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32화
‘아니, 뭔 꽝이…….’
처음에는 투덜거린 태현이었지만, 망치의 설명이 아닌 성능을 보자 생각이 바뀌었다.
나름 괜찮았다.
일단 직업 제한, 레벨 제한, 스탯 제한이 없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좋은 대장장이 장비들은 거의 대장장이 계열 직업 제한이 있었다.
그리고 태현은 레벨이나 스탯은 그렇다 쳐도 직업 제한은 뚫을 수 없는 상황.
고대의 망치는 그런 제한이 없었다.
게다가 착용 시 스킬 레벨이 상승했다. 얼마나 오르는지는 모르지만 대장장이가 쓰는 장비의 옵션으로는 아주 좋았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내구력이 무한이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파괴되지 않는다는 건…….’
수리도 필요 없고 각종 몬스터의 특수 공격도 무시하는, 어지간해서는 아이템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최고의 옵션!
이거 하나만으로도 꽤나 가치가 있었다.
태현은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강화하기 좋겠는데?’
“너 뭐하냐?”
태현이 멈춰서서 생각하고 있자 최상윤이 물었다.
“야, 너 강화석 지금 갖고 있는 거 있지?”
레벨이 높으니 강화석 정도는 갖고 있을 것이다.
“갖고 있기는 한데…….”
“다 내놔.”
“맡겨놨냐?!”
* * *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파괴되지 않는다는 건…….
‘강화 실패에도 괜찮다는 거잖아?’
강화의 실험대로 쓰기 아주 좋았다. 태현은 신이 나서 강화석을 꺼냈다.
+1 강화 때 필요한 강화석은 하나.
[강화를 시도합니다.]
태현은 강화석과 기본 망치를 들고, 고대의 망치를 조심스럽게 때리기 시작했다.
다른 대장장이 기술은 플레이어가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왔지만, 강화는 그런 거 없었다.
오로지 행운과 스킬 레벨!
그냥 강화석을 아이템 위에 올려놓고 망치로 대충 후려치면 끝났다.
[강화가 성공합니다.]
[고대의 망치가 고대의 망치(+1)로 변합니다.]
[강화 스킬이 오릅니다.]
고대의 망치(+1):
내구력 ∞/∞. 공격력 ?
착용 시 대장장이 계열 스킬 사용 가능, 대장장이 계열 스킬 레벨 상승.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파괴되지 않음. 공격력은 대장장이 기술 스킬로 결정됨.
고대의 대장장이가 쓰던 물건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고대의 물건이 지금보다 좋을 리는 없지 않은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아이템 성능이 애매하네.’
대장장이 스킬 레벨이 얼마나 오르는지나, 공격력은 착용해야 나왔다.
덕분에 설명 창은 달라진 게 없었다.
‘그러면 다음 걸로 간다.’
+2 강화 때 필요한 강화석은 2개. 그다음은 4개, 그다음은 8개. 2배씩 늘어나는 구조였다.
[강화를 시도합니다.]
[강화가 성공합니다.]
[고대의 망치(+1)가 고대의 망치(+2)로 변합니다.]
[강화 스킬이 오릅니다.]
[강화를 시도합니다.]
[강화가 성공합니다.]
[고대의 망치(+2)가 고대의 망치(+3)로 변합니다.]
[강화 스킬이 오릅니다.]
“야, 야…… 너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
“강화석이나 더 내놔봐.”
“장비 파괴되면 어쩌려고? 파괴되도 괜찮은 거야?”
“안 파괴된다.”
이미 구렌달한테 받은 강화석은 부족한 상황. 태현은 최상윤에게 강화석을 뜯어냈다.
“더 없어?”
“내가 대장장이도 아닌데 강화석을 왜 많이 들고 다니겠어!”
“너 추종자들 많댔지? 연락해서 강화석 뜯어와.”
1초도 고민하지 않는 냉정함!
“야!”
“내가 강화 스킬이 오르면 누가 좋겠어? 너 강화 받기 싫냐?”
치사한 협박까지.
최상윤은 결국 입을 다물고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치사한 자식!’
그러는 동안 고대의 망치는 점점 변해가고 있었다.
이미 파괴 위험이 있는 +3은 넘은 지 오래.
태현은 +5까지 거침없이 달렸다.
그러자 망치 주변이 은은하게 불꽃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오. 토X비욘 같네.”
예전에 했던 게임의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망치의 모습.
