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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평행우주 독식-111화 (111/200)

111화 33장. 에너지 혁명

1.

“대표님, 녹색마탑에 너무 관대하신 것 아닐까요? 이권을 추가로 받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창수와 엘레크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이며 마법계약서에 서명했지만, 고사누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창수가 손해 보는 계약을 했다고 생각한 것.

고사누는 탑승한 증기승용차가 녹색마탑을 벗어나 선양 시내로 접어들자, 마음속에 품고 있던 생각을 털어놨다.

“초고순도 은 판매로 받은 대금이 28억 환입니다. 중급 마나석을 비롯해 녹탑에서 구매한 마법물품의 값을 다 치르고도 10억 환이 남았습니다. 경제적 이득은 충분히 봤다고 봅니다.”

“음……. 경제적인 것 이외에 다른 것을 생각하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녹탑을 확실한 아군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녹탑에서 법사님의 위상을 높이는 것도 필요한 일입니다. 5서클 익스퍼트가 되기 전까지 녹탑의 생산력을 이용해야 하니까요.”

창수는 녹색마탑에 99.999994% 은 200kg을 판매한 뒤 한화 2조 8천억 원에 해당하는 거금을 받았다.

개당 1,000억 원에 달하는 중급 마나석을 10개 구입하고, 각종 마법재료와 마법물품을 구매했음에도 1조 원이 남았다.

녹색마탑과의 거래에서 수익 이외에 다른 것을 생각해야 할 단계에 이른 거다.

창수는 엘레크를 압박해 이권을 더 받아 내는 것보다, 확실한 협력 관계 구축과 신뢰 강화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고사누가 마탑을 세울 수 있는 경지에 이르기 전까지, 마법물품을 안정적으로 조달 받을 수 있는 우호적인 메이저 마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 때문에 양보하신 거군요. 감사하고 부끄럽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법사님의 성장이 저의 성장입니다. 게다가 황탄은 그 자체로 저에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대표님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지만 판매 지역이 조선에 국한된 것이 아쉽습니다. 명나라만 포함됐어도 괜찮았을 건데요.”

“수익은 암브로시아 판매로 충분히 올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황탄 제조 마법진을 10개 만들어야 합니다. 당분간 조선 판매 물량을 충당하기도 바쁠 겁니다.”

“예!? 조선의 황탄 소비량이 그렇게 많은 건가요!?”

고사누의 목소리에 당황함이 스며 있다. 마법진 10개가 상식을 뛰어넘게 과도하다고 여긴 것.

황탄 제조 마법진은 중급 마나석을 핵심으로 일반 마나석 25개를 더해 5개 생산 라인을 운용할 수 있다.

조선에 필요한 황탄을 조달하는 데 생산 라인 2개면 충분하기에, 마법진 1개에 중급 마나석 1개와 일반 마나석 10개만을 투입해 생산 라인 2개를 운용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하지만 창수는 황탄 예상 판매량보다 25배 많은 물량을 제조하자고 말하는 거다.

“하하. 구체적인 소비처는 모른 척해 주십시오. 중요한 건 황탄을 대량으로 소비할 곳이 있다는 점입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대표님.”

알아서 좋은 정보가 있고, 몰라야 좋은 정보가 있다.

녹색마탑에 판매한 초고순도 은 200kg의 출처를 아는 것이 고사누에게 좋은 일일까?

아니다, 득은 없고 오히려 고사누가 감수해야 할 위험만 증가할 뿐이다.

고사누는 99.999994% 은 조달에 관여 안 하는 것이 자신과 창수에게 유익한 일이라 판단했다.

황탄 판매처도 마찬가지, 창수에게 알 수 없는 판매망이 있다면, 조선에서 소비되는 황탄의 수백 배를 만들어도 모두 팔 수 있을 거다. 굳이 소비처를 알려고 심력을 낭비할 필요 없다.

* * *

“김창수 님, 지난달에 배정된 암브로시아 7만 관 모두 판매했습니다.”

“오! 그래요!? 저는 워낙 고가라 1만 관만 팔아도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2023년 3월 1일, 타무가 암브로시아 2월 판매액을 알리자, 창수가 반색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은자 21만 냥, 예상을 한참 넘어선 판매 금액이 나왔기 때문이다.

