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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현대인-105화 (105/169)

105화

의무 교육인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는 사교육을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초등학생들은 동등한 교육을 받고 있었다.

물론 집에서 부모나 형제에게 따로 교육을 받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공교육은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귀족이라고 또는 부유한 집안이라도 특별한 학교에 다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게 걱정을 하실 거면 학교에는 왜 보내신 겁니까?"

"아무리 아리아가 아렌달의 대공녀라고 해도 교육은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의무 교육만큼은 아렌달에 사는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고 말이야."

"아무리 데우스님께서 평등하게 대우하라고 해도 교사들은 그러지 못할 겁니다."

당연히 나도 리오의 말에 동의하고 있다.

아무리 내가 아리아를 특별히 대우하지 말라고 해도 아리아는 아렌달의 대공녀. 아렌달 백성들에게는 존재만으로도 특별한 아이일 수밖에 없었다.

"교사들이 어쩔 수 없는 것은 나도 이해하고 있어.

그래도 아리아가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것은 아렌달의 백성들에게 메세지를 줄 수 있잖아?"

"아무리 그래도 아리아 아가씨가 위험에 노출되지 않습니까?

그 때문에 데우스님도 이렇게 걱정하고 계시고요."

"무슨 소리야? 아리아가 무슨 위험에 노출이 돼?"

내 말에 리오가 고개를 갸웃했다.

"네? 그럼 뭣 때문에 그렇게 걱정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아리아한테 친구가 생겼어."

"그럼 좋은 것 아닙니까?"

"친구가 남자아이래."

"……"

"…왜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거야?"

리오는 깊은 한숨을 내뱉고는 고개를 저었다.

"…하아- 아닙니다."

"리오는 딸이 없으니까 이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모르는 거야."

"예~ 예~ 그렇겠죠."

그런 리오의 대답에 볼튼도 옆에서 거들어 말했다.

"나중에 아리스 아가씨가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때는 두 명을 걱정해야 하니 다른 게 눈에 들어오지 않으실 텐데요."

"허업!"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는 딸이라고 마냥 좋아하기만 했는데 이런 고충이 있을 줄이야.

"그리고 샤를로트님께서 셋째 아기씨를 낳으시면 걱정이 세 배가 되는 것 아닙니까?"

"……"

빙긋 웃는 볼튼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볼튼은 생각보다 핵심을 잘 찌르는 것 같단 말이지."

"생각보다라는 말은 굳이 안 붙이셔도 괜찮습니다."

"아리스가 학교에 들어갈 때쯤 은퇴를 하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음- 그건 안 되겠지?"

내가 말하면서도 말도 안 되는 말이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걱정만 하고 있을 건 아니야.

아리아가 어떤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지 직접 봐야겠어."

그 말에 리오와 볼튼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렌달의 교육 기관들은 특별히 보호받고 있는 장소들이었다.

특히 초등학교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보호를 받는 장소. 아마 아렌달에 있는 시설 중 마법 연구 단지를 제외하면 가장 안전한 곳이 초등학교일 것이다.

"그런데 꼭 이렇게 몰래 잠입할 필요가 있습니까?"

"내가 학교에 간다고 하면 제대로 된 수업이 되겠어?

학장부터 교사들까지 다들 나를 상대하느라 아무것도 못 하고 있을걸?"

"학교의 경비를 맡은 경비 대원들은 어떻게 하고요?

그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면 알아차리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경비대장에게 몰래 들어갈 수 있게 해 달라고 했어."

그 말에 고개를 젓는 볼튼에게 나는 씩 웃어 주었다.

"그럼 아리아가 어떤 수업을 듣고 있는지 참관을 한번 해 볼까?"

아리아가 몇 반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기에 아리아네 반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여기가 아리아네 반이지?'

몰래몰래 아리아네 반에 다가가 창문 위로 슬쩍 안을 바라보자 열심히 수업 중인 아리아의 모습이 보였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글자를 읽는 모습이 여간 귀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아리아네 반 아이들은 되게 조용하네."

"그런 것 같네요. 아까 보니 다른 반은 어수선한 느낌이 많았는데 말이죠."

물론 그렇다고 아이들이 모두 차분하게 수업을 따라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분명 다른 반의 아이들과는 조금 차이를 보이는 아리아네 반 아이들이었다.

-탁탁

그때, 누군가 복도를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딘가 익숙한 발소리.

