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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창이 달라졌다-14화 (14/277)

14화

'젠장. 이럴 줄 알았어.'

그들은 지금 막 오크들과 사투를 끝낸 참이었다.

'사냥 못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 말이 맞다.

이미 파티의 평균 레벨은 20을 넘어섰다.

게다가 숫자도 아홉 명이나 되는 이상 일곱 마리의 오크를 사냥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게다가 최현서는 마법 플레이어들 중 드물기로 유명한 힐러였다.

이런 조건으로 오크 7마리를 못 잡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크 사냥이 쉬웠다는 건 아니다.

"내가 뭐랬어요!"

최현서가 파티원들을 향해 언성을 높였다.

"아오! 알았다고! 알았어! 한강민 씨 말 잘 들을 테니까... 젠장.."

결국 그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크는 강했다.

서쪽에 나타나던 몬스터들이 그리워질 정도로.

그럴수록 강민의 실력이 부각되는 건 당연한 이야기.

'미친 여기에서 혼자 사냥할 생각을 했다고? 그게 말이 돼?"

그들로서는 상식 밖의 행동이다.

그만큼 오크 일곱 마리는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그들의 괴력은 무지막지했다.

괴력뿐인가.

가죽은 어찌나 두꺼운지 웬만한 공격은 맨몸으로 받아 내고 달려들기 일쑤였다.

'그나마 최현서 씨가 힐러라서 다행이었지...'

주강현은 빠르게 파티원들의 상태를 살폈다.

'게다가 다른 두 분도 꽤 훌륭해.'

이혁준과 최기훈 역시도 그들에 비해 레벨은 낮을지언정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

"허억.. 허억... 다들 무사한 거지?"

"괜찮아!"

"부상자는?"

주강현은 파티원들의 상태를 살폈다.

"두 명. 그런데 깊은 부상은 아니에요."

"됐어, 그럼."

파티원들은 재빨리 부상자를 수습했다.

최현서의 치유 마법과 마을에서 챙겨 온 물약을 먹으며 체력을 빠르게 회복시켰다.

주강현은 파티원들을 돌아봤다.

"자, 어떻게 할래? 더 들어가 볼까?"

하지만 그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분명 동쪽으로 간다고 해도 6층을 돌파는 할 수 있으리라.

지금 그들의 레벨은 충분히 높았고 합도 잘 맞았으니까.

다만, 굳이 그럴 이유는 없다는 게 문제다.

"아냐. 잘못 생각했어."

오크는 강하지만 그렇다고 서쪽에 등장하는 몬스터에 비해 경험치를 월등히 많이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굳이 그런 모험을 감수하여 오크들을 사냥할 이유는 없었다.

"다들 동의하는 거야?"

주강현이 다시 물었다.

파티원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흥! 거 봐요. 내가 뭐랬어요."

최현서는 다시 한번 뾰로퉁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거, 참... 알겠다니까요. 미안합니다."

파티원들도 최현서의 말에 어떤 말로도 대꾸할 수 없었다.

오크에게 크게 혼쭐이 나고서야 진즉 강민의 말을 들을 걸, 하며 후회하고 있는 중이니까.

"우선 오크들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게 좋겠어. 그리고 다들 지쳤을 테니 잠시 휴식한다."

주강현의 말에 모두가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다시 서쪽으로 향했다.

20분 정도를 걸은 뒤에 주강현이 멈췄다.

"내가 올 때 봤는데, 이쪽 부근에서 몬스터가 거의 없었어. 여기에서 잠깐 쉬도록 하자."

"흐아..."

"아오..."

"끄으.."

파티원들이 바닥에 철퍼덕 엉덩이를 깔고 앉으며 신음을 토해냈다.

"전투식량 다들 챙겨 왔지?"

"당연하지."

"으... 이거 더럽게 맛없던데."

"어쩌겠어. 굶을 수는 없잖아."

"흐으... 고기 먹고 싶다, 고기."

"고기 같은 소리 하네. 전투식량이나 잘 분배해서 먹어. 배고프다고 막 처먹지 말고."

주강현은 마을에서 구입한 전투식량을 한 입 베어 물며 말했다.

그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다.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는 퍽퍽한 음식을 먹으며 미소를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투식량은 말 그대로 오직 생존을 위한 식량일 뿐.

그 역시도 고기의 쫄깃함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나저나... 강민 씨는 대체 어떤 사람인 거지.'

주강현이 생각했다.

