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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64화 (64/1,826)

§ 나는 될놈이다 64화

콰지직!

묵직한 소리를 내며 바닥이 박살이 났다.

뚫린 구멍 밑으로는 뭐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태현은 망설이지 않고 뛰어내렸다.

그걸 본 루포는 기겁했다.

“아니, 저 양반은 진짜……!”

그래도 어쩌겠는가. 지금 아키서스의 화신이라고 믿을 수 있는 건 태현밖에 없는데.

루포는 한숨을 한 번 쉬고 뛰어내렸다.

* * *

[던전: 카테란드 섬 지하 신전에 입장하셨습니다. 당분간 로그아웃이 제한됩니다. 로그아웃 시 던전에서 강제로 퇴장당하며,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제대로 왔군.”

눈앞에 뜨는 경고창. 태현에게는 제대로 왔다는 신호였다.

무엇보다 ‘신전’ 아닌가. 제대로 찾아온 느낌이 났다.

철벅, 철벅-

둘이 떨어진 곳은 물 위였다. 루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팔을 휘둘렀다.

반짝!

“그거 뭐냐?”

루포의 팔에서 밝은 빛이 은은하게 뿜어져 나왔다.

“발광 마법입니다.”

“마법도 쓸 줄 알았나?”

“아뇨. 아이템인데요.”

과연 상단의 검사다웠다. 굳이 마법을 배울 필요가 있나. 상단의 마법 아이템을 쓰면 되는데!

“너만 써?”

“……!”

루포는 아차 싶은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하나밖에 없…….”

“됐어. 농담한 거야. 앞으로 가서 길이나 밝혀봐.”

물웅덩이를 헤엄쳐 나오자 맞이한 건 묵직한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 길이었다.

딱 봐도 자연적으로 생긴 건 아닌 건물들!

루포는 그걸 보고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맞게 온 것 같습니까?”

“아마도.”

돌로 된 바닥에 발을 디디는 순간, 주변이 빛으로 휩싸였다.

“……!”

-이곳은 신성한 곳, 침입자들이여. 돌아가라. 더 다가올 경우 목숨을 보장할 수 없으니.

어디서 들리는지 알 수 없는 깊은 목소리였다. 루포는 그걸 듣고 외쳤다.

“우리는 침입자가 아니다! 화신의 후계자가 여기 있다!”

“야. 이 자식아. 상대방이 누군지 알고 말을 하는 거야? 적이면 어쩌려고?”

“……!”

태현이 구박하자 루포는 입을 다물었다. 생각해 보니 그도 그랬다.

-아키서스의 화신이라고?

“아니야. 얘가 좀 맛이 가서 헛소리 한 거야.”

-진정 아키서스의 화신이라면 이곳을 통과해라. 아니면 돌아가라.

빛이 길의 가운데를 가리켰다. 루포는 태현을 쳐다보았다.

‘저기를 통과하면 정말 아키서스의 화신인 거겠지?’

이제까지 태현이 정말 아키서스의 화신인지는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물론 태현이 보여주는 대단한 능력을 봤을 때, 아키서스의 화신이 아니더라도 대단한 놈은 분명했다.

그렇지만 그는 확인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왔으니까!

“안 가십니까?”

“이게 지가 가는 거 아니라고…… 너 저기 갔다가 함정 나오면 어쩌려고 그래?”

“…….”

괜히 말만 꺼냈다가 욕만 먹은 루포!

태현은 혀를 차더니 천천히 걸어갔다. 아무리 봐도 저기 통과하라는 곳은 평범해 보이는 곳이 아니었다.

‘함정 같은데…….’

파아아앗!

촤촤촤촤촤촥!

“태현 님!!!”

수십 개의 화살이 동시에 태현을 향해 날아왔다. 그걸 본 루포가 비명을 질렀다.

태현이 비록 성격 더럽고 재수 없고 깐깐하고 오만하고…….

‘아니, 이게 아니지.’

그런 사람이었지만 절대로 저렇게 죽어서는 안 됐다. 그들한테 가장 중요한 사람 아닌가!

그러나 태현은 멀쩡했다. 태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그렇겠지. 이런 식이겠지.”

아키서스는 행운의 신.

그의 화신임을 알기 위해서는 언제나 행운을 확인해야 했다.

수십 개의 화살이 동시에 날아오는 건 이제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놀랍군. 아키서스의 화신이 다시 나타나다니.

“……!”

루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제 확실해졌다. 태현은 아키서스의 화신이 맞았다.

