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 #117
자신의 팔을 잘라다 검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한 뒤, 세계 일주를 마친 강혁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다른 이들이 미국에 있는 걸 감안하면 무척이나 빠른 귀환인 셈.
하지만 강혁은 자신의 그런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분노, 다음 목표는?”
-거의 다 나왔다, 그러니 보채지 말고 기다려라.
분노를 재촉하며 다음 칠죄나 칠선을 찾는 데에 주력했다.
‘다른 종족들을 매개로 불화를 만드려고 한 것만 보아도 녀석들이 슬슬 우리를 위험 분자로 생각하고 있음이 드러난 셈이지. 그러니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강해져야만 한다.’
신과 악마.
그들이 슬슬 자신들을 위험 분자로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번 종족 이주는 바로 그 판단에 의거한 선택일 터.
앞으로 그들의 본격적인 공세를 이겨내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이 강혁의 생각이었다.
“현재 남은 건 8개.”
강혁이 보유 중인 칠죄와 칠선은 총 6개다.
분노, 인내, 색욕, 순결, 식욕, 절제.
분명 많다고 할 수 있는 수이지만 강혁은 만족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하는 편이 옳으리라.
‘앞으로 상대해야 할 적들은 화신체에 근접한 놈들이거나 그 이상의 존재들이겠지. 6개론 부족하다. 적어도 몇 개는 더 얻어야 해.’
마음 속에서 걱정이라는 단어가 무럭무럭 자라는 걸 느끼고 있던 강혁이기에 이를 악물며 앞으로 방안을 모색할 때쯤.
-찾았다.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칠죄, 칠선 탐지기 분노의 목소리에 강혁은 반색했다.
분노의 탐지는 언제나 옳았고, 그 끝에는 언제나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칠죄나 칠선이 존재했으니까.
그렇기에 강혁은 이어진 분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진짜 거기라고?”
-그래, 빨리 가봐라. 그놈 성격이 괴팍하다 못해서 썩어 문드러진 놈이니 어쩌면 네놈에게 그리 살갑게 대하진 않을 거다.
“....일단 가라니까 가겠는데 있긴 한 거지?”
-의심하지 마라. 믿으면 복이 온다고 그랬다.
“....그런 말하니까 더 믿음이 가지 않는데.”
투덜대면서도 강혁은 분노의 말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내 창문을 열고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자신에게 주어진 목적지가 있는 곳을 향해서.
*에베레스트.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많은 등반가들의 목표가 되었던 바로 그 산.
그 산의 정상에 한 사람이 나부끼는 옷을 붙잡으며 이를 갈았다.
“진짜 여기 있긴 한 거 맞아?”
-네놈들 느꼈으면서 트집 잡지 말고 빨리 찾기나 해라!
“젠장, 마나로 이뤄진 눈폭풍 속에서 어떻게 찾냐고!”
에베레스트.
그곳은 더 이상 예전의 평범한(?) 산이 아니었다.
해발고도 수천 미터가 넘는 만큼 예전에도 평범한 산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더더욱 아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에베레스트의 정상 부근에서 몰아치는 눈폭풍에 담긴 매서운 마나.
그것은 등반가들을 갈갈이 찢어놓기에 모자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강혁조차도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거센 눈폭풍에 이를 갈고 있을 정도이니 말 다하지 않았는가?
물론.
“여길 싹 다 날려버릴 수도 없고!”
눈폭풍을 박살내버리는 것쯤이야 강혁에게 어려운 일은 아니나 에베레스트 정상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칠죄를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직접 몸을 움직이고, 마나로 이루어진 눈폭풍 때문에 가려진 기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수작업.
그걸 능가하는 어마어마한 일의 양에 강혁이 욕설을 내뱉고 있을 때.
“....어? 설마 저건가?”
눈폭풍 속에서 느껴지는 하나의 기척을 느낀 강혁의 두 눈이 반짝였다.
아무것도 없는 것이 정상인 눈폭풍 속에서 느껴지는 하나의 기척.
누가 뭐래도 답은 정해져 있는 것과 다르지 않았기에 강혁은 반색하며 눈폭풍을 헤집으며 나아갔다.
