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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1화 (31/1,826)

§ 나는 될놈이다 31화

경쾌하게 울리는 망치 소리.

쓰는 스킬은 <수리>와 <날카롭게 갈기>였다.

최상윤은 긴장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태현이 아무리 대단했다지만 그건 1에서 이야기였고, 지금 2에서는 레벨도 낮았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레벨이 낮고 스킬 레벨이 낮으면 어쩔 수가 없었다.

“옛다.”

“야! 던지지 마!”

마치 거지한테 동전 던지듯이 던지는 태현!

“어차피 망가지지도 않는데 뭘…….”

최상윤은 인상을 쓰며 아이템을 확인했다.

‘망가지기만 해봐라. 구박이란 구박은 다…… 어?’

하얀 서리의 곡도:

내구력 225/225, 공격력 90

스킬 ‘눈보라’ 사용 가능, 스킬 ‘빙결’ 사용 가능, 공격 시 빙결 데미지 추가.

레벨 제한 75. 힘 제한 45. 민첩 제한 150.

대장장이가 칼을 만들고 숙련된 마법사가 서리의 결정을 안에 집어넣은 마법검. 예술적으로도 뛰어난 가치를 가진 명검이다.

-신의 축복을 받은 대장장이가 만졌습니다. 추가 효과가 부여됩니다. 공격력 +65%, 치명타율 +15%, 행운 +50.

-공격 시 신성력 데미지가 들어갑니다.

‘?!?!?!’

랭커인 최상윤도 처음 보는 효과들!

“이, 이게 뭐야?”

“봤냐?”

의기양양. 순식간에 거만해진 태현.

그러나 최상윤은 그런 것도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놀란 상태였다.

최상윤은 계속 질문을 쏟아냈다.

“신의 축복에 신성력이라니? 너 신 관련 직업 얻었냐? 사제? 성기사?”

“다 아니야. 화신이다.”

신 그 자체.

화신!

“화신? 처음 듣는데, 잠깐만, 그 정도면…… 영웅 직업도 화신은 없는데……?”

“전설 직업이야.”

“!!!!”

전직을 안 하겠다고 한 친구가 어느새 전설 직업이 되어 있었다.

* * *

“전직 안 한다는 놈이 전설 직업은 어떻게 얻은 거야? 대단하다!”

“얻으려고 한 게 아니야. 이 자식아. 행운 찍다 보니 강제로 전직됐어.”

“강제로 전직됐다고???”

최상윤은 어이가 없어서 입을 벌렸다.

“전직 퀘스트나 그런 건?”

“없어. 있었으면 진작 거절했겠지.”

최상윤이 보기에, 태현은 충분히 그럴 놈이었다.

전설 직업이든 뭐든 마음에 안 들면 거절할 수 있는 놈!

“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전직하기 싫어하는 놈한테 전설 직업이 가냐! 차라리 나한테 주지!”

“너도 나처럼 키우지 그랬냐.”

“누가 그렇게 키워!”

전직도 안 하고 행운만 올리는 미친 육성법.

토끼발이 아니었다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육성법이었다.

레벨이 300~400은 될 때까지 전직하지 않고 행운을 올려야 간신히 가능한 수준!

“이야…… 진짜 대단하다. 역시 될 놈은 뭘 해도 되네.”

태현은 손을 내밀었다. 최상윤은 그걸 보고 살짝 뭉클했다.

-우리 같이, 판타지 온라인 2의 최고가 되자!

이런 뜻 아니겠는가.

최상윤은 태현의 손을 붙잡았다.

“뭐하냐?”

“……악수하자는 거 아니었어?”

“돈 내놓으라고. 이 자식아. 공짜로 받을 생각이었어? 나 대장장이 스킬 올리려면 돈 필요해. 돈 내놔.”

“…….”

친구라고 봐주는 건 없다!

“돈도 많으면서…….”

“난 현질 안 하잖아.”

최상윤은 투덜거리면서 골드를 꺼냈다.

태현에게 돈을 주는 건 사실 아깝지 않았다. 둘의 우정은 골드로 흔들리기에는 너무 단단했다.

애초에 여기 왔을 때부터 도와주려고 온 거였으니까.

그렇지만 상대가 달라고 하니까 뭔가 주기가 싫은 게 사람 마음.

“너, 내가 만져주는 걸 고맙게 여겨라. 원래 이 정도 성능이면 돈 주고서도 기회를 못 받아요.”

태현의 말은 맞는 말이었다.

현재 고렙 대장장이들은 돈이 있어도 아이템을 맡길 수 없었다.

대부분 길드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길드 소속 대장장이는 보통 길드원들의 아이템만 만졌다.

길드에 들어가 있지 않은 대장장이는 적었고, 그나마 있는 사람들도 예약이 꽉 차 있었다.

