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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올 마스터-68화 (69/178)

나 혼자 올 마스터 #68

콰르르르-

마치 욕조의 물이 배수구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격랑의 파도가 고성 내부에 몰아쳤다.

물론 여기서 물은 신성력이었지만 말이다.

파도가 연상될 정도로 많으며, 그 질이 높은 신성력의 파도 앞에 헌터들의 시체를 뜯어 먹던 뱀파이어들은 재조차 남기지 못하고 스러져갔다.

그와 반대로 여기저기 뜯어 먹힌 헌터들의 시체는 제 모습을 되찾았다.

“....후우, 빡세긴 하네.”

-내가 하지 말랬지? 넌 진짜 죽으려고 작정을 했냐? 너한테 얹혀 사는 우리 입장은 생각도 안하지?

“그럼 어쩌라고? 지금 이 몸 상태로 뱀파이어, 그것도 마족을 상대하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하지?”

-....다른 녀석들을 기다리면 되지 않느냐.

평소 눈이 돌아가 ‘전투! 싸움!’을 울부짖던 분노마저도 지금 상황이 그리 좋지 못함을 알고 꼬리를 말았을 정도이니 말 다했지 않은가?

하지만 강혁은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딛을 때마다 전신이 욱씬거리는 통증을 느끼면서도 한계 초월을 해제하지 않았다.

‘어차피 물을 엎질러졌고, 주사위는 던져졌어. 너도 알잖아.’

-그러니까 더 그러는 거다! 멍청한 녀석아!

한계 초월을 사용한 이상 지금 해제하더라도 어차피 페널티는 들어온다.

즉, 이제 와서 해제해봤자 두 사람을 돕긴커녕 오히려 짐이 되는 최악의 상황이 될 터.

그걸 모르지 않은 강혁은 입을 앙다무는 것으로 고통을 참아내며 고성의 내부를 걸었다.

저 멀리 돌무더기에 처박혀 있는 뱀파이어 백작을 향해서.

“일단 사냥부터.”

헌터 이강혁.

그가 사냥의 시작을 알렸다.

*콰르르르-

돌무더기가 무너져 내리며 블라드의 몸 이곳 저곳에 부딪치며 가벼운 잔상처들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상처 따위는 개의치 않고 자신의 가슴팍에 틀어박힌 신성력 창을 바라보았다.

마치 신을 죽였다는 창 롱기누스처럼 가슴 주변을 시커멓게 태우며 밝은 빛을 토해내는 창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이 정도의 상처는 오랜만인데.”

뱀파이어 백작.

그 강함 자체는 그렇게 강하지 않지만 ‘마족’이라는 종족값이 추가로 붙게 되며 그는 일반적인 뱀파이어들을 발 아래에 둘 정도로 강해졌다.

이름 높은 뱀파이어 공작마저 힘으로는 그의 앞에서 뻗대지 못할 정도였으니 말 다하지 않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강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뱀파이어라는 종족 자체를 탄생시킨 뱀파이어 시조.

역사상 최강의 뱀파이어라는 그를 뛰어넘기 위해서 말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그는 멈추지 않았다.

강해지기 위해서 수단 또한 가리지 않았다.

종국에는 수백 마리의 뱀파이어들을 거느리고 수많은 인간들의 피를 착취하며 힘을 불리고 있을 때, 신과 악마들에게 덜미를 잡힌 것이 그의 패착이었다.

‘....그 뒤로 힘의 증강이 줄었지. 다시 생각하니 짜증나는군.’

목에 개목줄이 채워지고, 신과 악마들의 명령에 따라 그들의 이름이 드러나지 않게끔 문제들을 처리해왔다.

그런 지루한 삶은 계속해서 반복되었고, 수천 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며칠 전 그는 자신과 비슷한 신세였던 아크 리치를 만났다.

‘한낱 필멸자 따위의 밑으로 들어갔다고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코웃음을 쳤는데 지금 보니 한낱 필멸자 따위가 아니었군.’

자신에게로 천천히 다가오며 8익의 날개를 펄럭이는 강혁의 모습은 자신에게 개목줄을 채운 신과 같은 고강함과 신성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만약....아주 만약에 저 필멸자의 밑으로 들어간 아크 리치처럼 자신 또한 저 자의 밑으로 들어가 개목줄을 끊어내고 다시 한번 목표를 향해 달려나갈 수 있게 된다면....

찌릿-

거기까지 생각하는 순간 그의 몸에 걸린 제약이 그의 전신을 찌르르하게 울렸다.

그가 말하기로 빌어먹을 신과 악마들이 걸어놓은 제약.