류큐에서 수송해 온 사탕수수 900만 관(33,750톤)을 가공하니, 암브로시아 117만 관(4,387톤)이 만들어졌다. 전환 비율 약 13%.

사탕수수로 백설탕을 만드는 비율이 10% 정도라는 걸 생각하면, 암브로시아에 사탕수수 본연의 영양이 가득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걸림돌은 암브로시아 물량에 제한이 있다는 점. 요택에서 사탕수수를 수확하는 11월까지 판매할 수 있는 암브로시아 물량이 117만 관이기에, 매월 판매 상한선을 뒀다. 2월에 할당된 물량은 7만 관(262.5톤).

인터넷과 SNS 같은 정보 전달 매체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제한적인 형태의 라디오 방송만이 존재하는 세계다. 마케팅 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7만 관을 완판한 것은 대단한 성과가 분명하다.

“1관에 은자 3냥이 부담되는 가격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한번 암브로시아 맛을 본 부유층에게는 매우 저렴한 가격입니다.”

“암브로시아의 맛이 뛰어나도 아이신 상단의 판매망이 없었다면, 7만 관을 모두 판매하는 것이 어려웠을 겁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타무 님.”

창수는 아이신 상단에게 동아시아와 인도에서 암브로시아를 판매할 권한을 줬다. 아이신 상단이 가지고 있는 판매 네트워크에 기대를 건 것.

그리고 그 선택이 확실한 결과를 가지고 왔다.

암브로시아 1관(3.75kg) 가격은 은 3냥(787,500원)으로 책정됐다. kg당 21만 원 수준. 이건 일반 암브로시아보다 10배 이상 높은 가격이고, 암브로시아 플러스보다 2배 가까이 비싼 가격이다.

신형 암브로시아라고 해도 평행우주 넘어 금나라 물가가 한국 물가의 1/3 수준이란 걸 고려하면, 엄청난 고가가 분명하다.

암브로시아 물량이 한정돼 높은 가격을 매겼기에 첫 달 판매를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신 상단은 창수의 기대를 뛰어넘는 판매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 금나라 부유층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만으로, 2월 할당량을 소화해 낸 것.

“물건을 팔면서도 당당하고 보람이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암브로시아는 전자에 속합니다. 물량만 충분하다면, 20배 이상도 팔 수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랴오쩌에서 사탕수수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겁니다.”

물건이 좋고 판매망도 뛰어나다. 게다가 이미 성공한 경험도 있다. 타무의 장담대로 암브로시아 판매량은 20배 이상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아니, 그 이상도 가능하다.

여전히 걸리는 문제는 암브로시아를 만들 사탕수수가 부족하다는 것.

“염려 마십시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틀 후에 토지 개발권 본계약이 체결됩니다.”

아이신 상단은 금나라 왕실이 소유한 요택 중에서 접근성이 좋고 수량이 풍부한 200km² 개발권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미 구두로 언질을 받아 놨고, 3월 3일 공식 허가가 나올 거다.

“잘됐군요. 개발권이 나오면, 곧바로 인력을 투입해 모종을 시작하면 될 듯합니다.”

“벌써 재배 준비가 완벽하게 된 건가요?”

“완벽한 건 아니지만, 지금 단계에서 필요한 준비는 마쳤습니다. 마법 처리 된 모종이 마련됐고, 사탕수수 재배에 필요한 인력도 고용했습니다. 물을 대는 관개시설을 여름까지 완성하면, 사탕수수 재배에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아이신 상단이 요택 개발권을 따내기 위해 왕가와 접촉하는 동안 창수와 고사누가 놀고 있던 건 아니다.

열대지방이 아니기에 사탕수수 씨앗을 미리 뿌려 재배지에 이식할 모종을 만들었고, 사탕수수 재배에 필요한 인력을 구했다.

“계획을 모두 세우신 거군요. 그런데 인력은 어떻게 구하신 건가요?”

“선양 외곽에 생활하는 주민 중에 실업자가 적지 않더군요. 2만 명 고용하는 데 3일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흠……. 농사에 초보자가 많겠군요.”

