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혼자 올 마스터-47화 (48/178)

나 혼자 올 마스터 #47

“이의 있소!”

“맞아, 아직 제대로 된 파악은 되지 않았으니 영상부터 확인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네만.”

강혁이 자신이 가면의 존재였음을 밝혔음에도 모든 이들이 곧바로 믿은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의심은 타당했다.

정말 만약에 이번 던전이 강혁의 자작극이고 미리 준비해둔 의상을 차려입고 가면의 존재의 공적을 앗아가려는 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거의 불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가능성은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의심에도 강혁은 빙그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믿기 힘드시면 믿게 만들어드리면 되겠죠. 수연아.”

“....응.”

깨끗한 복장의 수연이 직접 자신이 찍고 다닌 카메라를 TV에 연결하였고, 이내 던전 내부에서의 영상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상이 시작되고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의 입이 닫히거나 쩍 벌어졌다.

-크아아아악!

수십 마리가 넘는 그림자 병사들이 트윈 헤드 트롤을 난도질하는 장면은 전율이 흐르기에 충분했고.

-파앙! 파앙! 팡!

-크어어억!

화살 한 방 한 방이 트윈 헤드 트롤의 몸에 박힐 때마다 휘청거리는 트윈 헤드 트롤의 모습은 현실이라고는 믿기지 않았으며.

-스거거걱

검을 휘두를 때마다 푸줏간 고기마냥 썰려나가는 트윈 헤드 트롤의 살점은 저게 과연 두려움 넘치는 S급 몬스터가 맞는지 의심이 들게 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압권은 다름 아니라....

-오우워어어어어!

S급 던전의 보스인 트윈 헤드 오우거였다.

“....위압감이 장난 아니군.”“영상으로 S급 보스를 뚜렷하게 볼 수 있다니....이건 바로 학회에 올려도 충분하겠어.”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화면 너머에서 느껴지는 트윈 헤드 오우거의 압도적인 모습에 좌중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우거란 본래부터 강력한 폭군에 가까운 몬스터.

그런 몬스터가 머리가 두 개가 되면서 지능도 높아지고 마법사와 전사가 섞인 듯한 모습이 되었다.

즉, 마검사와 비슷한 존재란 얘기.

괴력만 해도 까다롭기 그지 없던 오우거에게 마법마저 더해졌으니 걸어다니는 재앙이나 다를 바 없다.

거기에 더해서 본래 S급 던전 내부의 탐사 현장은 카메라로 담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최강의 10인은 솔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카메라가 망가지기가 쉽고, 다른 이들은 파티로 움직이지만 격렬한 전투 속에서 망가지는 건 매한가지다.

그렇다고 공략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서 전투원 한 명을 제외시키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런 만큼 강혁의 S급 던전 영상은 협회나 학회 측에서 기를 쓰고 탐낼 정도로 진귀한 가치를 지닌 물건이란 얘기였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건 후예 이 영상을 바탕으로 연구할 트윈 헤드 오우거에 대한 가치가 아니었다.

-....악마화.

무뚝뚝한 강혁의 목소리가 카메라에 담기고 그 목소리가 영상에서 송출되는 순간.

이 자리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여태까지 느꼈던 그 어떤 소름보다도 더 소름 끼치는 느낌을 받았다.

그와 동시에 화면에서 보이는 강혁의 모습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등 뒤에선 검은 마기로 이루어진 8쌍의 날개가 펄럭였고, 날개들에 담긴 어마어마한 마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트윈 헤드 오우거의 주위로 마기의 폭풍이 몰아쳤다.

그 뒤부턴 처참하디 처참한 결과만이 남아 있었다.

-오....오우워어어어!

다른 이들은 평생이 가도 보지 못했던 트윈 헤드 오우거의 당황 섞인 외침이 애처롭게 울려 퍼졌다.

거대한 마기의 폭풍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강혁의 앞에서 S급 보스인 트윈 헤드 오우거는 갓난아기와도 같았다.

S급 헌터조차도 애를 먹는 그의 마법들은 마기의 폭풍을 부수지 못했고, 그의 질긴 가죽은 마기의 폭풍의 담긴 거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다.

믿을 수 없는 강혁의 모습에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 뿐이었다.