그 제약이 블라드가 헛된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결국 선택지를 잃어버린 블라드는 조각 같은 미소를 머금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가 아크 리치의 개목줄을 부쉈다면 내 목에 걸린 개목줄도 부술 수 있겠지. 그럴 수만 있다면....나도 그 녀석처럼 네 밑에서 개처럼 일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어. 물론 일단 나부터 만족시켜야겠지만.’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블라드는 모든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냈다.

이제 그의 머릿속에 남은 생각은 오직 하나.

강혁과의 전투뿐이었다.

*“꽤 아팠어. 이번 공격은.”

콰득-

가슴팍에 꽂힌 신성력의 창.

강혁이 명명하길 롱기누스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붙인 그 창이 블라드의 가슴팍에서 뽑혀져 나왔다.

워낙 깊숙하게 박혔던 것에 더해서, 주변 살과 얽히며 강하게 고정된 창을 뽑아낸 대가는 그리 적지 않았다.

가슴팍 주변의 살과 근육 등이 창에 딸려나오는 끔찍한 모양새.

보기만 해도 고통이 느껴지는 모습이었지만 블라드는 개의치 않은 듯, 바닥에 롱기누스를 내던졌다.

퍼서석-

바닥에 떨어지기 무섭게 본래의 신성력으로 화해 다시금 강혁에게 흡수되는 롱기누스를 바라보며 블라드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조각 같은 얼굴에 어울리는 조각 같은 미소를 말이다.

보기만 해도 반할 것 같은 미소였지만 강혁의 얼굴은 딱딱하기 그지 없었다.

이러는 사이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치밀어 오르는 고통은 말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게 만들었으니까.

결국 고통을 한 번 짓누르며 강혁이 입을 열었다.

“이미 알마드는 내 밑에 있다. 너도 내 밑에 들어올 생각이 있나? 난 네게 걸린 제약을 풀어줄 수 있으니까 제대로 생각해봤으면 좋겠는데.”

이미 전례가 있는 만큼 강혁은 블라드를 수하로 들이고 싶었다.

그의 강함은 이미 입증된 바가 있었다.

물론 제약을 풀면서 조금 약해지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블라드의 강함은 수준급.

그가 저지른 살상 또한 눈 감아 줄 수 있다.

애초에 블라드는 몬스터인 뱀파이어.

강혁이 헌터로서 몬스터를 죽이는 것과 몬스터인 블라드가 인간들을 죽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뭐, 수하로 들이게 되면 그런 일은 없겠지만.

아무튼 블라드를 수하로 들이고 싶다는 마음을 피력한 순간 블라드는 피식 미소를 터뜨리며 가슴팍을 가리켰다.

“계약 선물이 너무 과한 것 아닌가?”

“인사치레지. 인사는 마음에 들었나?”

“충분히. 그래, 네 말대로 나는 신과 악마 놈들에 의해서 개목걸이를 차고 있는 신세야. 네 밑에 있는 녀석처럼 말이지. 저놈은 과거형이지만 나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하지만 난 무턱대고 들어갈 생각 따윈 없다.”

“그럼?”

거절은 하지만 여지는 남겨두는 블라드의 말에 강혁이 그를 섭외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그리고 그는 강혁이 자신을 섭외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을 입밖으로 꺼냈다.

“증명해라.”

“....?”

“내가 약해지는 걸 감수하더라도 네 밑으로 들어가는 게 더 이득이라는 걸. 내가 약해진 것보다 더 강해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게끔 증명하라는 소리다.”

“....뭐야, 결국 싸우자는 거였어? 그냥 쉽게 말하지 꼭 그렇게 어렵지 빙빙 돌려서 말해야겠어? 좋아, 한 판 붙자.”

“흐하하핫! 기개 하나는 마음에 드는군.”

박수까지 치면서 기쁨을 드러내는 블라드를 바라보며 강혁은 미소 지었고, 그건 블라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교환한 두 사람은 모습을 감추었고, 이내 중앙에서 맞부딪쳤다.

콰아아앙!

고성 전체가 흔들리는 강력한 폭음이 고성 전체에 울려퍼지는 순간이었다.

더불어 강혁과 블라드의 노예빵이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쿠르르릉-

“....이건 어디서 나는 소리지? 저쪽인가.”

폭음과 함께 진동하는 고성의 내벽을 바라보며 소리의 진원지를 파악한 루카스 폴른은 인상을 찌푸렸다.

콰득-

“케에에엑!”

“뱀파이어들밖에 안 보이더니 진짜는 저기였군. 설마 강혁이나 니아가 싸우고 있는 건가? 연락하기로 하곤 연락도 안 하고 정말 가관이구만.”