그런 강혁의 노력을 가상하게 여긴 것인지 강혁의 눈앞에는 동굴 하나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맞군.
이어진 분노의 말을 통해 자신의 기감이 옳았음을 확신한 강혁은 곧바로 발걸음을 내디뎌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동굴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강혁은 딱딱하게 얼굴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이게 다 뭐야?”
-쯧, 역시 괴약한 취미로군.
동굴 입구부터 가득한 금은보화들.
돈에 초탈한 강혁의 눈길마저도 사로잡을 정도로 동굴 안의 금은보화는 어마어마했다.
가히 산이라고 부르기 모자람이 없을 정도인 양에 강혁이 혀를 내두를 때.
분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절대 손 대지 마라. 놈은 자신의 것에 손 대는 걸 가장 싫어하니까.
“....그럼 왜 이렇게 여보라는 듯이 꺼내놓은 건데?”
-그래서 말하지 않았느냐? 놈의 악취미라고.
“....쯧, 알겠어. 안 건드리면 되잖아?”
무슨 요술이라도 걸려 있는 건지 자연스레 금은보화로 뻗던 손을 부여잡으며 강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금은보화들에겐 시선조차 주지 않고 시커먼 무저갱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뚜벅뚜벅-
“....왜 이렇게 넓어?”
에베레스트 정상에 있는 동굴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동굴의 크기에 강혁은 혀를 내둘렀다.
벌써 수십 분.
어쩌면 몇 시간 동안 걸었음에도 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금은보화들은 더욱 많아지고, 더욱 화려해졌다.
어마어마한 인내력과 자제력을 지닌 강혁조차도 이따금 저도 모르게 손을 뻗을 정도로.
“....큭, 무슨 마물도 아니고 금은보화 따위가.”
-놈의 능력이다. 현혹 되지 마라.
“이미 잘 참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대체 어떤 죄악을 담당하기에 이토록 요사스러운 기운을 뿜어내는 지에 대해서 짙은 고민을 하며 강혁은 다시금 발걸음을 내딛었다.
-도착했군.
바로 그때, 분노의 목소리가 강혁의 귓가를 후려치고 강혁은 우뚝 자리에 멈춰섰다.
거대한 공동.
분명 들어올 때 보았던 입구를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공동에 강혁은 입을 쩍 벌리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게 가능해?”
-칠죄는 본디 신의 일부이면서 신에 다다른 존재들. 불가능할 것도 없지. 네놈도 알지 않느냐? 신의 힘에 대해서 말이야.
“그건 그렇긴 하지.”
신격을 얻은 강혁이기에 신들이 다루는 전지전능에도 어느 정도 닿아 있었다.
그런 그이니 만큼 강혁은 에베레스트 산 꼭대기에 있는 동굴과 그 안에 동굴보다 큰 공동이 있다고 한들 이상하지 않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다만 그저 놀랐을 뿐이다.
여태까지 만난 칠죄들은 이토록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을 보이진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강혁의 말에 분노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부정했다.
-아직 안 나온 놈들 중에는 이보다 더한 놈도 있다.
“....이것보다 더? 대체 얼마나 미친 놈인 거야?”
에베레스트 정상에 자신만의 공동을 만들고 그 안을 금은보화로 채워 놓은 이보다 더한 이가 있다는 말에 강혁은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이어진 누군가의 목소리는 강혁의 얼굴을 굳히고 경계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안녕? 네가 올 마스터구나?”
어린 아이의 목소리 같은데 청량함.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묵직함은 노인을 연상케하는 기묘한 목소리.
그 사실에 강혁은 놀라지 않았다.
칠죄와 칠선은 오랫동안 존재한 이들.
그들이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든 노인의 모습을 하든 그들은 그저 칠죄고 칠선이었다.
“넌 누구지?”
그걸 잘 아는 강혁이기에 뭇 당당한 목소리로 정체를 물었고.
공동에 마련된 커다란 왕좌에 걸터 앉아 있던 이가 입을 열었다.
“재밌네. 내 이름은 탐욕. 세상에 모든 걸 가져도 더 많은 걸 가지고 싶으허나는 존재. 그런 의미에서 말이야, 난 너를 가지고 싶은데....어때? 내 컬렉션의 일부가 되는 것은?”
