기 같은 말을 당당하게 하는 태현!
이다비는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러면 괜찮다고 말할까요?”
“그래, 마음대로 해. 어차피 거기 상황 알려져 봤자…… 그보다 거기 아직 잘 버티고 있나?”
“네, 나름 잘 버티고 있네요.”
“랭커들이 안 나서서 그렇군. 조금만 더 시간을 끌어줬으면 좋겠는데…….”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가 무리한 걸 바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오단 성은 언제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가장 커다란 전력인 태현은 사라졌고(말을 들어보니 케인이 알아서 잘 한 모양이지만), 남은 사람들은 신기할 정도로 사기가 높긴 했지만 적이 워낙 많았다.
적들도 지금 대규모 전투에 긴장을 하고 살짝 겁을 먹어서 그렇지, 그들이 유리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 폭풍처럼 덤벼들 것이다.
특히 길드 동맹의 랭커들은 아예 뒤에서 대기를 하며 상황을 보고 있다고 하니…….
그러나 태현은 모르고 있었다.
오단 성에 남겨진 사람들의 잠재력을!
* * *
“괜찮다는데요?”
“뭐?! 그놈이 미쳤나?!”
가장 놀란 건 케인이었다.
“……?”
다들 케인을 쳐다보자 케인은 멋쩍은 표정으로 헛기침을 했다.
“아, 흠흠. 그게 아니라.”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따뜻한 눈빛으로 케인을 쳐다보았다.
‘다 이해한다.’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러거나 말거나 케인은 머리를 굴렸다.
‘잠깐만……?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이다비한테 보고를 했다고 했는데? 이다비는 김태현한테 어떻게 물어본 거지? 지금 이다비는 어디 있고? 앗. 앗……!!!’
번개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한 가지 사실!
‘같이 튀었구나!!!!’
케인은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이 치사한 것들……!’
정말 울고 싶어졌다.
착한 사람들만 손해를 보는 이 더러운 판온!!
-야! 이다비!!
[현재 플레이어는 귓속말을…….]
‘XXXXXXXXXXX! 이 두 사기꾼이 진짜!’
케인은 분노를 삼키며 길드원들에게 물었다.
“이다비한테 어떻게 연락한 거야?”
“네? 길드 채팅으로요.”
“헉, 혹시 파워 워리어 길드에 가입하고 싶어지신 건가? 케인 님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죠!”
“역시 케인 님! 보통 케인이 아니라더니 우리 길드에 가입까지 하려고 할 줄이야!”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케인의 말에 김칫국부터 마셨다.
케인은 고개를 저으며 오해라고 말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멈칫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잠깐만, 너희 방금 내 이름을 이상한 방식으로 쓰지 않았냐? 뭔 뜻으로 쓴 거야?!”
“하하. 잘못 들으신 겁니다.”
“저희가 호구 대신 케인이란 단어를 쓸 리가 없잖습니까!”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재빨리 잡아뗐다.
케인은 확 한 대 후려칠까 생각했지만 간신히 참았다.
“이다비한테 말 좀 전해줄 수 있나?”
“뭐라고요?”
“어…….”
그제야 케인은 깨달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한테 태현이 도망쳤다는 걸 들키지 않고서 말을 전할 수가 없다는 것을.
‘이, 이…… 비겁하고 사악하고 지독하고 악랄한 것들……!’
케인은 당했다는 마음에 부들부들 떨었다.
* * *
“왜 귀가 간지럽지?”
“헉. 저도 간지러웠는데.”
“음, 누가 내 욕을 하는 줄 알았는데 너도 간지러운 걸 보니 아닌가 보다.”
“우리 둘 다 욕하는 걸 수도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 있을…… 생각해 보니 많겠군. 너도 참 원한 많이 샀다.”
“태현 님하고 비교하면 별거 아니죠!”
화기애애한 둘의 대화를 뒤에서 듣던 우드스탁 길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 상황에 저렇게 태평한 대화나 하고 있다니!
“저기, 김태현.”
“왜 부르냐?”
“지금 우리가 아직 위험한 곳에 있다는 건 알고 있지?”
우드스탁 길마는 초조했다.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길드 동맹의 대군이 있었던 것이다.
최대한 빨리, 먼 곳으로 이동하고 싶다!
그게 우드스탁 길마의 본심이었다.
“알고 있지.”
“그러면 빨리 가야 하지 않을까?”
“알겠어. 네가 그렇게 싸우고 싶다면 빨리 가주지. 난 네가 그렇게 싸우고 싶어 하는 줄은 몰랐는데. 확실히 악마 종족이 되고 나서 사람이 좀 달라진 거 같다?”
태현의 말에 우드스탁 길마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도 모르게 함정 깊숙이 발을 디디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저, 저기. 김태현. 우리 어디 가고 있는 거지?”
“아, 어련히 알아서 갈까. 나 못 믿냐?”
“믿지, 믿는데…….”
“그러면 조용히 믿고 있어.”
“아니 그래도…….”
“쓰읍!”
“…….”
우드스탁 길마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 * *
“김태현이 은신하고 암살 뛴다는데?!”