태현은 한주를 좋아했지만.
그 사이, 태현은 몰랐지만 다른 곳에서 방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대장장이 랭커, 루카스가 방송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 * *
사실 루카스는 랭커라고 하기에는 레벨이 많이 부족했다.
그래도 랭커 취급을 받는 이유는, 직업이 대장장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생산 직업은 레벨을 올리는데 손해를 많이 보는 편이었으니까.
“자! 오늘은 +7 강화를 도전해 보겠습니다! 제 방송을 봐주시는 분들이 저를 응원하기 위해 강화석들과 아이템들을 보내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루카스의 방송에는 사람들이 우글우글 몰려 있었다.
목적은 하나.
루카스의 강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루카스는 판타지 온라인 2에서 강화 스킬을 파고 있는 드문 대장장이였다. 게다가 길드 소속도 아니었으니 그 인기는 더욱 높았다.
루카스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번 기회를 잡아서 다시 도약하는 거다!’
다른 대장장이들이 길드에 들어갈 때, 그는 반대로 생각했다.
길드에 들어가면 지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 외 사람들의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다들 길드에 들어갈 때 그는 길드에 들어가지 않고 혼자 뛴다면, 사람들은 그에게 몰릴 것이다.
그의 판단은 맞아떨어졌다.
길드의 대장장이한테는 작업을 맡길 수가 없으니, 그한테는 사람들이 몰렸다.
거기에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강화를 하라고 강화석과 아이템, 현금을 선물로 팍팍 쏘아 보냈다.
이쯤이면 전략으로는 대성공!
대장장이 랭커로 이름을 남기고,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상황.
길드들도 섭외를 하려고 연락을 하고 방송도 가끔 연락이 왔다.
그러나 루카스는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더 올라가고 싶었다.
판타지 온라인 1의 김태현처럼.
판타지 온라인 1의 김태현은 모든 대장장이의 우상이었다.
생산 직업이 뒤에서 망치질을 하고 있을 때, 김태현은 망치를 들고 랭커들을 때려잡았다.
그 실력도 실력이지만, 루카스는 김태현 같은 명성을 원했다.
대장장이 하면 김태현, 김태현 하면 대장장이!
이런 것 같은 명성 말이다.
그러려면 갈 길이 멀었다. 게다가 그는 길드의 지원이 없었으니 다른 방식을 써야 했다.
그가 이번에 노리는 건 칭호였다.
서버에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하면 대체로 칭호가 나왔다.
서버에서 처음으로 +1 강화를 한 대장장이도 칭호를 얻었고, +2, +3, +4, +5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아직까지 +7 강화를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7 강화를 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강화석이 필요했다.
그리고 아이템도 도중에 부서질 가능성이 엄청 높았으니, 아이템도 많이 필요했다.
희귀한 아이템은 절대 쓸 수 없었다. 희귀한 아이템을 부서질 각오로 강화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면 답이 나왔다.
+7 강화를 성공시킬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방법은, 흔하고 값싼 일반 아이템을 강화석을 엄청나게 써서 성공시키는 방법이었다.
이런 걸 누가 하겠는가?
그러나 루카스는 할 생각이었다.
방송도 방송이고, 시청자도 시청자였지만, 그에게는 생각이 있었다.
‘이게 성공하면 강화 스킬 경험치가 엄청 오를 거다.’
그 이전 단계에서도 파괴 가능 구간을 통과하면 엄청난 경험치가 들어왔다.
+7을 하면 그는 강화 스킬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현재 그의 강화 스킬 레벨은 3.
정말 피와 눈물로 올린 스킬 레벨이었다.
판타지 온라인의 스킬 레벨은 스킬마다 달랐다.
어떤 스킬 레벨은 10까지 올리는 것도 너무 쉬웠고, 어떤 스킬 레벨은 2로 올리는 것도 힘들었다.
강화는 후자였다.
스킬 레벨 2를 찍는 것도 강화석을 날리고 날려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
대신 그만한 값을 했다.
스킬 레벨 2라는 건, 강화 시도 시 성공 확률이 2배로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스킬 레벨 3은 강화 시도 시 성공 확률 4배!
판타지 온라인 2의 강화 확률은 하드코어했다.
한 단계가 올라갈 때마다 1/2.
행운 영향을 받았지만 행운은 아무도 올리지 않았으니 의미가 없었고, 대충 +1 성공 확률이 50%였다.
+2 성공 확률은 25%, +3 성공 확률은 12.5%…….
