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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현대인-145화 (145/169)

145화

-콰콰콰쾅!

"미쳤군… 이게 정말 일반 병사들이 가지고 있던 무기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폐하."

에나플 국왕은 폭발에 파괴된 강철 갑옷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마탑주! 우리가 만든 것과 비교하면 어떤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 아렌달에 비해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 말해 보게."

"그, 그것이… 이와 같은 무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1년 만에 기술을 따라갈 수 있다는 말이 대단하긴 했지만, 그래도 에나플 국왕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보다 이런 걸 어떻게 일반 병사들에게 맡길 수가 있다는 말인가?

데우스 아렌달이라는 놈은 정말 미친놈이군."

"그는 아렌달 백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일반 병사들에게 이런 무기를 맡겨도 반역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백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다고 해도 반란에 대한 걱정이 없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에나플 국왕의 목소리에 귀족들이 고개를 숙였다.

"마탑주. 탈린 후작이 가지고 온 마법 무기를 모두 마탑에 주겠다.

이걸로 부족하다면 기사들의 목숨과 바꿔서라도 더 가져다주겠다."

에나플 국왕의 말에 마탑주와 기사들이 몸을 떨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법 무기를 만들어라!

아렌달의 것에 뒤처지지 않는 마법 무기를 만들란 말이다!"

"아, 알겠습니다."

마탑주의 대답에 에나플 국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

"메이더스 왕국에 메세지를 보내라.

메이더스 왕국과 손을 잡겠다고 말이야."

* * *

그람 왕국의 전쟁 복구 사업도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 주고 있었다.

위스타드와 그람 왕도를 연결하는 고속 도로의 건설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아렌달의 상단들도 중앙대륙으로 진출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울드 상단같이 중앙대륙 시장에 길을 터놓은 상단들이야 당연했고, 중앙대륙과 인연이 없던 상단들도 적극적으로 진출 의사를 내놓았기 때문에 아렌달에서도 적극적으로 그들을 지원하고 있었다.

"울드 상단에서 아렌달 은행에 대출을 요청했습니다."

"이미 충분히 빌려 가지 않았나?"

"아무래도 다른 상단들이 본격적으로 중앙대륙으로 진출하기 전에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 놓을 생각인 것 같습니다."

"이미 다른 상단을 견제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규모를 키워 놓았으면서. 울드 상단주는 욕심도 많네."

"그럼 대출을 승인해 주지 말까요?"

"울드 상단은 확실한 신용이 있는 상단이니까 문제없겠지. 아렌달에 남겨 놓은 자산도 많을 테니 중앙대륙에서 문제가 생겨도 쉽게 망하지 않을 테고 말이야. 울드 상단에서 원하는 만큼 빌려주도록 해."

아렌달의 오랜 파트너인 리비아 상단이나 울드 상단은 사실상 아렌달의 어용 상단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아렌달과 밀접한 관계가 되어 있었다.

물론 아렌달 상단이 단연 가장 큰 상단이기는 했지만, 두 상단 역시 아렌달 상단에 못지않을 규모로 성장했다.

오히려 브랜드 상품이나 비싼 마법 아이템을 주로 다루는 아렌달 상단보다 두 상단이 평민들에게는 더 큰 상단일지도 몰랐다.

"울드 상단주에게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상단들도 기회를 잡을 수 있게 혼자만 달리지 말라고 해 줘. 중소 상단에서 너무 대형 상단들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불평이 많단 말이야."

"하하- 알겠습니다."

은행장이 돌아가고 리오가 말했다.

"은행도 그렇지만, 거래소에서 도는 자금도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갑자기 너무 많은 돈이 풀리게 되어서 물가에 영향을 줄까 걱정이네요."

"중앙대륙으로의 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상황이니까 어쩔 수 없지.

거래소에 지분을 내놓은 상단들도 제법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참에 백성들에게 중앙대륙에 진출하는 상단들의 지분에 투자해 보라고 권장해 보는 건 어때?"

