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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247화 (247/1,826)

§ 나는 될놈이다 247화

태현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숨어 있는 3왕자를 부름과 동시에, 에드안을 보내 알짜배기로 창고를 털라고 시켰다.

그리고 2왕자의 성으로 돌아가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했다.

“아이고! 사디크 놈들이 함정을 파고 불을 질러서! 2왕자님이 같이! 이렇게 됐으니 3왕자는 어떠신지?”

“…….”

2왕자파 귀족들은 1왕자파만큼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태현의 말을 따르는 귀족들이 반, 따르지 않는 귀족들이 반이었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지.’

구심점이 없는 귀족들은 알아서 무너지게 되어 있었다. 태현은 혓바닥으로 2왕자파 귀족들을 휘저어놓은 후 돌아왔다.

“정, 정말로 1왕자님과 2왕자님을 죽일 줄은…….”

“기껏 열심히 처리했더니 반응이 왜 이래?”

“아, 아닙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약속한 건 꼭 지켜드리겠습니다!”

[오스턴 왕국의 국교가 아키서스 교단으로 변합니다.]

[다른 교단은 모두 오스턴 왕국의 영역에서 추방됩니다.]

[추방된 교단들은 아키서스 교단에 악감정을 갖습니다.]

[3왕자가 당신에게 영지를 주려고 합니다.]

‘잠깐, 어느 영지를 골라야 하지?’

다른 사람들은 한 개 얻기도 힘든 영지를 태현은 벌써 2개째 얻을 기회를 받게 되었다.

그렇지만 선택이 만만치가 않았다.

왜냐하면 오스턴 왕국의 절반은 오크들의 대공세로 박살이 나 있고, 또 거기의 절반은 플레이어들이 접수한 상황!

3왕자가 오스턴 왕국의 왕으로 오른다고 해서 마음대로 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생각해 보니 성이나 도시를 점령한 플레이어들 골치 좀 아프겠는데.’

오스턴 왕국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때 은근슬쩍 들어와 점령을 하고 있는 모험가들을 곱게 봐줄 리 없었다.

당연히 힘만 생기면 몰아내려고 할 게 분명했다.

“3왕자님, 지금 오스턴 왕국은 혼란스러운 상황인데 제가 멋대로 영지를 받아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

갑자기 공손해진 태현의 태도에 3왕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왜 이래?

“그, 그러면……?”

“나중에 왕국의 혼란이 좀 수습되고 나면 받겠습니다.”

태현의 속셈은 간단했다.

오스턴 왕국에 새 국왕이 오르고 나면 온갖 퀘스트가 뜨고, 상황이 뒤바뀔 것이다.

시간이 좀 지나면 어떤 영지가 멀쩡하고 어떤 영지가 혼란스러운지 윤곽이 드러날 테니 그때 고를 생각!

“김태현 백작님, 영지는 받지 않으셔도 제 옆에서 도움을…….”

“무슨 말씀을! 3왕자님을 도울 귀족들이 많습니다!”

다른 자리라도 주려는 3왕자의 부탁을 태현은 한사코 거절했다.

‘이제 얻을 건 다 얻었으니까 빠르게 튄다!’

영지는 나중에 얻을 수 있었고, 교단의 위치도 보장받았다.

이제 남은 건 도망!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태현은 오스턴 왕국에서 너무 저지른 게 많았다. 지금이야 멀쩡했지만 만약을 대비해 빠져나가는 게 좋았다.

게다가 여기서 잔뜩 한 몫 긁었으니,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로 돌아가 영지를 개발할 기회였다.

“3왕자님이 위대한 왕이 되어서 오스턴 왕국을 오랫동안 잘 다스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충성!”

조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태현은 입에 발린 말로 3왕자를 추켜올렸다. 3왕자는 영문도 모르고 좋아했다.

* * *

“쫓아오는 놈들 없지?”

“없어. 없다니까.”

“빨리 튀자. 챙길 건 다 챙겼으니까.”

태현은 두둑해진 골드 주머니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옆에서 말을 탄 에드안이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오스턴 왕국 플레이어들한테는 난리겠네요.”

“그렇겠지. 내전 벌이던 왕국이 갑자기 내전 끝났다고 메시지가 떴으니까.”

<내전의 끝-오스턴 왕국 퀘스트>

1왕자와 2왕자의 오랜 내전이 끝나고, 왕위에 오른 것은 3왕자였다.

3왕자는 혼란스러운 오스턴 왕국을 수습하고 왕국의 영광을 재건하려고 한다.

