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9화 〉이상한 인연 2 (69/72)



〈 69화 〉이상한 인연 2

“.......”

사야넬은 세하의 통신을 듣고서 아예 표정이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하지만 세하는 피식 웃어가며 말했다 통신을 마무리했다.


“그럼 제한 시간은 없는 걸로 알겠어. 처리하고서 올라가지.”


그렇게 엘트레이와의 통신이 종료됐다. 그러자 사야넬은 어처구니가 없는 지 헛웃음을 짓고 있었다.

“오라버니께서 주제 파악은 하고 계시네요.”
“그러게 말이야. 솔직히 제한 시간이 있어서 마음이 걸렸거든. 하지만 네가 있다고 하니까 바로 저런 식이로군. 참 끝내주도록 좋은 남매 지간 이었나봐?”

세하가 그렇게 말하면서 양손에서 사이킥 블레이드를 뽑아냈다. 게다가 그 칼날은 아예 확연한 화염을 내뿜고 있었다.
세하는 더 이상 말없이 달려들었다. 세찬 화염의 칼날이 사방을 불사를 기세로 날아들었지만 사야넬의 주변에 어린 회색의 냉기는 이를 순식간에 무력화 시켰다.

‘쩝. 달리 화염 속성인 건 아닌데.’


세하는 그냥 사이킥 에너지로 인해 자신이 생각한대로의 이미지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임에도 정말로 화염 속성이라 된  마냥 흩어지자 기분이 안 좋았다. 그래서 사야넬의 냉기에 신경 쓰지 않고 순수하게 출력을 높였다.

파파팟!

그러자 이제는 사이킥 블레이드의 칼날이 순수한 빛의 형태로 뻗어나갔다. 그리고 그대로 사야넬이 일으키는 냉기들을 사정없이 베어버렸다.

“.......”

사야넬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고 이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거기에도 뭔가 마법을 쓰는지 세찬 바람의 기류와 함께 사야넬의 움직임이 가히 신속에 가깝게 세하와의 거리를 벌렸다.

“허이구. 그러면 못할 줄 알고?”


거리가 벌어지자 세하는 그대로  손을 사이킥 캐논으로 변환해서 쏘아대기 시작했다. 사야넬이 처음에는 피해냈다가 결국 한 방 얻어맞고 말았는데 커다란 파장이 생겨나는  보니 일종의 필드를 친 것 같았다.

“이... 이런......”


 한방을 허용한 덕분인지 사야넬의 안색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거기에 세하는 더욱 기세를 받아 사격을 이어갔다.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나는 격투전, 사격에다가 광역 공격까지 다 가능한데 너는 한계가 명확해 보이니까 말이야.”


세하는 그렇게 말하면서 정말로 이곳이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엘렉티오에 탑승해서 디스트로이 캐논으로 뚫고 나갈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마스터. 그건 너무 극단적인데요.

루이제가 세하의 생각을 읽고 나무랐지만 세하는 개의치 않았다. 정말로 사야넬과의 전투에서 눈에 뵈는  없다는 식으로 달려들 생각뿐이었다.

“크윽!”

세하의 생각대로 사야넬은 어딘가 힘을 쓰는  제한적으로 보였다. 화염이나 냉기 같은 원소 마법을 쓰긴 했지만 죄다 세하의 리버스 필드에 튕겨나갔고 위력이  마법은 분명 발동에 시간이 걸리기에 세하가  틈을 주지 않고 있었다.

‘어디까지 들어가야 할까?’


그러면서도 세하의 머릿속은 차갑게 유지되고 있었다.

‘내가 예상보다는 강한 탓에 당황한 것도 있겠지. 하지만 그냥 맥없이 당할 녀석 같지는 않아. 저렇게 겁도 없이 본체가 나올 일도 없고.’


세하는 어느 시점에서 멈췄다. 그러자 사야넬이 제법 가쁘게 숨을 쉬며 의외라는 표정으로 세하를 바라보았다.

“안쪽에 뭔가 숨기는 게 있는 모양인데 그만둬라.”


세하가 차갑게 말하자 사야넬이 움찔했다.  사이 세하는 다시 엘트레이에게 통신을 날렸다.

“엘트레이. 지금 인원들 대피시켜라.”
“그게 무슨 말입니까?”


대뜸 세하가 하는 말에 엘트레이는 당황한  같았지만 이어 세하가 한 말에 납득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여동생이 슬슬 뒤로 내빼는 것이 심상치 않아서 그런다. 보아하니  박아둔 마력로에 무슨 수작을 부리는 것 같은데 그냥 박살내 버리는 게 나을 것 같다. 그건 너도 동의하지 않았어?”
“알겠습니다. 대피가 완료되면 바로 통신 드리죠.”

