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131화 (132/178)

나 혼자 올 마스터#131

턱-

“도착했군.”

“여기가 진짜 명계인가?”

“그렇다고 할 수 있자. 저 문만 넘으면 그때부터는 진짜 명계다.”

“....여기서부터가 진짜라는거군.”

스틱스 강을 넘어, 망자들의 손길까지 뿌리친 강혁을 태운 배는 어느새 강 끝에 정박했다.

배에서 내리는 강혁을 바라보며 카론은 그에게 한 가지 조언을 건넸다.

“문지기를 조심해라.”

“문지기?”

“그래, 명계와 입구를 가르는 가장 큰 이유. 바로 문지기가 지키고 있는 문이다. 당연히 문지기는 평범하지 않지.”

“문지기가 누구인지는 안 가르쳐 주나?”

“....위험하다는 것만 알아둬라.”

마지막 말은 조용히 짓누르며 무시한 카론은 다시금 노를 저으며 원래 있던 자리를 향해 나아갔다.

그런 카론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강혁은 이내 고개를 돌려 진짜 명계가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저게 문지기인가 본데.”

-확실히 내가 알고 있는 문지기의 생김새와 무척이나 흡사하군.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뱃사공의 말처럼 저놈이 정말 내가 아는 놈이라면 마냥 무시할만한 존재는 아닐 거다.

얼마나 걸었을까?

커다란 문앞에 도달한 강혁은 카론이 말했던 문지기를 볼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문지기를 본 분노는 자신의 기억을 토대로 문지기에 대한 경고를 강혁에게 보냈다.

그런 경고에 강혁은 문지기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 머리 셋 강아지가 문지기인 걸로도 모자라 위험하다고? 장난하는 건 아니지?”

-그럴 리가. 분명 저 강아지 놈은 우습지만 우습게 대해선 안 된다.

머리 세 개의 강아지.

그것이 명계와 입구를 가르는 거대한 문을 지키는 문지기의 정체였다.

붉은 기가 감도는 털을 한 조그마한 강아지가 문지기인 걸로도 모자라 위험하다고 말할 정도라는 사실에 강혁이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로 되묻자 분노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놈의 본 모습은 따로 있다. 저건 그저 명계에 방문한 이를 방심시키기 위한 모습일 뿐. 긴장해라.

“네가 거기까지 얘기한다면 뭔가 있어도 단단히 있는 거겠지. 알았다. 어차피 나도 외형만 보고 누군가를 방심할 시기는 한참이나 지났으니까.”

척-

분노의 계속된 조언에 결국 강혁도 고개를 끄덕이며 경계심을 드높혔다.

‘빈말은 하지 않는 녀석이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분명 저 귀엽게만 생긴 강아지에게도 두려울만한 면모가 있다는 거지.’

그리고 강혁이 긴장을 끌어올리는 순간 머리 셋의 강아지에게도 이변이 일어났다.

자신의 겉모습에 속지 않는 강혁의 모습에 더 이상 가짜 모습을 취할 이유가 사라진 까닭이었다.

-크워어어어!

“....저게 방금까지 그 깜찍했던 강아지 맞지?”

-그래, 그러니까 말하지 않았느냐. 저놈의 겉모습에 속지 말라고.

빌딩만큼 거대해진 덩치는 물론이고 부드러워 보이던 털은 억세기 그지 없는 직모로 변해버린 모습.

거기에 앙증 맞던 세 머리는 집채만한 머리통으로 변모했으며 콧김을 내쉴 때마다 불길이 일렁이는 모습은 결코 귀엽지 않았다.

나아가 서서히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명계의 파수꾼, 케로베로스의 모습에 강혁은 살짝 식은땀을 흘리며 자세를 다잡았다.

“강아지야 어디 한번 놀아줄까?”

-크헝헝헝!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센 포효와 함께 케로베로스가 강혁을 향해 짓쳐들었다.

*콰직-

케르베로스가 딛고 있던 땅이 섬뜩한 소리와 함께 박살이 나며 주위로 비산했다.

박살이 난 파편들이 정확하게 강혁을 향해 쇄도하는 순간, 강혁의 몸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날아드는 파편들을 쳐부쉈다.

콰가가각-

수십 개의 파편을 박살낸 뒤, 강혁의 신형이 곧바로 케르베로스를 향해 움직였다.