강민에 대해서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그 역시도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는 노릇.

오크가 얼마나 강한지는 이미 체험했다.

'...하긴. 세상은 넓고 괴물은 많은 법이니까.'

그의 생각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탑에서 다른 생각을 할 틈 따위는 없다.

그는 애초에 강민이 죽었으리라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대단한 사람이야."

전투식량을 한입 크게 씹어 삼키며 인상을 팍 찌푸렸다.

"10분 더 쉬고 다시 갈 거니까 푹 쉬어 놔."

파티원들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능력 포식 슬롯이라니.

지금 내가 가진 포식 포인트는 1만 포인트 하고 20포인트였다.

그렇다는 건 슬롯을 개방하면 고작 20포인트가 남는다는 뜻.

만약 1만 포인트를 투자해서 슬롯을 개방했는데 쓸모없는 능력이라면 엄청난 포인트 낭비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잖아.'

S급 능력이다.

1만 포인트가 싼 가격이면 싸겠지, 비쌀 이유는 없다.

"개방한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그와 함께 1만 포인트가 사라졌다.

[능력 포식 슬롯을 개방했습니다.]

[능력 포식 슬롯 : 1개]

>상대의 능력을 한 가지 포식 할 수 있음

>종족 제한 : 없음

미치겠네.

어처구니가 없다.

1만 포인트라고?

고작 1만 포인트?

말도 안 된다.

이런 사기적인 능력을 고작 1만 포인트에 판매한다니.

"버그가 아니고서야..."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종족 제한이 없다는 걸로 봐서는 몬스터에게서도 능력을 포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보스 몬스터도 마찬가지겠지.

그리고 사람에게도 역시.

더 이상 말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다른 존재의 스킬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건데 말이다.

나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짜릿했다.

전율이 흐른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힘이 내게 생겨났다는 사실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침착하자.

흥분하면 안 된다.

나는 심호흡했다.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기회는 한 번.'

슬롯은 고작 한 개가 열렸을 뿐이다.

신이 난다고 당장 아무 능력이나 포식할 수는 없다는 뜻.

'기회를 봐서 내게 꼭 필요한 능력을 포식해야 한다. 절대 성급해서는 안 돼.'

엄청난 기회다.

이 기회를 결코 낭비해서는 안 된다.

나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첫 번째라고 했으면, 분명 두 번째 세 번째도 있을 거다. 아마 가격은 더 비싸질 거고.'

확실하진 않지만 충분히 가능한 추측이다.

'이러면.. 레벨도 등한시할 수 없겠어.'

분명 20레벨이 되며 포식 슬롯이 개방됐다.

그렇다면 다음 조건 역시 레벨일 가능성이 컸으니까.

'만족스러워. 아니, 만족스러운 정도가 아니지. 더할 나위 없다.'

검을 들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우선 오크들이 가진 능력을 살펴보자.'

마침 오크들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훈제 냄새 때문이다.

안 그래도 그동안 오크들이 냄새를 맡고 나를 알아서 찾아와 주고 있었다.

이건 사실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지만, 덕분에 오크를 찾아 돌아다니는 수고는 덜 수 있었다.

오크를 바라 본 순간 놈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들이 떠오른다.

[두꺼운 피부 – C]

>피부가 두꺼워 지며 방어력 소량 상승

[식탐 – F]

>어떤 음식이든 게걸스럽게 먹을 수 있게 된다.

[내 무기는 도끼 – D]

>도끼류의 무기 사용 시 공격력 증가

딱히 쓸만한 건 없다.

그나마 두꺼운 피부가 눈에 들어오긴 했지만 하나밖에 없는 슬롯을 투자할 정도는 아니다.

'어차피 칼에 한 번 찔리면 골로 가는 건 오크나 나나 마찬가지야.'

중요한 건 안 맞고 한 대 더 때리는 거다.

피부 조금 두꺼워져 봐야 생존에 크게 영향은 끼치지 못할 테니까.

'볼 거 없어.'

나는 미련 없이 오크들을 처치했다.

어느새 힘은 65에 가까워졌다.

이제 곧 내가 목표했던 70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

'이제 슬슬 원 킬 사냥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제 오크의 가슴이나 배를 공격해도 충분히 검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백 퍼센트는 아니지만 열 마리 중 일곱, 여덟 마리 정도는 한 번에 보내 줄 정도는 된다.

'앞으로 다섯 개. 대충 30마리 정도만 사냥하면 충분할 거야.'

