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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올 마스터-80화 (81/178)

나 혼자 올 마스터 #80

“처음 보는 생명체인데....혹시 몬스터인가?”

“몬스터는 몬스터지.”

“그런데 분명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분명....협회의 창고에서....”

“오, 거기 갔으면 봤긴 하겠네. 이거 드래곤 알이거든.”

“....!!! 이런 미친 놈이 드래곤을 내 집에 들여? 꺼져라. 빨리 그 미친 생명체를 데리고 내 집에서 나가!”

자신을 향해 아빠라고 부르는 드래곤에 이은 알 깨고 부화한 녀석이 드래곤이라는 사실에 기겁하는 알케미의 모습에 강혁은 심각한 얼굴로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분명 드래곤을 축소시키면 딱 저런 모습이 될 것 같은 새끼의 모습에 자신의 생각이 옳았음은 확신했지만 왜 그가 자신에게 아빠라고 부르는 지는 알 수 없었다.

꼬물꼬물-

갓 태어나서 꼬물대는 손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꽉 잡은 상태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녀석의 모습에 강혁은 손으로 이마를 덮으며 한숨을 토해냈다.

“그런데 녀석이 너를 잘 따르는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아빠랜다.”

“....뭐?”

“나보고 아빠라고 그랬다고. 텔레파시로.”

“....허, 너 하다하다 이제는 드래곤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

“개소리하지 말고 뭐 닦을 거라도 가져와.”

“그러지.”

히히덕거리며 멀어지는 알케미의 모습에 한숨을 토해낸 강혁은 아직까지도 자신의 손을 붙잡고 키득대는 새끼 드래곤의 머리통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내가 왜 네 아빠야? 앞길 창창한 사람 앞길 막을 일 있어?”

반쯤 재미 삼아 던진 말이었지만 이어진 녀석의 대답에 강혁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아빠한테서 아빠랑 비슷한 냄새가 나! 그러니까 아빠는 아빠야!

“....하, 그것 때문이었어?”

드래곤의 부모는 당연히 드래곤이다.

그리고 새끼 드래곤의 말에 강혁은 자신의 신체 : 반룡체가 지금 이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확신했다.

냄새.

드래곤 또한 동물과 비슷하다.

그것도 종의 정점에 선 동물.

당연히 기타 다른 감각들이 크게 발달했을 수밖에 없고, 후각 또한 마찬가지.

즉, 녀석은 자신의 부모의 냄새를 맡고 기억하여 그걸 반룡체를 지닌 강혁에게 부모를 투영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제야 사건의 전말을 눈치챈 강혁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이러면 죽이기 너무 미안한데.’

알에서 태어난 새끼가 처음 본 존재, 나아가 냄새마저 비슷한 이를 부모라고 인식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터였다.

자신을 부모라고 생각하는 존재를 자신의 손으로 죽인다?

그것도 그의 심장을 취하기 위해서?

‘그건 좀 그런데....’

아무리 강해지기 위해서 모든 걸 다하는 강혁이었지만 그건 오로지 본인에게 해당되는 일이었다.

-고롱....고로롱....

어느새 손을 꼬옥 붙잡고 눈을 감고 고롱대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무언가 알 수 없는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그냥 키울까? 귀엽긴 한데.’

저게 정말 지상 최강의 생명체인 드래곤이 맞는지가 의심이 될 정도로 녀석은 귀여웠다.

그리고 키운다고 해서 내게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더더욱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옛다.”

“고마워.”

스윽- 슥슥-

알케미가 던진 수건을 낚아채 드래곤의 몸을 수건으로 슥슥 닦아주며 나는 고민에 빠졌다.

앞으로 녀석에 대한 처우에 대해서 말이다.

때마침 내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알케미가 질문을 던져왔다.

“녀석은 어떻게 할 거냐? 죽일 거냐?”

“....그게 고민이네. 원래는 저 녀석을 죽이고 녀석의 심장을 취할 생각이었거든.”

“끔찍한 놈. 자기를 아빠라고 부르는 새끼를 죽이고 심장을 취하려고 하다니. 악마들도 그러진 않을 거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 악마도 실직 위기라는 말이 돌던데 정말인 것 같군.”

