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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49화 (49/1,826)

§ 나는 될놈이다 49화

그러나 태현의 생각은 달랐다.

물론 넥돈이나 펠마스가 믿음직스러운 건 아니었다.

‘고문서를 카지노에서 잃는 놈들이 어디 있어?’

NPC들이 모두 믿음직스러운 건 아니었다. 그중에서는 형편없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렇지만 넥돈이나 펠마스는 좀 심한 수준!

그래도 태현은 둘을 데리고 갈 생각이었다.

‘아키서스를 찾아 헤맨 건 저 둘이니까.’

맥크레니는 도중에 끼어든 사람일 뿐, 아키서스에 대해 더 잘 아는 건 저 둘일 것이다.

나중에 비기를 얻거나 관련된 퀘스트를 깨려면 둘을 버릴 수는 없었다.

물론 그건 태현의 생각이었고, 맥크레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맥크레니 눈에 저 둘은 그저 막장 인생일 뿐!

“왜 넣어야 하지? 있어 봤자 도움도 안 될 놈들인데.”

“신이 신도를 버리면 안 되지.”

“무슨 소리. 교단 놈들 보면 잘 버리던데.”

“…….”

맥크레니는 쌓인 감정이 많은 것 같았다.

“아키서스를 오랫동안 찾아 헤맨 사람들이니 아는 것도 그만큼 많지 않겠어?”

“그래 봐야 얼마나…… 아니다. 됐다.”

맥크레니는 포기했다. 일단 아키서스의 화신은 태현이었으니까.

앞으로 오랫동안 손을 잡고 같이 일하게 될 텐데 벌써부터 이런 것 때문에 티격태격할 필요가 없었다.

저 두 멍청이들이 보기 싫었을 뿐, 있다고 해서 뭐 큰일이 생기겠는가.

“그 정도면 손을 잡을 수 있나? 저 밖의 멍청이들을 안 버리고, 간섭 적당히 하고, 이 정도면?”

“뭐, 일단은 그 정도면 되겠지.”

“좋아.”

맥크레니는 손을 내밀었다. 태현은 그 손을 잡고 악수했다.

[대상인 맥크레니와 동맹 상태가 되었습니다.]

[명성이 100 증가합니다.]

[동맹 상대에게 공적치에 따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과한 걸 요구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습니다.]

[동맹이 파기될 경우 페널티가 있습니다.]

‘이런 식이군.’

태현은 손을 놓고 다시 손을 내밀었다. 맥크레니는 뭐하냐는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봤다.

“뭐지?”

“고문서. 동맹이잖아. 줘야지.”

“아. 그 고문서. 물론 줘야지. 역시 아키서스의 권능을 원하는 건가?”

“당연하지. 화신으로서 힘을 늘리려면 권능을 모아야 하는 거 아닌가?”

“벌써부터 그렇게 의욕적이라니. 믿음직스러운데.”

맥크레니의 말을 들은 태현은 살짝 불안해졌다.

왜 이렇게 고분고분하지?

맥크레니는 딱 봐도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게다가 왕국에서도 잘나가는 대상인 아닌가. 태현이 유리한 위치라서 막 나가기는 했지만 그걸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는 게 보통이었다.

“그래. 그래. 고문서를 바로 꺼내주지.”

“잠깐만. 아니. 잠깐만.”

“왜 그러지?”

“뭔가 이상한데. 너무 친절해.”

“우리는 동맹이잖아? 동맹 사이에서 이런 게 뭐가 이상하다고 그러나?”

“그쪽은 동맹 사이여도 성격 더럽게 굴 것 같은데.”

“지금 네가 내 건물에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군. 화신. 내 부하들로 가득 차 있는 내 건물에 있다고.”

“그래. 이렇게 협박하는 게 그쪽답지!”

“…….”

맥크레니는 벽을 열고 금고의 문을 열어 문서를 꺼냈다.

“잘 봤어. 원래 동맹이라고 이렇게 친절하게 굴지는 않지. 내가 왜 이렇게 친절하게 그냥 넘겨 주냐고? 그야 내가 뭘 안 해도 이건 충분히 어려워 보이니까.”

“……!”

태현은 무언가 잘못 밟았다는 걸 느끼며 고문서를 받았다.

그 순간 뜨는 퀘스트창!

<직업 퀘스트–아키서스의 권능>

아키서스의 진정한 화신이 되기 위해서는 아키서스가 쓸 수 있는 권능을 모두 얻어야 한다.

전승에 따르면 고대의 화신은 아키서스의 권능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 화신의 행적을 따라가 권능을 찾아라.

보상: 아키서스의 권능.