"데우스님. 친위대 기사들입니다."

볼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복도를 달려오던 기사들이 우리를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췄다.

"여,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쉿! 잠깐 아리아를 보러 온 거야."

창문 아래 쭈그려 있는 나와 볼튼에 친위대 기사가 말했다.

"아리아 아가씨를 보러 오셨는데, 왜 그러고 계십니까?"

"몰래 들어온 거니까."

"몰래요?"

"그러니까 조용히 해."

내 말에 친위대 기사가 볼튼을 바라봤고, 볼튼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나는 다시 창문 위로 수업을 훔쳐보려 했지만, 댕~ 하고 울리는 종소리에 서둘러 몸을 움직였다.

"데우스님? 어디 가십니까?"

"몰래 왔다니까.

우리는 못 본 거야. 알겠지?"

"아, 알겠습니다."

따라오려는 친위대 기사를 떨쳐 놓은 나는 볼튼과 함께 학교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다녔다.

"확실히 고학년보다 저학년의 아이들이 더 많네."

"앞으로는 더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오지 않겠습니까?

해가 지날수록 출산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요."

볼튼의 말대로 아레달의 출산율은 계속 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올 것이다.

"학교를 더 만들거나, 증축해야겠지.

그리고 새로운 도시도 계속 만들어서 인구를 분산시키는 것도 필요하고."

한 반에 너무 많은 아이들이 들어가게 되면 수업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특히 교사의 손이 많이 가는 초등학교는 더욱 인원 관리가 필요했다.

"교육이라는 건 정말 복잡하군요."

"복잡하지만, 놓쳐서는 안 되는 분야기도 하지.

한번 흐름을 놓쳐 버리면 악순환이 계속되는 분야이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행정관이 아니라 기사가 된 게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볼튼은 행정관은 안 됐을걸?"

"왜 그러십니까? 저도 한다면 하는 사람입니다."

"책상에 앉아 있기 답답하다고 뛰쳐나가서 공사장에서 삽질이나 하고 있었겠지."

"…그렇군요.

하하- 맞습니다. 역시 데우스님은 저를 잘 알고 계시는군요.

아렌달의 삽질왕은 바로 이 볼튼의 차지가 되었을 겁니다."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볼튼은 가슴을 쫙 펴고 크게 웃었다.

"어쩌면 리암님이 아니라 제가 아렌달 건설을 맡았을지도 모르겠군요. 하하-"

"지금이라도 생각 있으면 아렌달 건설을 줄까?"

"아, 아닙니다. 저는 그냥 데우스님의 호위 기사가 적성에 맞습니다."

"언제든지 말해. 볼튼이 달라고 하면 새로 건설회사라도 만들어서 줄 테니까 말이야."

어느새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고 하교를 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학교를 나가려는 아이들을 붙잡고 말했다.

"얘들아. 혹시 학교생활을 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니?"

"없는데요?"

"수업이 어렵다거나, 학교의 시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다거나…"

"우리 집보다 학교가 더 좋은데요?"

"우리 집보다도 학교가 더 좋아. 그리고 우리 엄마는 요리를 너무 못해서 학교에서 급식 먹는 것도 더 좋아요."

"맞아. 우리 엄마도 너무 요리를 못 해. 그래서 내가 점심을 많이 먹잖아. 저녁은 조금만 먹으려고."

"야. 그럼 너희들 오늘 우리 집에서 저녁 먹을래?"

갑자기 집밥에 대해 토론하는 아이들에 나는 다시 아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큼- 얘들아. 너희 혹시 1학년에 아리아라고 알고 있니?"

"아리아요? 누구지?"

"아! 나 알아. 아렌달의 주인님이신 데우스님의 딸 맞죠?"

"맞아. 혹시 아리아에 대해서 들은 게 있니?

아리아가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는지, 아니면 아리아의 친구들 이야기라든지 말이야."

"저희는 4학년이라 잘 모르는데. 근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예요?"

내 질문에 아이들의 표정이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눈을 흘기며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에 나는 멋쩍게 웃었다.

"내가 데우스님을 많이 존경해서 그런 거란다."

"아~ 그래요?"

"그래."

내 대답에도 아이들의 눈빛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경비병이 보이는 순간 한 아이가 소리치며 경비병에게 달려갔다.