-아키서스의 화신이 이렇게 약하다니. 조금 신기한데.

“……?”

태현은 순간 놀랐다. 다른 사람은 별생각 없이 넘어갔겠지만, 태현은 달랐다.

저 목소리에서 무언가를 눈치챈 것이다.

‘원래 아키서스의 화신은 더 강했다는 건가? 잠깐…….’

생각해 보니 원래 전설 직업은 저렙 때 얻기가 힘들었다.

이세연도 레벨 100을 넘고 나서야 전설 직업을 얻었다. 그전에 네크로맨서 계열 직업으로 온갖 성장은 다 한 상태였고.

지금 기사 계열 전설 직업을 도전하고 있는 스미스도 레벨이 100을 넘었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태현은 아직 레벨 30도 안 된 상황!

좀 이상하기는 했다. 아니, 사실 조금이 아니라 많이 이상했다.

‘생각해 보자. 원래 행운이 몇천 나오려면 레벨이 백은 넘을 테니까…… 아!’

행운은 원래 주로 찍는 스탯이 아니었다. 행운을 주로 찍어도 행운이 몇천 대가 나오려면 레벨이 최소한 백은 넘겨야 했다.

태현처럼 미친 듯이 행운만 올린 게 예외인 경우!

‘그래서 내가 약하다고 한 건가?’

원래 정상적인 아키서스의 화신은, 레벨을 100 넘게 올리고, 다른 스킬도 많은 상태에서 행운을 달성해 전직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레벨이 느리게 올라가는 페널티도 어느 정도 견딜 만했다.

‘게다가 전설 직업 스킬도 바로 받을 수 있었을 거고.’

전설 직업 스킬 중에서 레벨이 되면 바로 얻을 수 있는 게 몇 개 있었다.

태현은 30도 안 되어서 못 얻었지만, 100 넘어서 전직했다면 그중 몇 개들은 바로 받았을 것이다.

결국…….

태현이 이상할 정도로 빠르게 전직한 셈!

‘이런 젠장.’

태현은 이제야 완전히 이해가 갔다. 아키서스의 화신은 레벨이 좀 높은 상태에서 전직을 하는 걸로 생각하고 만들어진 직업이었던 것이다.

‘뭐, 어쩔 수 없지.’

태현은 빠르게 마음을 다잡았다. 이미 이렇게 된 거 되돌릴 수는 없었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일찍 전직한 건 그만큼 장점도 있었다.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었으니까.

물론 성장하기 힘들기야 하겠지만!

* * *

-화신이여. 이 앞에는 예전 화신이 남겨놓은 권능이 있다. 자격이 있다면 가져가도록.

목소리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루포는 허겁지겁 달려왔다.

“괜찮으십니까?”

“걱정 마라. 안 다쳤으니까.”

“아니, 그 화살을 맞고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화신이 괜히 화신이겠냐.”

태현은 칼을 뽑고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안에 권능, 직업 스킬이 있다는 건 확인했다.

그러나 딱 봐도 만만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냥 주면 안 되나? 꼭 이렇게 시험을…….’

태현은 투덜거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타탁-

“조심하십시오!”

루포는 고함을 지르며 태현을 잡고 앞으로 뛰었다. 덕분에 태현은 차가운 돌바닥에 얼굴을 박아야 했다.

파파팍-

둘이 있었던 곳에 무수한 화살들이 지나갔다.

“…….”

“괜찮으십니까?”

“네가 안 밀었으면 괜찮았겠지.”

태현은 얼굴을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화살이 날아오는데 피해야죠!”

“난 안 피해도 되거든?”

태현은 바닥에 떨어진 화살들을 훑어보았다. 끝이 푸른색으로 빛났다.

“오. 독이잖아?”

“…….”

알뜰하게 화살 끝에서 독을 챙기는 태현을 보고 루포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시간 없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건 위에서 이야기였고. 여기는 다르지. 해적들이 우리 찾아서 내려와도 어차피 여기까지는 오지도 못할걸.”

태현은 자신이 있었다. 이곳은 아키서스의 화신을 위해 만들어진 시험의 장소.

해적들이 쫓아온다고 해봤자 화살들을 맞고 쓰러질 뿐이었다.

[바곳 독을 얻었습니다.]

바곳 독:

바곳의 꽃가루를 정제해서 만든 독이다. 시간이 지나도 독성이 변하지 않아 자주 사용되는 독이다.

태현은 재빠른 손놀림으로 독을 추출해서 긁어모았다.