“사탕수수 재배에 필요한 기초 교육은 이미 마쳤습니다. 앞으로 농기구가 투입되면, 전문적인 교육도 시작될 겁니다.”

“역시! 김창수 님의 추진력은 대단합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감탄하고 말았다. 창수가 사탕수수 재배를 위해 40일 동안 준비한 것이 완벽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타무는 만만한 인물이 아니다. 아이신 상단에서 가장 꼼꼼한 간부 중의 한 명이라 평가받는다. 하지만 6개월 시간을 줘도 창수가 마련한 준비를 따라가지 못할 거다.

마음 한구석에 가지고 있던 불안감을 훌훌 털어 버린 타무는 사탕수수 재배의 성공을 확신했다.

2.

[대표님, 문자 보셨으면, 먼저 전화주세요. 저와 통화하기 전에 자택에서 나오시면 안 됩니다.]

2023년 3월 15일 수요일 오전 8시, 서울로 돌아온 창수의 스마트폰에 뱌체슬라프가 보낸 메시지 10개가 쌓여 있었다.

모두 같은 내용을 가진 10개 중 최초로 전송된 메시지의 날짜가 6일 전이다. 3월 9일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이 분명하다.

<뱌프, 무슨 일이야?>

<대표님, 조금 황당한 일이…….>

뱌체슬라프가 가벼운 면은 있지만, 진지하게 나오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확인하는 것이 현명하다.

경험으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는 걸 감지한 창수는 뱌체슬라프에게 전화를 걸어 메시지를 보낸 자초지종을 자세히 물었다.

- 끼익!

- 척!

“잠시 검문하겠습니다”

오전 11시, 회사에서 보내 준 승용차를 타고 집을 나와 골목으로 진입한 순간, 차량 두 대가 창수의 차를 가로막았다.

차량에서 내린 인원은 모두 4명, 창수의 차를 포위하듯 앞뒤로 막고 검문을 시도했다.

말하는 자세를 보니 테러를 노리는 무리는 아니고 형사인 듯하다.

“당신들 누구입니까?”

“국가 수사 본부에서 나왔습니다. 수사에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장 보여 주시죠.”

“잠시 시간 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조사하려는 사람은 김창수 씨입니다. 댁이 나설 자리가 아닙니다.”

형사들의 목표는 창수였다. 뱌체슬라프는 이런 상황을 경고한 것이다.

창수와 함께 승용차 뒷좌석에 타고 있던 남자는 형사들이 할 행동을 사전에 알고 있듯이 영장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형사들은 영장을 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동행한 남자를 위협했다. 쓸데없이 관이 행하는 일에 끼어들지 말라는 의미.

“당신들 정신 나갔어!? 내가 영장 판사만 10년을 넘게 한 사람이야! 감히 내 앞에서 불법체포 감금죄 저지르려고 설쳐!? 당신들 이름 뭐야!?”

“그… 그것이…….”

“내가 본부장에게 오늘 일 따지고 당신들 옷 벗겨야 정신 차릴 거야!?”

“변호사님, 그런 것이 아니라, 긴히…….”

“어허! 이 사람들이! 그래도 말귀를 못 알아먹고!”

형사들은 창수를 조사하려 했으나, 영장을 받지 못했다. 체포할 수 없는 상황에서 택한 방법이 불심검문과 임의동행.

불심검문은 ‘거동이 수상한 사람’을 멈춰 세우고 간단한 조사를 하는 걸 말하고, 임의동행은 피의자의 동의를 받고 수사기관으로 이동하는 것을 가리킨다.

원칙적으로 둘 다 거부할 수 있으나, 법률에 관해 생소한 일반인이 얼떨결에 동의하는 경우가 있다.

형사들은 이걸 노렸지만, 창수 곁에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신강석이 있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1급 공무원으로 국가 수사 본부장과 직급상 동급이다. 게다가 판사는 직업 상성에서 형사들이 함부로 대할 상대가 아니다.

비록 전관이라고 하지만, 신강석의 호통에 형사들이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이며 창수의 눈치를 봤다.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형사님들. 이거 분명히 아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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