‘....새로운.’

‘....최강의 10인의 탄생이다.’

격변이 일어나고 10년.

최강의 10인들이 정해지고 난 뒤에도 몇 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그동안 새로운 최강의 10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지금.

10년의 세월 동안 노력을 멈추지 않았던 한 사내가 자신의 친구, 동료, 스승과 같은 경지에 서게 되었다.

*“그럼 이걸로 S급 승격 시험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강혁 헌터?”

“말씀하시죠.”

“당신이 정말 가면의 존재인지 협회에서 다시 한번 확인을 받고 싶습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응해주실 수 있습니까?”

승격 시험이 종료되고 협회에서 나온 관계자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이유는요?”

“강남 폭발형 던전 사건 당시 가면의 존재는 저희 협회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해서 해주었고, 그에 대한 보상 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습니다.”

듣기만 해도 달콤한 보상의 향기가 솔솔 풍기는 그의 말에 강혁의 귀가 쫑긋 솟아올랐다.

그리고 이어진 관계자의 발언에 강혁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저희 측에서 제시한 확인 결과 정말 이강혁 헌터가 가면의 존재가 맞다고 판명이 되면 협회 측에서 공식적으로 인정을 하고 세상에 알리는 것은 물론이고 2급 창고까지 개방하는 걸로 결정 되었습니다.”

“하겠습니다.”

“그럼 편하실 때, 이쪽으로 연락 주시면 검사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낮이든 밤이든 새벽이든 편하실 때 연락 주시길.”

끝까지 공손함을 유지하며 모습을 감추는 관계자의 모습에 강혁은 손에 들린 명함 곱게 품에 넣고는 미소를 머금었다.

3급 창고에서는 마법에 대한 재능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창고인 2급 창고의 열람 권한까지 얻었으니 가슴이 두근대는 것 또한 당연한 일.

‘더 강해질 수 있겠어.’

템플러와 악마 숭배자들의 습격 이후로 더욱 강해지기 위해서 노력을 갈구하던 강혁에게 있어서 새로운 강함을 얻을 기회는 언제나 환영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강혁은 짙은 미소를 머금으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동료, 친구들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죽여라. 죽여라. 저놈을 죽여라.

욱씬-

“....”

뇌를 바늘로 쿡쿡 찌르는 듯한 고통에 루터 할론은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이마에 얹었다.

“아버지?”

“....괜찮다, 저기 강혁이가 오는구나. 하루 종일 기다렸지 않느냐? 가보거라.”

“....정말 괜찮으신 것 맞죠?”

“그럼, 넌 이 아비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게냐.”

“....가볼게요.”

괜찮은 척 씨익 미소를 짓는 루터 할론의 모습에 엘리자베스는 탐탁잖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곤 강혁을 향해 달려갔다.

누군가에게 저토록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딸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루터 할론은 이를 악물었다.

‘....신이시여, 제게 힘을 주소서.’

세계 최고의 성기사답게 신실함과 신성력의 궤가 다른 그는 자신이 믿는 신을 찾으며 두통을 가라앉혔다.

그는 이 두통의 근원이 뭔지도 모른 채로 간신히 두통을 가라앉히고는 심호흡을 마치고 자신의 딸의 뒤를 따라갔다.

*“저리 떨어져! 감히 반칙을 해?”

“반칙이라뇨? 전 잘 모르겠는데요.”

“이년이 말대꾸를 해? 강혁이는 내가 침 발랐어! 침 발랐다고! 넌 강혁이 맛도 모르지? 난 알거든?”

“무....무슨 그런 외설적인 말을! 아니, 잠깐만 당신이 오빠의 맛을 어떻게 알아요!”

“하아. 좋은 날에 다들 왜 그러냐.”

만나자마자 툭탁거리며 싸움이 붙은 수연과 니아 아리엘의 모습에 강혁은 짙은 한숨을 토해냈다.

안 그래도 다 회복되지도 않은 몸으로 악마화를 사용했다가 간신히 회복되어가던 몸이 원상태로 되돌아가 버렸다.

즉, 강혁의 현재 상태는 그리 좋지 않다는 얘기.

