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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406화 (406/1,826)

§ 나는 될놈이다 406화

화염 속에서 치고받다가 아웃되어버린 둘!

너무 예상치 못한 결과에 관중석은 순간 썰렁해졌다.

신나서 떠들던 해설자 둘도 입을 다물었다.

-어…… 그러니까 말이죠…….

-이런 일도 있는 거죠. 네! 판온이잖습니까!

-아, 예! 그러네요! 하하! 이런 일도 있는 거죠! 두 선수가 치열하게 싸운 덕분에……!

투기장에서 직접 보고 있는 플레이어들이나, 방송국에서 큰 화면으로 보고 있는 관중들은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지만,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뜨거운 반응이 나오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태현 2킬 ㅋㅋㅋㅋㅋㅋㅋ.

-2킬(팀원 포함).

-팀원도 가차 없이 버리다니 정말 나쁜 놈 아닙니까? 과연 프로 선수가 이래도 될까요?

-위에 뭐라는 거야?

-그보다 진짜 이거 예상하고 놓은 거냐? 미친 거 아냐?

-솔직히 운도 좀 있었다. 이걸 어떻게 예측하냐?

-아냐. 예측한 거 같아. 자기가 가는 진지면 모를까, 도동수 가는 진지에 불을 놓은 거잖아. 팀원이 싸우는 곳에 불을 놓는 건데 그냥 막 지르는 놈이 어딨냐? 계산을 하고 지른 거지.

-확실히 그렇긴 해. 자기가 통제할 수도 없잖아. 만약에 일 꼬이면 팀원이 더 불리해질 수도 있는 거고.

태현이 도동수를 버리는 패로 썼다는 건 생각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러는 사이 가운데 진영에서도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 * *

“왜 안 나와?”

“먼저 나오면 불리해지니 기다리겠다 이거겠지.”

가운데 진지는 숲 사이의 공터였다. 하필이면 나무 하나 없이 텅 빈 넓은 공터!

여기에서 태현-케인 콤비에게 잘못 걸렸다가는 뼈도 못 추릴 테니 상대방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보인다. 상대도…… 둘이군.”

“그러면?”

“아마 2명, 2명, 1명으로 나뉘어진 거 같은데. 지금 저 앞이 둘 다 근접 딜러니까…… 탱커가 도동수한테 갔고, 마법사하고 사제가 이세연 쪽으로 갔나?”

태현은 정확히 맞췄다.

가운데 진지에 나타난 플레이어들과 상대방의 성향만 보고 완전히 읽어낸 것이다.

“2명, 1명이 아니라 3명이 같이 움직인 걸 수도 있잖아?”

“느낌상 그럴 거 같진 않다. 굳이 3명, 2명으로 나뉘었다면 여기 2명이 오진 않았을 거야. 3명이 왔겠지.”

숫자 차이로 빠르게 압박해서 끝낼 수 있는 조합은 태현과 케인이었다.

화려하기는 했지만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힘든 조합!

그에 비해 네크로맨서인 이세연과 사제인 김철수는 마음먹고 버티면 얼마든지 시간을 끌 수 있는 조합이었다.

그런 곳에 3명을 보내는 건 손해였다.

“저놈들이 우리 조합을 착각했을 수도 있지 않나?”

“우리 조합이 각각 어느 쪽으로 가는지 파악하지도 못하는데 그런 꼬일 수 있는 도박을 할 거 같지는 않다.”

2명-3명으로 움직였다가 빠르게 끝내지 못하면?

남은 진지 하나가 적팀에게 그냥 점령당했다.

그러면 남은 사람들은 버프 차이를 달고 싸워야 했다.

“쟤네도 2, 2, 1이야. 내 감이 맞다면.”

“그렇다면 맞겠지.”

‘네 감각은 짐승 수준이니까.’

“너 지금 나 욕했냐?”

“뭐? 뭐?! 아냐! 신성한 경기 중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니면 말고.”

케인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거 진짜 짐승 아냐?’

케인은 재빨리 화제를 바꿨다.

“미러전이라니. 괜찮을지 모르겠네.”

“이세연 쪽은 절대 지지 않을 텐데, 문제는 도동수 쪽이지. 탱커가 도동수한테 갔다면…… 불길한데.”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태현 팀과 달리, 팀 블루는 분명 태현 팀을 엄청나게 연구를 하고 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태현 팀을 상대할 전략 몇 개 정도는 세워놨을 터.

그런 팀이 이렇게 정직하게, 똑같은 조합으로 맞부딪혀 온다고?