지금 내 위치는 6층에서 대략 3/4지점.

'다른 플레이어들은 얼마나 걸리려나.'

어쩌면 먼저 7층으로 향하는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9명이 모여서 서쪽 루트를 향해 쭉 돌파만 했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것도 못 하면... 머저리들이고.'

나는 잘 구워진 오크 고기를 아공간 안에 집어넣었다.

이제는 여기에 더 머무를 필요는 없다.

남은 1/4구간을 돌파하다 보면 대충 힘이 70까지 오를 테니까.

'이 정도면 앞으로 10층까지는 아무런 어려움도 없이 돌파할 수 있다.'

식량도, 이클립스도, 그리고 스탯도 넘쳐난다.

적어도 10층까지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것처럼 돌파해 낼 수 있을 거다.

'보스 몬스터가 괜찮은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만약 보스 몬스터가 쓸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바로 포식해 버릴 예정이다.

10층에서 또 한 번의 히든피스가 기다리고 있다.

거기에서 새로운 능력을 하나 더 얻고 포식까지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테니까.

나는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놈들은 아직인가. 슬슬 나타날 때가 되긴 했는데 말이지.'

진정한 먹잇감들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취에에엑!"

풀썩

오크가 쓰러졌다.

[힘 0.11을 포식했습니다.]

그리고 방금 포식한 힘으로 인해서 내 힘은 막 70을 넘어선 참이었다.

[상태창]

>이름: 한강민

>레벨 : 20

>스탯

-육체

힘 : 71.73

민첩성 : 47.98

체력 : 48.03

-정신

마력 : 5

>능력

1. 포식자 (S)

2. 뇌전검 (S)

3. [포식 슬롯 - EMPTY]

포식 포인트 – 1960p

이게 현재 나의 상태창이다.

아름답다.

정말이지 아름다운 상태창이다.

오크들 중에서 간혹 체력과 민첩성이 높은 녀석들이 있었는지 민첩과 체력도 아주 조금 올랐다.

'이제 슬슬 레벨이 다른 플레이어들과 벌어지겠지.'

앞으로 레벨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탑에 얼마나 오래 머무르며 많은 몬스터를 사냥하느냐다.

물론 같은 시간대비 사냥할 수 있는 몬스터의 양은 내가 압도적이겠지만.

'절대량으로 따지면 내가 한참이나 부족할 수밖에 없지.'

그렇다고 하여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나는 동레벨에 비해 말도 안 되는 스탯 수치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데 문제가 있다.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머저리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7층으로 향하는 입구에 도착하지 못했다.

"후.."

덕분에 머저리들이 올 때까지 스탯 노가다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힘 0.1를 포식했습니다.]

[힘 0.06을 포식했습니다.]

[힘 0.07을 포식했습니다.]

.

.

.

[포식 포인트 34을 획득했습니다.]

[포식 포인트 42을 획득했습니다.]

계속해서 쌓여가는 스탯과 포식 포인트들.

'스탯은 높으면 높을수록 좋으니까.'

이렇게나마 나를 위로하며 입구 앞에서 30분 조금 넘게 오크를 사냥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허억.. 허억..."

저쪽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도착한 모양이다.

나는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집었다..

배는 고프지 않지만 보란 듯이 입에 넣고 씹었다.

파직

나는 불을 껐다.

그 순간.

"헐...."

나를 본 파티원들의 눈이 커진다.

그들은 나를 향해 다가왔다.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빨리 도착한 거예요?"

파티원 한 명이 내게 묻는다.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돌아봤고.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몸을 움찔하며 떨었다.

"어이가 없군."

내가 한마디 뱉어냈다.

저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대체 뭐 하다 이제 온 겁니까?"

"...아니..."

아무 말도 없다.

할 말이 없겠지.

그때 리더가 앞으로 나섰다.

"미안합니다. 잠시 소동이 있어서요."

소동이라.

굳이 묻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저들이 머저리라는 걸 알아냈으니 길게 캐묻고 싶지도 않다.

"어쩔 수 없죠. 빨리 올라갑시다."

이들에 대한 기대치를 조금 낮춰야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파티원 한 명이 나를 바라봤다.

"근데.. 혹시 뭐 드세요..?"

"고기 먹습니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몸을 돌렸다.

뒤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나는 그들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더 떠들어라. 그래야 고기의 가치가 올라갈 테니까.'

내 모습을 보며 뒤에서는 비명소리마저 들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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