그러니 뛰어난 고렙 대장장이는 언제나 귀한 인재였다.

“야. 나도 나름 랭커로 도와주러 온 건데…….”

“시끄럽고. 다음 장비나 내놔.”

쭉쭉 오르는 대장장이 스킬!

태현은 신이 나서 최상윤의 장비를 모두 만졌다.

성능을 본 최상윤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진짜 쩔긴 쩌네. 날카롭게 갈기 맞지? 이거 일시적인 효과기는 해도 성능이 너무 좋다. 어지간한 사제 버프는 뺨칠 정도야.”

이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사람들이 태현에게 달려와서 줄을 설 것이다.

이 정도로 버프가 된다면 어느 파티든 데려갈 테니까.

“그래. 그래서 네 도움이 필요해.”

“응?”

“내가 원래 이걸로 돈을 벌 생각이었거든? 좌판 깔고.”

레벨 낮은 대장장이들이 많이 하는 짓이었다.

도시 광장에서 앉아서 광고를 하는 것이다.

-무기 손봐드립니다!

-방어구 수리해 드려요!

레벨 낮은 대장장이들이 잘못 만지면 아이템도 페널티를 받지만, 저레벨 플레이어들은 크게 상관이 없었다.

금세 레벨이 오르고 아이템이 바뀌니까.

그리고 정말 좋은 아이템을 갖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저런 대장장이들에게 맡기지 않았다.

“근데 이거 했다가는 바로 길드부터 시작해서 몰려와서 귀찮게 할 거 같더라고.”

“당연히 그렇겠지. 요즘 대장장이들이 얼마나 귀한데.”

“그래서 널 얼굴로 쓸 생각이야.”

“응?”

“넌 레벨도 높고 너 좋아하는 추종자들도 많다며?”

연락만 하면 목숨을 바칠 플레이어들이 수두룩!

“그런데?”

“네가 아는 대장장이가 있다고 자랑 좀 해. 그래서 누가 맡기면 나한테 주는 거지.”

귀찮은 건 모두 최상윤이 하라는 뜻.

“야! 나한테 몰려올 거 아냐!”

“너 시치미 떼는 거 잘하잖아. 해줄 거지?”

“에이, 진짜…….”

최상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날카롭게 갈기나 녹 없애기는 좀 애매하지 않냐? 이건 즉석에서 써야 하는 버프 스킬이잖아.”

시간제한이 있어서 싸우기 전에 써야 가장 좋은 스킬.

그게 바로 두 스킬이었다.

“그렇지. 수리로만 때우기도 애매하고. 그래서 대장장이 기술 스킬도 올려서 제작도 배우고, 강화도 좀 올려야 해. 근데 강화야 지금은 나보다 잘하는 놈들이 많을 테니까…… +7 넘어서 맡기려면 이름이 좀 있어야 하지 않나? 모르는 대장장이한테 강화를 맡기지는 않을 거 아냐.”

“뭐?”

“뭐가?”

“+7?”

“강화에서 깨지는 거 기준 +7 아냐?”

아이템을 한 번 강화하면 아이템 이름 뒤에 +1이 붙었다.

그걸 다시 성공시키면 +2, +3…….

그리고 +7까지.

+7에서 +8을 시도할 때, 실패하면 아이템이 파괴될 수 있었다.

판타지 온라인 1에서는 이 7이 마의 숫자였다.

강화하느냐, 마느냐!

수많은 플레이어가 이 7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강화를 시도했다가 눈물을 흘렸다.

아무리 뛰어난 대장장이라도 결국 한 번은 강화를 실패할 때가 왔다.

그리고 태현도 마찬가지였다.

‘생각만 해도 속이 쓰리네.’

“그건 판타지 온라인 1 기준이고. 2는 달라.”

“어? 그래?”

“몰랐냐? 강화 기준 엄청 올랐다. +2 기준이야.”

“?!”

+2에서부터 강화 실패 시 아이템이 파괴될 수 있다니.

“잠깐…… 그러면 경험치도 바뀌었나? 원래는 +7에서부터 강화 스킬 경험치가 들어왔잖아.”

판타지 온라인 1이 악랄한 점이 바로 여기였다.

+1, +2, +3 같이 강화 실패 시 페널티가 없는 강화는 아무리 해봤자 강화 스킬 경험치가 별로 오르지 않는 것이다.

강화 스킬 레벨을 올리려면 +7 이상 강화를 해야 했다.

그리고 +7부터는 아이템 파괴가 가능한 구간!

저렙 아이템을 +7로 만든다고 해도 강화석과 재료를 모으고 성공하고 실패하는 과정을 생각한다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판타지 온라인 1에서 대장장이는 다 길드에 들어가 있었다.

혼자서 노가다로 다 재료를 모은 태현이 별종인 것!

“어. 내가 알기로는 +2에서부터 강화 스킬 경험치 들어올 거야.”

