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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436화 (436/1,826)

§ 나는 될놈이다 436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나를 혼란시키려고 하는 거냐? 그런 거라면 통하지 않는다!”

류태수는 말과 함께 달려들었다.

태현의 대회 경기 영상은 이미 다 본 그였다.

태현이 불쾌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실력을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내버려 두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게 태현!

저런 말을 들어줄 필요가 없었다.

“거 사람이 배려해 주면 좀 적당히 알아서 들을 것이지…….”

태현은 혀를 차며 류태수를 상대할 준비를 했다.

카카캉!

서로 근접 거리로 들어가지 않고 중간 거리에서 공격을 날리는 둘!

‘확실히 잘하긴 하네.’

몇 번 검을 교환한 것만으로 태현은 상대의 실력을 알아보았다.

류태수는 태현에게 가까이 붙으면 죽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각종 아키서스 스킬로 순간적으로 끌어올리는 폭딜이 태현의 장기!

그건 딜러로서 무시무시한 장점이었다.

류태수는 그걸 알고 있기에 태현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최대한 견제하면서 싸웠다.

‘쯧. 투기장 바깥이면 편하긴 하겠는데…….’

투기장 바깥과 달리, 투기장 안에서는 높은 행운으로 인한 회피 능력이 많이 줄어들었다.

덕분에 바깥처럼 무작정 상대한테 파고들 수 없었다.

어디까지나 상황을 이용하고 상대를 이용해야 회심의 일격을 날릴 수 있었다.

아니면 케인을 이용하거나.

둘은 중간 거리에서 서로를 견제하듯이 쳐다보았다.

힐끗.

류태수는 그사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왜, 케인 숨겨놨을 거 같냐?”

“…….”

속마음을 들킨 류태수는 입을 다물었다. 유적 주변에 혹시 케인이 있나 싶었던 것이다.

“없다니까. 인마. 좀 믿어라.”

“믿을 사람을 믿어야지.”

“부정할 수 없긴 한데 진짜 없다니까.”

“그래…… 알겠다!”

말과 함께 류태수는 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검 끝에서 오러가 피어나더니 둥그렇게 되어 엄청난 속도로 날아왔다.

태현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저렇게 고지식하고 진지해 보이는 얼굴로 말하다가 기습이라니.

저건…….

‘판온 1 때 내가 하던 짓이잖아!’

이렇게 보니 새삼스럽게 민망해지는 짓!

오러로 만들어진 원환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들었다.

류태수가 동시에 돌진하고 있었으니 맞는다면 그대로 콤보가 들어올 게 분명했다.

그러나 태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반격의 원!

‘저걸 튕겨냈다고?!’

캉!

섬뜩한 소리와 함께 되돌아오는 공격!

류태수는 기겁해서 옆으로 몸을 눕혔다.

태현에게 저런 카운터 스킬이 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1:1 상황에서만 가능하고 타이밍 잡기가 까다로운 스킬로 알고 있었다.

말하다가 가장 속도 빠른 스킬로 기습했는데도 반응하다니!

“김태현…… 조금은 인정해 주마. 너도 팬은 팬인가 보구나.”

“…….”

태현은 얼굴을 손으로 덮었다.

민망함이 한계까지 도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그러냐? 기쁘지 않냐?”

“전혀 안 기쁜데.”

“기뻐해야 할 거다! 나와 싸워보면 내가 너보다 더 진지하게 배웠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

“아, 예.”

태현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덤벼드는 류태수를 피했다.

확실히 잘 배우긴 했다.

말하다가 기습하는 비열함, 상대를 파악하고 맞춰서 안 쓰던 스킬을 사용하는 모습…….

‘저 오러 날리던 스킬은 나한테 쓰려고 안 쓰던 거였군.’

거기에 반응한 태현이 괴물인 거였지 류태수의 계산은 정확했다.

마지막으로 상대가 싫어하는 짓을 골라서 하는 끈질김까지.

‘스킬 최대한 안 쓰고 평타로 몰아붙이는 것도 내 영향인가? 굳이 그런 거까지 따라 할 필요는 없는데.’

류태수는 최대한 MP를 아끼며 스킬을 쓸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

판온 1 때 태현을 따라 한 스타일!

근데 태현이 그런 건 대장장이란 직업이 워낙 구려서였던 거고, MP가 넉넉했다면 태현도 스킬을 난사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오해였지만, 류태수는 이 스타일 덕분에 투기장에서 이익을 보고 있었다.

레벨 100으로 내려온 것과 아이템 금지.