그리고 지도가 떴다. 제노마 시 밑에 있는 바다 위에 있는 섬. 태현은 무심코 중얼거렸다.

“섬?”

“그래. 섬. 근데 그냥 섬이 아니지.”

“그냥 섬이 아니라고?”

“카테란드 섬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나?”

태현은 눈썹을 찡그렸다. 들어본 적은 없었지만, 들어서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카테란드 섬.

제노마 시의 항구에서 배를 타고 밑으로 내려가야 나오는 섬이었다.

그렇게 큰 섬은 아니었지만, 카테란드 섬은 악명이 높았다.

거기 있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카테란드 해적단은 정말 지독한 놈들이지. 왕국에서도 벌써 몇 번 병사들을 보냈다가 실패했을 정도니까.”

“왕국에서 병사들을 보냈는데도 실패했다고?”

“뭐, 그럴 만했어. 거기 섬이 워낙 요새거든. 배 타고 간다고 하더라도 올라가는 것부터가 문제지. 게다가 그놈들이 만만한 놈들도 아니니…… 왕국군이 너무 우습게 본 거지.”

왕국군 토벌대를 물리치고 나자 카테란드 해적단을 만만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다 정면으로 부딪치는 걸 피하는 상황.

그리고 아키서스의 권능은 그 섬에 있었다.

“정확히는 그 섬 지하 유적에 있다는데, 카테란드 해적단이 그냥 들여보내 주지는 않겠지.”

“친절한 설명 아주 고맙다.”

“화신이 없으면 들어갈 수도 없다지만, 있다고 해서 바로 들어갈 수도 있는 건 아니지.”

맥크레니는 지도를 펼치더니 섬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보면 알겠지만 섬으로 들어갈 만한 곳이 없어. 다 암석 절벽이거든. 왜 왕국군이 실패했는지 알겠나?”

“아. 됐고. 그래서 넌 뭐를 도와줄 수 있는데?”

태현은 짜증을 내며 맥크레니의 말을 끊었다. 이곳이 가기 힘들다는 건 알았다.

지금 알고 싶은 건 그녀의 도움이었다.

“잠깐. 말하는 걸 잊었는데. 이건 네 권능을 얻기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나를 설득하는 일이기도 해. 그러니까 주의해서 하라고.”

“뭐? 뭔 설득?”

이제 와서 설득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가 진짜 신의 화신인지 말이야.”

“내가 신의 화신인 걸 확실히 믿는 게 아니라고? 이제까지 한 건 뭔데?”

“반쯤은 믿지. 그렇지만 확실히 믿을 수는 없잖아? 우리는 오늘 처음 봤다고. 나를 확실하게 믿게 만들려면 증거를 보여줘야지. 네가 저기 가서 화신의 권능을 가지고 오면…….”

“아. 그러셔?”

태현은 바로 몸을 돌렸다.

이미 확신이 있었다. 맥크레니도 상당히 아쉬운 상황이란 것!

신의 화신이란 게 어디서 쏟아져 나오는 것도 아닐 테니, 태현이 사라지고 나면 사실상 다른 화신을 만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약점을 잡았을 때까지는 끝까지 가라.

태현은 철저하게 원칙대로 행동했다.

“잠, 잠깐. 어디 가는 거야?”

“믿을 만한 화신이랑 놀라고. 난 나 믿어주는 놈들이랑 놀 테니까. 저 멍청이들은 그래도 내가 화신인 거 의심은 안 하더라.”

태현이 성큼성큼 걸어 나가자 맥크레니는 재빨리 일어나서 문 앞에 섰다.

늙은 사람의 움직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

“안 믿는다는 게 아니잖…….”

“그래. 그래. 반쯤은 믿는다고. 근데 그건 반쯤은 안 믿는다는 거잖아. 남은 반도 믿을 때 찾아와라. 물론 그때 내가 어디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내 입장도 생각해 봐라! 저 밖의 놈들이 찾은 화신이다! 저놈들을 확실하게 믿을 수 있겠냐!”

“…….”

맥크레니의 목소리에는 처절함이 담겨 있었다. 살짝 동정심이 갈 정도로.

확실히 그건 그랬다.

태현도 펠마스와 넥돈이 뭔가를 찾아왔다면 의심부터 하고 봤을 테니까.

“행운이 아무리 높아도 권능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난 확신을 할 수가 없다. 그게 내 원칙이다!”

“좋아. 이해해 주지.”

“이해해 주는 건가!”

맥크레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태현이 당장에라도 나갈 줄 알았는데, 저렇게 양보해 주다니.

“대신 도움은 확실히 받아야겠어.”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면 최대한 도와주겠다.”

“잘됐네.”

“……?”