독도 구하기 쉬운 게 아니었다. 게다가 질 좋은 독은 또 만드는 게 어려웠다.

‘이런 곳에서 나오는 독이라면 분명 좋은 독이겠지?’

루포는 뒤에서 따라오며 과연 저렇게 함정의 독까지 챙기는 게 진짜 화신이 맞나 하는 의문을 품었다.

아니, 분명 이 던전에서 화신이라고 보증을 해주기는 했지만…….

스르릉-

“위험합니다!”

“아, 이 자식아. 네가 더 위험해!”

소리가 나자마자 태현을 잡고 피하려는 루포였다. 태현은 루포의 손을 뿌리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루포는 민망해져서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래도 이번에는 함정이 아니네요.”

“그래.”

-침입자…… 물러나라…….

앞에 나타난 것은 망령 전사였다.

벽을 뚫고 나타난 망령 전사는 불투명한 양손검을 들고, 눈구멍에서는 푸른 불꽃을 뿜었다.

“내가 아키서스의 화신인데 덤비는 거냐?”

-침입자…… 물러나게 한다…….

“말이 안 통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 그래 보인다.”

태현은 검을 뽑았다. 아키서스의 화신이라고 다 길을 비켜줄 거였다면 애초에 던전이 아니겠지!

“조심하십시오. 보통 놈이 아닌 것 같습니다!”

-행운의 일격, 5중첩!

-공격의 원!

콰지직!

루포의 눈이 크게 떠졌다. 태현이 가한 공격은 보통 위력이 아니었던 것이다.

뛰어난 검사들도 보여주기 힘든 묵직한 공격!

물론 화신인 건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로 강할 줄이야.

[행운의 일격 스킬 레벨이 오릅니다.]

-침입자…… 약하다…….

“……!”

루포는 놀란 표정으로 뛰어들어 망령 전사의 공격을 쳐냈다. 방금 태현이 가한 공격은 절대로 만만한 공격이 아니었다.

“큭!”

루포는 이를 악물며 뒤로 물러섰다. 망령 전사의 힘이 보통이 아니었다.

-크흐흐…….

망령 전사의 주변이 푸른색으로 물들더니 파동으로 변해져 쏘아졌다.

죽음의 냉기 파동이라는 망령 전사의 스킬이었다. 맞는 순간 얼어붙는 무시무시한 스킬.

그러나 루포도 만만하지 않았다. 그는 태현에게 외쳤다.

“제 뒤로 피하십시오!”

-방어의 원!

검 하나로 펼치는 강력한 방어 수단!

루포의 주변에 굵은 원이 그려졌다. 어떤 공격도 들어오지 못할 것 같은 단단함이었다.

파파파파팟-

냉기 파동이 그 주변으로 흩어져 지나갔다. 루포는 망령 전사한테 손짓했다.

“별것 아니군!”

-침입자…… 건방지다…….

“젠장. 차갑잖아.”

“태현 님!?”

루포는 태현이 뒤로 피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태현은 옷 위에 붙은 얼음 덩어리들을 쳐내며 불평했다.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저 마법은 명중률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태현 정도의 회피 능력이면 충분히 빗나가게 만들 수 있었다.

“생각보다 더 강한 놈입니다. 제가 상대할 테니 옆에서 도와주십시오.”

“아니.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아.”

태현은 가방 속에 손을 넣었다. 그걸 본 루포는 당황했다.

“지금 뭐하십니까?”

밖으로 나온 것은 찬란하게 타오르는 망치!

“저건 딱 봐도 살아 있는 놈이 아니지?”

“……?”

고대의 망치는 생명체한테 데미지를 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생명체가 아닌 놈한테는 데미지를 줄 수 있다는 것!

망령 전사는 순간 뒷걸음질 쳤다. 언데드인 그가 겁을 먹은 것이다. 보통 일이 아니었다.

-크르르…… 그건, 뭐냐…….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공격의 원!”

빛을 뿜는 망치가 휘둘러졌다.

콰아아아앙!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망치로 검술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페널티가 붙습니다.]

[신의 품격으로 페널티가 사라집니다.]

[강력한 상대에게 엄청난 데미지를 입혔습니다. 검술 스킬이 상승합니다.]

망치로 검술을 사용하는 게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대장장이들을 보면 망치를 무기로 사용하는 망치술도 있는 것 같았지만 태현은 아직 배우지 못했다.

괜히 새로 처음부터 배우는 것보다는 페널티를 받더라도 망치로 검술을 쓰는 게 나았다. 어차피 아키서스의 화신 덕분에 페널티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크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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