보통 그렇다는 건 정면승부를 해서 이길 자신이 있다는 뜻이었다.

태현 쪽은 아니었다.

상대방이 지금 고개도 안 내밀고 숲속에서 쳐다만 보고 있었으니까.

이세연 쪽도 아니었다.

이세연을 정면승부 해서 이길 놈들이 있다면 태현이 한번 보고 싶었다.

그러면 남는 건 하나.

도동수!

팀 블루는 도동수를 잡을 전략을 세운 게 분명했다. 그게 뭔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그거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다.

도동수를 잡고, 남은 인원 한 명이 진지를 점령하고 다른 곳으로 합류!

‘아. 갑자기 불안해지네. 불 괜히 질렀나?’

꼭 사디크의 화염이 유리하게만 작용하리라는 법은 없었다.

만약 도동수가 잘 싸우다가 갑자기 뒤에서 덮치는 화염 때문에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적을 하나라도 잡으라고 지른 불에 오히려 도동수가 잡힌다면?

‘이세연이 날 죽이려고 할 텐데…….’

안 봐도 상상이 갔다.

“야, 왜 그래?”

“불 괜히 질렀나?”

“……이제 와서 그러면 안 되지!!”

케인은 낮게 으르렁거렸다.

할 거 다 해놓고 이제 와서 망설이면 그는 어쩌란 말인가!

그러나 케인의 말에 태현은 오히려 힘을 얻은 것 같았다.

“네 말이 맞아.”

“……?”

“이미 저질렀는데 후회하는 건 멍청한 짓이지.”

“아니, 너는 좀 후회를 해야…….”

“좋아. 지금 상황에 집중하자고.”

“…….”

케인은 복잡한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아오. 이 새X…….’

케인이 속으로 태현을 욕하는 것도 모르는 채, 태현은 바쁘게 움직였다.

“뭐 하냐?”

“함정 설치. 너도 좀 도와라.”

“……!”

함정.

투기장 대회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은 요소 중 하나였다.

프리카 투기장에서는 일단 아이템 없이 경기장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즉석으로 함정을 제작할 수 있는 직업은 한정되어 있었다.

함정을 쓰는 직업은 전투 계열 직업에서도 꽤 있었지만, 함정을 본격적으로 만들 수 있는 건 역시 제작 계열 직업!

대장장이를 넣은 팀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런 팀들은 보통 예선에서 전부 탈락했다.

판온 1 태현이 대장장이로 랭커들을 사냥하고 다녔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그게 가능한 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태현은 지금 본선에 진출한 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대장장이 스킬과 기계공학 스킬을 찍은 플레이어였다.

고급 기계공학 스킬+고급 대장장이 기술 스킬.

거기에 <여기에다가 쓸 수 있는 건 저기에다가도 쓸 수 있어> 스킬까지.

태현이 나무와 돌멩이로 만드는 함정들은 즉석에서 만드는 것치고는 상당히 강력했다.

‘음. 함정 재료를 더 갖고 들어올 방법은 없나?’

만들면서 태현은 다음 경기를 생각했다.

경기장에 갖고 들어갈 수 있는 건 주최 측이 제공하는 기본 장비들뿐이었다.

그렇다면…….

‘기본 장비를 더 받아서 해체하면 되겠군!’

“야, 야, 야!!”

“……?”

케인이 다급하게 옆을 가리켰다.

짙은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화르륵-

도동수가 있던 곳을 뒤덮은 화염이 점점 커져서 파도처럼 옆까지 덤벼들었다.

그 결과 옆에서 무시무시하게 밀려오는 화염!

“저 정도는 아닐 텐데? 뭐지? 바람이 불었나?”

정답은 마법 폭주 때문이었다.

“지금 그런 소리 할 때냐? 저거 통제할 수는 있어?!”

“성물 반지를 두고 와서 통제는 힘들고. 버틸 수는 있다.”

“나는?!”

“……뭐 알아서 해봐.”

“야!!!”

-아, 두 선수 빠르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지금 김태현 선수가 원하던 상황이 드디어 나온 거거든요. 이제 움직일 때가 온 겁니다. 저렇게 의견을 교환하는 게 당연해요. 지금이 결정적인 순간입니다. 여기서 이기면 매우 유리해집니다!

-사실 이 대회에 유명한 선수들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김태현 선수와 케인 선수의 듀오는 특히 유명하지 않습니까? 판온에서 수많은 퀘스트들을 깨며 이미 보여줬었죠.