엘트레이가  대답했고 세하도 말했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군. 나도 일벌이기 전에 말하지.”

그렇게 통신을 끊어버리자 사야넬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뻔하잖아? 너는 이곳의 핵심 마력로를 장악했거나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겠지. 게다가 나를 상대해보니까 안될 것 같아서 뒤로 내빼고 있는  아니야? 그러니 그만 다 박살내야 겠다는 거지.”
“........”


세하가 더 이상 자신을 추적하지 않고 멈춰 서자 사야넬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서 세하는 그녀가 시간을 끌어야 하는  짐작할  있었다.

“어차피 물어봐도 대답도 안 해줄 거고 보아하니 내가 쫓아간다고 해봐야 여기는 네 홈그라운드이니 어떻게든 도망치겠지. 그러니까 난 간다. 쫓아와봐라.”


세하는 그대로 느와르레이드 슈트로 변환해도 부스터를 키고 뒤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미 루이제가 AI로서 슈트 관제에 들어갔기 때문에 세하는 말 그대로 편안하니 빠져나가는 셈이었다.

“감히!”

이번에는 사야넬이 쫓아오기 시작했다. 앞서보다 격렬하게 마법을 날려 왔지만 세하의 사이킥 에너지 수준이 막대해졌기에 느와르레이드 슈트의 사이킥 필드로도 충분히 공격들을 막아내거나 튕겨낼 수 있었다.

-마스터. 아무래도 공간 왜곡이 생기는 것 같아요.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는 않았다. 루이제가 부지런히 연산을 하고 제어했지만 아무래도 본래의 탈출 루트를 찾지 못한 것 같았다.


“엘트레이. 통신 들리나?”

세하는 그럼에도 느긋하게 엘트레이에게 통신을 넣었다.


“들리긴 하지만 잡음이 심하군요.”
“그래? 네 여동생이 수작을 부리는 것 같네. 공간이 왜곡되고 있어서 빠져나가기 힘들 것 같아. 대피는 어떻게 돼가지?”
“일단 대비 해놓은 것이 있어서 그리 어렵진 않습니다. 그런데... 정말 빠져나가기가 힘든 겁니까?”


엘트레이의 음성에는 어딘가 주저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맞아. 그런데 나는 이런데서 아무 것도 못하고 죽기는 싫거든. 엑펠트 놈들하고 싸우려면 이런 각오는 기본이라고 생각해. 그러니 지금부터 제대로 깽판 칠거니까 알아서 하라고.”
“이런... 아직 대피를 완료하려면 시간이 필요하지만 민세하님이 그러시다니 저와 뜻있는 능력자들이 힘을 좀 써보겠습니다.”
“알았어. 그럼 내 마음대로 한다?”

세하는 마지막 확인 차원에 물었다. 여전히 루이제가 슈트를 제어하고 있어서 날아드는 마법 등을 막아내고 고속으로 날아다니고 있었지만 도무지 빠져나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시작하시죠.”

엘트레이의 승낙이 떨어지고 통신이 종료되었다. 그러자 세하는 바로 슈트의 제어권을 찾아와서 멈춰 섰다.

“워호. 진짜 왜곡이로군.”

단순히 금속의 벽과 회색의 줄기들이 어우러졌던 통로에서 지금은 아예 그 자체의 벽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빠져나갈 길 같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세하는 이상하게 입가에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마스터. 제 정신이 아니신 거 같네요.

루이제가 그걸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세하는 솔직한 심정을 텔레파시로 전했다.


‘맞아. 이런 상황에 놓였는데 웃음부터 나오는 건 확실히 정상이 아닌 거지. 그런데 제대로 저년을 박살낼 거라 생각하니 즐거워서 그래.’
-.......

루이제는 침묵을 지켰다. 아무튼 세하가 멈춰 섰기에 사야넬도 바로 쫓아와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이제 도망치는 건 포기하셨나요?”
“아니. 못 빠져나갈 거 같으니 바깥사람들한테 알아서 하라고 말했지. 왜냐하면 이제는 마음 놓고 전력을 퍼부어서 널 박살낼 거니까.”


제법 오만하게 들릴 말이지만 지금 세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래서 사야넬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대체 무슨 자신감이신거죠?”
“네 행동을 보면 알  있지. 계속 나를 안쪽으로 유인하려다가 내가 빠져나가려 하니 이렇게 공간 왜곡까지 걸며 막으려 들었지. 그럼 방법이 없지. 최대한의 힘으로 퍼부어서 박살내는 거지!”

세하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엘렉티오를 가동시켰다. 순식간에 슈트가 사라졌고 자신의 몸을 드높은 강철의 거인 안으로 집어넣었다.

“이... 이건.......”