"경비병 아저씨! 여기 수상한 사람 있어요!"

그리고 다른 아이들도 재빨리 경비병에게 달려가며 목소리를 보탰다.

"저 사람들 수상한 사람들이에요!"

"저희한테 아리아 아가씨에 대해 물어보고, 이상한 소리를 했어요!"

아이들의 목소리에 경비병이 다급하게 뛰어오는 모습을 보며 나는 볼튼에게 말했다.

"아이들의 교육은 잘되고 있는 것 같네."

"하하- 그런 것 같네요."

다급하게 뛰어오던 경비병은 도망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는 우리를 보며 외쳤다.

"누구냐!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온 것이냐!"

"다른 경비병들은 안 부르는 건가?"

"뭐? 다른 경비병?"

"그래. 지금 학교에 불법 침입한 사람들을 혼자서 해결하려는 건 아니지?"

"무, 물론이다. 이미 호출 신호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아직 경비병들을 부르진 않은 것 같았다.

그 모습에 나는 혀를 차고 말았다.

"아이들보다도 못하네. 쯧쯧."

"…누, 누구십니까?"

"얘들아. 너희는 이만 집에 돌아가도 괜찮단다."

"아저씨. 나쁜 사람 아니에요?"

"나쁜 사람이라니 나보다 좋은 사람이 어디 있다고…

자. 잘했으니까 이걸로 돌아가는 길에 맛있는 거라도 사 먹으렴."

주머니에서 10셀링을 꺼내 아이들에게 주자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좋은 사람이다!"

"아이스크림 사서 나눠 먹자."

겨우 10셀링으로 신나서 떠드는 아이들을 보내고 멀뚱히 서 있는 경비병에게 말했다.

"오늘의 잘못은 묻지 않을 테니까 안내 좀 부탁해."

"아, 알겠습니다."

내 말에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인 경비병은 몇 걸음 옮기고는 다시 돌아서서 나에게 말했다.

"…그런데 누구십니까?"

"데우스 아렌달."

"데우스 아렌달… 데우스 아렌달? 커헉! 데우스님!"

깜짝 놀라서 바닥에 머리를 숙이려는 경비병을 볼튼이 붙잡아 일으켰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안내하도록."

"아,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교실부터 구경해 볼까?"

아무래도 신분이 신분인지라 학교의 경비병들도 아리아는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는지 세세한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었다.

"남자 친구라고 해도, 그냥 또래의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네요.

그리고 여자 친구들과 훨씬 더 가까운 사이인 것 같습니다."

"그 나이대의 아이들은 거의 그렇겠지."

사실 생각해 보면 초등학생 딸의 교우 관계를 이렇게 신경 쓰고 있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걱정은 이제 떨치셨습니까?"

"아렌달의 교육이 얼마나 잘되고 있는지 확인했을 뿐이야."

그렇게 얼버무린 나는 혹시 몰라서 볼튼에게 말했다.

"오늘 학교에 잠입했다는 건 샤를로트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해."

내 말에 볼튼은 고개를 저으며 앞쪽을 가리켰다.

"이미 늦으신 것 같은데요?"

"!"

학교 입구에서 샤를로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 어떻게 여기를…"

"아빠!"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아리아와 그 옆에서 멋쩍은 표정을 짓고 있는 친위대 기사들을 보니 샤를로트가 왜 여기 있는지 이해가 되었다.

"당신이 왜 여기서 나오는 거죠?"

"아렌달의 교육이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을 위해 내가 직접…"

"……"

"음- 샤를로트. 그러니까 그게…"

샤를로트는 내 말에 별안간 웃음을 터트렸다.

"연방의 주인이라는 사람이 딸아이 때문에 학교에 잠입까지 해요?

남들이 들으면 말도 안 된다고 할 거예요."

"……"

"오늘은 넘어가 줄 테니까 그만 돌아가요.

그래도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세요. 내가 다 창피해서 못 보겠어."

창피하다고 말하면서도 샤를로트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나는 그 미소에 마주 웃으며 말했다.

"들어 봐. 샤를로트.

아까 어린애들이 나를 보고 수상한 사람이라고 경비병에게 신고했다니까."

"그걸 지금 자랑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럼. 아렌달의 교육이 얼마나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다고.

아렌달의 아이들이 얼마나 똑똑한지, 아렌달의 미래가 얼마나 밝은지 알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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