+7까지 가면 1% 미만으로 내려갔다.
이 극악한 확률을 그나마 극복할 수 있는 게 강화 스킬!
강화 스킬 레벨이 4만 되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지금 그가 한 강화만 몇천 번을 가볍게 넘긴 상태.
그래도 아직 스킬 레벨 3이었다. 지금 이게 서버 최고 수준.
정말 강화는 대장장이 플레이어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번에 성공시켜서 스킬 레벨 4를 찍는다. 분명 이전 칭호를 봤을 때, +7 성공 칭호는 강화 스킬 레벨 정도는 가볍게 올려줄 거야!’
+6 성공 칭호도 어마어마한 효과가 있었다.
+7은 훨씬 더 대단할 것이다.
루카스는 이를 악물고 강화를 시작했다.
“갑니다!”
실패, 성공, 실패, 실패, 실패, 실패, 실패, 성공, 실패…….
시청자들도 지쳐가고, 루카스도 지쳐갈 때쯤…….
[강화를 시도합니다.]
[강화가 성공합니다.]
[싸구려 가죽 신발(+6)가 싸구려 가죽 신발(+7)로 변합니다.]
[강화 스킬이 오릅니다.]
그리고 끝.
칭호는 뜨지 않았다.
“???”
-뭐야? 왜 저래?
-칭호 뭐 떴는지 말해줘요! 빨리!
-우리가 강화석 줬잖아! 먹튀냐!
-빨리 대답해라! 루카스!
“저…… 여러분.”
-……??
“칭호가 안 뜨는데요.”
-……?????
그리고 채팅창은 폭발했다.
* * *
[강화를 시도합니다.]
[강화가 성공합니다.]
[고대의 망치(+5)가 고대의 망치(+6)로 변합니다.]
[강화 스킬이 오릅니다.]
[연속 성공으로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강화를 시도합니다.]
[강화가 성공합니다.]
[고대의 망치(+6)가 고대의 망치(+7)로 변합니다.]
[강화 스킬이 오릅니다.]
[연속 성공으로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태현은 겁도 없이 달렸다.
어차피 망치는 파괴되지 않을 테니까!
[칭호: 칠성 강화의 성공자를 얻었습니다.]
[서버 최초로 칭호를 얻었습니다. 각 스탯이 25씩 증가합니다.]
“어?”
태현은 놀랐다. 아직까지 +7 성공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었나?
어쨌든 좋았다. 가져서 손해 볼 건 없었으니까.
‘칭호 확인.’
칠성 강화의 성공자: +7 강화에 성공하는 건 엄청난 인내와 수많은 강화석, 아이템이 필요했을 겁니다. 그리고 운도요.
강화 스킬 레벨 +1, 아이템 강화 시 행운 25% 증가.
“심플하게 좋은 효과인데?”
“뭐야? 뭐 떴어?”
“+7 최초로 성공했다고 칭호 나왔다.”
“+7을?!”
최상윤은 다시 한번 놀랐다.
태현이 대단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마의 벽인 +7을 이렇게 앉은 자리에서 성공시켜 버리다니.
역시 될 놈은 뭘 해도 될 놈!
괜히 그까지 뿌듯해졌다.
“야. 8강 하게 강화석 좀 더 내놔봐.”
“이제 진짜 없어! 너 벌써 백 개 넘게 썼다고!”
“실패 안 한 걸 고맙게 여겨. 강화석 낭비 안 했잖아.”
“그래도 그렇지! 너 그거 +7 된 아이템 아깝지도 않냐? 나 같으면 평생 소장하고 있겠다!”
“괜찮아. 이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파괴되지 않음 옵션 붙었거든.”
“뭐? 너 설마 그거 믿고 강화한 거냐?”
최상윤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태현은 이해가 가지 않아 물었다.
“왜 그래?”
“너…… 강화는 일반적인 방법에 안 들어가는 거 몰랐냐?”
“뭔 소리야? 강화 일반적인 방법에 들어가잖아.”
“그건 1이고! 2에서는 안 들어가! 강화 실패하면 파괴된다고!”
“!!!!”
태현은 정말 오랜만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실수로 실패했으면 그대로 박살 났을 게 분명했다.
+7이 되자 활활 타오르는 고대의 망치. 이 망치가 갑자기 매우 소중하게 느껴졌다.
태현은 얌전하게 망치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뒤로 쓰러졌다.
강화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