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4화
성진이 점심시간이 돼서 농노들이 밥을 먹고 있는 식당을 가보았다. 수백 명의 농노들이 비가 오는 오늘, 삶은 고기에 싸구려 술까지 주자 좋아하고 있었다.
성진은 혹시 여기에 레드와 같은 보석이 없나? 찾아보았다.
그러나 안타깝게 보석은 없었다. 그저 다들 전쟁 포로나 죄인, 농노의 자식으로 태어나 농노로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그래도 성진의 농장에 와서 배도 부를 정도 먹고 술도 한잔할 수 있으니 다들 좋아하고 있었다.
그 시간……
황궁에서는 황제가 와인을 마시며 답답해했다.
“아니? 그 전설의 기간틱 엔진을 왜? 드워프 제국에 내줬나?”
황제에게 추궁을 받고 있는 정보부 커그 공작이었다.
“아니, 폐하 그게 너무 순식간이라, 저희가 끼어들 틈이 없었습니다.”
“하아~ 내 동생인 영주는 뭐를 했다던가?”
“전날 -가이아- 신녀의 수술실을 습격한 사교도들과 싸우다가 다쳤답니다.”
“하아~ 많이 다쳤다던가?”
“거의, 죽다가 살아났답니다. 신녀와 성진 공자, -가이아- 여신까지 강림해서 고쳤답니다.”
그 말에 황제의 눈이 커졌다.
“아니? 무슨 상처이기에? -가이아- 여신까지 강림을 했단 말인가?”
“예, [종말의 뱀] -요르문간드-의 -독-과 -저주-였답니다.”
“허~ 내가, 기간틱의 엔진을 뺏긴걸, 뭐라고 할 게 아니었군?”
“예, 신녀의 수술을 막으려고, 수백 명의 사교도들이 수술실을 덮쳤답니다.”
“허~ 어떻게든 막아서 다행이지, 못 막았으면 -신성 제국-의 분노를 우리가 덮어쓸 뻔했구만?”
“예, 레티오 영주님의 영지에, 기사단이나 병사를 늘려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습격이 또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 1개 기사단과 병사 1000명을, 지원해 주게.”
“예 폐하. 그런데 그들을 운용하려면 식량이 많이 듭니다.”
또 돈이 필요 하다는 말에 황제도 한숨을 쉬었다.
“뭐? 그건 동생이 알아서 하겠지?”
좀 무책임한 발언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병력을 늘리는 것도 다 돈이다. 그리고 황제가 정보부 커그 공작에게 말했다.
“그나저나, 기간틱의 엔진을, 다시 하나 주문하게.”
“예? 성진 공자에게요?”
“왜, 그리 놀라나?”
“폐하, 자그마치 1000만 골드입니다.”
“알아. 그래도 연구를 해야지, 우리가 뒤떨어질 수는 없잖나?”
커그 공작은 -엘프 제국-의 돈을 관리하는 재무부 장관에게 쪼임 당할 걸 생각하니 끔찍했다.
성진은 다음날 -엘프 제국- 에게 기간틱 i-5 엔진을 주문 받고 웃었다.
“허허~ 이걸 또 만들어 달라고?”
공방장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드워프 제국-이 먼저 가져가니, 엘프 황제가 위기감을 느낀 거지?”
“아니? 아직 의수나 의족, 의안의 연구도 못 해놓고, 욕심을 너무 내는군요?”
“그러게 말이야?”
성진은 하는 수 없이 기간틱 i-5엔진의 제작을 시작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의족이나 의수 수술에 들어갔다. 황제가 수술실 경비에 한 개 기사단과 1000명의 병사를 주었기에 이제 안심하고 수술에 매진 할 수 있었다.
하루는 성진이 아침의 수련을 하고 있는데 영주의 아들과 딸인 레티온 공자와 레오나 공녀가 찾아왔다.
“어? 웬일이세요? 간만에? 대련하시게요?”
그들이 급히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그럼요?”
“이제, 기사 아카데미 고행 시간이 다가와서요. 잘 부탁드리려고요.”
성진은 그 말에 입이 귀에 걸렸다. 이제 자유롭게 놀러 다닐 시간이다.
“얼마나 남았습니까?”
“예, 한 달 남았습니다.”
성진이 가만히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오늘부터 저의 집 옆에서, 천막을 치시고 회장실은 숲에서 해결하고 식량도 숲에서 조달해 드세요?”
성진의 말에 레티온과 레오나가 기가 막힌 듯 성진을 보았다. 레오나가입을 열었다.