이 두 함정은 고수 플레이어들도 쉽게 익숙해지지 못했다.

평소처럼 스킬을 난사하다가 MP 부족에 빠져 자멸!

이런 모습이 의외로 흔했던 것이다.

“옛다.”

“?!”

콰콰쾅!

폭탄을 꺼내 던지는 태현. 류태수는 스킬을 써서 뒤로 물러서며 피했다.

“넌 근데 김태현 따라 한다면서 대장장이 기술 스킬은 안 배웠냐?”

“……이놈! 죽여 버린다!”

“??”

이제까지 무슨 소리를 해도 반응 안 했던 놈이 왜 갑자기?

태현은 당황했지만 류태수는 얼굴이 붉어져서 덤벼들었다.

아까까지와는 전혀 다른 반응!

“야. 그냥 물어본 건데…….”

쉭쉭쉭!

대답 대신 돌아오는 살벌한 공격!

물론 태현이 그런다고 겁먹을 사람은 아니었다.

바로 다음 폭탄!

콰콰쾅!

“!”

폭발에 직격당할 뻔한 류태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류태수는 식은땀을 흘리며 속으로 숨을 돌렸다.

“……대단하군. 내가 신경 쓰는 곳을 건드려서 도발하다니. 이제까지 대회에서 이긴 이유가 있어.”

“아니,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하지만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태현은 고개를 저었다. 더 물어봤자 알아낼 것도 없을 것 같았다.

케인도 준비가 된 것 같았고.

그리고 바로 폭발음이 들렸다.

콰콰콰콰콰콰쾅!

“?!?!”

류태수는 자기 주변에서 터진 줄 알고 놀라 주변을 둘러봤지만, 주변에서 터진 게 아니었다.

케인이 간 곳에서 터진 것이었다.

“어……?”

“빈틈!”

“컥!”

자기 팀 4명이 간 곳에서 거대한 폭발이 터져 나왔으니 아무리 류태수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태현에게 근거리를 허용한 류태수는 끝났다는 걸 직감했다.

최대한 스킬을 쓰며 벗어나려고 해봤지만 그러기도 전에 태현의 공격이 폭풍처럼 들어왔다.

쾅! 콰쾅! 콰콰쾅!

탱커 계열이 아니라 HP가 그리 높지 않은 류태수는 순식간에 한계가 드러났다.

‘말도 안 되는…… 대체 어떻게? 뭘 한 거지? 저런 폭탄을 여기서 즉석에서 만들 수는 없을 텐데! 만든 건가?! 권능 스킬인가?!’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류태수는 투기장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경기는 종료됐다.

류태수보다 먼저 4명이 아웃 당했던 것이다.

류태수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남은 건 마지막 5경기.

팀원들과 만나 방금 일어났던 일에 대해 이야기해 봐야 했다. 그리고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도.

“……?”

웅성웅성-

주변이 시끄러웠다. 팀원들이 수군거리는 게 보였다.

“무슨 일이지?”

류태수는 꿈에도 몰랐다. 방금 있었던 일보다 더 혼란스러운 일이 있을 거라고는!

* * *

팀 에이트 대기실보다 더 혼란스러운 곳이 있다면 바로 태현이 있는 곳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곳!

도동수는 억울, 분노, 증오, 기막힘 등이 섞인 넋 빠진 얼굴로 조용히 앉아 있었다.

태현은 무시하고 말했다.

“5경기는 좀 어려워질 거다. 이제 케인을 이용해서 날로 먹는 것도 좀 위험할 거고. 상대방이 아까처럼 케인을 냉큼 둘러싸지는 않을 테니까.”

팀 에이트 4명이 케인을 둘러싸고 포획하려고 한 덕분에 일이 쉬워졌다.

그렇지만 5경기에서는 그러지 않을 것!

“류태수 보니까 실력이 괜찮던데,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지. 가능한 방법은 모두 쓰고, 숨겨진 패를 모두 다 꺼내서라도 이기자고. 이 경기만 이기면 끝이야. 자! 모두 힘을 합쳐서 가자!”

“감동적이긴 한데…… 네가 방금 한 짓을 생각해 보니까 전혀…….”

이세연의 말에 김철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멈칫했다.

그래도 케인은 태현의 편을 들었다.

“어쨌든 이겼잖아! 그리고 너 진짜 대단하긴 한데, 뒷감당 괜찮겠냐?”

“……?”

케인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렇게 사칭하다가 나중에 들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진짜 김태현이 나올 수도 있잖아.”

“……사칭 아니야 이 자식아.”