“뭐 시X?!”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랭커들은 깜짝 놀랐다.
“그거 어떻게 얻은 정보인데? 진짜로? 정말이야?”
“확실해. 저기 오단 성에 있는 플레이어 중 한 명이 생방송을 하다가 급히 껐어. 멍청하게 지금 상황 중계하다가 깨닫고 끈 것 같은데, 그 전에 이 정보가 나왔어.”
“100% 확실한 정보로군.”
“쯧쯧. 이런 멍청이가 있다니. 김태현도 어쩔 수 없었겠군.”
무능한 아군만큼 무서운 것도 없었다. 랭커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조심해야겠군.”
오싹!
김태현이 은신하고 암살 뛴다면 누구를 노릴지는 뻔했다.
강해 보이고, 타격이 클 상대 아니겠는가!
저 어두컴컴한 오단 성이 태현이 숨어 있는 마왕성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흠흠. 앨콧, 너 슬슬 간다고 하지 않았냐? 암살자니까 먼저 가서 애들 좀 잡아보지?”
“아니…… 난 배가 아파서…… 맥필, 너는? 얘 어디 갔어?”
* * *
케인은 성벽 위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안 오지?”
길드 동맹의 연속 공격.
오단 성을 수성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아찔한 공격들이었다.
더 절망적인 건 길드 동맹에게는 나서지 않은 전투원이 아직 많다는 것!
마탑 흑마법사들의 언데드는 강력했지만, 작정하고 언데드 상대를 하기 위해 준비를 한 길드 동맹 앞에서는 역시 시간이 지나면 밀릴 수밖에 없었다.
성벽 앞 대형 언데드들도 사제들과 성기사들의 집중 공격에 쓰러지고, 정예 언데드 병사들은 몸으로 밀고 들어오는 길드원들의 공격에 밀렸다.
태현이 설치해 둔 함정들과 폭탄들도 거의 다 사용하고, 오단 성의 성벽도 몇 군데는 구멍이 뚫린 상황.
케인이 봐도 지금이 총공격을 할 때였다.
그런데 총공격이 오지 않았다.
“???”
와야 할 공격이 안 오니 오히려 더 불안해지는 게 사람 마음.
뒤에서 도와주지 않자 길드 동맹의 길드원들은 오히려 슬슬 물러섰다.
그들도 성벽을 공격하느라 피해가 컸던 것이다.
“뭐지……?”
그사이, 에랑스 왕국 마탑의 흑마법사들은 커다란 사고를 치려고 하고 있었다.
“체세도 님!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맞습니다! 그 금단의 비술을 쓰시려고 하시다니!”
“맞다. 이 비술은 위험한 비술이다. 하지만…… 세상에 위험을 겪지 않고서 얻을 수 있는 건 없는 법! 김태현 백작은 우리 흑마법 학파의 미래다! 말해봐라! 그렇지 않느냐!”
“……맞습니다!”
“그렇습니다!”
“크흐흑! 체세도 님! 마탑의 미래를 생각하는 그 모습에 저는 감격을 했습니다!”
서로 얼싸안는 흑마법사들!
태현이 보면 ‘너희 뭐 하냐?’ 하고 황당해했을 모습이었다.
“김태현 백작은 우리를 믿는다고 말했다. 그 눈빛을 기억하느냐!”
“예! 기억합니다!”
“그 믿음에 걸맞게 뭔가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 맞는 말이다!”
체세도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주변에는 어지러운 문양의 마법진이 가득했다.
“가자! 내가 오늘 힘을 받아들이겠다! 죽음의 정수를 내게 모아라!”
“예! 체세도 님!”
콰르르르릉!
오단 성 위에 검은 구름이 엄청나게 몰려오더니 그 근처로 어두운 기운이 폭발적으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길드 동맹은 경악했다.
이미 충분히 흑마법사들과 언데드들 때문에 어두컴컴했던 오단 성이 정말 시커멓게 물들기 시작한 것이다.
“뭐야? 도대체 뭐야?!”
길드 동맹이 동원한, 사제들과 성기사 NPC들은 비명을 질렀다.
“이 사악한 의식을 멈춰야 합니다! 지금 당장 공격을 해야 합니다!”
“아, 아니, 근데 그게…… 김태현이…… 암살을…….”
“예?!”
그리고 케인도 놀랐다.
“뭐냐?!?!?!”
자기네 성에서 웬 이상한 의식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
“뭐 하는 거야 너희! 뭘 할 거면 말을 하고 해줘야지!”
“쉿! 조용히 하십시오, 중요한 의식입니다!”
“아니 지금 내가 책임자거든 이 자식들아?! 안 그래도 김태현이 없…… 아니, 나한테 맡겨서 부담되어 죽겠는데!”
“지금 이걸 보시면 그런 걱정은 싹 사라지실 겁니다. 후후후!”
나름 마탑의 레벨 높은 마법사 NPC들이 이렇게 말하니 케인도 살짝 흔들렸다.
대체 뭘 하고 있길래 저러지?
“뭔데? 뭔데? 엄청 짱 센 언데드라도 소환하냐?”
“바로…… 리치가 되는 의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