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118화 (119/178)

나 혼자 올 마스터 #118

‘....이 자식 뭐 이렇게 강해?’

탐욕의 생각이었다.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강한 강혁이라는 존재에 그는 진정으로 놀라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생각하던 강혁의 강함은 아직 그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

그렇기에 올 마스터의 앞에서 되도 않는 객기를 부린 것이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강혁의 강함은 이미 탐욕으로서는 넘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고.

그는 부러지기보단 굽히는 걸 택했다.

‘그래도 한 차원을 내 발 아래에 넣을 수 있다니 이 정도면 남는 장사지.’

어차피 동의할 때까지 두드려 맞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순순히 강혁은 그와 거래를 했다.

신격을 이룬 이는 내뱉은 말조차도 확고하게 지켜야만 한다.

그걸 잘 아는 탐욕이기에 희희낙락해하며 미소를 머금을 때, 강혁의 입이 열렸다.

“네 능력은 뭐지?”

이왕 얻은 칠죄.

그냥 내버려 둘 생각은 1도 없는 강혁이었다.

*[탐욕]

모든 걸 탐하는 탐욕의 마기를 다룰 수 있습니다.

탐욕의 마기는 그 무엇이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성질을 지녔습니다.

마기에 닿은 이들에 한하여 상태 이상 : 제어를 부여합니다.

‘좋은데?’

탐욕의 설명창을 읽고난 뒤의 짧은 감상평.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건 거의 신이 그 아랫 존재들을 짓누를 때와 비슷한 능력이다.’

얼마 전, 템플러와 악마 숭배자들을 손 하나 까닥하지 않고 짓눌러버렸을 때와 같은 종류의 힘.

다만 같지만 달랐다.

과거에는 오로지 ‘격’으로 찍어누른 것이라면 지금은 그저 마기만 다루는 것으로 그와 비슷한 일을 벌일 수 있다는 얘기였으니까.

‘오히려 이게 더 좋아. 격으로 찍어누를 수 없는 존재가 나타난다면 차라리 탐욕을 사용하는 편이 맞겠지.’

격은 올리기도 어렵고, 조금만 비등해지거나 조금만 차이나는 정도로는 제대로 된 억압을 할 수 없다.

그런데 탐욕은 기운만 많다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으며 많이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그 억제하는 정도가 강해진다.

더불어 강혁이 가진 기운의 양은 지구 제일이라고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딱 나를 위한 능력이야. 최근엔 기운의 양이 많아져서 쓸데도 별로 없었는데 잘 됐지.’

너무 많은 기운은 사용하는 데에도 애를 먹는다.

그렇다고 해서 소 잡는데 용 잡는 칼을 쓸 수는 없듯이 언제나 남아 도는 기운에 걱정하던 찰나였는데 강혁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넘쳐나는 기운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무엇보다 탐욕의 능력은 죽이는 것보다 제압에 의의를 뒀기에 꼭 살려야하지만 전투로는 생포할 수 없는 수준의 적을 맞닥뜨렸을 때, 큰 의미가 있었다.

“큰 수확이야.”

-당연하지. 이걸로 너는 7개의 칠죄와 칠선을 얻었다. 완연한 신격을 갖췄다는 얘기다!

“전에도 신격을 얻었는데.”

-그거랑 다르다. 7개의 신격이 모여서 너라는 하나의 신격을 떠받친다. 솥을 바치는 다리처럼 말이지.

“....그 말은?”

-6개일 때에는 불안정하던 균형이 완전해졌다. 이제 너는 주신급만 아니라면 그 어떤 신과도 대적할 수 있겠지. 설령 얼마 전에 만난 아레스를 본체로 만나더라도 유의미한 승부를 펼칠 수 있을 거다. 흐하하핫!

정말로 기쁜 건지 웃음마저 터뜨리며 낄낄대는 분노의 목소리를 들으며 강혁은 자신의 내부를 관조했다.

‘....정말이군.’

몸 속에 안에 피어난 작은 신격은 순식간에 그 크기가 불어나 있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주먹만 해진 상황.