그런 마당에 두 사람이 자신을 두고(?) 싸우고 있으니 강혁으로서는 정신력이 바닥이 박박 기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결국 강혁이 한 소리하는 찰나 강혁의 눈앞에 엘리자베스가 나타났다.

“안색이 창백하시네요. 가면의 존재 씨?”

“....말하지 않은 건 미안하네.”

“됐습니다.”

각성 이후의 강혁을 가장 먼저 본 엘리자베스의 토라짐에 강혁은 결국 머리를 싸맬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사그라들던 니아 아리엘과 수연의 싸움이 엘리자베스에게까지 번져갔기에 두통마저 생길 지경이었다.

“좋겠군.”

“넌 지금 저게 좋아 보이냐?”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 구나.”

“넌 또 왜 시비야?”

발터 밀란과 루카스 폴른의 이죽거림과 비웃음에 강혁이 발끈했다.

하지만 이미 진이 빠질대로 빠진 강혁에게 그 둘을 단죄할 힘 따윈 없었다.

결국 짜증만이 가득한 채로 강혁은 둘을 놓아주었다.

“술이나 하러 가지.”

“좋은 생각이군. 내가 좋은 술집을 알고 있다.”

“....너 거기 설마 네 안가는 아니지?”

“....요즘 안가의 매출이 그다지 좋지 않더군. 제자면 스승의 지갑을 채워주는 역할도 해야하지 않겠나?”

헛기침을 하며 능청스레 대답하는 발터 밀란의 모습에 강혁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자 가. 오늘은 내가 산다.”

자신의 숨겨둔 힘들도 모두 풀어내며 상쾌함마저 느끼고 있던 강혁은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해버렸다.

그 날 강혁은 자신이 모아둔 돈이 바닥까지 털리는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술값은 해야지. 미국으로 넘어와라. 시간만 맞는다면 네 부족한 마법 능력을 채워주지.

-다른 재능도 중요하지 독기 재능을 소홀히 하지 마라. 내가 널 제자로 들인 건 그거 때문이니까. 은혜는 갚으라고.

각자 할 말을 남긴 채로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 버린 루카스 폴른과 발터 밀란의 마지막을 생각하며 강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내 돈....”

그들이 하룻동안 퍼마신 술값만 해도 수천 단위였다.

워낙 고급 입맛인 이들인지라 병 하나만 해도 수십 만원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

알거지가 되어버린 강혁은 곧바로 몸조리에 들어갔다.

던전을 클리어하려면 건강해진 몸상태는 필수였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정도 몸 상태가 안정되고, 강혁은 던전을 구하기보다는 곧바로 얼마 전에 받은 명함으로 연락을 날렸다.

“지금 도착했습니다.”

-준비 끝났으니 곧바로 올라오시면 됩니다.

무뚝뚝함마저 느껴지는 전화기 너머 목소리를 들으며 강혁을 볼을 두들기며 잡생각을 떨쳐냈다.

‘....집에서 기다리는 여우 같은 여자 둘과 뭔 생각인지 모르겠는 여자 하나. 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원하는 것만 얻어서 나온다.’

승격 시험 이후 아예 집에 똬리를 틀어버린 니아 아리엘과 수연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생각을 하며 한숨을 토해낸 강혁은 오랜만에 헌터 협회 안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그런 강혁의 앞에는 어느새 명함을 주었던 관계자가 나와서 강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올라가시죠. 이미 질문들은 준비되어 있습니다. 적당한 질의응답만 끝나면 곧바로 창고 개방 해드리겠습니다.”

“....그러죠.”

자신이 있었던 것들을 물어보는 일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떨림을 느끼며 강혁은 관계자를 따라 올라갔다.

그렇게 상층부로 향하고 몇 가지 질문들에 질의응답을 했을 때쯤 결과는 빠르게 나왔다.

“맞군요. 그럼 곧바로 창고로 가겠습니다.”

빠르게 자신이 가면의 존재임을 인정하는 협회 관계자의 모습에 강혁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진실 여부가 가려지고 강혁은 2급 창고에 들어설 수 있었다.

“....허.”

2급 창고의 너머는 강혁이 3급 창고를 처음 봤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화려함이 있었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다름 아니라.

“....드래곤?”

드래곤의 사체가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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