“....입가에 맺힌 웃음기나 빼고 말하지 그래?”

“이런, 실수.”

실실 웃으며 농담을 던지는 알케미의 한 달 전과 달리 유들유들해진 모습에 강혁은 한숨을 토해내며 아직도 잠에 빠진 드래곤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졌다.

깊은 생각에 빠진 강혁의 모습에 알케미는 턱을 괴고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든 생각에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저 꼬맹이를 죽이고 심장을 취하려고 했다고? 왜지?”

“이유는 간단해. 내가 몸이 지금 이런 상태거든.”

촤르르륵-

궁즘을 드러내는 알케미의 모습에 강혁은 자신의 팔뚝 위로 드래곤 스케일을 만들어보이며 이유를 설명했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몸을 보여주는 편이 더 낫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강혁의 생각을 제대로 먹혔다.

“....이거 드래곤 스케일이지?”

“한 눈에 알아보네. 창고를 갔다와서 그런가?”

“사실 제대로 보진 않았어. 워낙 커다랐다보니 그저 눈에 들어왔을 뿐이지. 창고에 현자의 돌을 만들 때 필요한 재료가 있을까 뒤지기 바빴거든.”

“아무튼 이게 지금 완벽한 상태가 아니야. 가장 중요한 부품이 빠져서 그걸 구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지.”

“....그게 드래곤 하트로군.”

“맞아, 그래서 드래곤의 알을 구했을 때 저 녀석의 배를 갈라 드래곤 하트를 빼내려고 했었지. 했었는데....”

“막상 까보니 저 상태인 거로군. 설마 네 몸 상태 때문에 녀석이 너를 부모로 아는 건가?”

“....”

“....정답이군, 정말 대단해. 그런 몸뚱이를 지닌 것도 신기한데 그런 몸뚱이 때문에 드래곤이 부모로 인식하다니.”

짝짝-

박수까지 쳐가면서 자신을 놀려대는 알케미의 모습에 강혁이 인상을 찌푸리며 무어라고 말하려고 할 때.

알케미가 박수를 치다 말고 의아한 얼굴로 강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왜 굳이 녀석의 배를 가르려고 하는 거지?”

“....뭐? 다른 대체재가 없으니까 그러는 거 아니야. 안 그래도 새끼 드래곤의 심장으로도 제대로 인식이 되는지도 미지수인데 짜증나게 굴지 마.”

“헌터 협회.”

“....? 갑자기 그게 무슨 뜬금 없는 소리....”

“거기에 1급 창고에 드래곤 하트가 있다. 그것도 성체의 것으로. 완벽한 보관 상태를 자랑하니 문제도 없을 거고. 그걸 달라고 하면 되잖아?”

“....그게 진짜 있었다고?”

드래곤이 퇴치된 지도 몇 년이나 지난 만큼 드래곤 하트가 사라졌거나 이미 사용되었을 수도 있었으며 애초에 1급 창고에 드래곤 하트가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았던 상황.

그런데 이미 한 번 1급 창고를 다녀온 것으로 추정되는 알케미의 폭탄 발언에 강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내가 1급 창고에 들어갈 수 있을까?”

만약 정말 1급 창고에 드래곤 하트가 있으며 그걸 가져올 수만 있다면 차후 중요한 전력이 될 새끼 드래곤을 죽일 이유 따윈 없다.

그렇기에 강혁이 살짝 격양된 목소리로 되묻자 알케미는 피식 웃으면서 테이블 위에 놓인 메모지에 무언가를 적어나갔다.

“일본, 중국, 미국, 루마니아, 엘릭서....”

“....갑자기 뭘 적는 거야?”

“여태까지 네가 이룬 업적들을 말한 거다. 일본에서 발생한 특이한 상황을 네가 처리했지.”

“하지만 그건 미즈키 페이가 한 걸로 알려져 있....”

“그러면 미즈키 페이에게 연락해. 드래곤 하트를 가져야겠으니 도와달라고.”