"그러다가 상단이 망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사람들에게 그런 도박을 권장할 수는 없죠. 평범한 사람들은 안전하게 은행에 예금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리오는 이렇게 말했지만, 이미 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생기고 있다는 보고를 들었다.

아렌달에서 먼저 백성들에게 권하지 않아도 귀족 가문이나 상단들이 먼저 나서서 사람들에게 투자를 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자신의 편에 세우기 위해 그들의 재산을 자신들에게 묶어 두려는 것이다.

"리오는 거래소를 이용하지 않나?"

"거래소를 왜 이용합니까? 그냥 은행에 넣어 놔도 저절로 이자가 붙는걸요.

데우스님께서 아렌달 건설이나 아렌달 상단의 지분을 거래소에 풀기 전까지는 거래소에 절대 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렇게 많은 봉급을 받으면서도 예금만 하고 있다니, 부자가 되기에는 글렀군."

"부자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는 건 이해하지만, 저만큼 벌면 봉급만으로도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래 봬도 아직은 제가 아렌달 제일의 월급쟁이 아닙니까?"

자신을 월급쟁이라는 리오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 이런 이야기를 나눌 때가 아니지.

스톨에 나타났다는 용병들은 어떻게 됐어? 잡았어?"

"그게 바깥으로 도망치는 바람에 붙잡지 못했다고 합니다. 움직임이 조직적인 게 어느 왕국의 기사나 정규군 출신의 용병들인 것 같습니다."

마법 무기로 인해 기사 계급이 무너진 이후 일부 기사들이 용병으로 전쟁터를 기웃거리거나 몬스터를 사냥하는 모습이 많이 보여 주고 있었다.

당연히 바깥과 붙어 있는 아렌달은 그런 용병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렌달 군이 지키고 있기에 함부로 바깥으로 나가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빈틈을 찾아 바깥에서 몬스터를 사냥하는 용병들이 종종 나타났다.

그런 용병들을 아렌달 군에서는 강력하게 제재했는데 이번에 스톨에서 한 용병단이 바깥을 통해 아렌달로 들어오면서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바깥을 통해 들어왔기에 아렌달에 밀입국한 것은 당연했고, 병사들의 제재를 무시하고 몬스터 사냥을 감행했을 뿐 아니라, 결국에는 병사들을 공격해 피해까지 입혔다.

"추격대가 뒤를 쫓고는 있지만, 산맥을 타고 이동하는지라 몬스터의 위험도 크고, 흔적도 지워져서 추격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괜히 소란을 일으켜서 몬스터 군단을 불러올 수도 없으니까…

역시 용병이란 놈들은 마음에 들지 않네.

용병들이 베르겐 왕국이나 브레튼으로 도망칠 수도 있으니 두 나라에도 협조해 달라고 메세지를 보내야겠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기사는 기사인 건가?"

"네?"

"마법 무기로 무장한 병사들이 검에 당한 거잖아. 아무리 마법 무기가 발전해도 기사의 검은 위험할 수밖에 없는 것 같네."

그 말에 볼튼이 고개를 저었다.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격을 받아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소드마스터도 아니고 평범한 기사들이 마법 무기로 무장한 병사들을 제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시대입니다.

아니- 그람 왕국에서 일어났던 테러를 생각해 보면 소드마스터라고 해도 마법 무기로 무장한 병사들에게 목숨을 잃지 않았습니까?"

"그런가?"

"기사인 제가 이렇게 말하기는 우스운 일이지만, 이제 웬만해서는 검으로 마법 무기를 제압할 수는 없습니다."

담담하게 말하는 볼튼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계속해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헤돈에게도 주의하라고 전해야겠어.

그런 미꾸라지들이 계속해서 들어오면 치안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

"헤돈경께서도 이번 일로 더 철저하게 병사들을 준비하겠지요. 데우스님께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네."

스톨에서 용병들이 들어와 병사들이 죽었다는 뉴스에 아렌달 백성들은 분노하면서도 금세 잊어버렸다. 그런 무겁고 우울한 뉴스가 아니더라도 백성들의 흥미를 끄는 뉴스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휴일에 코아스탈에서 해산물 축제가 있다는데 한번 가 볼까?"