“아니? 왜 그래야 합니까?”
“아니 그럼? 우리가 말을 타고 갑니까?”
“아니지요.”
“그럼, 걸어서 다음 도시까지, 며칠 걸립니까?”
“빨라야, 이틀 걸립니다.”
“그럼 중간에, 어디서 잡니까?”
성진의 말에 그들은 이해가 되었다. 한마디로 노숙에 익숙해지라는 것이었다. 성진이 마법의 연습을 하는 불의 마녀에게도 말했다.
“이번 고행에는, 불의 마녀 너도 같이 간다.”
“예, 알겠습니다.”
불의 마녀에게도 이런 건 일도 아니다. 농노 시절 굶기를 밥 먹듯이 하고 잠도 비와 눈이 새는 집에서 잘도 잤기 때문이다.
성진이 불의 마녀에게 설명해 주었다.
“기사 아카데미 고행에는, 시종을 20살 이하만 데리고 갈 수 있다. 우리 영지에서, 20살 이상에서 강한 자는 많지만 20살 이하로는 너와 나뿐이다.”
불의 마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성진에게는 뭐든 줄 수 있다. 지금도 방에서 늙은 어머니와 잘 먹고 쉬고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건 다 성진이기 때문이다.
그날부터 -하프 블러드- 기사단 숙소 앞 성진의 집 옆에 밤이면 천막이 두개가 쳐졌다. 그리고 낮에는 걷어지고 밤이면 다시 쳐졌다.
며칠이 지났는데 둘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레티온은 이가 올라왔는지 벅벅 긁었고 레오나는 머리가 떡이 졌다.
뚠뚠이와 얌순이, 얼룩이가 와서 거지라고 놀리고 있었지만 화낼 힘도 없었다. 성진이 저녁으로 과일을 주며 말했다.
“씻는 것도, 숲에서 물을 찾아서, 씻고 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못 버팁니다.”
성진은 잠도 잘 못 자는 고생 끝에 기간틱 엔진 i-5를 완성하고 -엘프 제국-에 넘겨주고 1000만 골드를 받았다. 이러자 -마녀 제국- 에서도 의뢰가 들어 왔다.
그러나 성진이 거절을 했다.
“저는, 지금 기사 아카데미 고행을 떠나야 합니다. 나중에 돌아와서 하지요?”
이에 -마녀 제국-에서 난리가 났다. 마녀 제국의 여황인 시간의 마녀가 지랄 지랄을 했다.
“아니? 같이 공방에 있던, 마녀들은 뭐 했다는 거냐? 눈 뜬 장님이냐? 이렇게 중요한걸 보고를 안 해?”
옆에 있던 정보부 마녀가 한숨을 쉬었다.
“그 마녀들은, [마법진]을 배우느라고 정신이 없었답니다.”
“하아~ 이거 아무리 기술을 배운다고 해도, 눈치가 좀 있어야지? 그렇게 아둔하냐?”
“일단, 최우선으로 주문을 넣어 놨습니다.”
“하아~ 지금, 성진 공자는 기사 아카데미 고행을 하러 간단 말이다! 죽거나 다치면 끝이다.”
“조용히, 경호를 붙이겠습니다.”
“하아~ -엘프 제국-에서 눈치 못 채게 눈치 빠릿빠릿한 정보요원을 붙여라.”
“예, 여황님.”
성진은 떠나기 전날 영주성에 가서 레티온와 레오나의 가방을 보았다. 등짐에 최대한 담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성진이 웃으며 영주에게 말해서 옆으로 매는 가방을 두 개 달라고 했다.
영주는 가방을 주며 성진에게 물었다.
“이걸로 뭐 하게 그러나? 많이 담지도 못하는데?”
“예? 공간 확장 가방을 만들게요.”
“어? 자네 그런 기술도 있나?”
“뭐, 먹고 살 정도의 기술은 있습니다.”
“우리 애들을 신경 써줘서 고맙네.”
“뭐, 저도 정신적으로 지쳐서, 좀 쉬면서 나들이라도 하는 거죠.”
성진이 [공간 확장 마법진]을 한참 그리고 나서 중앙에 옆으로 메는 가방을 놔두었다.
그리고 [공간 확장 마법진]을 작동하고 성진이 막대한 마나를 퍼부었다. 옆에 있던 영주성의 마법사가 감탄했다.
“와~ 제가 이런 귀중한 [마법진]도 보는군요?”
그 말에 영주가 마법사에게 물었다.
“이 [공간 확장 마법진]이 어렵고 귀한가?”