더군다나 거기서 멈춘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커져가고 있었으니 분노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닌 셈.

아니.

‘정말로 해볼만 할 지도.’

아레스와의 일전은 너무나도 끔찍한 기억으로 강혁에게 각인 되었다.

항거할 수 없는 괴력과 능력.

부딪치고 부딪쳐도 부숴지지 않는 거벽이 마치 그러한 느낌일 터.

결과적으로 강혁은 승리했지만 완벽한 승리라고 볼 수는 없었다.

적어도 그가 생각하기엔 그랬다.

‘색욕의 도움이 없이 이길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란 말이지.’

한 템포 벌어준 색욕의 도움.

그것이 매우 크게 작용했음을 강혁은 잘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떨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제 자신은 그 아레스와 정면 대결을 펼치고도 멀쩡할 수 있을 거라는 얘기였으니까.

“그럼 돌아가자. 갈 데도 있으니 시간을 끌 필요는 없겠지.”

-갈 데? 어디로 말이냐?

갈 데라는 말에 분노는 곧바로 의문을 드러냈다.

강혁이 갈 곳이 딱히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분노의 의문에도 불구하고 강혁은 그저 씨익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그런데가 있어.”

그리고 이내 강혁의 모습은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사라졌다.

*똑똑-

-누구냐.

“나다. 문 열어.”

-젠장, 이제는 아주 자기 집 안방인 줄 아는 군. 들어와!

짜증이 가득 어린 남성의 목소리.

그렇지만 대답과 함께 열리는 현관문에 강혁은 미소를 머금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이군.”

“오랜만이지. 한국에서 벌인 깽판은 잘 봤다. 대체 누구길래 그렇게 심하게 싸운 거야?”

현관을 지나 도착한 거실에서는 평범한 미국인이 맥주 캔을 들고 서 있었다.

하지만 그 맥주 캔을 들고 있는 미국인의 정체를 안다면 그 누구도 그를 평범하다고 폄하하지는 못할 터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신이었어, 알케미. 이제 이해가 돼?”

“푸훕! 크....다 흘렸군. 만약 농담이라면 재미 없을 줄 알아.”

알케미.

미국 전체의 부를 벌어들인다고도 불리는 연금술사의 신.

그가 바로 강혁과 독대하고 있는 평범한(?) 미국인이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들고 마시던 맥주를 잘못 마시곤 켁켁거리며 강혁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내가 언제 거짓말을 하는 걸 본 적이 있나?”

“....하긴 그건 없긴 하지. 그러면 진짜로 부산인가 하는 곳에 나타나서 한바탕한 존재가 신이라고?”

“정확하게는 화신이지.”

“그래도 그것도 신이잖아.”

“그것도 맞는 말이고.”

“....미친, 벌써 내 계획이 성공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마른 세수를 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알케미의 모습에 강혁은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네 계획은 조금 미뤄야 할 것 같은데.”

“....뭐? 지금 계약을 어그러뜨리자는 거냐?”

분노.

분명 강혁의 강함이라면 자신을 손가락 하나로 짓눌러 죽일 수 있음에도 알케미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강혁은 씁쓸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런 의미가 아니다. 내가 갑자기 계약을 깰 이유가 뭐가 있겠어?”

“....그럼 뭐지?”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거다. 고작해야 화신. 진짜 신도 아닌 녀석의 시체를 가지고 정말 완벽한 물건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건 아니지....”

그제야 자신의 계획에 있는 허점을 알게 된 알케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완벽한 물건을 만드려면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자신의 아내를 되살리는 데에 필요한 건 프로토타입 따위가 아닌 완성품 그 자체여야만 하는 건 당연한 일.

“그러니 지금은 네 아내를 되살리는 것보단 내 일신의 성장을 먼저 꾀하는 게 맞지 않겠어?”

“....듣고 보니 그렇군.”

이어진 강혁의 말에 수긍하던 알케미는 반쯤 없어진 맥주캔을 찌그러뜨리며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다 왔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급박해진 모양이다.”