"해산물이야 뉴렌달에서도 얼마나 맛볼 수 있는데 굳이 코아스탈에 간다고? 그럴 바에는 인터리아에서 광란의 밤을 보내는 게 낫지."

"리그도 곧 막바지에 들어서는 것 같은데 이번 리그의 우승은 역시 리버겠지?"

"리버는 언제나 리그 막판에 죽을 쓰는 팀이잖아? 이번에야말로 우승은 맨체스터라고."

"맨체스터가 우승? 바랄 걸 바라야지."

"뭐? 지금 나랑 한판 하자는 거냐!"

문화생활을 즐기기에도 바쁜 아렌달 백성들이 아니었던가.

전쟁에 대한 위협도, 몬스터에 대한 위협도 어느새 아렌달 백성들에게는 과거의 일이 되어 있었다.

그만큼 안전이나 치안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뭔가 일이 일어나도 아렌달 정부에서 알아서 잘 처리해 줄 것이라고 넘어가는 것이다.

"이게 아렌달에 대한 믿음이면 좋겠는데 말이야."

내 말에 볼튼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렌달을 믿고 있으니 백성들도 이렇게 행동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렌달을 믿지 못했다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뭐든 하고 있었을 겁니다. 어쩌면 모든 재산을 가지고 아렌달을 떠나 다른 왕국으로 탈출했을지도 모르죠."

"그래도 백성들이 이렇게까지 마음을 놓고 있는 상황이 맞는 건지 모르겠군."

"이렇게 좋은 시절이 없었기에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이전에 없던 좋은 시절이니까 백성들도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 것이죠."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말을 끄는 내 모습에 볼튼이 씨익 웃었다.

"이렇게 걱정하는 모습을 보니 데우스님께서도 이제 나이가 드시긴 드셨나 봅니다.

아렌달의 발전을 위해 이런 사소한 것들은 신경도 쓰지 않으셨을 텐데 말이죠."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리고 데우스님께서 이렇게 백성들을 생각해 주고 계시니 백성들이 더 여유를 부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좋은 시절이니 좋게 생각하셔도 됩니다."

볼튼의 말에 도시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분명 백성들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쳐 보였다. 과거 아렌달 영지 시절 하루하루 살기에 바쁜 영지민들의 얼굴과 달리 내일을 기대하는 얼굴들이었다.

이제는 처음 만났던 이세계보다 지구의 현대인들과 더 닮은 그들의 모습에 나도 걱정을 떨치고 슬쩍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좋은 시절이 왔으니 좋게 생각해야지.

언제까지 이 자리에서 해먹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해 보겠다고 한 만큼 끝까지 해 봐야 하지 않겠어.

만약의 일이 닥치면 그때 생각해 보자고."

만약.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뜻밖의 경우를 뜻하는 말이다.

그렇기에 이번 일은 만약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은 아닐지도 몰랐다.

이 일은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던 일이었으니까.

"아스타나 왕국과 그람 왕국 그리고 중앙대륙의 일부 국가에서 혁명의 붉은 깃발이 올라갔습니다."

"내 생각보다 훨씬 빠르네. 혁명세력이 아렌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지금까지는 없습니다만… 그람 왕국의 상황은 조금 지켜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주둔군도 있으니까요."

괜히 혁명세력과 엮이게 돼서 다른 왕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은 아렌달이 바라는 일이 아니었다.

특히 본격적으로 중앙대륙으로 진출하려는 상단들을 생각해서라도 아렌달이 왕국들과 척을 져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상단들이 그동안 중앙대륙 진출을 위해 투자한 시간이나 자금을 생각해 봐도 함부로 끼어들어서 좋을 것이 없었다. 거기에 들어간 자금 중 상당 부분이 아렌달의 자금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더더욱.

"주둔군에게 전해. 절대로 혁명세력과 엮이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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