사야넬은 순식간에 전고 20m의 강철의 거인이 자신을 내려다보는 걸 알고 얼어붙고 말았다. 아무래도 가장 최신의 정보는 갖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런 엘렉티오의 브이자 형 바이저의 안쪽에 붉은 안광이 일어났고 세하는 만족스러운 콕피트 파일럿 시트의 탑승감을 느끼며 말했다.

“바깥은 엘트레이를 비롯해서 알아서들 한다고 했으니 제대로 날뛰어 보자고.”
-네. 마스터.

퓨파파팍!

순식간에 엘렉티오의 오른손에 든 라이플이 수 없는 광탄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사야넬은 황금하게 필드를 펼치며 이를 막아냈지만 순식간에 깨진 유리처럼 파장이 일어났고 얼굴색이 아예 흙빛이 되고 있었다.

“이... 이런 터무니없는.......”
“그러니까 그냥 나가려 할 때 놔뒀어야지? 이건 네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라고.”


세하는 느긋하게 말하면서 공격을 계속했다. 생각보다 사야넬의 필드가 단단해서 아직 깨지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위태위태한 것은   있었다.

크아아아!


그때 뒤틀리고 왜곡된 공간 속에서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온통 회색으로 이뤄진 커다란  형태의 몬스터였고 그 몬스터는 삽시간에 엘렉티오의 바로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럴  알았지.”


하지만 세하는 가볍게 조종간을 잡았고 그러자 엘렉티오의 왼손이 빠르게 처 올려지며 사이킥 블레이드의 검광을 뿌렸다. 그 덕분에  형태의 몬스터는 삽시간에 베어져나갔다.

키아아아!


그것이 신호가 된  사방에서 회색의 몬스터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하의 엘렉티오는 근처에 있는 것은 왼손의 사이킥 블레이드로 베어버리고 먼 것은 라이플을 쏘아버렸고 거구에 걸맞지 않게 부스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몬스터들을 피해내기도 했다.

“이는 그릇되지만 더 없이 깊은 자의 이름이로다.......”

그 사이 사야넬이 지면에 손을 대고 주문영창을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달려드는 몬스터들의 수가 많았고 공간이 왜곡된 탓에 전혀 낌 세도 없이 튀어나오는 것들도 있어서 세하는 어렵사리 몬스터들 사이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뭘 불러내려는 거 같은데?”

세하도 엘렉티오의 메인 카메라로 사야넬의 행동을 파악하고 있었다. 거기에 루이제가 해결책을 내놓았다.


-디스트로이 캐논도 좋겠지만 다수의 적들이 몰려들고 있으니 사이킥 웨이브를 권해드립니다.

세하의 전생에는 없던 방법인지라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세하의 표정에 그게 드러나서 루이제는 설명을 이어갔다.

-사이킥 필드에 집중해서 임계점에 이렀을 때 해방하는 방법입니다. 다수의 적에게 둘러싸였을 때 돌파하기 좋은 기술이죠. 마스터께서 제어법에 더 익숙해지시면 단순히 해방이 아닌 여러 가지 응용법이 있지만 오늘은 기본에 충실하게 하죠.


머릿속으로는 루이제의 말을 들으면서 세하의 손은 조종간을 계속 움직이고 있었고 한 편으로는 트리거를 생각하자 사이킥 에너지의 여파로 엘렉티오를 움직이고 적을 공격하는 와중이었다.  덕에 루이제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공백이 없었는데 사야넬이 지면을 짚은 곳에서 시커먼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어서 세하는 결단을 내려야했다.


파치치칙!


엘렉티오가 어느 한 지점에 멈춰 섰고 그 주변에서 사이킥 필드의 강력한 파장이 눈에 보일 정도로 일어나고 있었다.
회색의 몬스터들은 본능적으로 그런 엘렉티오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존재도 필드를 뚫지 못했고 튕겨나거나 소형의 몬스터는 아예 박살이 날 지경이었다.


‘일단은 기다려야 되는 군.’

세하의 눈앞에는 사이킥 웨이브의 발동 게이지가 차오르고 있었다.  와중에 사야넬이 뭔가 소환하는 모습도 가상 화면 한 쪽에 보이고 있었다.


크아아아!


무언가가 지면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머리 부분만 보이고 있었지만 날카롭고 위협적으로 보이는 뿔이 3개나 솟아 있는 강렬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세하가 내심 마음이 급해지는데 마침 눈앞의 디스플레이에서 사이킥 웨이브의 게이지가 가득 찼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다 쓸어버려!”

단순히 버튼을 누르거나 할 것도 없었다. 세하가 머릿속 이미지로 트리거를 떠올리며 외치자 바로 엘렉티오의 주변에 바직거리던 사이킥 필드의 파장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주변에 몰려든 몬스터들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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