어린 아이의 말로 시작해서 매혹적인 여성의 목소리로 끝이 나는 이.
탐욕의 목소리에 강혁은 이를 악물었다.
색욕과 비슷하지만 엄연하게 다른 존재라는 걸 알아챈 것이다.
-나랑 쟤랑 비교하다니 자기 너무해~
‘조용히 해, 신경 거슬리게 하지 말고.’
머릿속을 웅웅 울려대는 색욕의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강혁은 탐욕을 향해 한 발자국 발을 내딛었다.
“난 누군가의 소유물이 되기보단 소유하는 걸 더 좋아해서.”“아쉽네, 그럼 죽여서라도 보관하는 수밖에.”
싱긋 웃으며 섬뜩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녀석의 말에 강혁은 곧바로 뒤로 몸을 날렸다.
콰과과광-!
공동에서 강혁이 서 있던 자리에 폭발이 일어남과 동시에 강력한 기운이 주변으로 터져나간다.
당연하게도 그 기운이 노리는 대상은 강혁이었고, 자신을 노리고 날아드는 강력한 기운들의 모습에 강혁은 이를 갈며 자리를 벗어났다.
쿵쿵쿵!
하지만 자리를 벗어나도,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피해 봐도 녀석의 기운은 강혁을 따라서 계속해서 움직였다.
결국 강혁은 선택을 해야 했고, 그 선택에 따라 몸을 움직였다.
“그냥 말로 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넌 좀 맞자.”
쾅-!
공동의 바닥이 박살이 날 정도로 강력한 힘이 담긴 각력이 작렬함과 동시에 강혁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이윽고, 왕좌에 앉아 있는 탐욕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강혁이 이를 드러내며 주먹을 내질렀다.
“일단 한 대.”
빡!
나른함과 즐거움이 담겨 있던 얼굴에 강혁의 온 힘이 담긴 주먹이 꽂힌다.
쿠당탕-
당연하게도 바닥을 나뒹구는 탐욕의 모습과 동시에 강혁은 다시금 달려들어 주먹을 내질렀다.
“좋게 좋게 가려고 해도 왜 들어 먹질 않아.”
신격.
좋다.
신격을 지닌 이는 강하며, 탐욕은 분명 신격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는 존재.
신이라고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는 존재가 바로 그였다.
하지만.
“나도 신이야, 이 자식아.”
강혁도 이제는 신이라고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었으며, 탐욕과 같은 존재인 칠죄와 칠선 중에서 무려 여섯이나 지닌 존재.
강혁이 탐욕에게 밀려야 할 이유는 하등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몰아치는 강혁의 귓가에 탐욕의 목소리가 꽂혔다.
“자....잠깐!”
“뭐.”
“말로 하지.”
처음부터 갖겠다고 말하다 이제는 말로 하자고 하자는 탐욕의 모습에 강혁이 그를 어처구니 없이 바라보자 탐욕은 부루퉁한 얼굴로 강혁을 바라보며 대꾸했다.
“너를 가지면 편이 가장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네게 대가를 받고 네 것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아서 하는 거다.”
“....그래서 뭘 가지고 싶은 건데?”
어차피 탐욕을 지니려면 그의 동의는 필수.
때린다고 해서 될 거였으면 만나자마자 주먹부터 날렸을 거다.
하지만 그렇지 않기에 대화로 하려고 했고, 그것이 무산 되었기에 주먹을 날린 것.
그렇기에 강혁은 잠자코 탐욕이 바라는 것에 대해서 물었고.
그는 우물쭈물하다 이내 강혁을 바라보았다.
“기각.”
자신을 바라보는 탐욕의 시선에 깃든 탐욕을 느낀 강혁이 다시금 팔을 걷어 붙이는 순간.
탐욕이 손사래를 치며 소리쳤다.
“세상! 세상 하나를 내게 줘!”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네가 정말 신과 악마들을 쳐죽이고 절대신이 된다면 그때. 그때 세상 하나 정도는 줄 수 있잖아!”
지금이 아닌 미래에 대가를 받겠다는 그의 말에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졌던 강혁은 이내 씨익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환영한다.”
대가를 지불하는 건 현재의 자신이 아닌 미래의 자신이라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