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올 마스터 #46
-크아아아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수십이 넘는 그림자 병사들이 트윈 헤드 트롤을 향해 덤벼드는 모습을 보며 수연은 놀람을 금치 못했다.
강혁이 각성한 지 고작해야 몇 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강혁이 보여주는 무위는 무척이나 놀라웠다.
고작해야 사령술.
물량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재능이 트윈 헤드 트롤을 상대로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세간을 놀래켰던 가면의 존재가 강혁이었다는 사실 또한 그녀가 놀란 이유 중 하나였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비단 강혁의 사령술만이 아니었다.
쿵-
S급 몬스터로 악명이 높은 트윈 헤드 트롤.
오우거에 필적하는 괴력과 트롤의 회복력을 지닌 괴물이 바로 트윈 헤드 트롤이다.
그런 트윈 헤드 트롤이 강혁에게 상대조차 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모습은 분명 그녀에겐 큰 충격이었다.
S급 몬스터를 상대로 홀로 싸우는 걸로도 모자라서 그가 부리는 소환수 또한 S급 몬스터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타난 트윈 헤드 트롤을 모조리 처리한 강혁이 피 묻은 가면을 벗으며 입을 열었다.
“어때? 괜찮았나?”
“....세상을 속이고 살았구나? 오빠 대체 뭐야? 가면의 존재면 가지고 있는 재능도 다르고....아니, 애초에 사령술은 또 어디서 익힌 건데? 재능이 익힌다고 익힐수는 있는 건가?”
“수연아, 일단 진정부터 좀 해. 물도 좀 마시고.”
“....후우, 진정했으니까 이제 설명해 봐.”
평소와 다르게 붉게 상기된 얼굴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헐떡이는 수연에게 물은 건넨 강혁은 그녀가 진정하길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의 안색이 진정되고, 설명을 요구하자 강혁은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물론 칠죄와 칠선 같은 외부로 흘러나가면 안 되는 이야기들은 모두 제외한 채였지만 여태까지의 일들을 납득시키기에 부족함은 없었다.
처음 각성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겪은 일들을 모조리 들은 수연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혼자서 무슨 길을 걸어온 거야?”
“힘들긴 했지. 하지만 모두 필요한 일이었고, 난 만족하고 있어.”
수십 개에 달하는 재능들과 그중에서도 특출난 몇몇 재능들.
그것들을 익히기까지 강혁이 한 고생을 그녀로서는 감히 추측조차 할 수 없었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술을 꾹 깨물고 있던 그녀는 말없이 강혁을 한 번 안아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런 육체의 대답에 강혁 또한 부드럽게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이제 정리하자. 아마 이번 변형 던전도 김승태 그 녀석이 주도한 게 분명해.”
“뭐? 거기서 승태가 왜 나와?”
갑작스레 자신의 길드장이며 친구인 승태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그녀는 당황했다.
하지만 이어진 강혁의 대답에 그녀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며 다짐했다.
“나 철혈 나갈게. 오빠를 죽이려고 한 녀석과는 절대로 같이 할 수 없으니까.”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 생각해. 나는 거기에 대해서 상관할 생각이 없으니까.”
“나를 위해서 내린 결정이야.”
결연함마저 느껴지는 그녀의 표정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선택을 존중했다.
이번 선택으로 승태가 입을 피해 따위는 강혁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다만 걱정되는 건 단 하나.
“수연이 네 거처는 어떻게 하려고?”
철혈이라는 길드에 평생을 몸담았긴 하지만 그녀가 떠나고자 한다면 세계 어느 곳에서든 그녀를 받아줄 터.
다만 승태가 부리는 패악까지 받아내줄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이어진 그녀의 말에 강혁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정 안 되면 오빠 집에서라도 살면 되지 않겠어?”
“....그래, 마음대로 해라.”
돈도 많은 애가 굳이 얹혀산다고 말하는 모습에 강혁은 살짝 어이가 없었지만 이내 수긍했다.
‘나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라고는 했지만 내가 아예 이유가 안 되진 않았겠지. 새로운 둥지를 찾을 때까지만 머물게 하면 되려나.’