태현이 씩 웃었다. 그 미소를 본 맥크레니는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 * *

“아이고. 잘 오셨습니다. 맥크레니 님이 보내셨다고요? 이런 곳에 무슨 일로 오셨는지…….”

“재봉술을 배우러 왔다. 처음부터 끝까지. 배울 수 있는 건 모두 다!”

“예? 재봉술을 말입니까?”

제노마 시의 재봉사 길드 마스터는 태현을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대상인 맥크레니가 만나게 해달라고 했을 때 이런 일인 줄은 몰랐다.

“그, 길드의 재봉술은 원래 전문으로 하는 재봉사들도 오랫동안 배우고 익혀야 배울 수 있는 비기인데…….”

“맥크레니한테 가서 말할까?”

“……비기인데, 태현 님한테는 특별히 가르쳐 줄 수 있는 대로 가르쳐드리겠습니다! 하하!”

돈 앞에서는 비기고 길드의 규율이고 뭐고 없었다.

[재봉술이 증가합니다.]

[재봉사 관련 직업이 없어서 스킬 습득에 페널티를 받습니다.]

[재봉사 관련 직업이 없어서 스킬 사용에 페널티를 받습니다.]

[뛰어난 재봉사가 직접 지도해 주는 것으로 인해 보너스를 받습니다.]

초급 재봉술 4 (5%)

->

초급 옷 다듬기 5(40%)

초급 장신구 다듬기 4(30%)

‘빠르군. 이 정도면…… 부탁한 보람이 있어.’

빠르게 성장하는 스킬들.

태현은 올라운더를 선호했다. 어떤 상황에서든지 대응할 수 있는 캐릭터.

혼자 플레이한다는 건 말이 간단했지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당장 던전만 들어가도 혼자서는 클리어하기 힘들었다.

그런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게 이런 스킬의 다양성이었다.

맥크레니는 제노마 시의 대상인이었고, 제노마 시는 이런 제작 길드들이 많았다.

당연히 연줄로 부탁이 가능!

옷 다듬기와 장신구 다듬기는 각각 천 계열의 옷이나 팔찌 같은 것을 일시적으로 강화시키는 스킬이었다.

재봉사들의 비기 스킬 같은 건 직업 제한 때문에 배울 수 없겠지만, 가능한 스킬은 모조리 배울 생각이었다.

“저 사람 뭐야?”

“왜, 왜 재봉사 길마가 데려가지?”

덕분에 재봉사 길드에 가입해서 열심히 수련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황당할 뿐이었다.

어느 곳이나, 길드 마스터는 아무나 만날 수 있지 않았다.

플레이어들이 만든 길드도 그랬지만 이미 기존에 NPC들이 만든 길드들은 더더욱 그랬다.

길드의 규모가 크고 강력할수록 길드 마스터의 이름은 더 높아지게 마련.

생산 직업으로 하겠다고 마음먹은 플레이어들은 보통 그 직업에 맞는 길드에 들어가고 나서 하루만 되면 현실을 깨닫게 됐다.

아,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처음에 명성도 없고 레벨도 없고 스킬도 별것 없을 때에는 길드 내 사람들이 어지간해서는 친절하지 않았다.

친절은 뭔가 길드에 하거나 다른 게 있어야 나오는 법이었다.

길드 마스터가 직접 지도해 주는 스킬? 꿈도 꾸지 못했다. 직접 대화하는 것도 아직은 멀었다.

그런데 갑자기 웬 플레이어 한 명이 오더니 길드 마스터와 만나는 것 아닌가.

“저기, 잠깐만요!”

“잠깐만! 어떻게 길드 마스터하고 만난 겁니까?”

“어? 근데 저 사람 어디서 본 거 같냐?”

“……!”

걸어가던 태현은 움찔했다.

레드존 길드와 싸운 영상은 나름 인기를 끌었다.

레드존 길드가 워낙 깽판을 치면서 다른 사람들의 원한을 사기도 했지만, 관심을 살 요소들이 많았던 것이다.

랭커들이 적게 나온 거치고는 기록적인 수준의 조회 수!

당연히 그걸 본 사람들이라면 태현이 누군지 궁금해했을 것이다.

태현의 얼굴을 보고서 ‘어디서 본 거 같지’라고 한다면 가능성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 영상을 본 사람일 것이다.

‘젠장. 얼굴 숨기고 다녀야겠군.’

“앗! 가잖아!”

“잡아봐!”

“어, 어떻게?”

태현은 맥크레니가 붙여준 경호원들과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말이 경호지, 사실은…….

‘감시지.’

태현이 받을 것만 받고 권능을 얻으러 떠나지 않을지 감시하는 이들!

맥크레니는 그런 면에서는 철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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