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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운 작물로 레벨업-178화 (178/209)

제178화

178. 178화

“난 강진성이 여기서 쓰러질 만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시련을 어떻게 풀어 갈지 기대되는군.”

“그러게. 나도 기대가 되는걸? 이 복잡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 갈지 말이야…….”

주원은 여전히 표정이 무표정이었고 디아나는 진성을 생각하며 웃고 있었다.

주원의 옆에 꼭 붙어서 디아나와 주원에게 차를 따라주는 운명의 군주 제시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차를 따를 뿐.

“우리 셋만 남으니까 조금 그렇긴 하네.”

“뭐가요? 디아나.”

“아니……. 과거가 생각나서……. 과거에는 우리 모임도 10명이 넘었잖아. 이제 3명뿐이라니…….”

“저는 상관없어요. 디아나, 주원만 제 곁에 있으면 되니까요.”

“정말 냉정하다니깐, 제시카는…….”

10명이 넘었던 그들의 동료는 세계수의 수호자 또는 시스템이 보낸 자에 의해 하나둘 쓰러져갔다. 그리고 최근에 강진성에게 쓰러진 동료도 2명이나 되었다.

여태까지 만난 수호자 중 강진성은 최강이었다.

사실 지금 자신이 직접 나서면 쓰러뜨릴 수 있는 상대지만, 주원의 바람대로 강진성에게 시련을 주며 강하게 키우고 있었다.

군주들은 시스템과 싸우는 데 수십 년을 보냈고, 그에 다들 지쳤다.

“그래서 주원, 이번이 마지막 여행이 되려나?”

“그건 모른다. 하지만 지친 것은 사실이지…….”

“천하의 박주원이 지쳤다고 말하는 거야? 의외인데?”

“…….”

“그래서 강진성에게 모든 사실을 밝히려고? 아마 일부는 알고 있지 않을까? 시스템이 이상하다는 것을……. 사실 우리 군주들도 피해자들의 모임이나 마찬가지잖아?”

디아나의 말을 제시카와 주원은 묵묵히 들었다.

“강진성이 진심으로 눈 떴으면 좋겠네……. 계속해서 시스템하고 동반자로 살아가도 상관없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아냐……. 그냥 그렇다고……. 솔직히 나도 이 전쟁에 지치긴 했어. 시스템을 쓰러뜨린 뒤에 뭐가 남을까? 하고 말이야…….”

디아나는 자신이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어쨌든 이 세상에 있는 헌터들도 자신들 때문에 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도 죽어 나가고 있었다. 오직 강진성을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 말이다.

“이번 시련을 견디고 나면 강진성은 더욱 강해지겠지…….”

“그러길 바라야지…….”

그들은 강진성이 이번 시련을 이기고 강해지길 바라고 있었다.

“그럼 나도 이만 가 볼게. 제시카. 주원을 계속해서 도와줘. 나는 이번 일의 끝을 보러 갈게.”

마치 디아나는 죽으러 가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나중에 볼 수 있으면 보자고, 박주원……. 그리고 제시카.”

디아나는 박쥐로 변해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주원……. 디아나는 결심한 것 같아요.”

“그래……. 슬슬 마지막 무대가 다가오네.”

쓴웃음을 짓는 박주원과 슬퍼 보이는 제시카였다.

* * *

그 시간, 가야리 마을 외곽에서 불온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었다.

“슈리엘 님. 이하늘이라는 자는 아직 안 온 거 같아요.”

다른 다크 엘프 한 명이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이대로 대기해라.”

“네, 알겠어요.”

그들은 흡혈 군주 디아나의 심복들로, 약 30여 명의 다크 엘프로 구성되었다.

그녀들은 이하늘 대통령과 협력하여 가야리와 강진성의 터전을 불사르고, 자신들의 동족이나 마찬가지인 엘프들을 전멸시키기 위해 모였다.

저벅저벅-

그녀들이 있는 공간 반대편에서 수많은 발소리가 들렸다.

“그가 온 거 같아요. 슈리엘 님.”

“그럼……. 만나볼까?”

현재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이라, 가야리 주민들은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그녀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자네가 슈리엘인가?”

이하늘 대통령이 호위들과 함께 슈리엘이 있는 가야리 마을 외곽에 도착했다.

꽤 아름다운 엘프였지만, 자신이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기에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네, 제가 다크 엘프 족장 슈리엘이라고 합니다. 이하늘 대통령이신가요?”

“그래. 내가 대한민국의 이하늘 대통령이다.”

“저희에게 도움을 주실 수 있다고 하던데……. 얼마나 준비해 오셨나요?”

