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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56화 (156/1,826)

§ 나는 될놈이다 156화

“싸워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럼 넌 싸워. 난 갈 테니까.”

-크크. 누가 보내준다고 했느냐?

마르덴 후작은 그렇게 말하더니 발을 굴렀다. 부서진 벽이 다시 일어나더니 길을 막기 시작했다.

“뭐…… 그냥 보내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

태현은 고대의 망치를 들고 말했다.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타격을 줘서 도망칠 틈을 만들어야 했다. 보스 몬스터가 얌전히 있지는 않을 테니까.

“나도 있어!”

에반젤린이 그렇게 말하자 태현은 순간 ‘까먹고 있었군’ 하는 눈빛으로 에반젤린을 쳐다보았다.

“……너 설마 내가 있던 것도 까먹고 있었던 건 아니지?”

“그럴 리가. 당연히 전력으로 놓고 있었다고.”

“…….”

-으응? 이거 보게. 어린 뱀파이어로군!

마르덴 후작은 그제야 에반젤린이 있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워낙 태현이 내뿜는 분위기가 불쾌했기에 놓치고 있었던 것!

-뱀파이어 주제에 어디 신 나부랭이를 모시는 놈과 같이 돌아다니는 것이냐! 아주 타락할 대로 타락했구나!

“누가 누구보고 타락이래?”

에반젤린은 어이가 없어서 중얼거렸다. 다른 무고한 사람들을 공격해서 토벌 퀘스트가 뜬 건 마르덴 후작!

그 말을 태현이 받았다.

“너 다른 뱀파이어들 사이에서 따돌림당하고 있는 건 알고 있냐?”

-그런 버러지 같은 놈들하고 이 몸은 상관이 없다. 버러지 같은 놈들이…….

“뭐 본인은 그렇게 믿고 싶겠지. 이해한다.”

꿈틀-

레벨과는 상관없이 작동하는 태현의 도발!

[적을 모욕해서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에 성공합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도발 스킬을 얻었습니다.]

그 순간 뜨는 퀘스트 창!

<토벌 퀘스트-마르덴 후작을 토벌하라>

예전 영웅으로 알려졌던 마르덴 후작은 사악한 뱀파이어로 타락한 지 오래다.

원래라면 일어날 일 없이 오랜 잠에 빠져 있어야 했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그는 잠에서 일어났다.

분노한 마르덴 후작은 주변의 재앙이 될 것이다. 그러기 전에 그를 처벌하라!

보상:?, ???, ????, 사카드 뱀파이어들의 친밀도

‘토벌은 뭔 토벌이야?’

태현은 욕심과 과욕을 구분할 줄 알았다. 이 장소에서 마르덴 후작을 토벌하는 건 과욕!

다른 플레이어도 없고, 교단이나 군대 같은 지원군도 없었다. 이 상황에서 덤비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오냐. 어디 한 번 죽고 나서도 그렇게 입을 놀려 보거라!

마르덴 후작의 손에서 꿈틀거리는 붉은색 기운. 태현은 회피를 믿지 않고 피했다.

저 정도 되는 보스 몬스터라면 태현이 공격의 대부분을 회피한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만히 맞아주는 건 자살행위!

위험을 예측하는 태현의 직감은 다른 사람보다 몇 배는 빨랐다.

콰콰쾅! 콰쾅!

“거리를 벌려! 붙어서 싸우지 마!”

태현은 말과 함께 마르덴 후작이 아닌, 뒤의 벽을 닥치는 대로 때려 부쉈다.

-저, 저놈이 내 성을……!

마르덴 후작으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일!

게다가 저 튼튼한 통로 벽을 무슨 허름한 널빤지 부수듯이 팍팍 부숴버리고 있는 게 아닌가.

-죽여 버리겠다!

“어딜!”

에반젤린은 태현에게 덤벼드는 마르덴 후작을 가로막았다. 대체 어쩌다가 저런 보스 몬스터가 깨어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태현에게 덤벼들게 둘 수는 없었다.

-어린 뱀파이어여,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 보구나!

“애초에 널 죽이러 온 거거든? 모두가 널 싫어해!”

-…….

태현한테 한 대 맞은 상처를 에반젤린이 다시 찌르자 마르덴 후작의 창백한 얼굴이 더 일그러졌다.

-이놈들이 감히……!

그 순간 멀리서 날아오기 시작하는 박쥐 떼들!

-죽어라, 못생긴 뱀파이어!

-?!

용용이가 이빨을 드러내더니 덩치를 크게 불렸다. 그러자 허공에서 번개 폭풍이 몰아치며 마르덴 후작이 불러낸 박쥐 떼들을 쓸어버렸다.