오스턴 왕국에 있는 모험가들은 모두 3왕자의 즉위식에 참여하라.

보상: ?, ??, ???

태현이야 일을 저지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나고 있었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은 아니었다.

-뭐야?????

-아니 왜 갑자기 내전이 끝나??

-야, 즉위식 참가해야 하나? 참가하면 뭐라도 줄 거 같은데.

-우리 길드, 마을 하나 점령했는데 즉위식 참가해도 되나? 괜히 잡히는 거 아냐?

어찌나 충격적이었는지, 오스턴 왕국의 교단이 아키서스 교단으로 바뀐 건 사람들의 입에 제대로 오르내리지도 못했다.

오스턴 왕국을 떠나면서 태현은 중얼거렸다.

“오크 놈들 때문에 정말 고생이 많았지. 기껏 개발하려던 영지도 내버려 두고 말이야.”

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크한테 원한을 샀던 게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이제 영지를 제대로 개발할 수 있겠어.”

“영지는 무사하겠지?”

“당연히 무사하지. 오크들은 그쪽으로 가지도 않았고, 아농 백작이 기사단을 이끌고 지키고 있는데.”

태현의 말에 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당연했다.

다른 곳과 달리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는 오크들의 습격에서 무사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다다다다다다-

“……?”

멀리서 미친 듯이 뛰어오는 사람이 보였다. 케인은 순간 습격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달려오는 사람은 속옷 하나만 입은 채 전부 벗고 있었으니까!

“미친 사람이군.”

“미친 사람이지?”

‘미친 사람도 게임을 하나?’

태현과 케인의 대화를 들은 파워 워리어 길드원은 속으로 생각했다.

“으으아아아으으아!”

태현 일행을 무시하고, 벌거벗은 남자는 계속해서 달려 나갔다. 그러고는 절벽 위로 뛰어올랐다.

“뒈짖!”

“????”

콰콰쾅!

케인은 황급히 달려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절벽 밑으로 떨어진 사람은 벌써 회색으로 변해서 사라져 있었다.

장비를 다 벗은 데다가, 이 높이에서 낙하 데미지를 그대로 받은 탓에 바로 로그아웃 당한 것이다.

“뭐, 뭐야?”

“대체 뭐죠?”

판타지 온라인 1에서부터 산전수전을 다 겪은 태현은 그렇게까지 놀라지 않았다.

게임에서 저렇게 미친 짓을 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았으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나 보지.”

“무슨 일이요?”

“그래. 뭐 내기를 해서 지면 저렇게 뛰어내리기로 했다던가, 아니면 사기라도 당했다던가…….”

커다란 충격을 받은 사람은 때때로 이상한 짓을 저질렀다. 태현은 그걸 잘 알고 있었다.

이다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무슨 일이 있어야 저렇게 될까요?”

“그걸 내가 알겠냐.”

그러나 태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왜 저 남자가 다 벗은 채로 달려 나갔는지를.

* * *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 어서 오세요!

-강화의 명소! 제작의 명소! 랜덤 아이템의 명소!

-아키서스가 당신을 굽어보신다! 아키서스에게 기도를 올리고 강화를!

“……이거 어떤 새끼가 지었냐?”

태현의 말에 모두가 시선을 피했다.

영지의 입구에 장식되어 있는 호화찬란한 표지판들!

유려한 글씨체로 쓴 게 레벨 좀 있는 조각사 플레이어가 만든 표지판 같았다.

“펠마스 이 새…… 아니지. 펠마스! 어디 있냐!”

태현은 분노를 조절하며 펠마스를 찾았다. 욕하면서 펠마스를 찾으면 펠마스는 분명 도망갈 테니까!

“으흑흑, 이번에는 분명 뜬다! 분명 뜬다고!”

“<하급 랜덤 청동 보물상자> 팝니다! <하급 랜덤 청동 보물상자> 팔아요! 다른 곳에 가서 사서 갖고 오는 것보다 여기서 사서 바로 까는 게 빠르죠!”

그러나 펠마스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바로 플레이어들이었다.

여기에 있는 플레이어들은 뭐에 홀린 것처럼 휘청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분명…… 뜬다…… 뜬다……!”

“캬아아아아악! 강화 실패! 강화 실패에에에에!”

대장장이 플레이어 한 명이 비명을 지르더니 망치를 집어 던졌다. 그러고는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절벽을 향해!

“…….”

“여기 대체 뭔 일이 있었던 거야?”