-그렇습니다, 아. 지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의견 교환을 끝낸 모양입니다!

사실 전략과는 상관없는 잡담이었지만, 겉모습은 진지한 얼굴로 빠르게 대화하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이미 화공으로 위기에 빠진 도동수를 구한 태현이었다.

해설자나 관중의 눈에는 천재적인 전략가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대체 어떤 전략일까?

-김태현 선수, 움직입…… 어, 지금 뒤로 물러서는 건가요? 그냥 물러서는데요?

-도망치나요?!

-아니, 지금 김태현 선수가 불 지르고 와서 뒤에도 화염인데요? 굳이 그쪽으로 갈 이유가 있을까요? 가면 불리하지 않나요?

옆에서 화염이 닥쳐오고 있었지만, 태현이 온 방향에서도 이미 화염은 퍼지고 있었다.

그쪽으로 물러서면 화염과 만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마 팀 블루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는 차라리 뒤가 낫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버티고 있는 쪽으로 들어갔다가는 더 당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한 건 팀 블루의 플레이어들도 마찬가지였다.

“기회다, 쫓자!”

“뭐? 진짜로?”

“지금이 기회야! 저 뒤 보라고. 화염 때문에 막힌 상황이야. 저쪽이 불리할 수밖에 없어!”

“그래도 상대가 김태현인데…….”

분명히 유리한 상황인데, 태현의 이름값 때문에 팀 블루는 망설였다.

“지금은 과감하게 나가야 할 때야! 날 믿어!”

“……그래! 가자!”

뜨거운 결심!

팀 블루의 딜러들은 결정을 내렸다. 상대방이 불리한 상황. 괜히 물러서서 승부를 불확실하게 만들 필요가 없었다.

지금 저 둘을 잡아넣으면 이번 경기는 승리가 확실했다.

지금이 바로 승부할 때!

“가즈아…… 컥!”

핑-

나무로 깎아 만든 창이 날아왔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함정!

“뭐야?!”

“함정이 있어!”

데미지는 크지 않았지만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태현의 스킬에 대해서는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투기장 대회에서 태현이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나 기계공학 스킬을 쓸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쓸 재료를 안 주는데 쓰는 놈이 이상한 것!

“조심해!”

“몇 개를 깐 거야, 이 자식들?!”

기다리면서 주변에 닥치는 대로 뿌렸기에 몇 발짝만 걸어도 함정이 나왔다.

게다가 태현의 함정 설치는 거의 대가의 경지에 오른 수준이었다.

판온 1에서부터 익혀온, 남 괴롭히는 솜씨!

어디에 함정을 설치하고, 그 다음 함정은 어디에 설치해야 상대방이 짜증 나고 괴로울지 잘 아는 태현이었다.

그 결과…….

함정 밭에서 탭댄스를 추는 팀 블루의 플레이어들!

그리고 태현은 바로 그런 걸 기다리고 있었다.

-노예의 쇠사슬!

“!!!”

함정을 피하고, 닥쳐오는 화염을 신경 쓰느라 동작이 둔해진 팀 블루의 선수들이었다.

기습적으로 날아온 노예의 쇠사슬을 피할 수 없었다.

“안 돼……!”

비명과 함께, 한 명이 잡혀서 그대로 케인 앞으로 끌려왔다.

그다음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기다리는 동안 행운의 일격 스킬을 몇 번이고 사용해서 데미지를 극대화시킨 태현!

무시무시한 데미지가 그대로 꽂혀 들어갔다.

[HP가 0으로 내려가 사망합니다.]

“컥!”

그 순간 팀 블루의 남은 플레이어는 이번 경기가 끝났다는 걸 직감했다.

여기서 두 명이 잡히면 아무리 남은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도 뒤집기 힘든 것이다.

-끝났습니다! 끝났어요! 중앙 진지의 승자는 김태현과 케인 선수입니다!

-이제 거의 끝났다고 봐야겠죠?

-네. 팀 블루의 남은 선수는 둘. 이걸로 뒤집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해설자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팀 블루의 남은 두 선수는 이세연과 김철수를 견제하며 버티다가, 뒤에서 치고 들어온 태현과 케인의 공격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첫 경기를 가져간 것은 태현 팀이었다.

-한국 팀의 승리! 첫 번째 경기를 가져간 것은 한국 팀입니다!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큰 그림을 볼 수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정말 예측 불가의 대단한 경기였습니다!

-이제 팀 블루는 좀 어려워졌습니다. 과연 어떻게 대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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