‘비약을 먹인 보람이 있구나!’

저렇게 힘을 팍팍 써도 되는지 불안하기는 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수혁아, 마나 남은 거 신경 쓰지 말고 다 퍼부어라. 공격 마법 강력한 거 전부!”

“예!”

정수혁의 장점은 일단 시키면 의문을 갖지 않고 하라는 대로 하는 것!

보스 몬스터가 당장 날뛰는 와중에 도망은 생각지도 않고 태현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것도 재주였다.

-이 버러! 지 같은! 놈들! 이 자꾸!

마르덴 후작이 말할 때마다 정수혁의 마법이 꽂히자, 마르덴 후작은 단단히 열이 올랐다.

-무슨 놈의 마법을 그렇게 빨리 쓰는 거냐! 무슨 사술이냐!

“사술은 네가 사술이지. 자식아.”

-……!

그사이 벽을 부수던 태현이 돌아와 있었다. 열이 올랐던 마르덴 후작은 방심했다는 걸 깨달았다.

-언제 은신을 써서 뒤로 돌아 왔…… 큭!

태현은 고대의 망치를 휘둘러 마르덴 후작에게 전력을 다한 일격을 넣었다.

콰아아아앙!

[피의 속박에 당합니다. 회피할 수 없습니다!]

[고대의 망치를 한동안 사용할 수 없습니다!]

-봤느냐! 버러지 같은 놈! 이 몸에게는 그런 무기 한두 개 따위는 순식간에 봉쇄할 방법이 있노라!

마르덴 후작은 옆구리가 날아갔는데도 통쾌하게 웃으며 태현을 비웃었다.

맞는 순간 피가 고대의 망치를 칭칭 감아서 봉인시킨 것이다.

‘뭐 저런 사기 스킬이 다 있냐?’

사실 태현이 할 말은 아니었다.

-무기를 잃고 공포에 떨어ㄹ……?!

그러나 고대의 망치를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서 태현이 겁을 먹거나 하지는 않았다.

고대의 망치는 어디까지나 무기 중 하나일 뿐. 무기 하나가 없어졌다고 포기할 거라면 태현은 애초에 여기까지 오지 못했다.

-뭘 들고 오는……?

“하하! 폭탄 쇼 시간이다!”

-이런 미친놈 같으니!

마르덴 후작은 태현이 고대의 망치가 아닌 뭘 들고 오는지 깨닫고 경악했다.

양손에 폭탄 더미!

콰콰콰콰콰콰쾅!

[적이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원래라면 스턴 상태에 빠지지 않을 보스 몬스터도 스턴 상태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 태현의 행운과 기계공학 스킬이었다.

[폭탄이 내장된 은제 카바 블레이드를 장착합니다.]

태현은 바로 달려들어서 스킬 콤보를 퍼부었다.

공격의 원-격분-연타-강격-치명타 폭발로 이어지는 폭딜!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무기 폭발!

찔러 넣은 검 자체를 폭발시킨 대기술!

[행운의 대장장이 기술로 보너스를 받습니다.]

[신성 대장장이 기술로 보너스를 받습니다.]

[은제 무기입니다. 뱀파이어에게 추가 데미지를 줍니다.]

꽈르릉!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마르덴 후작이 연기로 뒤덮였다. 그걸 본 정수혁이 중얼거렸다.

“해, 해치웠나?”

“야 이 자식아…….”

태현은 이마를 짚었다. 왜 하필 말을 해도 꼭 저런 불길한 말만 한단 말인가!

‘해치웠나’라고 말하면 돌아오는 게 보스 몬스터의 속성!

물론 태현도 이 공격으로 마르덴 후작을 쓰러뜨릴 생각은 없었다.

마르덴 후작은 아직 보여주지 않은 다른 스킬들도 많았고, 회복할 방법도 많을 것이다.

태현이 노리는 건 방금 일어난 마르덴 후작에게 타격을 줘서 도망칠 시간을 버는 것!

‘원래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놈이 일어났다. 분명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닐 거야. 데미지를 주다 보면 놈도 물러나게 되어 있다!’

태현의 계산은 반은 맞았다. 반은 틀렸지만.

마르덴 후작이 갖고 있는, 화신에 대한 악감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깊었던 것!

-……내가 진심을 보이게 만들다니. 인정해 주마. 단 한 놈도! 이 성안에서 내보내지 않겠다!

“…….”

태현은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이판사판으로 간다면 유리한 건 마르덴 후작이었다.

‘어쩔 수 없군. 도망쳐야겠다.’

이제는 다들 알아서 빠져나오길 빌면서 후퇴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 중에서 마르덴 후작이 태현을 가장 싫어하는 건 분명했고, 태현은 도망치는 것 하나에는 자신이 있었다.