* * *

“펠마스, 내가 널 믿고 맡겼던 것 같은데…….”

“억, 윽, 컥, 큭, 태현 님. 저는, 최선을, 다했는데…….”

펠마스는 머리를 땅바닥에 박고 비틀거렸다. 태현은 영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게 최선을 다한 거냐? 최선을 다 안 했으면 대체 어떻게 됐을지 상상도 안 간다.”

“저, 저는 정말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세금도 많이 걷었고…….”

“입구 표지판은 뭐야?”

“모험가 중 아키서스 교단에 바칠 골드가 없는 모험가가 있길래, 재능으로 바치라고 했습니다!”

“…….”

태현이 없는 사이, 아농 백작은 기사단을 이끌고 영지를 보호했다.

그러나 의외로 영지는 안전했다. 그 많던 오크들이 다시 오스턴 왕국으로 몰려간 탓이었다.

여유가 생기자 펠마스는 머리를 굴렸다.

태현이 없는 이상 그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태현이 없는 이상 그가 최선을 다해서 영지를 발전시켜야 한다!

태현이 들었다면 ‘그냥 가만히만 있어!’라고 했을 소리!

-지금 이 영지에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는 딱히 좋은 영지가 아니었다. 대부분이 척박하고 개발이 안 된 상태고, 던전 한두 개가 전부였다.

여기에 오는 플레이어들은 태현의 이름을 듣고 온 플레이어들이 전부!

펠마스는 그들이 하는 걸 유심히 지켜보았다.

-아키서스를 믿으면 뭔가 강화가 좀 더 잘되는 그런 느낌적 느낌이 들어!

-아키서스를 믿으면 뭔가 랜덤 상자를 열었을 때 더 좋은 게 나오는 그런 느낌적 느낌이 들어!

-……그런 느낌적 느낌이 대체 뭔데?

플레이어들의 대화를 들은 펠마스는 무릎을 쳤다. 그 순간 영지를 어떤 식으로 지어야 할지 미래가 보였다.

* * *

“그래서 이렇게 해놨다?”

“골, 골드는 더 많이 모아놨고…… 흑흑! 믿어주십시오! 충심으로 한 일입니다!”

“네가 도박꾼만 아니었다면 내가 믿어줬을 텐데 말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영지는 의외로 괜찮게 개발되어가고 있었다.

아키서스 교단의 신전을 중심으로, 둥그런 모양으로 건물을 지어 올린 형태!

장소마다 아키서스의 동상을 지어 올리고, 거기에다가 기도를 한 플레이어들이 바로바로 강화를 하거나 랜덤 상자를 열거나 할 수 있게 자리를 만들어 놓았다.

태현은 헛웃음이 나왔다.

‘이게 무슨…….’

[아키서스 성기사 훈련 양성소-설치할 수 있습니다. 제작 비용 1만 5천 골드.]

[아키서스 사제를 위한 명상 성소-설치할 수 있습니다. 제작 비용 1만 2천 골드.]

오스턴 왕국에서 교단의 명성과 세력을 올리고 온 덕분인지, 전에는 지을 수 없었던 건물들을 지을 수 있었다.

골드가 어마어마하게 나가긴 했지만, 태현은 영지에서 벌인 경매와 오스턴 왕국에서 잔뜩 뜯어온 골드가 있었다.

거기에 펠마스가 영지를 착실하게 운영하면서 플레이어들한테 뜯은 골드까지!

‘일단 지을 수 있는 것부터 짓자.’

오스턴 왕국에서는 아키서스 성기사들과 사제가 돌아다니는데, 정작 태현의 본거지에 없다는 건 웃기는 일이었다.

덥썩-

“……?”

영지를 걸어 다니면서 어디가 좋을지 보려는 태현의 발목을 누군가 잡았다.

“이, 이 상자…… 상자 좀 사주십쇼.”

“…….”

<최하급 랜덤 나무 보물상자>! 보물상자는 등급이 높을수록 좋은 게 나올 확률이 높았다.

당연히 이런 보물상자는 보물상자 중에서도 최하위!

“왜 사달라는 거야? 네가 알아서 하라고.”

태현은 냉정하게 대답했다. 상대는 태현을 알아보지도 못한 것 같았다.

“흑흑, 여기만 오면 최하급 보물상자도 대박이 난다는 말을 듣고 왔는데…… 이제 내가 원래 있던 도시로 돌아갈 골드도 없습니다. 이거 팔 테니까 마차비만 좀…….”

일확천금을 노린 초보자!

태현은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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