한 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이의 사과에 강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우리 사이에 사과는 너무 갔고, 물건만 잘 만들어주면 돼.”

“그래, 그게 제작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사과겠지. 물건은?”

“여기 있다.”

자신이 먹어 치웠던 아레스의 시체를 토해낸 강혁은 동그란 구 하나만 덩그러니 남은 걸 보고 신기해했다.

“신기하군.”

“....네가 먹어치우고 그러면 난 뭐라고 답해야 하지?”

“큼, 내가 먹을 땐 저런 모양이 아니었거든.”

헛기침을 하며 무안함을 감추지 못한 강혁의 모습에 알케미는 됐다는 듯이 손사래는 치곤 동그란 구를 살폈다.

“....확실히 신의 사체가 맞긴 하군. 미약하지만 놈들의 힘이 느껴져.”

“그래? 물건은 확실하다는 얘긴가.”

“이 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물건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좋아, 그럼 부탁하도록 하지.”

“맡겨둬라.”

아레스의 화신체를 바탕으로 탄생할 현자의 돌은 분명 프로토타입일 게 뻔하다.

본래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프로토타입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혁은 들뜨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난 더 강해질 수 있다.’

여느 헌터들이 그렇듯 더 강해지는 것에 목 마른 강혁에게 현자의 돌은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가 될 터였다.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은데 그동안 뭘 할 생각이지? 다른 신의 사냥이라도 나갈 생각인가?”

“설마. 애초에 신이 찾는다고 찾아지는 놈들도 아니고 그럴 순 없지.”

“....그럼?”

“지상에 뿌리를 박은 거목부터 잘라내야지. 양분을 빨아먹고 기생하는 놈들. 그놈들은 더 이상 지구인이라고 부르기엔 뭐하잖아?”

“누군지 알 것 같은데 맞춰도 되나?”

농을 던지듯 낄낄대는 알케미의 모습에 강혁은 고개를 내저으며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럴 필요는 없어. 교단과 악마교. 놈들을 부숴버린다.”

“이런 출제가 문제와 정답을 동시에 말하는 경우가 세상에 어디 있나?”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앞으로 네 손이 중요할 거다. 더 많은 신들의 사체를 네 앞에 가져다 줄 테니 넌 완벽한 현자의 돌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라.”

“....물론이지, 브로.”

씨익 웃으며 주먹을 내미는 알케미의 주먹에 자신의 주먹을 맞닿게하며 환하게 웃어보인 강혁은 이윽고 모습을 감추었다.

“....신출귀몰하기는. 그럼 나도 작업이나 시작해볼까.”

자신의 아내를 되찾는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알케미는 기쁜 마음으로 자신의 지하 공방으로 내려갔다.

*알케미와의 만남 직후 한국으로 돌아온 강혁은 어느새 올 마스터 길드 건물로 돌아온 자신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몇 시간 만에 다시 만난 자신의 친구들을 바라보며 폭탄을 떨구었다.

“우리 교단과 악마교를 친다.”

“....점점 산으로 가는 것 같은데. 놈들의 본거지를 치겠다고? 그놈들 세력이 얼마나 강한지는 알고 있지?”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말하는 루카스 폴른의 말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교단과 악마교가 가지고 있는 전력은 어마어마했다.

강혁으로서는 감히 제단할 수 없을 정도로.

하지만 강혁은 개의치 않았다.

“내가 더 쎄.”

자신이 더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에서 자신보다 강한 이는 없고, 그건 드러나지 않은 강자들을 합치더라도 마찬가지.

신격을 이루는 순간 알게 된 정보였기에 틀릴 리가 없었고, 강혁은 자신의 강함을 맹신했다.

“그러니 우리는 지구에 뿌리를 박고 지구인인척 지구를 좀 먹는 기생충들을 처단한다.”

독불장군.

자신이 원하는 바를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강혁의 모습과 똑닮은 단어를 모두가 떠올리는 순간.

“그럼 출발하지.”

강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단과 악마교.

두 곳을 지구상에서 지우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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