철혈을 떠난다고 말하며 오로지 자신의 의지라고 밝혔지만 그 의지에 자신이라는 요소가 아예 없다고 강혁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만큼 죄책감이라는 감정이 강혁을 자극했고, 그 결과 수연을 자신의 집에 들이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럼 새로운 집을 사야겠네.”
“....?”
물론 최강의 10인답게 더부살이가 아니라 신혼집을 차리는 스케일을 보여주는 수연의 모습에 강혁이 살짝 당황하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그건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그리고.
철컥-
“자세한 건 끝나고 나서.”
“....응, 잘 찍어줄게.”
모든 대화가 끝나고 다시금 검은 뿔 가면을 착용한 강혁이 무뚝뚝한 목소리로 그리 말하곤 트윈 헤드 트롤들이 넘쳐나는 숲을 향해 도약했다.
숲 전체를 부술 것처럼 뿜어져 나오는 강혁의 오싹한 기운을 느끼며 수연은 자신의 손에 들린 카메라를 꽈악 붙잡았다.
*“슬슬인가.”
“아무래도 그렇겠지.”
하루가 지났다.
강혁과 수연이 A급 변형 던전에 들어간 뒤, 사람들은 대부분 자리를 떠났지만 소수는 자리에 남았다.
그리고 최강의 10인들은 모두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강혁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추가로 하루가 지난 시점에서 다른 이들도 서서히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쯧, 슬슬 나올 거라고 생각하곤 다시금 기어 오네.”
“저들에겐 저게 합리적인 일이지. 애초에 나도 호텔에서 쉬고 싶었다만.”
“조용히 해. 또 목 졸리고 싶어?”
“....사양하지.”
전날 니아 아리엘에게 목을 졸려 기절했던 참사(?)를 겪은 루카스 폴른은 그녀의 말에 경기를 일으키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것도 잠시, 서서히 떠났던 이들이 돌아오며 자리를 채웠다.
그들이 딱 하루가 지난 지금 돌아온 이유는 간단했다.
“최강의 10인과 그에 준하는 이가 들어갔으니 하루면 충분히 클리어하겠지.”
“그럼, 당연하지.”
“아직 안 나왔보네? 딱 맞춰왔나보다.”
평균적으로 최강의 10인들이 S급 던전을 솔로 클리어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약 3일에서 일주일 내외.
그런데 거기에 거의 비슷한 급의 강혁이 함께 있으니 하루 정도면 충분하다는 계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예상한 시간에 맞춰 하나둘씩 돌아오기 시작했고, 그렇게 되돌아온 이들은 알마드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몇 시간 전에 A급 던전 솔로 클리어 했다며?”
“몇 시간 전이면 하루도 되기 전에 클리어 했다는 건데....과연 대단하네.”
“그거 내부 영상 봤어? 와, 언데드들이 밀물처럼 던전을 휩쓸어 버리는데....진짜 전율이 흐르더라.”
강혁과 비슷한 시간대에 던전에 진입한 알마드는 이미 던전 클리어를 마치고 지구로 되돌아왔기에 강혁과는 더더욱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강혁 또한 충분히 강력하고 뛰어난 헌터이지만 알마드의 던전 공략 영상을 본 이들이라면 언데드의 파도라는 장엄한 광경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으리라.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일반적인 헌터 수십보다 알마드 한 명이 더 강력할 거라고까지 얘기할 정도였다.
뭐, 알마드는 강혁의 노예(부하)이고 그런 만큼 그의 강함은 곧 강혁의 강함으로 직결되었기에 강혁을 낮춰보는 이들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마저도 강혁의 던전 클리어에 대해서는 다들 쉬쉬했다.
“역시 동반 클리어를 하겠지?”
“아마도. 아무리 강해졌다지만 혼자서 S급 던전을 클리어하는 건 좀....무리지?”
“맞아, S급 던전 보스를 잡는 것과 S급 던전의 솔로 클리어는 그 궤가 다르니까.”
S급 던전의 솔로 클리어.
그건 곧 새로운 최강의 10인이 나타났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고, 그건 최강의 10인들에게 있어서는 도발로 비춰줄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즉, 그들의 눈치를 보고 있어서 그들이 말을 아끼고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수근거림 속에서도 최강의 10인들은 입을 열지 않았고, 바로 그때.
츠츠츠츠-
“열린다!”
“역시 혼자서는 무리였나 보네.”