“이론상으로는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들어가지는 마나가 너무 많아서, 마탑에서나 어쩌다 겨우 하나씩 나옵니다. 가격도 부르는 게 값이구요.”
“그래? 그걸 들으니 더 고맙구만?”
성진은 시간이 한참 걸려서 두 개의 공간 확장 가방을 만들어서 레티온과 레오나에게 주었다. 둘 다 등짐에 가득 담은 물건을 공간 확장 가방에 옮겨 담았다.
성진은 집에 가면서 내일 보자고 하고 집에 가서 와인과 말린 육포 등을 담았다. 성진의 엄마 제시가 성진이 긴 여행을 간다는 걸 알고 미리 준비해 놓은 것이다.
성진은 가기 전에 엄마인 제시에게 수백만 골드를 주었다. 성진이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들이 배는 안 고프게 말이다. 그리고 혹시 [고속 성장 촉진 마법진]에 쓸 마석도 주고 갔다.
레드가 성진에게 물었다.
“제가, 같이 가면 안 될 까요? 공자님?”
성진이 고개를 흔들었다.
“에이~ 그냥 나들이입니다.”
선화 기사가 우려를 표시했다.
“아니야? 우리 기사단의 정보에 의하면, 성진 공자를 노리는 이들이 많다고 하더라고 조심해.”
선화 기사의 우려의 말에 성진이 피식 웃었다.
“그래 봐야. 일 검도 안 되는 놈일 겁니다.”
선화 기사는 따라가고 싶었으나 20세 이하 시종만을 데리고 갈 수 있기에 참아야 했다. 이건 황제의 명이다.
다음날……
성진은 레드에게 집을 잘 부탁 한다고 하고 출발하였다. 성진이 영주성에 가자 독안의 검왕이 기다리고 있었다.
“에? 검왕님은 왜 따라서 오시는 겁니까?”
“어? 나? 난, 현상금 걸린 놈들이, 성진 공자 습격하면 잡으려고?”
“와~ 그러면서 한쪽 팔을 걸치십니까?”
“다, 그렇게 도우면서 사는 거야. 난 레티온이나 레오나가 습격 받는 건 안 도와줄 거야.”
성진이 피식 웃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도와줄 것이다. 성진이 영주에게 인사를 했다.
“갔다 오겠습니다.”
“그래, 잘 부탁 하네?”
성진이 영지를 빠져 나오자마자 사방에서 잡스러운 살기가 요동쳤다. 성진의 목에 걸린 현상금이 수천만 골드였다. -사자 제국-의 사자왕이 걸어 놓은 것이다.
잡스러운 살기를 느끼며 성진이 피식 웃었다.
“이야~ 내가 영지를 나오자마자? 이렇게 열렬히 환영해줄 줄이야?”
독안의 검왕이 웃었다.
“그러게? 성진 공자 목에 수천만 골드의 현상금이 걸렸다는 말이 사실이군?”
성진이 검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언제 습격하려나? 불의 마녀야.”
“예, 공자님.”
“넌 레티온 공자와 레오나 공녀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해라?”
“하지만, 공자님이 위험하면요?”
“내가 위험하면 검왕님이 나서시겠지?”
그렇게 걷다가 길가의 나무 그늘에 앉아서 성진과 검왕, 불의 마녀는 육포를 먹고 레티온 공자과 레오나 공녀는 말린 과일을 먹었다.
성진이 먹고 있는데 두 명의 용병 차림의 검사가 다가왔다. 살기는 없었지만 상당한 [공작급] 강자였다.
검왕이 긴장하며 검에 손을 얹었다.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말게. 거기서 말하게?”
그러자 한 검사가 말했다.
“에이~ 너무 긴장 마세요. 검왕님? 저희는 히드라 용병대하고 까마귀 용병대 대장입니다.”
“그런데?”
“예, 지금 숨어 있는, 피닉스 용병대를 처리하려고 준비하고 있으니, 밤에 좀 시끄럽더라도 이해 바랍니다.”
성진이 와인을 마시며 기가 막히는지 웃었다.
“와~ 영지에서, 나오자마자, 피바람이 부는구나?”
히드라 용병대의 대장이 웃으며 말했다.
“성진 공자에게, 최대한 피해 없이 처리하겠습니다.”
독안의 검왕이 그들에게 물었다.
“내가 알기로는, 성진 공자의 현상금이 더 높은데? 안 덤비나?”
“저희는 주로, -엘프 제국-에서 활동하고, -사자 제국-을 적으로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진 공자를 적대시할 이유가 없지요?”