“하하, 무슨 소리야. 사칭이잖아.”

“사칭 아니라니까.”

“사칭 아니야. 내가 보증해.”

둘의 대화를 듣던 이세연이 지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뭐? 사칭 아니야?”

“잘 생각해 봐. 저런 인간이 두 명 있겠어?”

이세연은 태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케인의 얼굴색이 빠르고 다양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어…… 네가……?”

“솔직히 눈치 못 챈 놈들이 더 이상한 거 아니냐? 이름도 그대로에 스타일도 비슷한데.”

“네가 아니라며!!”

“그걸 믿는 놈이 바보지.”

케인은 조용히 도동수 옆에 갔다.

그리고 같이 넋 빠진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야. 경기 시작을 두고 저렇게 만들면 어떡해! 안 그래도 한 명 부족한데!”

“어? 도동수 PK는 무조건 하고 갈 생각이었어? 난 별생각 없었는데?”

“…….”

“농담이야. 나도 할 생각이었지.”

“진짜 한 대만 때리게 해줄래?”

케인의 반응은 태현도 예상 못 한 반응이긴 했다.

케인도 나름 판온 1때 태현 팬이었지만, 케인은 보통 평소에는 ‘이세연이 짱이다!’라고 말하고 다녔던 것이다.

그래서 태현은 케인이 ‘어? 네가 판온 1 김태현이었다고? 하하 어쩐지 좀!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라고 잘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거 슬슬 불안한데. 5경기 괜찮나?’

태현은 케인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케인. 잘 들어라.”

“……?”

“5경기는 이제까지 했던 것 중에서 가장 힘든 경기가 될 거야. 도동수는 죽을 거고.”

“…….”

“우리는 4명으로 시작해야겠지.”

누가 들으면 다른 팀이 도동수를 죽이는 줄 알 것 같은 말투였다.

“네가 죽이는 거잖아……!”

“닥쳐. 그건 중요하지 않아. 우리는 쓸 수 있는 패는 거의 다 썼고 남은 건 몇 개 없어. 상대도 이제 아까처럼 속아 넘어가 주지는 않을 거고. 그러면 뭐가 필요하겠냐.”

“뭐가 필요한데?”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는 게 필요하다 이거야. 우승하고 싶냐?”

“우승하고야 싶지…….”

“그러면 집중하고 정신 차려! 평소에 하던 것보다 두 배는 잘해야 하니까!”

“그, 그래…… 그래야지…….”

케인은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

“너 근데 진짜 판온 1 김태…….”

“닥치고 좀 가라.”

“응…….”

* * *

파란의 결승전.

온갖 사건들이 있었고 이제는 한 경기만이 남은 상태.

서로가 서로의 전력을 대충 파악했고, 마지막 남은 비장의 수를 다 투입할 게 보이는 5경기!

관중들은 주먹을 쥐고 긴장했다.

과연 어떤 명경기가 나올까?

이제까지 경기를 생각해 봤을 때 5경기는 모든 걸 뛰어넘는 무언가가 나올 것 같았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오늘 새로 만들어지는 전설을 볼지도 모른다고!

두근, 두근.

-마지막 5경기, 시작합니다……!

* * *

그리고 5경기는 끝났다.

팀 에이트의 패배로.

치열한 싸움 끝에 아쉽게 패배한 그런 경기가 아니라, 일방적인 패배였다.

주장인 류태수가 넋이 나가자 너무 손쉽게 무너진 것이다.

-장난하냐?!?!

-뭐 하는 거야, 류태수!

-돈 받은 거 아니냐?!

-5:4인데도 못 이겨?!

관중석에서 울분에 찬 목소리가 터져 나올 정도!

너무 어설프고 실수로 가득 찬 경기 운영에 해설자들도 당황할 정도였다.

‘3, 4경기 지긴 했지만 저렇게 멘탈이 깨질 정도였나?’

‘이해가 안 가는데.’

한 경기가 끝날 때마다, 경기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거대한 화면에 나왔다.

4경기의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케인이 자폭으로 4명을 쓰러뜨리는 영상이었다.

그리고 5경기가 막 끝난 지금, 5경기의 하이라이트가 나오고 있었다.

“…….”

“…….”

태현 팀 4명이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도동수를 둘러싸고 두들겨 패는 모습이었다.

“꺼! 저건 꺼!”

“잠, 잠깐만요…….”

“하이라이트 확인 안 하고 올리냐?!”

“이, 이게 자동이라서…… 제가 하는 게 아니라 AI가 하는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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