“대장장이 키우기 좋겠는데?”

판타지 온라인 1에서 대장장이가 강화 스킬을 올리려면 +7 이상의 아이템들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판타지 온라인 2에서는 +2 이상의 아이템만 있으면 됐다.

강화하는 사람 입장에서야 +2부터 깨질 수 있으니 조마조마하겠지만, 대장장이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아니. 지금 강화 쪽 대장장이는 진짜 숫자가 적어. 아예 처음부터 길드에서 밀어주고 키우는 거 아니면 거의 없는 수준이야.”

“……?”

“아이템 파괴 확률도 대폭 늘어났거든. 너 진짜 게시판 하나도 안 보는구나?”

“뻘글이 너무 많아서…….”

공략을 쓰면 썼지 공략은 안 보는 타입!

“게시판 봤으면 바로 알았을 텐데. +2에서부터도 아이템 파괴 확률이 너무 늘어나서, 강화 스킬 레벨 올리기 빡세다더라. 덕분에 강화 아이템도 잘 안 보이고.”

“아, 그래서…….”

태현은 최은철과 김병국을 떠올렸다.

둘을 죽이고서 얻은 아이템들. ‘근성의 벨트’나 ‘마탑의 화염석 지팡이’ 같은 건 +1이나 +2 강화가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돈이 없어서 +1이나 +2 강화만 했나보다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아니었다.

+2가 한계였던 것이다.

더 했다가는 파괴 가능.

‘이야…… 개발진이 악랄하네.’

어지간한 아이템은 겁나서 강화도 제대로 못 할 만한 수준이었다.

사실 이건 인공지능이 알아서 밸런스를 조절한 것이었지만, 플레이어들에게 언제나 욕의 대상은 개발진들!

‘내 행운으로 커버가 되려나?’

태현은 생각에 잠겼다. 그의 행운이 엄청 높기는 했다.

그러나 강화는 만만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낮은 확률이 판타지 온라인 2에서는 더 낮아졌다고 하면…….

행운으로도 안심할 수 없었다. 우기기 스킬이 있긴 하지만, 우기기는 실패한 걸 한 번 다시 굴리게 해주는 것이었다.

1%를 다시 굴려봤자 1%!

낮은 확률에 걸어봤자 크게 의미가 없었다.

‘이건 한 번 해봐야 알겠네.’

태현은 인벤토리를 뒤적거렸다.

강화할 만한 아이템이 뭐가 있을까?

‘아. 이거 아직 안 열었군.’

구렌달에게서 받은 세트 아이템. 새내기 대장장이를 위한 도구 세트.

포장된 물건이었고 열면 안에 든 아이템들이 나오는 형태였다.

태현은 구렌달 밑에서 배울 때 쓰던 망치가 있어서 아직 열지 않은 상태.

‘지금 열어야겠다.’

새삼스레 느껴지는 스승의 은혜!

보통 이런 세트 아이템은 여러 가지 아이템들이 같이 나왔다.

망치 말고도 모루나 끌 같은 건 스킬을 쓸 때 성능을 올려줬고, 그게 아니더라도 대장장이 전용 벨트나 팔찌 같은 것도 나올 수 있었다.

[새내기 대장장이를 위한 도구 세트를 열었습니다.]

[랜덤으로 아이템이 결정됩니다.]

[고대의 망치가 나왔습니다.]

“……끝?”

알람창은 단 하나!

고대의 망치라는 아이템뿐이었다.

대장장이 세트를 기대한 태현에게는 당황스러운 결과.

“아니…… 왜?”

어지간히 운이 없지 않고서는 이런 세트 아이템에서 하나만 나오는 일은 없었다.

게다가 태현은 행운을 엄청 올린 사람.

더 많이 나오면 나왔지 왜 1개?

‘아이템 확인.’

고대의 망치 겉모습은 평범했다. 길쭉한 손잡이 끝에 묵직한 부분이 달려 있는 형태.

명품이라는 느낌은 전혀 오지 않았다.

고대의 망치:

내구력 ∞/∞. 공격력 ?

착용 시 대장장이 계열 스킬 사용 가능, 대장장이 계열 스킬 레벨 상승.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파괴되지 않음. 공격력은 대장장이 기술 스킬로 결정됨.

고대의 대장장이가 쓰던 물건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고대의 물건이 지금보다 좋을 리는 없지 않은가?

“…….”

설명을 읽던 태현은 울컥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고대의 물건이 지금보다 좋을 리는 없지 않은가?

‘누구 놀리냐?’

한마디로 꽝이라는 소리!

그러나 태현은 한 가지를 놓치고 있었다.

그의 행운은 아이템 결정에도 영향을 줬다.

그리고 태현은 꽝을 뽑고 싶어도 이제 더 이상 뽑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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