마르덴 후작이 아무리 강하고 집요해도 태현이 도망치는 것에 전념한다면 죽일 수 있을까?

태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 손에 들어와라, 홀이여!

몸 곳곳이 박살 난 마르덴 후작은 손을 위로 올리더니 그렇게 말했다.

아티팩트를 소환하는 동작!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긴장했다. 지금도 저렇게 강한데, 주무기를 들면 얼마나 강할까?

“……?”

-……?

그러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 손에 들어오라고 했다, 홀이여!

“??”

-이 무슨…… 대체 무슨 일이냐! 내 홀이 어디로!

마르덴 후작은 태현을 한 번 노려보더니, 갑자기 연기가 되어서 사라져버렸다.

홀을 찾으러 간 것이다.

어떻게 된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지금 해야 할 건 하나.

“튀자!”

하늘이 도운 행운!

* * *

“태현 님! 많이 팔았습니다! 이거 보십…….”

“뛰어! 좌판은 접고 무조건 뛰어라!”

“네?!”

대장장이들은 안에서 튀어나온 태현이 갑자기 그렇게 말하자 당황했다.

거기에다가 못 보던 칙칙한 전신 갑옷 플레이어가 하나 추가!

“당신은 누구야?”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뛰라고! 안 뛰면 두고 간다!”

“갑, 갑니다!”

성문을 열고 나가려는 태현 일행을 보고 에반젤린이 놀라서 외쳤다.

“달리면 안 돼! 달리면…….”

“몬스터들이 쫓아온다고? 상관없으니까 달려!”

“안 된다니까!”

“못 믿겠으면 뛰지 말고!”

태현은 그렇게 말하고 달려나갔다. 에반젤린은 놀란 눈으로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태현의 뒤를 쫓아서 달려나가고 있었다.

“에잇! 진짜!”

에반젤린은 한탄하며 뛰었다. 태현과 같이 있으면 그녀의 페이스가 흐트러지는 느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방에서 언데드 몬스터들이 팍팍 생기며 몰려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려고?!”

“이렇게 하려고.”

태현은 몬스터들이 길을 막고 몰려오기 시작하자 바로 <아키서스의 축복> 스킬을 사용했다.

‘잠깐. <고대 뱀파이어의 저주> 스킬하고 겹치면 <아키서스의 축복>은 어떻게 되는 거지?’

태현은 달리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태현은 멈추지 않았다.

어차피 그의 일이 아니었으니까!

‘알아서 잘 살겠지!’

에반젤린이 들었다면 욕을 한 바가지는 했을 속마음!

그러나 태현이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키서스의 축복>이 <고대 뱀파이어의 저주>를 뚫고 작용한 것이다.

“!!!”

에반젤린은 놀란 표정으로 스스로의 상태창을 확인해 보았다. -999로 고정된 불운이 사라져 있었다.

이게 대체 얼마만의 일!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들어오는 공격은 빗나가고, 뭐만 하면 내구도가 떨어져서 1로 고정되어 있던 장비의 내구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카드 뱀파이어의 회복하는 중갑>의 내구도가 올라갑니다. 성능이 회복됩니다.]

“!!!”

그녀가 장착하고 있는 갑옷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파괴되지 않는 옵션에, 알아서 내구도가 회복되는 사기적인 옵션을 갖고 있는 갑옷이었다.

물론 그 옵션은 <고대 뱀파이어의 후예> 전용이기에 가능한 옵션이었다.

가만히 숨만 쉬어도 내구도가 내려가는 불운!

그런 불운과 균형을 맞추려면 저 정도 갑옷은 되어야 했다.

그렇게 에반젤린이 놀라고 기뻐하면서 달리는 동안, 뒤에서 누군가가 따라붙었다.

에드안이었다.

“후후. 태현 님.”

“깜짝이야?!”

에반젤린이 놀라거나 말거나 에드안은 태현 옆에 바짝 따라붙었다. 대도적(자칭)인 만큼 민첩만큼은 누구한테도 밀리지 않았다.

“태현 님. 그런데 왜 저한테는 말을 안 해주고 밖으로 나오신 겁니까?”

“그랬었나? 난 말해준 줄 알았지.”

얼굴에 철판을 깐 태현이었다. 너무 천연덕스러워서 에드안도 믿고 넘어갈 정도!

“후후. 태현 님. 저한테 저 안에서 값진 걸 찾아오라고 하셨었죠.”

자신감 넘치는 에드안의 표정. 태현은 이놈이 뭘 갖고 나왔길래 이러나 궁금해졌다.

대체 뭘 갖고 나온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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