흩어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슨 일이 있거나 실종자들을 발견하면 연락을 취하기로 한 건 잊어먹은 건지 조용한 통신구를 벗어던진 루카스 폴른의 입술이 달싹였다.

“헤이스트.”

전신을 가볍게 만들고, 나아가 날래게 만들어주는 마법이 루카스 폴른의 전신에 깃들었다.

그리고 가벼워진 몸에 만족스러워하며 루카스 폴른은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몸을 날렸다.

*퍼석-

“....괴물.”

“꽤 재밌었어. 하지만 고작 이 정도의 힘으로 내게 덤비질 말았어야지.”

자신을 바라보며 바들바들 떠는 뱀파이어의 머리통을 단숨에 깨부순 니아 아리엘은 주위에 퍼진 피웅덩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고성 들어오고 난 뒤, 니아 아리엘은 뱀파이어들을 눈에 보이는 대로 사냥했다.

그 결과 그녀는 길을 잃어버렸고, 말을 해줄 뱀파이어는 이미 머리 없는 시체가 되버린 상황.

한숨을 내뱉으며 통신구를 꺼내 들려던 그녀의 귀에 안내 음성이 들려왔다.

쿠르르릉-

고성 전체에 울려퍼지는 소리.

평범한 이라면 어디가 시작지 인지조차 알아낼 수 없었겠지만 니아 아리엘은 달랐다.

천부적인 무골에 더불어 반신의 신체라는 데미갓 바디마저 가진 그녀에게 소리는 곧 내비게이션이나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몸을 날리는 니아 아리엘의 발걸음은 가볍기 그지 없었다.

“흐흥흥~ 뱀파이어~ 마족~ 으음! 짜릿해! 즐거워!”

강자와의 전투를 기다리며, 기대하며 그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고성의 중심을 향해 나아갔다.

*쾅쾅쾅!

블라드와 강혁의 격돌은 한 방 한 방이 폭발적이기 그지없었다.

공방을 교환할 때마다 고성 전체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폭음이 두 사람 사이에서 울려퍼졌으니 말 다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두 사람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재차 이격, 삼격을 이어나갔다.

“....대체 아저씨는 얼마나 강한 거에요? 아니, 저 정도면 아버지랑 비교해도 뒤처지지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오는 강혁의 신성력에 엘리자베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최강의 10인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신성력을 지닌 존재.

그가 바로 엘리자베스 할론의 아버지 루터 할론이다.

그런 루터 할론을 곁에서 봐온 그녀는 루터 할론의 신성력 총량을 얼추 알고 있었고, 지금 강혁이 내뿜는 신성력은 그런 루터 할론을 가볍게 넘어서고 있었다.

하지만 엘리자베스와는 달리 알마드는 태연했다.

이미 한 번 맞닥뜨린 전적이 있었고, 덕분에 차분한 얼굴로 두 사람의 전투를 지켜볼 수 있었다.

“가만히 보기나 해. 주인님께서는 저 뱀파이어 또한 나처럼 굴복시키고 제약이라는 이름의 개목걸이를 부숴줄 테니까.”

“....”

자신감 넘치는 알마드의 목소리가 귓가를 때림과 동시에 그녀는 몽롱한 눈빛으로 강혁의 전투 장면을 바라보았다.

*전투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미 예상 전투 시간은 훌쩍 넘어버렸고, 신체 붕괴의 조짐이 보이는 상황.

바로 그때, 강혁의 귓가에 울려퍼지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강혁!”

“나도 왔어!”

팔짱을 낀 채, 자신을 바라보는 루카스 폴른과 손을 붕붕 흔들며 자신을 피력하는 니아 아리엘.

자신의 친구이자 믿음직한 동료 두 명의 등장에 강혁은 뒷일을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고.

그와 동시에 소리쳤다.

“끼어들지마! 여긴 내가 처리한다. 너흰 뒷일이나 막아줘!”

“....위험하면 바로 끼어들 거다.”

“나도! 나도 싸우고 싶은데!”

그런 강혁의 외침에 두 사람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의 대답을 들은 순간 강혁은 자신의 코앞에 있는 블라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 이제부터 진짜니까 제대로 봐. 안 그러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 있을 테니까.”

“....오만하군.”

이죽이며 말을 이어나가는 강혁의 모습에 블라드가 대꾸하는 순간 강혁은 자신의 최강의 재능을 발현시켰다.

‘....전투 예지.’

그와 동시에 시간이 멈춘 것처럼 주위가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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