“....좋아, 그럼 다음은?”

“그랜드 캐니언에서 협회의 중심인 미국의 국민들을 지켰고, 루마니아에서는 뱀파이어들에게 함락될 뻔 했던 도시와 나라를 지켜냈지. 거기에 미국 다음가는 입김을 지닌 중국 땅에서도 네 도움이 있었었지?”

“그래, 전부 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마지막 엘릭서는 뭔데?”

“내가 지원해주지. 엘릭서 몇 병까지 더해지면 협회 녀석들도 1급 창고 개방을 하지 않고는 못 배길 거다. 거기 상층부 녀석들이 내게 엘릭서를 달라고 하루가 멀다하고 연락을 하는데 몇 병? 아마 녀석들이 좋아라하며 달려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다. 어차피 그 안의 물건들은 그들에게 별 필요가 없으니까.”

“....그 말은?”

“지금 당장 협회에 전화 때려. 네가 여태까지 해온 일들에 대한 대가를 받으러 가겠다고. 원래 대가란 남이 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야. 네가 직접 대가를 취해야 하는 법이지.”

손을 훠이훠이 내저으며 전화나 하러 가라는 알케미의 말에 강혁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전화기를 꺼내들곤 테라스로 향했다.

후다닥 멀어져가는 강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알케미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곤히 잠든 새끼 드래곤의 볼을 쿡쿡 찌르며 중얼거렸다.

“네 아빠가 널 살리기 위해서 아주 죽어라 뛰어다니는구나. 나중에 너 나 잊으면 안 된다?”

-뀨잉....

잠 드는데 건드리지 말라는 녀석의 뀨잉거림에 알케미는 피식 웃으며 술병을 향해 손을 뻗다 이내 우뚝 멈춰섰다.

그리곤 식탁 위에 놓여진 자신의 연인의 사진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강혁과 함께 보낸 한 달은 죽어가던 알케미마저 바꿔놓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강혁이 협회를 향해 선전포고(?) 날린 이후, 며칠이나 지났을까?

-협회로 오시면 합당한 보상 지급하겠습니다.

협회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 강혁에게 보상 지급에 대한 말을 꺼냈다.

당연하게도 비단 강혁 본인의 노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미즈키 페이, 올 마스터 강혁이 한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협회에서 지급해야만 한다고 주장.]

[발터 밀란, 새로운 신성을 위한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어줄 터. 그에 따른 합당한 보상이 있지 않으면 엇나갈 가능성이 크다.]

[한수연, 새롭게 생기게 된 길드는 오롯이 올 마스터 강혁의 의지를 잇기 위해서 설립된 곳. 마땅한 대가 없이는 사람도 헌터도 움직이지 않는다. 협회는 인류를 저버리려고 하는 건지 의심 된다.]

[루카스 폴른, 앞으로 올 마스터 강혁이 해 줄 수많은 일들을 생각하면 1급 창고의 개방 정도는 해야할 터. 1급 창고가 무엇이냐고? 그건 올 마스터 강혁 같은 이들을 위해 준비된 협회의 보물 창고다.]

[니아 아리엘, 나는 올 마스터 강혁에게 패배했다. 하지만 거기서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고, 다시금 그에게 도전할 생각이다. 그렇기에 협회는 그를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만 할 것이다. 내 손에 그가 병원 신세를 지는 모습이 보기 싫다면.]

현 최강의 10인 중 과반이 넘는 이들이 강혁을 위해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 가장 컸다.

그중에서 병상에 있는 루터 할론과 강혁에게 원한이 있는 승태, 마지막으로 원래부터 속세에 별 관심이 없는 검성 장 진을 생각하면 거의 모든 이들이 강혁을 위해 손을 들어준 것.

덕분에 고작 며칠만에 협회는 창고 개방이라는 카드를 쓸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뒷돈으로 들어간 엘릭서가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했다는 것 또한 빠질 수 없으리라.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럼 바로 가시죠.”

그렇게 많은 이들의 도움을 통해 1급 창고의 문 앞에 도착하게 된 강혁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곤 1급 창고 내부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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