그러고 나서 그들은 조용히 돌아갔다. 성진이 와인을 마시며 웃었다.
“하하~ 잠도 잘 못 자겠구만?”
그날 밤,
달이 차오르자 검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와 기합 소리, 비명 소리가 사방에서 울렸다.
성진을 치려는 자들, 성진을 지키려는 자들이 싸우고 있는 것이다. -엘프 제국-의 정보부에서도 상당한 다크 엘프 인원들을 파견해서 싸움은 더해 갔다.
레오나 공녀가 사방에서 부딪치는 검격의 소리에 오빠인 레티온 공자에게 말했다.
“아니? 성진 공자하고 가는 게, 더 위험 한 거 아니야?”
레티온이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니? 지금 성진 공자를 탓하는 거냐?”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레티온 공자가 동생에게 말했다.
“성진 공자가 없었으면, 우리는 지금 벌써 시체가 되어 있을 것이다.”
레오나 공녀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인정했다.
“뭐 그렇겠지? 우리 영지가 너무 강대해지니 오빠나 나를 없애서 후계자를 없앤다면 그만한 이득도 없겠지?”
그 순간 화살 한 발이 레티온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눈을 감고 있던 성진이 검을 빼며 막았다.
-캉!
그와 동시에 수십 발의 화살이 성진이 아닌 레티온 공자를 덮치고 있었다. 성진이 일어나며 [이화 신공]을 써서 태극을 그리며 수십 발의 화살을 튕겨 냈다. 성진이 비웃으며 말했다.
“이야~ 나만 노린 게 아니었네?”
레티온 공자는 식은땀을 닦고 있었다. 방금 요단강에 발을 담글 뻔했다. 독안의 검왕이 일어났다.
“내가, 가서 청소 좀 하고 오지.”
그녀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비명과 그녀가 익힌 [흑뢰 검법]의 뇌력이 튀는 게 보였다.
“이야~ 벌써 [흑뢰 검법]을 저 만큼이나 익혔어?”
이때 어둠을 뚫고 한 인영이 튀어나왔다. 성진을 보자마자 입가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달려들었다.
성진이 빠르게 튀어 나갔다.
그의 검이 성진에게 닿기도 전에 성진의 검이 자색으로 불타오르며 그를 갈라 버렸다.
“잘 가라~”
두 토막 난 시체를 보고 레오나 공녀가 토악질을 참고 있었다.
성진이 몸을 풀고 말했다.
“밤이 길겠군요?”
그날 밤은 정말 길었다. 성진의 영지에서 나오자마자 노린다는 용병들이 수백 명이 검을 들고 달려들었고 성진을 지키려는 자들 또한 수백 명이 막아섰다.
해가 떠오르자 시체를 먹으려는 까마귀들이 몰려왔다. 성진이 밤새 자신에게 달려든 시체의 품을 뒤져서 돈이 되는 걸 챙겼다.
검왕도 물건을 챙기며 좋아했다.
“오~ 짭짤한데?”
레티온과 레오나는 결국 아침부터 토하고 있었다.
성진에게 달려든 놈들 중에 온전하게 죽은 놈이 없었다. 또 불의 마녀에게 달려들던 놈들은 다 타서 죽었다.
사방에 피와 살이 낭자 되어 있었다. 성진이 마치 검술 실험을 한 것 같았다. 성진이 목을 풀며 말했다.
“앞으로, 두 시간만 쉬고 출발합니다. 그래야 저녁에는 다른 영지 식당에서 먹을 수 있을 겁니다.”
기사 아카데미 고행의 첫날을 제대로 경험한 둘이었다.
겨우 안 넘어 가는 마른 과일을 꾸역꾸역 삼키고 출발했다. 성진은 걸어가면서도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독안의 검왕이 성진에게 물었다.
“성진 공자?”
“예?”
“그 가방 혹시 공간 확장 가방인가?”
“예? 그런데요?”
“허~ 그래서 술이 계속 나오는군?”
“크히히~ 부럽죠?”
“당연하지, 나도 와인 한 병만 주게.”
성진은 독안의 검왕에게 와인을 주며 물었다.
“제자들은, 어디 있습니까?”
“어? 성진 공자의 집에서 경비를 서고 있네.”
성진은 뒤통수를 한번 맞은 것 같았다. 그 수십 명의 인원을 먹여 살리려면 성진의 엄마 제시가 죽어 나갈 것 같았다.
경비는 이미 충분한데 독안의 검왕이 신경 써준다고 한 거니 할 말이 없었다.
너 눈을 왜 그렇게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