파앙-

어느새 등 뒤에 돋아난 신성력과 마기의 날개가 돌풍을 불러 일으킴과 동시에 순식간에 강혁의 몸을 케르베로스의 앞으로 데리고 왔다.

“후읍-”

-....켕?

순식간에 자신의 앞에 도달한 강혁의 모습에 케르베로스가 새된 비명을 내질렀지만 숨을 들이마신 강혁에겐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폭파(爆破).”

마기와 신성력.

섞일 수 없는 상반된 힘.

그것을 섞어서 터뜨리는 ‘폭(爆)’에서 나아가 ‘파(破)’를 합친 새로운 기술.

폭파(爆破).

깨뜨리고 터뜨린다는 의미답게 내지른 주먹에 담긴 신성력과 마기가 뒤섞여 회색이 되었을 때.

쿠웅-!

-....켕!!!

케르베로스의 내부에서 신성력과 마기를 뒤섞은 무언가가 터져나갔다.

내부에서부터 시작된 폭발은 케르베로스의 전신으로 퍼져나가는 건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었다.

두쿵- 두쿵- 두쿵-

팔다리, 이윽고 세 개의 머리통으로 퍼져나가는 회색의 기운의 파동.

그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달하여 다시금 폭발했다.

전신에서 부풀어 오르는 폭발의 흔적을 바라보면서도 강혁은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명계의 문지기, 파수꾼이 고작해야 저거 가지고 죽진 않겠지.’

죽지 않을 걸 생각해서 최대 출력으로 날린 공격이지만 그럼에도 강혁은 케르베로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나리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러했고.

-크헝헝헝!

자신이 공격 받았다는 사실 자체에 분노하여 내지르는 포효가 입구 주변을 휩쓸었다.

비단 포효가 아니라 힘이 담긴 포효는 평범한 이라면 가볍게 휩쓸어 먼지로 만들어버렸을 사운드 웨이브와 같은 공격과도 같았다.

물론.

콰드드득-

그런 사운드 웨이브를 정면에서 받아내고도 강혁의 신체는 멀쩡했다.

오우거의 질긴 가죽을 베이스로 다양한 몬스터의 가죽들을 섞어 피부를 덮고, 트롤의 피를 베이스로 회복력을 높힘과 동시에 근육들을 수십 번씩 꼬아 강철보다 단단하게 만든 덕분이었다.

뭐, 결과적으로 마지막에 더해진 신룡체가 가장 큰 방어막으로서의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이지만.

결과적으로 사운드 웨이브를 가볍게 막아낸 강혁의 모습에 케르베로스는 당황하면서도 입을 쩍 벌리며 재차 공격을 감행했다.

-크워어어!

사운드 웨이브의 느낌이 담긴 포효가 아닌 평범한(?) 포효와 함께 쩍 벌어진 3개의 아가리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염 브레스가 강혁을 노리고 뿜어져왔다.

‘이정도면 드래곤이랑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는데? 아니, 브레스만 놓고 보면 드래곤보다 위다. 당연한 건가. 한 차원의 입구를 지키는 파수꾼이 드래곤보다 못한 게 이상한 일이긴 하지.’

명계의 입구.

저 문 너머로 존재하는 것은 분명 명계일 것이고 여태까지 죽었던 이들의 영혼이 자리 잡은 세상일 게 분명한 상황.

당연히 평범한 존재를 문지기로 세워놓지는 않았을 터였다.

평범한(?) 드래곤보다야 강한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일 터.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강혁은 곧장 몸을 곧추 세우곤 놈을 향해 포탄처럼 날아들었다.

“어디 네 몸이 더 단단할지 내 몸이 더 단단할지 시험해보자.”

쾅-!

말을 마치기 무섭게 포탄처럼 날아든 강혁의 전신이 드릴처럼 케르베로스의 몸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드릴의 날은 마기와 신성력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겉에는 사기가 둘러져 놈의 가죽과 털을 부패시켰다.

콰드득-

-크워어어!

부식된 가죽과 털은 더 이상 방어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이내 놈의 내부로까지 파고들자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한 그의 울음 소리가 울려퍼졌다.

어쩌면 스틱스 강의 끝까지 울려퍼졌을지 모르는 그의 울음 소리에도 불구하고 강혁의 드릴질은 멈추지 않았다.

