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112화 (112/200)

112화 33장. 에너지 혁명

3.

“법적으로 형사님들의 행동은 위법입니다. 하지만 윗선에서 시켜서 하는 일일 거라 생각하고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궁금한 것 짧고 간단하게 질문하세요.”

신강석의 호통을 듣고도 형사들이 물러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창수가 나섰다. 이대로 가던 길 가도 되지만, 형사들이 벌이는 황당한 일에 일침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 질문을 허가한 것.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은 두 명이 오백세건강과 관련된 일을 하다가 실종됐습니다. 이에 관해 보고받은 적 있나요?”

“아니요. 금시초문입니다. 그런데 실종자들이 오백세건강에서 어떤 일을 했나요?”

“그것이…….”

“바쁜 사람 가로막고 시간 죽이는 건가요? 뜸 들이지 말고 말하세요.”

“실종자들은 암브로시아 론칭 행사에 참여한 에이전시 대표와 제당업계 관련자입니다.”

형사들이 창수를 비롯해 오백세건강 임직원을 조사 대상으로 삼은 건 하이퍼 에이전시 대표 강희만과 대유제당 비서실장 고진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성인 남자가 실종되면 수사하지 않지만, 경찰 고위층을 통해 가해 오는 수사 압박이 심해, 형사들이 나선 거다.

“암브로시아 론칭 행사에 참여한 에이전시는 하이퍼 에이전시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업체는 계약을 어겨 오백세건강에서 고소 고발한 상황입니다. 거기 대표가 배상금이 두려워 잠적했을 수 있겠군요. 그런데 제당업계 관계자는 뭔가요? 우리는 제당업체와 협업한 적이 없습니다.”

“암브로시아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 중이었다고 합니다.”

“허허허. 실체 파악이요? 어이가 없군요. 암브로시아는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라 꼬이는 똥파리들이 한두 마리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름 모를 똥파리가 사라진 걸 우리 오백세건강이 책임져야 한다는 건가요?”

“혹시 접촉이 있었나 해서요.”

“접촉이 있었으면, 좋은 일은 아닐 거니 우리가 사법절차를 밟았을 겁니다. 그리고 형사님 말씀을 들으니, 하이퍼 에이전시와 제당업계 관련자가 손잡고 우리를 공격한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맞습니까?”

형사들을 움직인 배후가 대유제당인 것이 확실하다. 사달의 실체를 알아차린 창수는 역으로 형사에게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기가 막히네요. 오백세건강은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 적지 않은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경찰이 오백세건강을 공격한 범죄자들을 위해서 나서는 겁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

“뭐가 아니라는 거죠? 이런 식으로 나오면 오백세건강이 한국에서 진행하는 사업을 타국으로 이전할 수 있습니다. 이거 경찰에서 책임질 수 있습니까?”

“우리는 다만…….”

한국에 암브로시아 생산 공장은 없지만, 중국, 일본, 호주를 포함한 거대 시장의 판매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세계 마케팅의 핵심이다.

창수가 마음만 먹으면, 타국 지사로 이 역할을 옮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 정부는 불로소득처럼 들어오는 막대한 세금을 잃어버리게 될 거다.

경제 지식이 짧은 형사들은 창수가 말하는 의미를 정확히 알지 못했으나,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말을 아꼈다.

“분명히 알아 두세요. 오백세건강이 불법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면, 영장을 발부 받아 정식 수사하세요. 만약, 다시 한번 이런 식으로 우리 임직원에게 접근한다면, 민형사 책임을 물을 겁니다. 명심하세요, 마지막 경고입니다.”

“…….”

급이 다르다.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오백세건강의 대표 창수를 물증도 없이 조사하려 든 것이 잘못이다.

형사들은 창수의 단호한 축객령을 듣고 자리를 떠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인생에 어떤 불이익이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4.

“안녕하십니까? 쿠루니 총리님.”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김 대표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국과 태국에서 급한 일을 처리한 창수는 3월 24일 캐나다로 이동해, 앨버타주 총리 마이클 쿠루니를 만났다.

앨버타는 캐나다 중서부에 있는 주로 면적이 한국의 6.6배에 달한다. 인구는 450만 명으로 캐나다 전체 인구의 11.8%를 차지한다.

주 총리는 앨버타 주민이 투표로 선출한 최고위직이며 실질적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권력자. 이런 마이클 쿠루니가 총리 집무처 현관에서 버선발로 창수를 맞이했다. 이례적인 환대가 아닐 수 없다.

“많이 바쁘시죠? 모리스 이사님 말로는 얼굴 보기도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 친구가 객쩍은 이야기를 했군요. 사실 바쁘기보다는 재정적으로 골치 아픈 일이 많아서 모임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쿠루니는 월래스 영업 이사 모리스의 절친이며, 볼트22 광팬 중 한 명이다. 모리스가 주도한 행사에서 성능이 향상된 볼트22를 받기도 했다.

“오일샌드 때문인가요?”

“그렇습니다. 중앙정부에서 탄소 중립 선언을 한 뒤에 오일샌드 개발에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뾰족한 대책이 없어 답답하기만 합니다.”

산업화 이후 대기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지구온난화가 가속하고 있다.

온난화를 저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안이 있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급기야 탄소 중립 선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개념은 인간 활동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한 억제하고, 남은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거나 흡수하여 실질적으로 넷 제로(이산화탄소 배출 제로)를 만들겠다는 것.

캐나다 총리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완료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탄소 배출 주범으로 낙인찍힌 오일샌드 산업에 다방면의 압박이 가해졌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오일샌드 추출 기술이 있지 않나요?”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비용이 배럴당 100달러가 넘어갑니다. 채산성이 맞으려면, 적어도 유가가 150달러는 돼야 합니다.”