굳게 닫혀 있던 던전의 입구가 열릴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고, 그 사실에 사람들은 감탄과 안타까움이 담긴 목소리를 내뱉었다.
하루가 채 안 된 이 시점에서 던전이 열린다는 얘기는 단 한 가지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역시 동반 클리어인가.”
“그래도 동반 클리어면 준수하지. 3일이 걸릴 걸 3분의 1로 줄여버린 거니까.”
“그건 맞지.”
“그래도 시험은 다시 치러야겠지?”
“맞아, 잘한 건 잘한 거고 시험은 시험이니까.”
동반 클리어.
수연과 강혁이 힘을 합쳐서 S급 던전을 클리어 했다는 의미이자 증거였다.
그 사실에 사람들은 아쉬워하기도, 기뻐하기도 했다.
아쉬운 점 여태까지 각성 이후부턴 실패 없는 삶을 살아오던 강혁에게 미약한 조약돌 수준이지만 제동이 걸렸다는 점이었다.
물론 반대로 기뻐하는 점은 최강의 10인급에 해당 되는 강자가 새롭게 나타났음을 증명했기 때문이었다.
몬스터들로 인해서 위험천만해진 세상에서 최강의 10인급의 헌터는 전 세계적인 홍복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은 곧 나타날 두 사람을 기대했다.
그리고 나타난 두 사람의 모습은 사람들의 생각을 산산조각내기엔 충분했다.
“....한수연?”
“그런데 왜 이렇게 멀쩡해?”“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잖아?”
“아무리 최강의 10인이라지만 S급 던전인데 저렇게 깨끗할 수가 있다고?”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건 한수연이었다.
참관인으로 참가했던 그녀의 등장은 당연했지만 깨끗한 옷차림은 전혀 당연하지 않았다.
하루의 시간이 지난 만큼 휴식을 하면서 생긴 구김살 정도는 있었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그녀의 옷차림은 너무나도 깨끗했다.
마치 전투 따윈 없었다는 듯이 깨끗한 옷차림에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마지막 남은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웅웅웅-
사람이 나온다는 의미인 ‘울림’이 울려 퍼지고 사람들의 시선이 수연이 나온 던전 입구로 모여 들었다.
그리고 수연이 나왔을 때와는 다른 의미로 그들의 얼굴에 놀람이 퍼져나갔다.
“....가면의 존재?”
가면의 존재.
나와서는 안 될 인물이 던전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예상조차 하지 않았던 이가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패닉에 빠졌다.
“네가 거기서 왜 나와?”
“아니, 잠깐....봉쇄된 던전에 들어간 건 한수연과 이강혁 뿐이었는데 한수연 헌터는 이미 나왔고....”
“남은 건 이강혁 헌터밖에 없는데 가면의 존재가 저기서 나온다는 건....?”
“설마?”
가면의 존재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를 바 없는 검은 뿔 가면은 물론이고 여타 다른 복장들마저 사진에서 걸어 나온 듯 똑 닮은 상황.
그런 상황 속에서 다른 이들이 유추할 수 있는 건 단 하나밖에 없었고, 그걸 눈치챈 다른 이들의 눈에서 ‘설마’하는 생각이 스며 나오는 순간.
철컥-
가면의 존재의 얼굴에 착 달라붙어 있던 가면이 해제되고 그 얼굴이 세상에 만천하에 공개되는 순간.
가면의 존재, 아니 강혁의 입이 동시에 열렸다.
“내가 가면의 존재입니다.”
“....!!!”
그리고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한 히어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자리에 모인 이들이 벌떡 일어나 강혁에게로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
자신을 향해 터져 나오는 플래쉬 세례와 질문들을 뒤로한 채, 강혁은 자신을 찢어 죽일 것처럼 바라보는 승태를 마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자신을 무시하고 없는 사람처럼 취급하며 지원 따윈 쥐꼬리만큼도 해주지 않았던 악덕 사장에게 날리는 통쾌한 복수에 미소가 지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게 내 목을 쳤어야지. 그것도 아니라면 월급이라도 잘 주던가.’
회사 내에서 온갖 잡무를 하면서 자신의 손에 떨어진 최저보다 못했던 월급을 생각하며 강혁은 이 순간 태어나서 가장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