“외국 용병 헌터 500명. 강진성의 마을에서 일부 엘프를 빼내 올 수 있게 트레일러 등 여러 가지 준비했다.”

“용병 500명이라……. 겨우 그 정도뿐인가요? 강진성이라는 자는 저희 군주님들께 최대의 적입니다.”

“알고 있다. 그래서 외국 용병 500명과 국내 거대 길드 세 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처리해 놨다. 가야리 주변은 아무도 못 들어오게 통제선을 쳐둔 상태다. 앞으로 48시간 동안 자네들을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 거네.”

“거대 길드라……. 그러면 다 합쳐서 가볍게 약 1,000명이 넘는 병력이군요?”

“그렇지……. 이 정도면 과하다고 생각하네만…….”

“아니요, 이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혹시 몰라서 저희도 조은성 헌터에게 용병 200명을 빌려 왔습니다.”

“너무 많은 거 아닌가?”

“아뇨, 솔직히 부족한 감도 있지만, 이 병력을 가지고 어떻게든 해 볼 셈입니다.”

이하늘 대통령은 조금 골치가 아파져 왔다.

강진성이라는 자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수천 명의 대병력인데 그걸 이길 수 있다고? 솔직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군주님의 적이라고 하지만 자신이 보기에는 과한 병력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빠르게 끝내야 하네……. 아무리 48시간의 여유가 있다고 해도 가야리 마을 주민 중에 지역 의원과 긴밀하게 친한 이들도 있으니까 말이야.”

“네, 빠르게 처리하겠습니다.”

“후우……. 어쩌다가 내가 이런 짓까지…….”

아래것들에게 시키기엔 너무 큰 사안이어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어두운 일을 직접 나서서 하고 있다는 게 불편했다.

흡혈 군주 디아나가 직접 시킨 일이었기에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하이 엘프 아이린은 꼭 자신이 가지고 말 것이다. 나머지는 죽든 말든 상관없었다.

흡혈 군주의 직접적인 명령도 있지만, 자신의 욕망이 더 컸다.

“그럼 지금 시작하는 건가?”

“아니요. 아직 인원이 다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질문이 있네만……. 가야리 마을 전체도 건드릴 셈인가?”

“네. 모두 불태울 것입니다.”

“끄응……. 알았네……. 화재 사건으로 위장해 주겠네.”

“네, 감사합니다. 이하늘 대통령님.”

가야리 인구수만 수백 명이었다.

모두 죽이겠다고 말하는 슈리엘의 말에 큰 고민이 들었다. 하지만 어쩌랴…….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도와주는 그들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이번에 동원하는 외국 용병들과 그리고 국내 거대 길드에는 이미 돈을 지급한 후였다. 그리고 편의를 봐주겠다고 장담까지 해 둔 상태였다.

아무래도 이 일이 잘 끝나면 거대 길드들을 건드리기 힘들테니, 살아남은 용병 헌터들은 조은성 헌터에게 도움을 요청해 깡그리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슈리엘 님. 조은성 헌터가 보낸 자들이 곧 도착할 거라고 해요.”

“그래? 그럼 다들 준비하라고 해!”

“네, 슈리엘 님.”

슈리엘에게 다가온 그녀는 슈리엘의 말을 동료에게 전하러 떠났고 이하늘 대통령은 초조하게 이 작전이 잘 끝나길 바랐다.

웅성웅성-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가야리 외곽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으면 지나가는 주민이라도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장소에서 아무리 떠들어봤자 그들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인식 장애 스킬을 걸어서 장소 자체를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전은 오후 8시에 시작한다.”

슈리엘의 말에 조은성 헌터의 용병들과 다크 엘프들이 시간을 확인했다.

이하늘 대통령은 자신의 옆에 있는 거대 길드 길드장 세 명에게도 말했다.

“그녀의 말에 따라주게나…….”

“네, 알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흐흐흐.”

이하늘 대통령 좌측의 뚱뚱한 자는 국내 거대 길드인 고구려의 길드장인 원강율이라는 자였다.

그는 B랭크 헌터였지만 고구려 길드 인원은 무려 800명이었다.

그는 파견 나간 이들을 제외하고 남은 인원을 전부 데려왔는데, 상황이 돌아가는 걸 보니 가야리 학살에 참여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그는 조폭 출신으로, 사람들 괴롭히거나 죽이는 것을 부업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원강율 옆에 있는 키가 큰 자는 국내 거대 길드 철혈이라는 길드장으로, 채강현이었다.

철혈 길드 길드원은 300명이었다.

고구려 길드보다는 적지만 정예 병력이었다.