“좀 더 연구가 필요하군요. 그런데 오일샌드가 앨버타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나요?”

“후……. 통계 수치로는 55%입니다. 하지만 실제 체감은 70%가 넘습니다. 우리 주 대부분의 산업이 오일샌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쿠루니의 입에서 깊은 빡침의 탄식이 나왔다.

내륙에 고립된 깡촌 앨버타의 1인당 GDP는 캐나다 평균보다 34,000달러 높은 77,770달러다. 이런 고소득이 가능한 건 오일샌드 추출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였기 때문이다.

오일샌드 산업이 어려워지면, 앨버타 경제가 큰 타격을 받는 건 자명한 일. 그런데도 중앙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도 않고, 탄소 중립을 강행하고 있다.

앨버타 주민 일부에서 캐나다 연방에서 탈퇴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

“총리님,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게 앨버타 경제를 살릴 방안이 있습니다.”

“암브로시아 생산 공장을 우리 주에 세우고 캐나다 판매 거점으로 삼으실 생각인가요? 그렇게 해 주신다면, 대표님을 앨버타의 은인으로 모시겠습니다.”

마이클 쿠루니가 창수를 극진히 영접한 건 암브로시아 때문이다. 태국과 캄보디아를 포함해서 동남아시아에 암브로시아 생산 공장 15개가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최신 소식이 들려왔다.

북미 암브로시아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절친 모리스의 말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에도 조만간 암브로시아 생산 공장이 건립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경제 폭락을 걱정하던 마이클 쿠루니는 창수가 면담 신청하자 한 가닥 희망을 봤다. 그리고 창수가 앨버타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말하자, 철석같이 암브로시아라고 알아들었다.

“암브로시아는 아닙니다. 앨버타에서 사탕수수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으니까요.”

“그러면 어떤 방안을 생각하시는 거죠?”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건 채 10초가 걸리지 않았다. 창수의 말대로 앨버타주는 사탕수수 재배 적지가 아니다. 북위 50도 이상으로 일조량이 적을뿐더러, 연간 강수량이 450mm에 불과한 곳이니까.

게다가 내륙 지방이기에 해외나 타 지역에서 사탕수수를 운송하는 것도 쉽지 않다.

마이클 쿠루니는 창수가 어떤 방법으로 앨버타 경제를 살릴지 의구심이 들었다.

- 척!

“이것이 앨버타 경제를 부흥시킬 아이템입니다.”

“흠……. 이건 어떤 광물인가요?”

“버닝스톤이라고 합니다. 같은 무게 석탄보다 4배 이상 화력이 강합니다.”

“대단한 열량이군요. 하지만 우리 앨버타에서 나오지 않는 광물입니다.”

창수가 보여 준 건 노란빛을 띤 1cm 크기의 광물이 담긴 자루였다.

허탈하고 짜증이 나려 한다. 뛰어난 화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앨버타에 매장된 것이 아니기에 소용없는 것이라 생각한 것.

만약, 창수가 암브로시아를 좌지우지하는 인물이 아니라면, 이성을 잃고 소리칠 뻔했다.

“버닝스톤은 자연 광물이 아닙니다. 석탄, 석유, 황토를 섞어서 만든 인공 연료입니다.”

“그럴 리가요? 그렇게 조합해서 석탄의 4배 열량을 만드는 건 불가능합니다.”

석탄 발열량은 kg당 5,000~7,000kcal고, 석유는 kg당 10,730kcal이다. 둘을 어떤 방식으로 배합한다고 해도 20,000kcal를 넘을 수 없다. 게다가 황토를 섞으면 kg당 발열량이 당연히 떨어질 터.

화석연료에 준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진 앨버타주 총리는 창수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벽난로에 넣어 실험해 보십시오. 그러면 제가 한 말을 이해하실 겁니다.”

“이건 나무 장작 전용 벽난로입니다. 광물을 넣어도 될까요?”

“유독가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미 실험해 본 거니까요.”

“알겠습니다. 대표님을 믿고 사용해 보죠.”

앨버타의 3월 평균기온은 영하 3도. 일반적인 관공서는 가스 벽난로를 주로 사용하지만, 전통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주 총리실은 여전히 장작불 벽난로를 이용한다.

마이클 쿠루니는 벽난로에 버닝스톤을 집어넣는 것이 불안했으나, 창수의 체면을 고려해 버닝스톤을 사용했다.

- 화르륵!

- 후끈!

“화력이 어떻습니까?”

“오! 정말 대단합니다! 석탄의 4배인지는 모르겠지만, 월등히 강한 건 사실이군요.”

백문이 불여일견이고, 백견이 불여일행이다. 창수의 말을 믿지 못하던 마이클 쿠루니는 버닝스톤의 화력을 직접 경험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총리님, 공기가 달라진 느낌 안 드시나요?”

“어……. 그러고 보니 개운한 기분이 듭니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도 들고요.”

“버닝스톤은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합니다.”

“예!?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자세한 프로세스는 영업 비밀입니다. 하지만 핵심 사항을 말씀드리면, 연소 후 남은 재가 소석회와 유사합니다. 해양미생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석회를 만드는 것과 비슷한 거죠.”

“세상에! 높은 열량에 이산화탄소 흡수라니!? 버닝스톤은 기적의 연료군요!”

바닥으로 추락하던 창수에 대한 믿음이 반등을 시작해 천장을 뚫고 대기권까지 도달할 기세다.

아직 실험실에서 정밀 검사를 거친 것은 아니지만, 각종 연료에 정통한 마이클 쿠루니는 버닝스톤이 대박 아이템이라는 걸 단숨에 알아차렸다.

“게다가 더 좋은 특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헐……. 지금보다 더 향상할 여지가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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