“내 드릴은 네놈 몸뚱아리를 뚫어버릴 드릴이다!”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전진에 전진을 거듭하는 강혁의 몸은 어느새 하나의 드릴처럼 변해 있었고, 그런 강혁이 전신을 헤집는 고통은 그 어떤 것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함을 지니고 있었다.

-....크헝!

투쾅-!

하지만 케르베로스도 마냥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자신의 내부를 마구잡이로 휘젓고 다니는 강혁의 위치를 파악, 그곳의 근육에 힘을 주어 강혁을 몸 밖으로 튕겨낸 케로베로스는 허공을 나는 강혁을 향해 쇄도했다.

쩌억-!

집채만한 아가리를 벌린 케르베로스의 거대한 입이 강혁을 씹어삼킬 것처럼 강혁에게 다가왔다.

자신을 먹어치울 톱날과도 같은 이빨이 빼곡한 케르베로스를 바라보며 강혁은 씨익 웃었다.

“알아서 아가리도 벌려주고 나야 고맙지.”

키이잉-

그런 강혁의 손에는 어느새 마기와 신성력이 응축된 거대한 공이 하나 들려 있었고, 입을 쩍 벌린 아가리 속으로 그 공을 던져 넣은 강혁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딱!

청아한 딱- 소리가 명계 입구를 가득 채움과 동시에.

퍼어어엉!

케르베로스의 거대한 전신이 불룩- 하고 부풀어올랐다 이윽고 사그라 들었다.

폭발로 인한 부풀어짐과 순식간에 쪼그라드는 놈의 신체를 본 강혁은 부드럽게 바닥에 내려앉았다.

타닥-

이미 한 차례 케로베로스가 박찬 바닥이 멀쩡할 리는 없었지만 강혁의 신체 능력 하나 만큼은 발군이었기에 무리 없이 내려앉은 강혁은 쓰러진 케로베로스를 향해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척-

“....이거 내가 열 수는 있나?”

-있는 힘껏 밀어 봐라. 그럼 어떻게든 열리지 않겠어?

“진짜 대책 없네.”

-너를 닮은 거다.

“....”

본전도 못 찾은 강혁은 결국 케르베로스보다도 훨씬 커다란 문 앞에 서게 되었고, 이내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문을 밀기 시작했다.

그그그그-

그런 강혁의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듯 서서히 열리는 문의 모습은 가히 장엄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물론 문을 여느라 온 정신을 문에다가 때려박은 강혁으로선 그런 장엄한 모습을 보기란 힘들었지만.

쿠웅-

그래도 그런 강혁의 노력이 있었기에 사람 한 명 정도는 간신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틈새가 생겨났고, 그제서야 강혁은 힘을 풀고 참아왔던 숨을 토해냈다.

“푸후....이거 진짜 문 밀다가 요단강 건널 뻔 했네.”

-너 방금 건너온 강이 요단강이다 이 멍청한 놈아.

“아....그건 그렇네.”

스틱스 강.

한국으로 치면 저승의 강인 요단강과 다르지 않았으니 분노의 핀잔이 옳았다.

그 사실에 머쓱함을 감추지 못한 강혁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무안함을 드러냈다.

무안함과 머쓱함도 잠시 기껏 연 문 앞에서 오래 시간을 보낼 생각이 없던 강혁은 곧바로 문 너머로 들어섰다.

“....허, 이건 또 뭐야?”

그리고 문 너머에 들어선 강혁은 자신의 눈 안에 들어온 광경을 보곤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회색 일색의 세상.

그렇지만 분명 여타 다른 도시나 나라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이게 명계라고? 그냥 회색으로 이루어진 특색 있는 도시 같은데?’

평범한 도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모습에 강혁은 혼란에 빠졌다.

마치 자신이 문을 넘어서는 순간 하데스가 힘을 써 자신을 다른 차원의 나라로 보낸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보일 정도.

하지만 그 의문은 얼마 가지 않아 사그라 들었다.

“....명계 맞구나.”

-명계가 명계지. 그럼 뭔 줄 알았냐?

“아니다, 됐다. 세나나 찾아서 빨리 돌아가자고.”

도시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도시의 주민들 몸이 하나 같이 반투명한 상태인 걸로도 모자라 죽을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모습에 강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도시 속으로 숨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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