외국에서 직접 영입한 인재들도 있었기에 길드원이 한국인보다는 외국인이 더 많았다.

그리고 그들 중 마지막은 사신 길드장이었는데 위강이라는 이름이었다. 그는 한국인은 아니었지만, 국내에 빠르게 자리를 잡고 귀화하였다.

사신 길드 병력은 300여 명이었다. 모두가 암살자와 관련된 헌터들이었다.

“이렇게 많이 모인 건 레이드 전 이후로 처음이군요.”

철혈 길드장이 중얼거렸다.

“어이, 채강현이. 주저함이 있으면 안 된다고?”

고구려 길드장 원강율이 놀리듯이 말했다.

채강현은 이하늘 대통령에게 돈을 받긴 했지만, 이번 일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찜찜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야리 마을을 불태운다는 것을 보니, 생각보다 더러운 일이 분명했다.

아무 죄 없는 가야리 마을의 주민들을 죽이기는 싫었다. 그의 마지막 양심이랄까?

그런 게 느껴진 것인지 고구려 길드장인 원강율이 채강현에게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이다.

“맞아, 빠지려면 빠지라고……. 흐흐흐, 사실 우리 사신 길드만으로 충분하다.”

“뭐야? 우리 고구려 길드를 무시하는 건가?”

“흥, 돼지가 어디서 사람 흉내를 내는 거냐?”

“이이익!”

“자자, 그만하게나.”

고구려 길드장과 사신 길드장이 싸우려는 행태를 보이자 이하늘 대통령이 그만하라는 듯이 말했다.

“그래서 철혈 길드장……. 자네는 어떻게 할 건가? 솔직히 빠져도 된다네. 돈이 필요 없다면 말이지…….”

그 말에 채강현은 더욱 고민이 들었다.

돈은 탐나고……. 참여하자니 불안하고…….

“정확히 30분을 주겠네. 그때까지 결정 못 하면 빠지게……. 빠지게 되더라도 이 일에 대해선 함구하고!”

이하늘 대통령은 작전을 짜기 위해 슈리엘에게 갔다.

고구려 길드장과 사신 길드장은 대통령을 따라갔다.

“어떻게 하면 될까……?”

채강현의 감이 이 일이 꽤 위험하고 말하고 있었다.

비록 헌터 생활을 오래 해 온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자신의 날카로운 감 하나로 헌터 세계에서 살아 남았다.

“길드장님 마음대로 하십시오.”

철혈 길드 간부들이 하나둘 말을 꺼냈다.

“맞습니다. 돈이야 탐나지만 뭔가 저희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돈이 이렇게 터무니없이 많다는 건……. 저희에게도 뒤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해? 부길드장…….”

부길드장은 여성이었는데 철혈 길드장의 약혼녀였다.

“강현아. 이 일은 포기하자. 이 일 말고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잖아?”

“부길드장님 말이 맞습니다. 굉장히 꺼림칙합니다.”

간부들과 부길드장이 거절하자는 의견에 강현은 결심했다.

아무래도 죄 없는 사람들까지 죽이는 게 내키지 않았다.

“그럼 얘기하고 올게…….”

“네, 길드장님. 저희는 떠날 준비 하겠습니다.”

“갔다 와, 강현아.”

“응.”

강현은 작전을 짜고 있는 이하늘 대통령에게 다가갔다.

이하늘이 그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래 결정했나? 철혈 길드장. 좋은 선택을 하길 바라네.”

“전……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돈은 다시 돌려 드리겠습니다.”

“그래……. 아쉽구만. 그럼 돌아가도 좋네. 돈은 나중에 내 비서를 보내 받아 낼 테니까.”

“네,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하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서 입을 다물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철혈 길드장은 이하늘 대통령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 후 길드원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떠났다.

“흐흐흐, 역시 애송이 녀석이로군. 이렇게 돈을 많이 주는데 빠진다고?”

“그러게 말이야……. 철혈 길드장은 겁쟁이였어.”

고구려 길드장과 사신 길드장은 철혈 길드장의 흉을 보고 있었다.

“자자, 그만두게. 그들이 빠져도 병력은 충분하니까. 아쉽긴 하군.”

철혈 길드장은 길드원들과 부길드장에게 후퇴 명령을 내렸다.

철혈 길드원들은 의아했지만 길드장의 명령을 순순히 따라 텔포 아이템을 써서 후퇴하였다.

이하늘 대통령의 일행은 그들이 떠나건 말건, 다시 작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떠나간 자는 신경 쓰지도 않았다.

남은 길드장들은 대통령의 눈에 들기 위해 열정적으로 작전 회의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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